4장 우울증적 이주자

일상의 혼종성

영화 <베컴처럼 휘어 차기>
영화 <동양은 동양>
미라 시알 청소년 소설<아니타와 나>
야스민 하이 회고록 <하이 씨의 딸 만들기: 영국인 되기>

다문화주의가 불행의 원인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다문화주의 자체가 불행한 말이 되어 버린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 P224

이 장에서 나는 영국계 아시아인의 경험을 통해 제국의 역사와 행복의 약속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볼 것이다. 우선은 19세기에 제국의 사명어떻게 행복의 극대화라는 공리주의적 명령을 통해 합법화되었는지,
제국이 어떻게 행복의 역사로 기억되는지에 대한 고찰로 시작해 본다. 그리고 <베컴처럼 휘어 차기>와 <동양은 동양>이라는 두 영국계 아시아인의 영화에서 불행한 인종차별주의가 다문화주의적 행복으로 전환되는 지점을 살펴보면서 우울증적 이주자의 형상이 어떻게 출현하는지 분석해볼 것이다. - P225

제러미 벤담, 제임스 밀, 헨리 시지윅, 존 스튜어트 밀을 비롯한 공리주의 사상가들은 각기 방식은 달라도 모두 제국의 사명을 지지하면서 행복을 극대화하는 담론에 기대고 있었다(Schultz and Varouxakis 2005 참조). 공리주의는 제국의 상대적 비용과 편익을 "재는" 방법, 가늠하는 방식을 제공했다. - P227

공리주의적 행복을 영국식 도덕의 보편화라고 비판한 니체로 돌아가 보면, 우리는 그의 비판이 옳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즉, 공리주의에 의해 정의된 행복의 목적은 식민통치의 목적과 일치한다. 행복의 핵심은그런 일치의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식민 지배는 타인들을 행복 목적에 따라 살게 만들어야 할 의무로 정당화된다. - P229

이런 집착을 "백인 남자가 황인종 남성에게서 황인종 여성을 구해 주는 것"으로 본 가야트리 스피박의 묘사는 지금도 여전히 놀랄 만큼 정확하다(Spivak 1988: 297[462]).
제국은 비천함에서의 해방으로 정당화된다. 비천함에서의 해방은, 비록 그것이 고통을 야기하더라도, 고통에서의 해방을 의미한다. 그래서밀은 9권에서 식민주의가 원주민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인도에 가져다주는 선the good이 그런 고통을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 P233

결국 개인이 된다는 것은 영국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되기에서 식민화된 타자는, 호미 바바(Bhabha 1994)가 머콜레이의 이 구절을 예리하게 읽어 내며 강렬히 보여 준, "흉내 내는 사람"mimic man다. 행복의 공리주의적 증진은 흉내의 기술을 수반한다. 식민지 엘리트들을 취향, 견해, 도덕과 지성의 측면에서 우리" 처럼" 만들라는 명령인 것이다. 식민 지배자를 흉내 내면서 타자는 행복해지는데, 여기서 행복은행복감을 느낀다는 의미가 아니라 좋은 습관을 획득한다는 의미로, 여기에는 정서적 성향도 포함된다. 즉, 올바른 사물에 의해 올바른 방식으로영향 받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식민 지배자"처럼 된다는 것은 여전히 식민지 주민의 신체와는 뚜렷이 다른 신체에 몸담는다는 의미다. 바바가 보여 주듯 흉내 내기는 혼종 주체를 생산한다. 즉, 거의 같지만 아주 같지는 않은, 거의 같지만 백인은 아닌 주체다(Bhabha 1994: 122[180], 128[186]). 식민지 주민을 위한 행복 공식도 그 "거의"라는 망설임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문을 품게 된다. 거의 행복하지만 아주 행복하지는 않은, 즉 거의 행복하지만 백인은 아닌 주체 말이다. - P236

트레버 필립스는 우리에겐 다민족 사회를 위한 교통법규가 필요합니다」 We Need a Highway Code for aMuti-Ethnic Society(2005)라는 연설에서 제국주의 역사를 그런 측면에서 환기한다. "우리에겐 영국인이 본래 편견이 아주 심한 사람들은 아님을 보여 주는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 섬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어우러지는 제국이라는 것을 창조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제국은 영국인이 "편견이 아주 심한 사람들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어우러질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제국 자체가 행복한 다양성을 지향하는 영국적 성향,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사랑하고 함께 사는 삶을 향한 성향의 기호가 되는 것이다. - P237

영국인이 된다는 것은 행복의 선물인 제국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식민 지배의 폭력성을 잊으라 혹은 기억하지 말라는 암암리의 명령이 포함된다. - P239

영국 제국은 역사적 현실이었지만 이상이기도 했다. 제국의 이상은 그것을 정당화하는 도덕적 기획에 가담한다. 제국의 이상은 제국이 행복의 선물이라는 도덕적 이해를 통해 재편성됨으로써 유지된다.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것은 이런 유지의 결과들이다. - P241

* 커브슛(감아 차기, 벤딩슛, 회전킥, 바나나킥으로도 불린다)을 의미한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영국의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주특기로, 먼 거리에서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을 피해 날아가는 슛이다. 영화에서 이 기술은 주인공의 목표를 가로막는 걸림돌들을 해결해 줄 수있는 대안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휘어 차기의 대상은 공이기도 하고 주인공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나 꿈이기도 한데, 이를 ‘휘어‘ 찬다는 것은 거추장스런 규범들을 ‘깨뜨리기‘break보다는 ‘구부리며’bend 목표를 이뤄 나가는 유연함을 의미할 수 있다. - P242

이 다른 세계, 축구가 약속하는 자유의 세계는 제스를 백인 소녀와 백인 남성과 친하게 만든다. 자유는 백인성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나는것이다. - P245

우리는 여기서 슬픔을 공유하는 정서적 형식에 대해 알 수 있다. 정서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면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특정 대상, 즉 행복 대상을 향한 정향을 공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대상 역시 같아야 한다. 정서 공동체가 상실의 대상들을 공유함으로써, 다시 말해 대상을 올바른 방식으로 놓아줌으로써 만들어진다면, 우울증자는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에 있어 정서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상실을 극복하지 못한 실패가 되고, 이로 인해 계속 잘못된 쪽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증자란, 방향 전환이 필요한 사람, 돌려세워야 하는 사람이다. - P255

아버지가 인종차별에서 받은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크리켓을 하게 하는 사람이 바로 백인 남성인 것이다. 우울증적 이주자를 다시 국가의 울타리안으로 데려오는 사람은 백인이다. 그의 신체가 우리의 전환 지점이다. - P263

행복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당신이 겉도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제 힘으로는 그 자리에 섞일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를 "어디든" 섞이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인정은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 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 개인의 추상적 잠재력으로부터의 소외를 수반한다. 그런 자기신념이 없다면 행복은 그가 있는 곳"에서 물러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마치 무엇이든의 상실 안에는 "어디든"의 상실도 포함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행복할 자유란, 비록 판타지라 할지라도, 소수만이 있을 수 있는 "어딘가를 환기하는 것임을 상기하게 된다. 야스민이 자기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다는 것은 이 행복의 "무엇이든"으로부터소외된다는 뜻이다. - P285

행복의 약속이 공허함을 증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통합을 원했던 이주자이기 때문이다. - P288

대상은 그것이 행복에 대한 소망으로 사라지게 할 수 없는 역사들의 지속성을 체화하고 있을 경우 불행해진다. 불행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행복이 다양화된다 해도 정치적 기억(즉, 국가적 시간에서의 현재)에서 적대가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제거될 수도 없다는 것을 탐색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역사들은 뒤로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역사들은 끈질기게 지속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역사의 지속성과 함께하는 우리의 불행을 끈질기게 말해야 한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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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4-20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슈팅라이크베컴을 저렇게 한역했군요! 신인배우 시절의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영화로 기억해요~

햇살과함께 2023-04-20 13: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키이라 나이틀리 처음 보고 못생겼는데(?) 매력있다? 생각했던 기억이 ㅎㅎ

서곡 2023-04-20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오만과편견도 그렇고 헤벌쭉 웃는 얼굴에 스며들게 되죠 ㅋㅋㅋ
 

Foreword

This volume is targeted at students in grades 4-8.

오늘은 서문만.. 난이도 점점 올라가 4권은 4-8학년…

As you read, you will see, again and again, the same pattern acted out: A person or a group of people rejects injustice by rebelling and seizing the reins of power. As soon as those reins are in the hands of the rebels, the rebels become the establishment, the victims become the tyrants, the freedom-fighters become the dictators. The man who shouts for equality in one decade purges, in the next decade, those who shout against him. Boiling history down to its simplest outline so that beginning scholars can grasp it brings this repetition into stark rel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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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무조건 단어를 덧붙이고 부연하고 강조하는 문장을 썼어요. ‘덧셈의 시기’였죠. 어느 정도 글을 쓰다보니까 중언부언하듯 더한 표현이 외려 본뜻을 가린다는 사실을 자각했죠. 그다음부터는 뺄 궁리를 했어요. ‘뺄셈의 시기‘로 전환됐죠. ‘무얼 빼야 글이 더 명료해질까?’ ‘이 표현이 글에 꼭 필요한가?‘ 퇴고 - P120

할 때 불필요한 단어와 표현을 넣진 않았는지 의심하면서 골라내요. 그러다보면 가장 먼저 지우는 것이 습관적으로 쓴 형용사나 부사예요. ‘따뜻한 국밥‘의 "따뜻한"이나 빠르게 내달렸다‘의 "빠르게"와 같이 동어반복이거나 불필요한 수식이요. - P121

잘 쓴 부사와 접속사가 얼마나 글맛을 살려주는지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글 잘 쓰는 작가들은 형용사와 부사를 능숙하게 부려요. 《시와 산책》을 쓴 한정원 작가도 그런 분이죠. 한구절을 보여드릴게요.

몸을 단번에 일으키고 커튼을 걷으면 아, 눈이 거기 있다. 창을 내내 올려 보다가 내 얼굴이 뜨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손바닥을 힘차게 흔드는 애인처럼.
눈을 그렇게 발견하는 날은, 사랑을 발견한 듯 벅차다.

"단번에" "환하게" "힘차게"와 같이 부사와 형용사가 거듭나오지만 거슬리기보다 말의 운율이 느껴지고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 환하게 그려지는 듯했어요. 글의 흐름을 타고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러니 부사와 형용사를 빼더라도 무엇을 위해 빼고 있는지, 간결한 게 아니라 앙상한 글을 만드는 건 아닌지한 번 더 살펴보세요. ‘글에서 부사와 형용사, 접속사 빼라’라는 주장 뒤에 감춰진 속뜻은, 단순하고 모호하며 표준화된 글을 만들기도 하는 부사와 형용사, 글의 흐름을 이어주는 게 아니라 흐름을 끊어버리는 접속사를 남용하지 않게 주의하라는 뜻입니다. - P123

정리하자면 저의 퇴고 과정에서 첫 번째로 주제 벼리기, 두번째로 적절한 정보 넣기를 한다면 마지막 단계는 제가 ‘실밥 뜯기’라고 명명한 과정을 거칩니다. 글을 말끔하게 만드는 거죠. 글의 틀이 어느 정도 잡혔다 싶으면 이제 소리 내어 읽어봐요. 문장이 길어서 늘어진다 싶으면 단문으로 끊어줍니다. 문 - P144

장이 길게 이어지면 내용 파악이 안 되고 글을 계속 읽게 만드는 리듬이 안 생기거든요. 긴 문장이 있으면 좀 짧은 문장도 넣어주고요. 특정 단어가 너무 중복된다 싶으면 다른 단어로 바꿔주고요.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쓰는 부사가 다들 있죠. 그것도 적절히 덜어내고요. 부사 없이도 문장을 이해하는 데문제가 없다면 부사를 적절히 빼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 했는데도 글이 어째 재미가 없고 늘어진다 싶으면 단락을 뒤집어서 구성을 바꿔보기도 해요. 한 편의 글이 꼭 시간순일 필요는 없거든요. - P145

제목을 짓는 것은 글에서 내가 쓰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요리조리 점검하는 절차이면서 언어유희를 즐기고 언어의조탁 능력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글 쓰느라고 지쳐서제목 지을 힘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10퍼센트의 에너지를 남겨서 좋은 제목을 짓는 데까지 꼭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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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4-18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10%의 에너지를 할당해야 하는군요.. 역시 제목은 중요해...

햇살과함께 2023-04-18 11:46   좋아요 0 | URL
글 쓸 에너지도 부족 ㅠㅠ
제목 짓기 너무 어려워요.
매번 제목 고민하다 그냥 책 제목만 쓰고 마네요...
 




















드디어 3권 완독! 216일부터 416일까지 장장 2달 걸렸다;;;

2월과 3월에 <제2의 성>도 읽느라하루에 한 챕터 못 읽고 반 챕터씩 읽기도 해서 오래 걸렸다그래도 6월까지 4권 완독 가능하겠다. 4권이 제일 두껍기는 하지만!


매일 읽은 챕터를 다이어리 연간 캘린더에 열심히 표시하기. 그냥 읽기만 했으면 하다가 흐지부지 되었을지도아니, 우리 둘째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했겠지 ㅎㅎ3권 읽고 이틀 쉬겠다니 벌써 책장에서 4권을 꺼내 들고 하루만 쉬고 다시 읽으라고 ㅠㅠ;


노트에 수기로 정리하던 건 어느 순간 그만 두고. 북플에 제목이나 주요 문장만 발췌하는 수준.

나중에 다시 읽으며 챕터 별로 추가 정리하면 좋겠다.


3권은 1555년부터 1850년까지의 약 300년 기간 동안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유럽에서 국가가 형성되고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시민혁명이 일어나고 나폴레옹이라는 문제적 인물이 나타나는 시기,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식민 지배를 벗어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드디어 미국연합이 탄생하고 미국의 영토가 점점 서쪽으로 확장해 나가는 시기, 쇄국정책을 펼치던 중국이 강제적으로 영국을 포함한 유럽국가들과 조약을 맺던 시기.


영국과 미국에서 노예매매를 금지하고, 영국은 노예제도 없앴으나, 미국은 여전히 남부지역의 농장 유지를 위해 노예제를 유지하고 있던 시기.


역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인간의 영토 확장, 영토 확보를 위한 전쟁, 폭력 밖에 남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 4권에서도 미국 남북전쟁, 양차 전쟁, 대학살 등 또 얼마나 격변이 이루어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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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3-04-17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번에 고대부터 다시 읽고 있는데요, 챕터별로 영어 요약 파일 만들어가면서 읽고 있습니다. <세계도시문명사> 도 읽고 있는데, 좋아요. 수잔 와이즈 바우어 The History of the Ancient world는 어른용인데, 이것도 오디오로만 받아두고, 아직 듣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 읽고, 두 번째, 세 번째 읽을 때 더 잘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햇살과함께 2023-04-17 19:26   좋아요 0 | URL
오 어른용도 있군요! 찾아볼게요.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3-04-17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3권 완독 축하드립니다^^ 제2의성 읽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읽으셨군요 ㅎㅎㅎ

햇살과함께 2023-04-17 19:29   좋아요 1 | URL
한번 중단하면 안할 것 같아서,,, 대충 읽더라도 완독에 목표를 ㅋㅋㅋ 감사합니다~!

하이드 2023-04-17 1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실 것 같지만, 월북 자료실에서 음원 다운로드 받아서 들으시면, 중독성 강한 나레이터 목소리로 들을 수 있습니다. CNN 앵커 오래 하던 사람인가 그래요. 이 책이 워낙 아이들 읽어주려고 쓴 책이라 오디오가 정말 재미있어요.

https://willbookspub.com/data

햇살과함께 2023-04-17 19:26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알려주셔서 매일 출퇴근시 듣고 있어요~!!
 
커리어 그리고 가정 -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 2023 노벨경제학상
클라우디아 골딘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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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성이 대학진학률도 더 높고, 전문직 진출 비중도 과반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적게 버는가 하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1878년 출생한 여성부터 1978년 출생한 여성까지를 모집단으로 하여 5개 집단으로 나누어 시대별로 여성들이 커리어(또는 일자리)와 가정을 어떻게 유지하였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다.


분석 대상은 전체 여성이 아니라 대졸여성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의 일자리가 아닌 장기적인 노력과 직업적 성취에 기반한 커리어의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함이다. 또한, ‘커리어와 비교하는 가정이란 단순히 결혼이나 남편유무가 아니라 아이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한다.


시대별로 대졸여성들이 커리어(또는 일자리)’를 우선시했는지, ‘가정을 우선시했는지, ‘커리어가정을 조화롭게 유지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집단별로 연령대별 결혼율, 출산율, 고용율 등을 분석했고, 시대별 상황, 산업 및 기술의 발전, 여성의 의식변화, 제도적 변화 등의 원인을 파악하였다.


흥미로운 지점은 첫번째, 여성들의 커리어 쟁취에 정부의 제도적 변화로 인한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가장 늦게 변화하는 부분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따라서, 남녀고용평등법이나 동일임금법 등 법에 의해 여성의 권리를 쟁취할 수 없다. 여성의 권리 쟁취가 필요불가결할 때에야 비로소 법이 제정되거나 법이 실제 효력을 발휘한다.


두번째,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노동 수요 증가나 테크놀러지 발달로 인한 가정 일에서의 시간 절약, 피임약의 합법화로 인한 계획적인 결혼과 임신 조절 등 외부적인 상황이나 조건이 여성의 권리 쟁취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피임약은 조용한 혁명의 대표주자로 시끄러운 혁명만큼이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세번째, 집단 5를 넘어서 거의 구조적인 평등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현재의 시점에도, 여성들이 대학 진학이나 대학원, 박사과정 등에 남성보다 더 많은 비율로 진학하고 전문직 진출에 있어서도 차이가 없거나 과반의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과 남성의 임금이(동일 직군에서도) 차이가 나는 원인을 밝히고 있다. 단순히 직종 분리에 의해서도, 직업현장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차별이나 선입관의 효과를 제거하더라도 설명되지 않는 높은 비율의 차이를 저자는 탐욕스러운 일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장 쉬운 예시로 변호사를 들고 있다.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클라이언트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제약없이, 주중이든 주말이든 클라이언트를 요구에 응해야 한다. 이렇게 24시간 일에 준비된 온콜상태로 일할 수 있어야 10년 내지 15년 정도되어 로펌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만약 부부가 모두 변호사라면 입사 초기에는 임금의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결혼 이후 일정기간 지나서 아이를 갖기로 하면 이때부터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여성은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양육을 하면서, 직장에서의 온콜상태가 아니라 가정에서의 온콜상태가 된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온콜을 여성이 맡고 있다. 따라서, 이런 직장에서의 온콜상태로 일하지 못하므로 파트타임 근무를 하거나, 좀더 작은 로펌으로 옮기거나 규칙적인 시간 동안 일할 수 있는 일반기업의 사내 변호사 등으로 이직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풀타임 근무를 하더라도 한번 벌어진 남성과의 임금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저자는 이런 직업을 탐욕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변호사, 회계사, 금융, 컨설팅 등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다른 직군에서는 상대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가 크지 않으나, 이러한 탐욕스러운 근무환경을 가진 직군의 임금은 점점 높아지고, 그에 따라 다른 직종의 남성과도 임금 격차가 커지고, 더불어 동일 직군에서의 남성과 여성간 임금 격차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탐욕스러운 노동을 유발하는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유연성, 온콜을 선택하는 것이 유발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남성들이 회사가 탐욕스러운 노동 구조를 바꾸도록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약사의 사례와 변호사의 사례를 비교를 통해, 노동 구조를 변경하는 부분을 대안으로 언급하지만 그게 대안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약사가 개인사업자였을 때는 응급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온콜 상황으로 업무 강도가 높았지만, 지금은 프렌차이즈화, 거대기업화가 되면서 순환으로 24시간 근무를 하면서 온콜 대응이 없어졌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결국 그 거대기업화의 이득을 가져가는 것은 누구인가. 대부분 부유한 남성 자본가가 아닌가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든다.


대안은 다소 수긍이 어렵지만, 100년간의 방대한 자료 분석을 통한 여성의 가정과 커리어의 변천에 대한 다양한 분석은 탁월하고 흥미롭다.


한국은 지금 어디 있는가. 남녀간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하고, 직종간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그래서 모든 부모가 의대에 올인하는 나라. 그래서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는, 현명한 대안을 선택하고 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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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4-17 0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온콜의 의미가 그런 것이었군요. 그쵸.. 아이가 생긴 후로 여성은 항상 가정에 온콜 상태로 ㅠㅠ

진짜, 결혼이 문제가 아니고 출산이 관건입니다..

햇살과함께 2023-04-17 17:42   좋아요 1 | URL
‘온콜‘ 용어를 보자마자 너무 적확한 표현! 했네요. 엄마들의 뇌 한쪽엔 항상 ‘온콜‘ 불빛이 깜박거리면 대기 중이죠...

손영수 2023-06-24 0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정말로 잘 읽으신 것 같습니다. 댓글을 읽으면서 책의 흐름이 다시 한번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대안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조금 동의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유연성 제고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바는 노동자가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달성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고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 성별간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햇살님이 말하시는 기업에 이익이 다 가지않을까라는 우려는 전체 인구 중에서 남성 자본가라고 불릴만한 사람은 얼마 안되지 않을까란 점에서 평균적인 성별 임금격차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책에서 저자가 한 말 중에 유연성이 높은 일자리가 생산성이 더 높아지게 해야한다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럴 수 있다면 노동자가 워라밸도 찾을 수 있고 가정에서 성평등도 달성하고 더 높은 임금(시간당)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게 저의 의견입니다!

햇살과함께 2023-06-24 22:23   좋아요 1 | URL
손영수님, 저의 부족한 글 읽고 긴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의 삐딱함에 걸리셨군요?! ㅎㅎ

손영수 2023-07-09 14:10   좋아요 1 | URL
다른 분들은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찾아보다가 좋은 감상문을 찾아서 반가웠네요 ㅎㅎ 책 리뷰를 너무 잘 적으셔서 저도 제 의견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ㅎㅎ 이렇게 잘 기록하면서 책을 읽으시는 분도 있다는 걸 알고는 제 독서 방식에 대해서 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더 자극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잘 읽었습니다!

햇살과함께 2023-07-10 10:00   좋아요 0 | URL
아 과찬이시네요!
저도 책 읽고 글로 남기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여기 계신 오랫동안 꾸준히 잘 쓰시는 분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아직 제 생각을 정리해서 긴 글 쓰기는 어렵네요. 저도 연습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