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우울증적 이주자

일상의 혼종성

영화 <베컴처럼 휘어 차기>
영화 <동양은 동양>
미라 시알 청소년 소설<아니타와 나>
야스민 하이 회고록 <하이 씨의 딸 만들기: 영국인 되기>

다문화주의가 불행의 원인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다문화주의 자체가 불행한 말이 되어 버린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 P224

이 장에서 나는 영국계 아시아인의 경험을 통해 제국의 역사와 행복의 약속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볼 것이다. 우선은 19세기에 제국의 사명어떻게 행복의 극대화라는 공리주의적 명령을 통해 합법화되었는지,
제국이 어떻게 행복의 역사로 기억되는지에 대한 고찰로 시작해 본다. 그리고 <베컴처럼 휘어 차기>와 <동양은 동양>이라는 두 영국계 아시아인의 영화에서 불행한 인종차별주의가 다문화주의적 행복으로 전환되는 지점을 살펴보면서 우울증적 이주자의 형상이 어떻게 출현하는지 분석해볼 것이다. - P225

제러미 벤담, 제임스 밀, 헨리 시지윅, 존 스튜어트 밀을 비롯한 공리주의 사상가들은 각기 방식은 달라도 모두 제국의 사명을 지지하면서 행복을 극대화하는 담론에 기대고 있었다(Schultz and Varouxakis 2005 참조). 공리주의는 제국의 상대적 비용과 편익을 "재는" 방법, 가늠하는 방식을 제공했다. - P227

공리주의적 행복을 영국식 도덕의 보편화라고 비판한 니체로 돌아가 보면, 우리는 그의 비판이 옳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즉, 공리주의에 의해 정의된 행복의 목적은 식민통치의 목적과 일치한다. 행복의 핵심은그런 일치의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식민 지배는 타인들을 행복 목적에 따라 살게 만들어야 할 의무로 정당화된다. - P229

이런 집착을 "백인 남자가 황인종 남성에게서 황인종 여성을 구해 주는 것"으로 본 가야트리 스피박의 묘사는 지금도 여전히 놀랄 만큼 정확하다(Spivak 1988: 297[462]).
제국은 비천함에서의 해방으로 정당화된다. 비천함에서의 해방은, 비록 그것이 고통을 야기하더라도, 고통에서의 해방을 의미한다. 그래서밀은 9권에서 식민주의가 원주민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인도에 가져다주는 선the good이 그런 고통을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 P233

결국 개인이 된다는 것은 영국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되기에서 식민화된 타자는, 호미 바바(Bhabha 1994)가 머콜레이의 이 구절을 예리하게 읽어 내며 강렬히 보여 준, "흉내 내는 사람"mimic man다. 행복의 공리주의적 증진은 흉내의 기술을 수반한다. 식민지 엘리트들을 취향, 견해, 도덕과 지성의 측면에서 우리" 처럼" 만들라는 명령인 것이다. 식민 지배자를 흉내 내면서 타자는 행복해지는데, 여기서 행복은행복감을 느낀다는 의미가 아니라 좋은 습관을 획득한다는 의미로, 여기에는 정서적 성향도 포함된다. 즉, 올바른 사물에 의해 올바른 방식으로영향 받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식민 지배자"처럼 된다는 것은 여전히 식민지 주민의 신체와는 뚜렷이 다른 신체에 몸담는다는 의미다. 바바가 보여 주듯 흉내 내기는 혼종 주체를 생산한다. 즉, 거의 같지만 아주 같지는 않은, 거의 같지만 백인은 아닌 주체다(Bhabha 1994: 122[180], 128[186]). 식민지 주민을 위한 행복 공식도 그 "거의"라는 망설임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문을 품게 된다. 거의 행복하지만 아주 행복하지는 않은, 즉 거의 행복하지만 백인은 아닌 주체 말이다. - P236

트레버 필립스는 우리에겐 다민족 사회를 위한 교통법규가 필요합니다」 We Need a Highway Code for aMuti-Ethnic Society(2005)라는 연설에서 제국주의 역사를 그런 측면에서 환기한다. "우리에겐 영국인이 본래 편견이 아주 심한 사람들은 아님을 보여 주는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 섬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어우러지는 제국이라는 것을 창조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제국은 영국인이 "편견이 아주 심한 사람들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어우러질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제국 자체가 행복한 다양성을 지향하는 영국적 성향, 다른 사람들과 섞이고 사랑하고 함께 사는 삶을 향한 성향의 기호가 되는 것이다. - P237

영국인이 된다는 것은 행복의 선물인 제국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식민 지배의 폭력성을 잊으라 혹은 기억하지 말라는 암암리의 명령이 포함된다. - P239

영국 제국은 역사적 현실이었지만 이상이기도 했다. 제국의 이상은 그것을 정당화하는 도덕적 기획에 가담한다. 제국의 이상은 제국이 행복의 선물이라는 도덕적 이해를 통해 재편성됨으로써 유지된다.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것은 이런 유지의 결과들이다. - P241

* 커브슛(감아 차기, 벤딩슛, 회전킥, 바나나킥으로도 불린다)을 의미한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영국의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주특기로, 먼 거리에서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을 피해 날아가는 슛이다. 영화에서 이 기술은 주인공의 목표를 가로막는 걸림돌들을 해결해 줄 수있는 대안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휘어 차기의 대상은 공이기도 하고 주인공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나 꿈이기도 한데, 이를 ‘휘어‘ 찬다는 것은 거추장스런 규범들을 ‘깨뜨리기‘break보다는 ‘구부리며’bend 목표를 이뤄 나가는 유연함을 의미할 수 있다. - P242

이 다른 세계, 축구가 약속하는 자유의 세계는 제스를 백인 소녀와 백인 남성과 친하게 만든다. 자유는 백인성에 근접하는 것으로 나타나는것이다. - P245

우리는 여기서 슬픔을 공유하는 정서적 형식에 대해 알 수 있다. 정서 공동체의 일원이 되려면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특정 대상, 즉 행복 대상을 향한 정향을 공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대상 역시 같아야 한다. 정서 공동체가 상실의 대상들을 공유함으로써, 다시 말해 대상을 올바른 방식으로 놓아줌으로써 만들어진다면, 우울증자는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에 있어 정서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상실을 극복하지 못한 실패가 되고, 이로 인해 계속 잘못된 쪽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증자란, 방향 전환이 필요한 사람, 돌려세워야 하는 사람이다. - P255

아버지가 인종차별에서 받은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크리켓을 하게 하는 사람이 바로 백인 남성인 것이다. 우울증적 이주자를 다시 국가의 울타리안으로 데려오는 사람은 백인이다. 그의 신체가 우리의 전환 지점이다. - P263

행복에서 소외된다는 것은 당신이 겉도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제 힘으로는 그 자리에 섞일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를 "어디든" 섞이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인정은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 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 개인의 추상적 잠재력으로부터의 소외를 수반한다. 그런 자기신념이 없다면 행복은 그가 있는 곳"에서 물러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마치 무엇이든의 상실 안에는 "어디든"의 상실도 포함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행복할 자유란, 비록 판타지라 할지라도, 소수만이 있을 수 있는 "어딘가를 환기하는 것임을 상기하게 된다. 야스민이 자기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다는 것은 이 행복의 "무엇이든"으로부터소외된다는 뜻이다. - P285

행복의 약속이 공허함을 증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통합을 원했던 이주자이기 때문이다. - P288

대상은 그것이 행복에 대한 소망으로 사라지게 할 수 없는 역사들의 지속성을 체화하고 있을 경우 불행해진다. 불행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행복이 다양화된다 해도 정치적 기억(즉, 국가적 시간에서의 현재)에서 적대가 제거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제거될 수도 없다는 것을 탐색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역사들은 뒤로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역사들은 끈질기게 지속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역사의 지속성과 함께하는 우리의 불행을 끈질기게 말해야 한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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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4-20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슈팅라이크베컴을 저렇게 한역했군요! 신인배우 시절의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영화로 기억해요~

햇살과함께 2023-04-20 13:43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키이라 나이틀리 처음 보고 못생겼는데(?) 매력있다? 생각했던 기억이 ㅎㅎ

서곡 2023-04-20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오만과편견도 그렇고 헤벌쭉 웃는 얼굴에 스며들게 되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