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무조건 단어를 덧붙이고 부연하고 강조하는 문장을 썼어요. ‘덧셈의 시기’였죠. 어느 정도 글을 쓰다보니까 중언부언하듯 더한 표현이 외려 본뜻을 가린다는 사실을 자각했죠. 그다음부터는 뺄 궁리를 했어요. ‘뺄셈의 시기‘로 전환됐죠. ‘무얼 빼야 글이 더 명료해질까?’ ‘이 표현이 글에 꼭 필요한가?‘ 퇴고 - P120

할 때 불필요한 단어와 표현을 넣진 않았는지 의심하면서 골라내요. 그러다보면 가장 먼저 지우는 것이 습관적으로 쓴 형용사나 부사예요. ‘따뜻한 국밥‘의 "따뜻한"이나 빠르게 내달렸다‘의 "빠르게"와 같이 동어반복이거나 불필요한 수식이요. - P121

잘 쓴 부사와 접속사가 얼마나 글맛을 살려주는지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글 잘 쓰는 작가들은 형용사와 부사를 능숙하게 부려요. 《시와 산책》을 쓴 한정원 작가도 그런 분이죠. 한구절을 보여드릴게요.

몸을 단번에 일으키고 커튼을 걷으면 아, 눈이 거기 있다. 창을 내내 올려 보다가 내 얼굴이 뜨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손바닥을 힘차게 흔드는 애인처럼.
눈을 그렇게 발견하는 날은, 사랑을 발견한 듯 벅차다.

"단번에" "환하게" "힘차게"와 같이 부사와 형용사가 거듭나오지만 거슬리기보다 말의 운율이 느껴지고 영화의 한 장면이 눈앞에 환하게 그려지는 듯했어요. 글의 흐름을 타고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러니 부사와 형용사를 빼더라도 무엇을 위해 빼고 있는지, 간결한 게 아니라 앙상한 글을 만드는 건 아닌지한 번 더 살펴보세요. ‘글에서 부사와 형용사, 접속사 빼라’라는 주장 뒤에 감춰진 속뜻은, 단순하고 모호하며 표준화된 글을 만들기도 하는 부사와 형용사, 글의 흐름을 이어주는 게 아니라 흐름을 끊어버리는 접속사를 남용하지 않게 주의하라는 뜻입니다. - P123

정리하자면 저의 퇴고 과정에서 첫 번째로 주제 벼리기, 두번째로 적절한 정보 넣기를 한다면 마지막 단계는 제가 ‘실밥 뜯기’라고 명명한 과정을 거칩니다. 글을 말끔하게 만드는 거죠. 글의 틀이 어느 정도 잡혔다 싶으면 이제 소리 내어 읽어봐요. 문장이 길어서 늘어진다 싶으면 단문으로 끊어줍니다. 문 - P144

장이 길게 이어지면 내용 파악이 안 되고 글을 계속 읽게 만드는 리듬이 안 생기거든요. 긴 문장이 있으면 좀 짧은 문장도 넣어주고요. 특정 단어가 너무 중복된다 싶으면 다른 단어로 바꿔주고요.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쓰는 부사가 다들 있죠. 그것도 적절히 덜어내고요. 부사 없이도 문장을 이해하는 데문제가 없다면 부사를 적절히 빼주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 했는데도 글이 어째 재미가 없고 늘어진다 싶으면 단락을 뒤집어서 구성을 바꿔보기도 해요. 한 편의 글이 꼭 시간순일 필요는 없거든요. - P145

제목을 짓는 것은 글에서 내가 쓰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요리조리 점검하는 절차이면서 언어유희를 즐기고 언어의조탁 능력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글 쓰느라고 지쳐서제목 지을 힘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10퍼센트의 에너지를 남겨서 좋은 제목을 짓는 데까지 꼭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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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4-18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10%의 에너지를 할당해야 하는군요.. 역시 제목은 중요해...

햇살과함께 2023-04-18 11:46   좋아요 0 | URL
글 쓸 에너지도 부족 ㅠㅠ
제목 짓기 너무 어려워요.
매번 제목 고민하다 그냥 책 제목만 쓰고 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