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노 1668

발레르 아니, 엘리즈, 날 좋아하는데 대체 무엇이 두렵지요?
엘리즈 오만가지 것들이 다 문제예요. 아버지가 화내실 일, 가족들이 나무랄 일, 세상 사람들이 수군댈 일… 하지만 무엇보다 발레르, 당신 마음이 제일 걱정이에요. 순진한 여성들의 거사랑에 대해 당신네 남자들은 차갑게 등돌리기 일쑤침없는잖아요.
발레르 아! 다른 사람들에 비추어 날 판단하지 말아요. 당신에 대해 소홀한 점이 없는지 의심하려면 차라리 나의 모든 것을 의심하세요. 당신의 그런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군요. 내 목숨 다하도록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 P77

클레앙트 어떻게 하면 좋지? 바로 이런 게 고약한 수전노 아버지를 둔덕분에 젊은이들이 겪는 수난 아닌가. 결국 아들이 아버지 돌아가시기를 바라게 된다면 사람들은 아들을 욕하겠지.
라플레슈 도련님 아버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덕망 있는 사람마저도분노하게 할 만큼 인색하시죠. 제가 다행히도 교수형을 받을 만한 일을 저지르는 취미는 없지만, 자질구레한 못된 일에 관계하곤 하는 동료들도 있지요. 저로서는 약삭빠르게 피해 나와서, 교수대 근처에라도 갈 만한 음모라면 조심스럽게 빠진답니다. 하지만 솔직히 나리 소행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훔치고 싶은 충동이 절로 든다니까요. 훔치는 일이마땅히 존경받을 일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되구요. - P102

브랭다부안 나리, 누가 찾아 왔는데요.
아르파공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오라고 해.
브랭다부안 돈을 가지고 왔다는데요.
아르파공 죄송합니다. 곧 돌아오겠습니다. - P129

몰리에르의 극작 세계의 전반기와 중반기 및 후반기에 걸쳐 집필되고 공연되었던 이 작품들은, 대체로 젊은 남녀의 사랑을 가로막는 여러가지 장애와 그의 극복을 그리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는 그리스 신기 희극과 로마의 갈등 희극에서 유래한 희극의 오랜 테마이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그것을 어렵게 만드는 어른들의 고집으로 인한 갈등,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젊은이들의 기지와 하인 및 주변 인물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희극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작가 당대의 연극 규범을 흡수하여 고전주의 연극으로서의 품격을 갖추어 나가면서도 시대와 사조를초월하여 인간사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몰리에르의 재능이 작품 마다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작품은 나름대로 변별성을 지니면서 몰리에르 희극의 폭을 입증해 준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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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펭의 간계 1671

옥타브 이럴 수가! 어떻게 이 곤경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실베스트르 곤경에 빠지기 전에 빠져나올 일부터 생각해두셨어야죠.
옥타브 아! 쓸데없는 네 설교 때문에 죽겠다.
실베스트 저야말로 도련님 무모한 행동 때문에 죽겠어요.
옥타브 어떻게 할까? 어떻게 결정하지? 어떻게 처리해야만 하나? - P12

제롱트 (돈주머니를 다시 호주머니에 집어 넣고 가려하며) 가, 어서 가서 아들을 찾아와.
스카펭 (뒤를 쫓아가며) 어어! 나리.
제롱트 뭐야?
스카펭 돈은 어디 간 거예요?
제롱트 내가 안 줬나?
스카펭 아뇨, 나리께서 호주머니에 다시 넣으셨잖아요.
제롱트 아! 너무 슬픈 나머지 잠깐 정신이 나갔었군.
스카펭 그러시겠죠. - P51

이아생트 하지만 당신이 더 유리할 수도 있어요. 엉뚱하게도 다른 여자가 나타나서 당신의 사랑을 넘보지는 않잖아요.
제르비네트 애인의 변심이 가장 두려운 일은 아니에요. 상대방의 마음을 붙잡아두는 일에는 자신있으시잖아요. 두 사람의 사랑에 있어 제일 무서운 것은 아버지의 반대죠. 그 앞에서는 아무것도 소용없어요.
이아생트 아! 어째서 순수한 사랑을 가로막는 걸까요? 두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사랑에 장애물만 없다면 얼마나 달콤하겠어!
스카펭 무슨 소리예요. 평탄한 사랑만큼 단조롭고 재미없는 건 없어요. 행복이란 일단 이루어지면 권태로 변하고 말죠. 살다보면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겪게 마련이에요. 어려움이 있어야 의욕도 생기고 즐거움도 커지는 법이라구요. - P54

제롱트 아, 스카펭, 네가 나의 충실한 종이란 걸 증명할 기회야. 제발 날 버리지 마.
스카펭 저도 그러고 싶어요. 제가 나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괴로움을 겪으시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어요?
제롱트 은혜는 꼭 갚겠네, 장담하지. 이 옷도 줄게, 조금 더 입은 다음에. - P57

스카펭 아이구! 이렇게 고마울 데가! 그럼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는 거죠, 나리. 그 몽둥이….
제롱트 그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마, 모두 용서했어. 이제 끝난일이야.
스카펭 아! 나리, 그 말씀을 들으니 이제 좀 마음이 놓이는군요.
제롱트 그래, 하지만 너를 용서하는 것은 네가 죽는다는 조건하에서야..
스카펭 뭐라구요, 나리?
제롱트 네가 살아난다면 용서를 취소하겠어.
스카펭 아이고, 아야! 또 다시 힘이 빠져나가는구나.
아르강트 제롱트 씨, 이렇게 경사스럽고 기쁜 날, 아무런 조건 없이 용서해 주시는 게 어떨까요?
제롱트 알겠습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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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을 살면서나를 수렁에서 건져줄적어도 내가 수렁에 빠져있음을 깨닫게 해줄한두 명의 좋은 인연이나 한두 번의 좋은 기회가 필요한 것 같다(나에게는 어떤 인연이나 기회가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고약한 친형 밑에서 모멸감을 견디며 일하던 무일푼의 윌리엄에게 헌스던 씨가 필요했듯잠재력을 펼치지 못하고 있던 프랜시스에게 윌리엄은 그런 사람이다물론 그런 인연이나 기회를 발판으로 원하는 직업을 쟁취하고 재력을 형성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가꾸는 것은 그들의 성정과 노력과 분별심과 독립심과 상호존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샬럿 브론테는 남성 주인공에게 우울증과 여성적인 부드러움을여성 인물에게 남성적인 기질과 일종의 폭력성을 부여하여 그 당시 성별 관념을 뒤집고윌리엄의 아내가 된 프랜시스를 통해 결혼 이후에도 독립적인 자기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희망찬 여성상을 창조한다또 마지막에 잠깐 언급된 헌스던 씨가 결혼하고 싶었던 여성에 대한 언급을 통해 – 그 당시 가능하지 않았을 – 가부장제 남성 중심 사회의 사슬을 벗어난 여성의 삶에 대한 이상향, 상상력을 발휘한다.


윌리엄의 성격처럼 차분하고 잔잔한 인생이 펼쳐지는 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그 속에 내가 파악하지 못한 더 많은 꿈틀거림이 있겠지.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같이 보면서 숨겨진 장치들을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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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11-08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교수를 읽고 글을 썼는데, 햇살과함께 님 글 보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읽으시기에 반가워서 친구 신청했습니다. 반갑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2-11-08 22:38   좋아요 1 | URL
수하님 저도 반갑습니다^^ 여성주의 책 읽기 열심히 하시는 멤버이시죠! 부지런히 같이 읽어볼게요^^

바람돌이 2022-11-08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자꾸 다락방 책 이야기가 올라오니까 저도 막 다락방 읽으면서 19세기 여성작가들 책 읽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일단은 11월에 여성작가들 책 최대한 읽고 12월에 다락방 읽을 계획이었는데 말이죠. ^^

햇살과함께 2022-11-08 22:43   좋아요 2 | URL
다락방 들고 다닐수가 없어서 10월부터 시작했으나 주말에 놀러다니느라 진도가 영~~ 퇴근하고 저녁에 틈틈이 읽어야 완독할 수 있을것 같아요:;; 바람돌이님은 12월에 시작하셔도 가능하실거에요!
 

한 주간의 휴가가 물 흐르듯 지나갔고 우리는 다시 일에 착수했다. 아내와 나는 우리가 일하는 사람들이고 노력해서 빵을 벌어야 할 운명이며 아주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참으로 진지하게 일을 시작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철저히 일로 짜여 있었다. 우리는 아침 8시에 헤어져서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의 소란스럽고 바쁜 나날들을 그토록 달콤한 휴식에는 견줄 수가 없었다! 기억 속을 들여다보면 그 작은 거실에서 보낸 저녁 시간이 과거 저물 녘의 이마를 둘러싸고 있는 길다란 루비끈처럼 보인다. 세공한 보석처럼 늘 그대로의 모습이었지만 그것은 하나하나 찬란하게 타오르는 보석이었다. - P323

이 크림즈워스 부인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다른 여자가 되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여전했다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그녀는 너무나 달라져서 나는 내게 아내가 둘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결혼할 때 그녀의 본질적인 능력은 이미 드러났지만, 그것은 여전히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다른 능력이 힘차게 튀어나와 가지를 멀리 뻗고 나무의 외적인 특성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단호함과 활동성과 모험심은 빽빽한 잎사귀와 시적 감수성과 열정으로 덮여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거기서 꽃은 피어났고, 늦된 성장과 가혹한 자연의 심술 아래에서도 순수함을 유지했으며 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아마도 이 세상에 그런 꽃이 있다는 비밀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만, 이 꽃들은 내게 언제든지 더없이 훌륭한 향기를 뿜어 주었고 찬란하고 품위 있는 아름다움을 선물로 주었다. - P327

「이 여자가 당신이 결혼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던 사람인가요?」
「분명 결혼하고 싶어했지, 그리고 <하지 않았다>는 건 <할수 없었다>는 데 대한 증거겠지.」
그는 이제 프랜시스가 쥐고 있는 그 조각상을 다시 손에 넣고는 감추어 버렸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코트로 가리고 단추를 채운 뒤 그는 프랜시스에게 물었다.
「루시아가 한때 분명 사슬에 매여 있었지만 그걸 끊어 버렸다고 확신해요.」 이상한 대답이었다. 결혼의 사슬이라는 뜻은 아니고요.」 그녀는 잘못 알아들을까봐 걱정했는지 말을 정정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어떤 종류의 사회적인 사슬이란 말이었어요. 그 얼굴은 견디기 힘든 구속 아래에서 어떤 격렬하고 가치 있는 능력을 얻어 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일에 성공하고 승리한 사람의 얼굴이에요. 루시아의 능력이 자유로워졌을 때, 그 능력이 넓은 날개를 활짝 펴고 그녀를보다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갔다고 확신해요.」
「어디보다요?」 헌스턴이 물었다.
「당신이 따를 수 있는 <관습>보다 더 높은 곳.」
「아주 짓궂어졌어요, 무례하시구먼.」
「루시아는 무대에 당당히 섰어요.」 프랜시스가 계속했다.
「당신은 그녀와 결혼하는 것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고요. 당신은 그녀의 독특함과 대담함, 몸과 정신의 에너지를 찬양했겠죠. 그녀의 자질, 그게 뭐든지 간에, 노래든 춤이든 연극적 표현이든 당신은 그걸 좋아했어요. 그녀의 아름다움을 숭배했고 그 아름다움은 당신 자신의 마음이 동하는 그런 종류였어요. 하지만 그녀는 당신이 아내로 삼을 생각도 하지 않는 그런 영역을 가득 채웠어요.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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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건 생기지도 않을 나쁜 일을 네가두려워해서야!> 저 엄격한 감시자 양심은 이렇게 대답했다. <생길 수도 있어. 너도 알고 있잖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 내 말을 따르면, 결핍의 구렁에서조차 나는 네가 단단하게 뿌리내리도록 심어 주겠어.> 그리고 길을 따라 빨리 걸어가다 이상하게 내심 느껴지는, 보이지는 않아도 모든 곳에 나타나는 어떤 위대한 존재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관대함으로 오직 내 행복만을 바라고, 내 마음속에서 선과 악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내가 그의 목소리를 좇아 내 양심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지 아니면 내가 길을 잃게 하려고 애쓰는 그의 원수이자 내 원수인 악한 영의 궤변에 귀기울이는지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이 암시하는 길은 거칠고 가팔랐고, 유혹이 꽃을 뿌려 놓은 녹색의 길은 이끼가 끼어 있는 내리막길이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친구인 사랑의 신은 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울퉁불퉁한 오르막을 향하면 아주 기뻐 미소를 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벨벳이 깔린 내리막으로 마음이 향하면 인간을 증오하고 신에게 대드는 악마의 이마에 승리의 번득임이 지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갑작스레 길을 꺾었고 재빨리 발길을 되짚었다. 30분이 안 되어 나는 다시 플레 씨의 학교에 돌아와 있었다. 그의 서재에서 그를 찾아보았다. 짧은 회담과 간단한 설명으로 충분했다. 내가 확고하다는 것이 태도로 드러났고 아마도 그는 마음속으로는 내 결정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20분 간의 대화가 끝난 뒤 다른 사람을 구할 한 주라는 짧은 기간을 예고하고, 나는 내 방에 다시 돌아와서 가재도구들을 스스로 내놓았고 현재의 집에서 떠날 것을 스스로 선고했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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