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건 생기지도 않을 나쁜 일을 네가두려워해서야!> 저 엄격한 감시자 양심은 이렇게 대답했다. <생길 수도 있어. 너도 알고 있잖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 내 말을 따르면, 결핍의 구렁에서조차 나는 네가 단단하게 뿌리내리도록 심어 주겠어.> 그리고 길을 따라 빨리 걸어가다 이상하게 내심 느껴지는, 보이지는 않아도 모든 곳에 나타나는 어떤 위대한 존재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관대함으로 오직 내 행복만을 바라고, 내 마음속에서 선과 악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내가 그의 목소리를 좇아 내 양심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지 아니면 내가 길을 잃게 하려고 애쓰는 그의 원수이자 내 원수인 악한 영의 궤변에 귀기울이는지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이 암시하는 길은 거칠고 가팔랐고, 유혹이 꽃을 뿌려 놓은 녹색의 길은 이끼가 끼어 있는 내리막길이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친구인 사랑의 신은 내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울퉁불퉁한 오르막을 향하면 아주 기뻐 미소를 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벨벳이 깔린 내리막으로 마음이 향하면 인간을 증오하고 신에게 대드는 악마의 이마에 승리의 번득임이 지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갑작스레 길을 꺾었고 재빨리 발길을 되짚었다. 30분이 안 되어 나는 다시 플레 씨의 학교에 돌아와 있었다. 그의 서재에서 그를 찾아보았다. 짧은 회담과 간단한 설명으로 충분했다. 내가 확고하다는 것이 태도로 드러났고 아마도 그는 마음속으로는 내 결정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20분 간의 대화가 끝난 뒤 다른 사람을 구할 한 주라는 짧은 기간을 예고하고, 나는 내 방에 다시 돌아와서 가재도구들을 스스로 내놓았고 현재의 집에서 떠날 것을 스스로 선고했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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