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들어설 무렵, 천문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별 중 절반쯤은 사실중력으로 하나로 묶인 두 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부분의 쌍성은 마치쌍둥이처럼 하나의 기체 및 먼지 구름에서 형성되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 쌍성들은 따로따로 생겨났다가 나중에 발달 과정에서 중력으로 묶인 경우다. 한편 나머지 절반의 별들은 평생 독신이다. 카이퍼는 쌍성에 집중하기로 했다. 쌍성을 살펴보면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태양에 묶이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 P212

과학사의 모든 발견이 그렇듯이, 카이퍼는 자신보다 앞선 시대와 다른 장소에서 누군가가 했던 연구를 뒤이어서 하고 있었다. - P213

1949년, 카이퍼는 우리 태양계가 전혀 특별하지 않다고 선언함으로써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모든 별의 절반 정도가 자신만의 행성 가족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세계라고?
우주에 수 조 개의 가능한 세계들이 있다면 어떨까? - P217

머리 위의 하늘이 더는 안전하지 않았다. 미국을 정찰하고 핵무기를 보낼수 있는 지구 궤도라는 새로운 경로가 생겨났다. 이제 지구에서 정찰이나 공격에 안전한 장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도 얼른 우주 프로그램을 진행해야했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은 스푸트니크로부터 1년도 안 된 1958년에 설립되었다.
스푸트니크의 부산물이 또 하나 있었다. 과학이 마침내 카이퍼가 오래전부터 보아 왔던 방식으로 지구를 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하나의 행성으로, 지금 우리에게는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목숨을 건 광신적 국가주의가 횡행하던 시절에는 이 깨달음이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충격이었다. - P231

제러드 카이퍼와 해럴드 유리는 1995년 최초의 외계 행성이 관측되는것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칼은 이듬해 죽었다. NASA의 케플러 임무와 여러천문대의 관측이 다른 별을 도는 행성을 수천 개나 확인해 내기 한참 전이었다. 세 사람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 덕분에, 이제 우리는 별이 진화하고 그 기체와 먼지 구름으로부터 행성과 위성이 뭉쳐지는 데는, 즉 항성계가 형성되는데는 수백만 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물론 긴 잉태 기간이지만, 결코 드문 사건은 아니다. 우리 은하에서도 대충 한 달에 한 번 그런 일이 벌어진다. 아마도 1조 개의 은하들로 이루어졌고 10해 개의 별들을 담고 있을 가시 우주 전체에서는 1초에 1,000개씩 새 항성계가 태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손가락을 딱 튕겨 보라. 그 순간, 1,000개의 새 항성계가 생겨났다.
딱. 또 1,000개의 새 항성계가…….
딱. 또 1,000개의 새 항성계가…….
딱, 또 1,000개의 새 항성계가…….
딱. 딱. 딱. - P2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주의 기혼자 퇴직법.. 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유부녀 퇴직법.

‘모든 여성 공무원은 결혼과 동시에 연방 기관에서 퇴직한다‘라는 연방공무원법 49조 2항이 1966년에서야 폐지가 되었단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동시에 퇴직하고, 일부는 결혼을 숨기거나 동거를 숨기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방법들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이제 50년 전보다 일하는 여성의 수가 크게 늘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여자 연방 총리, 여자 총독, 몇 안 되는 오스트레일리아 200대 상장 기업의 여성 CEO들이 생겼다.
한편,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슈퍼우먼’세대 또한 낳았다. 이 여성들은 ‘수컷들’의 노동 세계로 제대로 진입하기는 했지만 (그에 상응하여) 가정 내 여성들의 노동 세계에서는 남성들의 노동 세계에 진입한 만큼 퇴각하지 못했다. 이들 슈퍼우먼은 그냥 두 가지를 다 하고 있다.
현대의 일하는 엄마들 다수에게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에서 자신을 혹사시키는 영광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 ‘오스트레일리아 일과 생활 지수(Australian Work andLife Index)‘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일하는 엄마들 중에 자주 혹은 늘 스트레스를 받고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 P106

우리가 가정 내 노동에 가치를 부여하려면 제대로 부여해야 한다. 즉, 여자들이 가사 노동의 대가를 못 받는다고 통탄만 할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남성들에게 가사 노동을 별로 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 P109

일을 그만두는 것이 꽤 유용한 행보가 될 수도 있다. 일이 아무리 힘들고 짜증 나도 그 일의 싫은 점에 대해 징징거릴 뿐, 일을 계속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어쩌면 실제로 그만둬서 안정적인 직업과 소득을 잃어도 괜찮을 정도로 그 일을 싫어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거라면 혼자서 징징대는 게 비용 대비 만족할 만한 대안이기도 하다. - P113

남자들이 아버지 역할을 정말로 하고 싶을 때, 그들은 거짓말을 합니다. 딸아이의 수영 대회에 가면서 신경 치료를 받으러 가는 척하는 거죠.
아빠들이 왜 육아휴직은 안 쓰냐고요? 대부분의 조직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CEO부터 육아휴직을 써야 합니다. 그럼 달라질 겁니다. 정말로 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9시 전에는 출근하지 마라. 오후 5시 이후에는 회의를 잡지 않는다"고 말하세요. - P133

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시달림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성별보다는 직장에서 구성원들이 전통적인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와 관련었다. 시달림을 가장 적게 받는 부류는 아이가 있지만 아이에 대한 통상적인 책임만 지는 남성과 아이가 있으면서 통상적인 책임 이상을 지는 여성들이었다. 더 큰 어려움이 있는 부류는 아이가 없는 여성들과 아이를 돌보고 있는 남성들이었다. 아이가 없는 여성들은 냉정하고 무심한 사람으로 평가받았고, 아이를 돌보고 있는 남성들은 유약하다고 여겼다. - P148

인간은 꽤 복잡한 존재이다. 어떤 일련의 행동 때문에 시달림을 받는다는 확신이 들면 피할 수 있는 한 그 행동을 대개 피한다. 따라서 아이를 데리러 가느라 직장에서 일찍 나가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할 때, 직장 내에서 보이는 낮은 수준의 반응들은 후속결정을 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P149

요즘 일터에서 벌어지는 불평등에 대해 똑 부러지게 의견을 표현하고 논리적으로 따지며 아는 것도 많은 현대 여성들조차 ‘모든 여성 공무원은 결혼과 동시에 연방 기관에서 퇴직한다‘라는 예전 연방공무원법 49조 2항의 항목을 보면 말문이 막힐 것이다. - P154

기혼자 퇴직법은 연방 정부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법의 정신은 웨스트민스터법*에서 시작되었다. 웨스트민스터법은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입법 구조를 세우는 데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쳤고, 영국 여성 공무원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항이 있었다. - P155

법무부 장관: 채프먼 하원 의원께서는 결혼한 여성도 공직에서 계속 일하게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상으로도 이미 입증되었고요. 채프먼 하원 의원께서 이의를 제기하신 조항은 일반적으로 공직에서 적용되고 있는 조항입니다.
채프먼: 그럼 남자도 결혼하면 해고하지 그래요?

채프먼 하원 의원이 마지막에 던진 돈키호테 같은 반격을 끝으로 해당 법안은 표결에 부쳐졌다. 채프먼이 낸 수정안은 35 대6으로 대패했고, 결국 기혼자 퇴직법은 통과되었다. 채프먼의 무덤을 알아내서 이 사랑스러운 양반 무덤에 엄청 큰 꽃다발을 하나 놓고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바로 의회 회의록에 있는 이 부분 때문에 말이다. - P161

당시 이와 유사한 여러 토론회에서 여성의 동일임금 지급에 대한 사안이 자주 등장했다. 단, 동일임금을 찬성하는 쪽들은 여성이 임금을 적게 받는 게 불공평하다고 느껴서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들은 여성의 값싼 노동력이 남성의 임금을 헐값으로 떨어뜨릴까 봐 두려워서 동일임금을 주장한 것이다. - P162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너무 자세히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 이유는 거의 50년 전에는 남자에게 아내라는 믿을 만한 존재를 확실하게 제공해줘야 했고, 그게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아내란 바깥일에 정신이 팔려서 음식을 태워먹는 정신 나간 직장 여성은 아니었다. - P169

남자에게 결혼은 소득 증가를 의미한다. 이런 현상을 ‘결혼 프리미엄‘이라고 하는데, 여러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결혼한 남자들은 미혼인 남자들보다 평균적으로 약 15퍼센트 더 많이 번다. - P171

이것이 바로 전문화인데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는 매우 효율적이다. 한 팀인 우리는 선물 포장과 정보 통신 기술 두 분야에서 뛰어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만약 헤어지게 되면 나는 영화를 영영 못 보고 제레미는 실망스러운 생일 파티 손님이 될 것이다. 이혼이 그토록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심코 시작했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절대적인 능력이 되어버린 전담 노동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끝나버린 사랑 때문에도 괴롭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배워야 할 때 삶은 더욱 구차해진다. - P174

결혼이 여성의 취업 전망에 영향을 미칠까? ‘별 영향이 없다‘가 가장 맞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남성은 결혼이라는 행복한 사건 이후 소득 부문에서 결혼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전혀 없다. 그리고 여성에게 획기적이고 중대한 변화는 결혼이 아니라 출산 이후에 찾아온다. - P176

반면 여성에게 부모라는 입장은 역효과를 가져온다. 사실 아이가 없는 여성은 아이가 없는 남성만큼 돈을 번다(재직 기간 40년동안 190만 달러를 벌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소득은 130만달러로 떨어진다. 아이가 없는 여성보다 60만 달러, 아이가 있는 남성보다는 총 120만 달러나 적게 벌게 된다. - P176

여자 둘이 서로 경쟁 상대인 경우, 즉 한 여자는 아이가 있고 다른 여자는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이력서로 쉽게 추론해낼 수있을 때 아이가 있는 여자가 모든 부분에서 상대에게 밀렸다. - P177

따라서 아이의 존재는 여성이 직업을 가질 확률을 떨어뜨렸고, 신뢰도나 승진 가능성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 P178

전반적으로 적합성이 하락했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남성은 가정을 이룬 사실이 경쟁 우위로 작용했다. 묘하게도 여성에게는 조심스럽게 밝힌 아이의 존재가 헌신성 부족이나 승진 자격 미달 등의 의혹을 가져온 반면, 남성에게는 아이의 존재가 그런 의혹을 한번에 해결해주었다.
어째서 ‘아이‘라는 똑같은 요인에도 남성과 여성의 결과가 이토록 다르게 나올까? 물론 처음부터 여성과 남성을 바라보는 전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여성과 남성의 행동 양상을 추측할 때 다른 전제 기준을 가지고 바라볼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처럼 일터에서 남녀를 차별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환경이라도 말이다. - P179

남자는 경기 침체 때문에 일자리에 지장을 받지만 여자는 가족 때문에 지장을 받는다. - P180

오스트레일리아의 남녀가 전 세계 남녀보다 집에서 일을 많이하는 이유는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저임금 가사 노동 서비스 문화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은 남녀 모두 오스트레일리아보다 가사 노동을 적게 하지만 사회 최하위 계층의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공산이 훨씬 크다. 어쨌거나 미국의 가사 노동자 중 여성의 비율이 94퍼센트이므로 성 인지 통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가사 도우미 고용은 수많은 변수를 초래한다. 인종 변수가 그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전미가사노동자연맹이 2012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백인 가사 도우미가 시급 12달러의 중위임금을 번다고 하면 흑인 및 라틴계 가사 도우미들은10달러, 아시아계는 8.33달러를 번다. - P192

사실 집 밖의 변화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집 안의 변화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가 않다. - P193

분석 결과, 이혼 즉시 남자의 가사 노동량은 주당 약 10시간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 여성에게 이혼은 남성과는 상당히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남편과 이혼한 후에 집안일을 일주일에 6시간 덜 했기 때문이다. - P199

연구 결과, 평균적으로 여성은 가계 예산에 1퍼센트를 기여할 때마다 집안일을 일주일에 17분씩 덜 했다. 따라서 남편이 9만 9,000달러를 벌고 아내가 밖에 나가서 1,000달러를 받는 임시직을 얻으면, 아내는 일주일에 17분 가사 노동을 덜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여도가 1퍼센트 더 증가하면 집안일을 추가로 17분 줄일 수 있다. 여기까지는 교환 협상 이론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유급노동이 무급 노동과 교환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 중 한쪽을 더 많이 하면 나머지 한쪽을 덜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은 여성의 기여도가 가계 총소득의 66.6퍼센트에 도달할 때까지만 유효했다. 여자가 그 이상 벌기 시작하면 무급 노동의 양이 다시 늘어났다. 가족의 주요 생계부양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되면 여성은 교환 협상 모델이 예측한 것과 정반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즉, 유급 노동으로 돈을 많이벌수록 여자는 다시 집안일을 점점 늘렸다. - P201

그런데 흥미롭게도 미국의 경우는 달랐다. 미국은 아내들이 돈을 많이 벌수록 가사 노동 시간을 줄였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달리 미국 여성들에게는 기이한 악마의 숫자, 즉 66.6퍼센트의 반전이 없었다. 대신 미국은 남편들이 집안일에서 손을 놓았다. 아내가 돈을 더 많이 벌면, 미국에서는 남편들이 아내와 소득 수준이 같아질 때까지 가사 노동 비율을 계속 늘려갔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아내의 소득을 따라잡지 못하면, 남편들은 손을 놓고 다시 가사 노동을 줄여버렸다. - P203

"오스트레일리아 여성들은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벌면 집안일을 더욱 많이 했다. 마치 아내가 가정 생계를 책임지고 남편이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게 된 ‘성 역할 일탈‘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이 말이다. 반면 오스트레일리아 남성들의 가사 노동 참여는 아내의 소득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 P2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썼다. "의사는 환자의 모든 것을, 그의 식단과 환경을 다조사해야 한다. 최고의 의사는 병을 예방하는 사람이다. 모든 문제는 자연적인 원인에서 생긴다." 이 통찰 하나만으로도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하지만, 히포크라테스는 그 이상이었다. 그는 환자가 심리적 어려움도 겪을 수있음을 인식했고, 의사에게는 특수한 윤리적 임무가 있다는 것도 인식했다. 그리고 그는 의사들이 지켜야 할 기풍을 성문화했다. - P179

브로카는 뇌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킨 선각자였다. 하지만 칼이 지적했듯이, 그런 브로카도 자기 시대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브로카는 남자가 여자보다 정신적으로 우월하다고 믿었고, 백인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다. 칼은 이렇게 썼다. "브로카에게 인도주의적 사상이 부족했다는 사실은 그처럼 지식의 자유로운 추구에 헌신했던 인물이라도 뿌리 박힌 편견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 P186

신경 세포는 인간을 포함해 동물계의 거의 모든 종에서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 단위다. 신경 세포의 성질은 종마다 차이가 거의 없지만, 개수는 종에따라 어마어마하게 차이 난다. 요즘 과학자들은 뇌전증이 뇌에 있는 신경 세포의 이온 통로가 엉뚱하게 점화하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일 것이라고 본다.
생각해 보라. 미생물 매트와 아이작 뉴턴 사이에는 진화의 수억 년 세월이 놓여 있다. 그런데도 그들이 하는 ‘생각‘의 기본 단위가 같다니. 약 40억 년전에 미생물들이 개척했던 메시지 전달 체계가 아직 우리 안에 있다니. 그 체계는 우리 유전자에 기록되어 생명의 책 안에 새겨져 있다. 여러분의 심장이뛰는 것도, 여러분의 뇌가 생각하는 것도 다 그 옛날 미생물들이 한데 모여서 낱낱의 합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미래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 P1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표지 앞뒤의 간지를 보면 저자의 집 사진이 나오는데, 벽이나 가구가 모두 화이트 톤이고, 밖으로 나와 있는 살림살이가 거의 없는 모델하우스 같다. 물론 촬영을 위해 정리도 좀 했겠지만..

 

저자가 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시도하다 실패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집에서 직접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극단적으로 하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소모되어 지치기도 하면서 점점 가족의 일상생활에서 실행가능한 수준으로 맞춰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쓰레기 제로 생활방식은 단기간에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평생에 걸친 일상적인 습관으로 자리잡아야 하는 것이므로, 각자의 사정과 시간, 체력에 맞추어 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혼자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같이 사는 가족들도 이런 생활방식에 동의하고 동참해야 가능한 것이다. 저자의 가족은 그런 점에서 남편 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기에 쓰레기 제로 생활방식을 정착시킬 수 있었다. 특히, 저자의 남편은 지속가능성 컨설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었으리라.

 

 

 

저자가 강조하는 쓰레기 제로 생활방식을 위한 5단계는 다음과 같다.

 

 

 

1.     (필요하지 않은 것을) 거절하기

2.     (필요한 것을) 줄이기

3.     (소비한 것을) 재사용하기

4.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을) 재활용하기

5.     나머지는 썩히기(퇴비화)

 

많은 이들이 쓰레기 제로라고 하면 먼저 재활용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는 우리를 위한 위안이자 기만일 뿐, 조금만 생각해도 재활용이 해결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재활용 구분 없이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미국인들을 야만적으로 바라보며, 우리는 재활용을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한국은 가정에서의 재활용 비율은 높으나, 실제 최종적으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아주 낮다는 기사도 접한 적이 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로 인해 배달/포장이 증가하고, 카페에서도 무조건 일회용 잔에 음료를 제공하는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저자의 강조처럼, 재활용은 폐기물 처리의 대안일 뿐이며, 재활용 이전에 1~3단계의 실천을 통하여 아예 쓰레기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챕터별로 장보기, 욕실과 화장품, 침실과 옷장, 살림, 일터, 학교, 인간관계, 외식과 외출, 사회적 참여에서 위 5단계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자세한 실천 정보가 나와 있다. 저자처럼 화장품이나 치약을 직접 만들어 쓰는 수준까지 실행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거절하고 줄이고 재사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자 한다.

 

거절하기가 가장 중요한데,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처럼, 누군가 공짜로 준다면 필요 여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져오는 유혹을 피하지 못한다. 길거리, 행사장 등에서 주는 볼펜, 연필, 팜플렛, 파일 등등 집에서 쓰지도 않은 채 쌓여 있거나 바로 재활용 통으로 직행한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집으로 들어올 물건을 과감히 차단해야 한다. 공짜 볼펜이라고 받아 오지 말자. 쓰지 않을 다이어리, 수첩은 거절하자. 그러나, 집에 들어오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장보기, 주방에서 발생한다. 매주 버리는 재활용 쓰레기의 대부분은 마트에서 사온 과일이 담긴 프라스틱이나 종이상자, 야채가 담긴 비닐, 고기가 담긴 스티로폼, 플라스틱 우유통, 맥주캔이다. 이런 쓰레기를 줄이려면 마트나 유기농 매장(한살림 등 유기농 매장도 식품은 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에 담겨 있으니,,)이 아니라 저자처럼 벌크로 파는 매장(이런 데가 있나?)이나 전통시장(요즘은 시장도 대부분은 포장이 되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비닐에 담아주기 전에 잽싸게 장바구니를 내밀어야 한다)을 이용해야 한다. 이걸 실천하기는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맥주를 줄여야 하나지금 내가 하는 수준은 휴대용 장바구니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비닐봉지 받은 걸 줄이는 수준이다. 미미하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노력으로 가능할 것 같다. 사놓고 먹지 않아 버리는 음식물 없애기, 냉장고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으로 요리하기, 야채나 과일을 시들기 전에 먹어서 버리는 재료 줄이기.

장보기에서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이 밖에도 쉽게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게 너무 많다. 주방이나 욕실에서 물 사용 줄이기, 구매하기 보다 빌려쓰기, 꼭 필요하다면 새 제품보다 중고제품 구매하기, 자동차 보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휴지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생수 대신 물병 사용하기, 텀블러 들고 다니기, 회사에서 머그컵 사용하기, 보고서는 프린트하지 않고 모니터로 보기, 이면지 사용하기 등등. 중요한 것은, 사기 전에, 쓰기 전에 쓰레기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모두는 덜 소비하고, 덜 일하고, 더 제대로 살 수 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아 2022-02-26 13: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는 끝도 없이 물건을 만들어내고 소비를 부추기는데 환경을 생각해서 사회적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 왔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문장에 특히 공감합니다👍

햇살과함께 2022-02-26 14:10   좋아요 4 | URL
페미니즘처럼 환경문제도 전복적 사고와 행동이 필요한 문제이죠. 절대적 소비를 줄이는 게 출발인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2-02-26 14: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쓰레기 줄이기. 일단 소비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용을 알차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구매한 것은 최대한 유용하게 쓰기. 안 그럴 거면 안 사기. 책 구매해놓고 안 읽는 것들은 에구 ㅠㅠ 저는 냉장고와 냉동실이 가뿐하게 비워져 갈 때 희열 씨가 옵니다 ㅎㅎ 냉장고 안 식재료들 안 썩히고 알뜰히 요리조리 만들어 먹기! 맛은 책임 못 져요.

햇살과함께 2022-02-26 14:14   좋아요 4 | URL
맞아요, 사용을 따져가며 소비 하기. 책에 대해선 저도;;;; 중고책이 있는 건 가급적 중고로 산다는, 책 말고 다른 건 잘 안산다는 핑계를 ㅋㅋ

mini74 2022-02-26 14: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그래도 중고책이 잘 되어 있어 좋은거 같아요. 덜 소비하기 ! 기억하겠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2-02-27 12:07   좋아요 2 | URL
중고책이라 더 마음껏 산다는 게 문제일까요 ㅎㅎ 도서관 이용도 더 자주 해야겠어요~

바람돌이 2022-02-27 0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우리집 냉장고에 생각이 미치면서 막막 죄책감이 올라오는 글입니다. 마지막 문장 항상 기억하고 살아야지 또 결심 결심합니다. ^^;;

햇살과함께 2022-02-27 12:08   좋아요 2 | URL
주말에 책도 파먹고 냉장고도 부지런히 파먹어야겠어요 ㅋㅋ
 

가령 여성 드레스에 주머니에 무얼 담지 못하도록 19세기 이후 사라진 주머니를 달아 주고, 조명받지 못한 여성 몸의 수난사로서 낙태 광경을 그림으로 남겨 주고, 결혼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여성의 손에 책을 쥐여 주며 그 책의 28쪽에 영감을 주고받은 상대의 얼굴을 삽화처럼 그려 준다. - P135

엘로이즈는 존재감이란 그저 진실되지 않은 순간들로 이루어지는 거라는 마리안느의 말을 망설임 없이 반박하며 어떤 감정은 아주 깊다고, 이 초상화는 나를 닮지도 않았고 더구나 당신을 닮지도 않아 슬프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확히 영화의 진심을 밝힌다.
"우리는 같은 위치, 아주 동등한 위치에 있어요."
젠더정체성 문제를 꾸준히 다룬 셀린 시아마 감독은 학예의 여신으로 불리는 ‘뮤즈‘는 거짓 개념이라는 데서 이 영화를 출발했다고 말하며 "뮤즈란 그들이 공동 창작자라는 걸 숨기기 위해 정형화되고 말을 잃은 여성으로 단순화한 것이라는 걸 보여 주는" 영화라고 발표했다. - P138

기존의 ‘뮤즈‘는 남성 예술가의 시각으로 탄생했고 역사 속 수많은 사례가 이를 말해 주지 않는가. 다시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엘로이즈는 자진하여 포즈를 취하고 시종 자신을 주시하는 마리안느를 옆으로 오게 해 눈을 응시한다.
"당신이 나를 보는 동안 나는 누구를 보나요?" - P1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