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여성 드레스에 주머니에 무얼 담지 못하도록 19세기 이후 사라진 주머니를 달아 주고, 조명받지 못한 여성 몸의 수난사로서 낙태 광경을 그림으로 남겨 주고, 결혼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여성의 손에 책을 쥐여 주며 그 책의 28쪽에 영감을 주고받은 상대의 얼굴을 삽화처럼 그려 준다. - P135

엘로이즈는 존재감이란 그저 진실되지 않은 순간들로 이루어지는 거라는 마리안느의 말을 망설임 없이 반박하며 어떤 감정은 아주 깊다고, 이 초상화는 나를 닮지도 않았고 더구나 당신을 닮지도 않아 슬프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확히 영화의 진심을 밝힌다.
"우리는 같은 위치, 아주 동등한 위치에 있어요."
젠더정체성 문제를 꾸준히 다룬 셀린 시아마 감독은 학예의 여신으로 불리는 ‘뮤즈‘는 거짓 개념이라는 데서 이 영화를 출발했다고 말하며 "뮤즈란 그들이 공동 창작자라는 걸 숨기기 위해 정형화되고 말을 잃은 여성으로 단순화한 것이라는 걸 보여 주는" 영화라고 발표했다. - P138

기존의 ‘뮤즈‘는 남성 예술가의 시각으로 탄생했고 역사 속 수많은 사례가 이를 말해 주지 않는가. 다시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엘로이즈는 자진하여 포즈를 취하고 시종 자신을 주시하는 마리안느를 옆으로 오게 해 눈을 응시한다.
"당신이 나를 보는 동안 나는 누구를 보나요?"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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