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 이데올로기를 포함한 체제가 상호 격리돼 있었던 미소 냉전시대와는 달리 미국은 국가자본주의국 중국과 선두를 다투는 자본주의체제 내적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 P6
그 동서 냉전의 동아시아태평양체제를 완결 지은 것이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이었다. 2차 세계대전(아시아태평양전쟁)을 끝내고 새로운 전후체제(국제질서 재편) 출범을 알린 그 조약에 49개국이 서명했지만, 사실상 미국과 일본 간의 단독 강화조약에 가까웠다. 강화조약이란 전쟁범죄 배상·사죄와 재발 방지 약속을 근간으로 하는 것인데, 최대 피해국이자 교전국인 중국(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 모두)도 한국·북한도 강화회의에 초청조차 받지 못했으며 연합국의 일원이었던 소련은 서명을 거부했다. 전범국이자 패전국인 일본을 미국 최대의 동맹국(강화조약 체결과 동시에 주일미군의 영구 주둔을 보장한 미일안전보장조약을 체결했다)으로 격상시켜 사실상 전승국 지위를 부여한 그 조약으로, 일본은 전후 최대 수혜국이 돼 번영을 구가하게 된 반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이웃 나라들은 분단과 영토분쟁 등에 시달리며 미일동맹에 적대하거나 거기에 종속된 하부체제로 전락했다. - P6
미국은 연합국들과의 협의 없이 패전국과 강화회의를 열지 않는다는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강화조약을 진행했다. 유럽에서와는 달리 동아시아에선 미국에 시비 걸 나라가 없었다. - P9
분단된 남쪽 한국은 그 일본을 지키기 위한 기지였으며(이것이 한·미·일 삼각 공조의 본질이다), 독도는 쿠릴열도부터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스프래틀리로 이어지는 애치슨라인 섬들, 일본을 지키는 쐐기들의 하나였다. - P10
마치 원폭피해를 앞세워 침략자로서의 가해자 일본을 지우고 희생자 일본을 강조하듯. 따라서 우리는 이런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즉 아베 등 일본 우파의 일본인 납치문제 선결 요구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풀지 않기 의해서라는 것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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