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선생은 가난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그것은 물론 물질적 결핍이 아니라 깨끗하고 품위 있는 가난으로, 그런 가난이야말로 우리의 인간성을 고양시키는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물 마시고 나물 먹고 그러면서 달을 희롱하는 따위의 안빈낙도하고는 다르다. 선생이 말하고자 한 것은 늘 어울려 일하고 즐기는 삶의 중요성이었다. 물론 우정과 환대에 기초한 그런 삶을 꾀하더라도 생태학적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가난은 그조건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의미에서 필수적이다. 말하자면 공생공락의 혹은 공생공락을 위한 공빈론인 것이다. - P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