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니 그 감정은 강렬했음이 분명하다. 이는 신체의 어떤 부위에 대한 감정 - 그 부위를 만지면 안 되고, 그것을 만지도록 내버려 두는 건 잘못이라는 - 이 본능적인 것임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이는 버지니아 스티븐이 1882년 1월 25일이 아니라 수천 년 전에 태어났고, 수천 명의 여자조상들이 이미 습득한 본능에 처음부터 맞부딪쳐야 했음을 입증한다. - P14

나는 그것을 말로 옮김으로써 실재로 만든다. 그저 말로 옮김으로써 완전하게 만든다. 이 완전함은 그것이 내게 상처를 줄 힘을 상실했음을 뜻한다. 말로 옮김으로써 고통을 없앴으므로 나는 단절된 부분들을 결합하면서 큰 기쁨을 얻는다. 이것이 내게 가장 큰 기쁨일 터다. 그것은 글을 쓰면서 내가 무언가의 속성을 발견하고 어떤 장면을 제대로 살려 내고 어떤 인물을 결합할 때 느끼는 환희다. 여기서 이른바 나의 철학이랄까, 어떻든 한결 같은 생각에 이른다. 즉 목화솜 뒤에 어떤 패턴이 숨어 있고, 우리 즉 모든 인간은 그 패턴에 연결되어 있으며, 온 세계는 한 편의 예술 작품이고, 우리는 그 예술작품의 일부라는 생각이다. - P19

1895년 5월 5일에 그것이 입증되었다. 그날 이후로 가족의 생활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새벽에 나는 놀이방 창문에 기대 서 있었다. 6시쯤이었다. 뒷짐을 진채 고개를 숙이고 거리를 올라가는 시튼 의사가 보였다. 날아다니거나 내려앉는 비둘기들이 보였다. 고요, 슬픔, 되돌릴 수없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름답고 푸르른 봄날 아침이었고 사방이 정적에 잠겨 있었다. 그 기억이 모든 것이 끝났다는 느낌을 되살린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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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의 "헝거"에 영감을 받아 CBS 팟캐스트로, 다시 두 권의 책으로 나온, 100명에 가까운 여성들의 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어릴 때 성추행이나 유사강간을 당하는지(아버지, 이모부, 사촌오빠, 아파트 경비원 등등의 인간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기 몸을 부정당하고, 외모에 대해 품평을 당하고, 꾸밈을 강요받는지.. 남성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어쩌면 여성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다, 나도, 내 지인 중에도 유사한 경험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지하철에서 엉덩이에 손대는 건 얘기할 것도 없다.


인터뷰를 한 많은 분들이 모두 다 치유되어, 문제가 해결되어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너무 좋다. 아직도 자기를 부정하고, 외모에 신경 쓰고, 기억으로부터 고통을 느끼고,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하여 현재의 불완전한 감정과 상태를 말하고, 계속 자기에 대해 생각하고 알아가고 나아가고 공부해 가는 것.


김인선과 봄날의 책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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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5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5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3-05 21: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치유가 되진 않을 거 같아요. 그냥 덮어놓고 사는 거. 나이 들었으니 티내지 않고 사는 것일뿐. 정말 좀 이런 일들이 사라졌음 좋겠어요 ㅠㅠ

햇살과함께 2022-03-06 00:42   좋아요 1 | URL
저도 덮어놓는 성격인데.. 이렇게 드러내는 용기가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수이 2022-03-05 2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추행 당하고 그런 건 죽기 전까지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중학교3학년때 버스 안에서 사람들 가득한데 교복 치마에 대고 계속 성기 문지르던 40대 아저씨 얼굴을 아직까지 잊지 못합니다. 엉엉 울면서 문 근처로 갔다가 쳐다보니 너무 얌전한 얼굴로 악마처럼 미소 짓던 그 얼굴이 이 나이 될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내려서도 엉엉 울면서 쳐다보니 여전히 웃고 있더라구요. 아 정말 지금 생각하니 죽이고 싶네요.

햇살과함께 2022-03-06 00:39   좋아요 1 | URL
저도 어릴 땐 생각하지 못했는데, 커서야 그게 성추행이었구나 하고 인지하게 된 기억들이 있어요. 세상에 죽일 놈들이 너무 많아요;; 어린 vita님도 많이 놀랐겠어요..
 

주의 정치평론가인 애너벨 크랩이 호주에서의 아내와 남편, 여성과 남성이 일과 가정에서 직면하는 차별에 대해 다양한 사례, 통계, 실험, 연구 조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심리학 책에서 볼 수 있는 통쾌하거나 뜻밖의 결과를 보여주는 통계나 실험의 반전 같은 건? 없다. 모든 통계와 실험이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누구에게? 남성에게만 이라고 말할 수 없다. 여성에게도.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일하는 엄마와 일하는 아빠에 대한 편견, 결혼한 여성과 결혼하지 않은 여성, 결혼한 남성과 결혼하지 않은 남성에 대한 편견. 회사의 책임있는 직책의 담당자를 뽑는다면 누구를 추천하겠는가? 모든 조건이 동일한 남성과 여성 중에서, 또는 여성이 약간 더 탁월한 조건인 경우? 그 남성이 결혼한 경우와 아닌 경우? 그 여성이 결혼한 경우와 아닌 경우? 생각하는 바 대로다. 나도 당연히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안전한 선택을 하겠지. 내가 여성을 뽑는다면? 사람 볼 줄 모르는 여성이 되겠지!


결혼한, 자녀가 있는 남성이 '아내'라는 든든한 자원을 가짐으로써 얼마나 많은 '결혼 프리미엄'을 가지는지 대한 통계도 많다. 결혼한 남성이 직장에서의 연봉도 더 높고, 승진도 더 유리하고, 사회적 신망과 기대도 더 높다. 심지어 모든 연구가 '결혼하지 않은 남성'보다도 유리하다. 하지만 반대로 가정에 충실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남성이 처한 상황도 많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내지 못하는 아빠들, 일터에 갖혀 아이들의 성장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빠들, 전업주부가 된 남편에 대한 부정적 시선들.


애너벨 크랩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일터에서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에만 관심을 가질 뿐, 가정과 일터를 연계시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만 패자라고 가정해버리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실 이런 시스템에서는 모두가 패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여성들이 가정에서 일터로 진출하면서 발생하는 일과 가정에서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여성을 '배려'하는 할당제나 차별 철폐 조처 같은 정책만을 고민하는 것은 절반의 해결책이며, 남성에게도 일터에서 가정으로 진입할 수 있는, 그래서 누구에게나 '아내'가 필요없는 정책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온 노르웨이의 정책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노르웨이는 1977년부터 남성들도 유급 유아휴직을 사용할 있도록 하였으나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들이 3% 밖에 되지 않자, 1993년부터는 표준 유급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아빠여야만 수당의 상당 부분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법으로 아버지가 더 적극적인 부모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더는 남성들이 자기 가정의 집안일을 "돕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 아이의 "보모 노릇"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표지에 있는 "모든 문제는 가사 노동에서 출발한다!"는 강렬한 문제의식, 이 책을 읽기 전 나조차 남성들이 가사 노동을 쉽게 생각하는 것처럼, 가사 노동 불평등의 문제를 이렇게까지 중요하게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나에게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또 한 꺼풀 벗기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읽기에 어렵지 않다. 이론적인 설명보다 저널리스트의 글 답게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설명이 많고, 저자 본인이 일과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웃픈 상황들, 서글픈 현실에 대한 때로는 독설과 위트가 담긴 문장들로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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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다른 범죄 피해자들은 당당하잖아요. ‘내가 절도 피해자입니다. 이놈 어디 갔어, 빨리 잡아주세요‘ 하잖아요. 그리고 ‘네가 지갑을 도둑맞았다는 것을 난 못 믿겠어. 직접 밝혀봐‘ 라고 얘기하는 경찰도 없게든요. 그런데 성범죄 피해자들은 기본적으로 주눅이 들어 있고, 수사절차도 기본적으로 구도가 이렇게 되어 있어요. 당신 말을 나는 절반만 믿겠다, 당신이 좋아서 했는지 강제로 당한 건지 밝혀봐라. - P355

이현
저는 ‘여성적인 몸‘ 에 대해 스스로 부정을 많이 해왔어요. 사회가 말하는 ‘매력적인 몸‘에 대해 어떤 강박을 갖고 있었거든요. 중학생이 되면서는 가슴이 계속 커지니까 일부러 어깨를 구부정하게 굽혀서가슴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게 하고 다녔어요. 나중에 그렇게 해도 가슴이 부푼 게 티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압박붕대를 하고 다녔죠. 굉장히 불편하고 소화도 안 됐어요. 어릴 때부터 속옷을 안 입고 붕대를 하고 다녀서 가슴이 처져 있어요. 그게 또 콤플렉스이기도 했지만 나쁜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심정이 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 거니까요. 나중에는 체중을 굉장히 많이 늘리기도 했거든요. 뚱뚱한 사람 취급을 받긴 해도 뭔가 안전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무도 나를 매력적으로 보지 않고 성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편하고 좋았어요.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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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갈 때면 가끔씩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들 뭔가를 하고 산다는 게 경이로워요. 살아가는 것도 대견하고,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으면 해요. 자기 스스로 책임을 다 떠안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이 결국 화를 부르더라고요. 사람이 언제나 표준에 맞춰 살 수는 없으니까. 가끔씩은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인데 내가 실수할 수도 있지. 이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에게 너그럽고 여유로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대단하다고 스스로를 안아줬으면 좋겠어요. - P197

유지영
시인 뮤리얼 루카이저가 시 「케테 콜비츠에 쓴 대로,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세계는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들 중 아주 일부가 그저 말하기를 시작했을 뿐인데, 그마저도 견딜수 없어하는 남성들이 많다. - P199

박선영
우리는 이제 봄날의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손을 무작정 잡아끌고 나올 수도 없고, 뿌리깊은 거악을 일시에 다 소거해버릴 수도 없는데 말이다. 봄날이 말하는 해답은 이런 것이다. 여성에게 던지던 질문을 구매자와 알선자들에게 던지는 것. 그리고 여성을 사고파는 대상으로 바라보는이 세상과 우리의 처지를 성매매 업소에 빗대어 보는 것. 그 모습은 거울에 비친 듯 닮아 있다. - P225

봄날
탈성매매 이후에도 저는 ‘업소에서 잘나갔던 여성‘ 또는 ‘업주에게 사랑받았던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살았어요. 내세울 게 없잖아요. 업소에서 20년 일하는 동안 어떤 구매자까지 만나봤다. 이런 진상까지 처리해봤다. 이런 것들이 제 이력인 건데, 여성인권센터에서저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사람들도 만나고 자조自助 모임도 나가면서 제 경험을 서서히 말하기 시작하다가 이 생각의 틀을 깨는 사건이 하나 생겼죠. 성매매 종사 여성이 구매자에게 목 졸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추모식에 다녀오면서 문득 깨닫게 된 거죠. 나는 피해자였구나. 20년 동안 쌓여 있던 온갖 분노, 억울함, 이런 감정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업주를 만나면 내가 귀싸대기라도 때려야지‘ 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때 어떤 틀이 깨진 것 같아요. 자학했던 시간이 너무 아깝고, 되돌릴 수도 없는데 되돌리고 싶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꺼내놓는 나는 누구보다 용기 있는 사람이고 전사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생각하게 됐죠. - P227

그런 흔들림이 늘 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되돌아가고 싶은그 마음을 끊어내는 게 반성매매운동이구나. 숱하게 흔들리는 나를볼 때마다 ‘정신 차려야지‘라고만 할 게 아니라 ‘오늘은 마음이 힘들구나‘ 하면서 나의 마음을 알아줘야 하는 거죠. 돌아가면 어떻다는걸 뻔히 알잖아요. 잠시 나를 알아주고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면 다시또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죠. 곁에 있던 친구들 중에 누가 업소로 되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섭섭하고 아파요. 하지만 저는 알아요. 몇 번씩 탈성매매를 시도하고 왔다갔다하는 것도 그의 시간이잖아요. 그러다가 결국 "언니, 이제 쉼터 들어왔어요" 라고말하는 걸 들으면 울컥하고 안도감이 느껴져요. - P230

정인숙
상처가 회복되면 침대에 걸터앉는 것부터 시작을 해요. 걸터앉은 다음에는 일어서고, 그다음에는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는 걸 시켜요. 그때 많이 느꼈어요. 아, 나는 다시 태어난 거구나.
시간이 지나면 모든 기능이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알았어요. 다치기 전 모습 그대로, 그런데 화상을 입으면 ‘구축현상‘ 이라는 게 와요. 피부도 오므라들고, 손도 굳어버리고, 겨드랑이나 발가락도 붙어버리거든요. 땀구멍이 없어져서 땀 배출을 못 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많이 힘들어요. 이렇게 사고가 나기 전에는 당연했던 걷기, 보기, 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못 하게 됐을 때 충격이 엄청 컸죠.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 P245

하리타
부모님에 대한 원망의 마음은, 아직 전부는 아니지만 많이 사라졌어요. 스무 살 넘어서 엄마에게 사촌오빠와의 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때 엄마가 그랬거든요. 그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자기는 남자들이 바글거리는 시골집에서 나고 자랐고, 그 집에 머슴들도 많이 드나들었는데 그런 일이 없었겠냐고. 그런 일 숱하게 있었다며 자기한테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거냐며 신경질을 냈어요. 엄마의 반응에 상처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10년이 지나 겨우 말을 꺼냈는데 조금도 공감해주지 않아서요. 배신감과 서운함이 컸어요.
IN그런데 이제는 엄마의 그 말이 너무나 마음에 걸려요. ‘숱하게 있 - P297

었지‘라는 말. 엄마가 겪은 일들은 뭐였을까. 엄마는 아직도 몸과 마음이 마비되어 있구나. 그래서 그냥 회피하는구나. 엄마는 자기 트라우마에 대해서 저한테 영영 얘기해주지 않을 것 같아요. 그게 슬퍼요. 서로 털어놓고 안아주며 같이 울고 싶어요. 그럼 후련해질 텐데.. - P298

저는 말하는 몸에 영감을 준 책 『헝거』에서 이런 게 좋아요.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할 수 있는 작가의 용기. 아니, 용기가 아니라 바닥까지 내려가는 고통. 세상이 무너질 듯한 고통을 겪고도 다음날 아침 일어나 또 세상으로 나와 말하고 글쓰며 살아가는 것. 그걸 설명하는 단어는 ‘강인함‘ 인 것 같아요. 저는 제 안에도, 여러분에게도 그런 강인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P298


그 당시엔 제가 개신교를 믿었는데 하루에 정말 수십 번씩 기도했어요. 살 빠지게 해달라고, 먹기 전에도 무릎 꿇고 몇 분간 기도했던것 같아요. 내가 이걸 먹고도 살이 찌지 않게 해달라. 몇 달 동안 하루에 300킬로칼로리씩 먹으면서 지내다보면 죽음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온갖 이명 현상이 나타나거나환영이 보이기도 하고, 어지러워서 바닥에 주저앉기도 하고, 이러다가 정말 죽겠구나‘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그렇다고 또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찔 테니까, 살이 찌느니 이런 상태로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병적인 상태인 거예요. 그런 거식증 시기가 한 1년 정도 지속됐죠. - P304

우리는 몸과 정신을 분리해서 보는 데 익숙해져 있잖아요. 마치 몸은 내 소유물이고 정신이 곧 나인 것처럼. 그런데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근거이자 양식은 이 몸밖에 없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는 네몸을 날씬하게 만들어서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부피를 줄여라‘ 라고사회가 요구할 때 ‘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너의 존재를 줄여라‘ 라는 말로 들리는 것 같아요. 물론 건강을 위해서 근육을 만든다거나 자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도 다이어트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뚱뚱한 여성에게 인정과 환대를 전혀 베풀지 않는 이런 사회에서 여성들이 하는 다이어트는 결국 이 세상에서 나의 자리를 줄여나가는 과정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제 경험도 그러했고요. - P306

노지양
록산 게이가 자신의 몸을 ‘우리 cage‘라고 표현하는데 그 말이 굉장히 많은 여성들에게 와닿을 거라 생각했어요. ‘감옥이었다‘, 내가 여기 갇혀 있다는 말이요. - P320

페미니즘은 굉장히 생활밀착형 지식이에요. 내 인생을 자꾸 바꾸게 하고, 돌아보게 하고,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해요. 내가 아내로서, 엄마로서, 그리고일하는 여자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에 페미니즘 책을 한 권씩 번역하면서 제 생각과 삶의 태도도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요. 그러니 꼭 많이 읽으세요. 아무리많이 읽어도 넘치지 않아요.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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