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니 그 감정은 강렬했음이 분명하다. 이는 신체의 어떤 부위에 대한 감정 - 그 부위를 만지면 안 되고, 그것을 만지도록 내버려 두는 건 잘못이라는 - 이 본능적인 것임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이는 버지니아 스티븐이 1882년 1월 25일이 아니라 수천 년 전에 태어났고, 수천 명의 여자조상들이 이미 습득한 본능에 처음부터 맞부딪쳐야 했음을 입증한다. - P14

나는 그것을 말로 옮김으로써 실재로 만든다. 그저 말로 옮김으로써 완전하게 만든다. 이 완전함은 그것이 내게 상처를 줄 힘을 상실했음을 뜻한다. 말로 옮김으로써 고통을 없앴으므로 나는 단절된 부분들을 결합하면서 큰 기쁨을 얻는다. 이것이 내게 가장 큰 기쁨일 터다. 그것은 글을 쓰면서 내가 무언가의 속성을 발견하고 어떤 장면을 제대로 살려 내고 어떤 인물을 결합할 때 느끼는 환희다. 여기서 이른바 나의 철학이랄까, 어떻든 한결 같은 생각에 이른다. 즉 목화솜 뒤에 어떤 패턴이 숨어 있고, 우리 즉 모든 인간은 그 패턴에 연결되어 있으며, 온 세계는 한 편의 예술 작품이고, 우리는 그 예술작품의 일부라는 생각이다. - P19

1895년 5월 5일에 그것이 입증되었다. 그날 이후로 가족의 생활에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새벽에 나는 놀이방 창문에 기대 서 있었다. 6시쯤이었다. 뒷짐을 진채 고개를 숙이고 거리를 올라가는 시튼 의사가 보였다. 날아다니거나 내려앉는 비둘기들이 보였다. 고요, 슬픔, 되돌릴 수없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름답고 푸르른 봄날 아침이었고 사방이 정적에 잠겨 있었다. 그 기억이 모든 것이 끝났다는 느낌을 되살린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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