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다른 범죄 피해자들은 당당하잖아요. ‘내가 절도 피해자입니다. 이놈 어디 갔어, 빨리 잡아주세요‘ 하잖아요. 그리고 ‘네가 지갑을 도둑맞았다는 것을 난 못 믿겠어. 직접 밝혀봐‘ 라고 얘기하는 경찰도 없게든요. 그런데 성범죄 피해자들은 기본적으로 주눅이 들어 있고, 수사절차도 기본적으로 구도가 이렇게 되어 있어요. 당신 말을 나는 절반만 믿겠다, 당신이 좋아서 했는지 강제로 당한 건지 밝혀봐라. - P355
이현
저는 ‘여성적인 몸‘ 에 대해 스스로 부정을 많이 해왔어요. 사회가 말하는 ‘매력적인 몸‘에 대해 어떤 강박을 갖고 있었거든요. 중학생이 되면서는 가슴이 계속 커지니까 일부러 어깨를 구부정하게 굽혀서가슴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게 하고 다녔어요. 나중에 그렇게 해도 가슴이 부푼 게 티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압박붕대를 하고 다녔죠. 굉장히 불편하고 소화도 안 됐어요. 어릴 때부터 속옷을 안 입고 붕대를 하고 다녀서 가슴이 처져 있어요. 그게 또 콤플렉스이기도 했지만 나쁜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심정이 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 거니까요. 나중에는 체중을 굉장히 많이 늘리기도 했거든요. 뚱뚱한 사람 취급을 받긴 해도 뭔가 안전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아무도 나를 매력적으로 보지 않고 성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편하고 좋았어요. - P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