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들만 읽기. 본문 핵심이 명료하게 잘 요약되어 있는 듯. 문장도 어렵지 않고 잘 이해되어 좋다.

가부장제와 자본축적. 이 책의 원제
영원한 성장
신자유주의
프레카리아트 - 안정된 직업 없이 저임금·저숙련 노동을 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계층을 가리키는 단어
가정주부화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여성, 식민지, 자연에 대한 폭력과 원시적 축적
성별노동분업과 국제노동분업의 관련성

한국어판 서문

자본주의 하의 가사노동에 대해 논하면서, 나는 노동에 대한 맑스주의 이론 전반에 대해 특히 가사노동에 대해 좀 더 자세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하게 되었다. 이 연구를통해 정말로 나는 눈을 뜨게 되었다. 맑스도 가사노동에 대해 비슷한식견을 갖고 있었다. 그는 가사노동을 "재생산" 노동이라고 불렀다. 그에게 이 노동은 임금노동자의 "생산노동과는 대조적으로 "잉여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노동이었다. 일부는 여성의 가사노동을 남성의 임금노동과 동등한 수준에 놓기 위해 "가사노동에 임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와 다른 이들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자본주의의 계속적인자본축적과정을 위해서는 왜 이런 무급노동이 필수적인지를 연구했다. - P7

여기서 다시 한 번 자본주의적 이윤추구와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식민화 사이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볼 수 있다. 이는모두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를 놀라게 한 사실은 누구도 이것을 폭력의 한 형태로 여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세계는 더 이상 1986년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는 이런 변화가 여성, 자연, 국민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야 한다.
중요한 변화는 신자유주의 원칙에 따라 세계경제가 재편된 것이다. 이는 1980년 초에 일어났다. "신경제는 영국에서 대처 Margaret Thatcher가 처음 도입했다. 뒤이어 레이건Ronald Reagan이 미국에서 같은 일을 했다. 유럽연합도 "신경제"라는 이름의 정책을 적용했다. 오늘날 사실상모든 국가가 신자유주의 원칙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는 세계적 자유시장이 빈곤을 없애고, 실업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와계급 사이의 불평등을 없앨 것이며, 자본재와 사람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세계를 개방하겠다고 설교한다. 신경제 주창자들은 "신자유주의가 모두를 위해 공정한 경쟁의 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신자유주의의 주요 원리는 세계화, 자유화, 사유화, 일반 경쟁이다. 이런 원리는 국가가 자국 경제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고, 이를 이윤을 추구하는 초국적 기업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9

이전보다 요즘 더 많은 이들이 묻는다. 대안은 무엇인가?
이미 1986년, 나는 이런 파괴적 체제에 대한 대안 수립을 시도했다. 나는 이를 자급적 전망subsistence Perspective이라고 불렀다.
이런 전망을 실현하려면 생활방식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특히 부유한 국가에서는 소비 습관을 완전히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여전히 해방이라고 부른다. 소비주의로부터의 해방은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시작하고, 더 나은 세상을향해 나아가는 길이다.
지금도 나는 다른 비전, 좋은 삶을 위한 다른 전망은 없다. 내놓을수 있는 것은 자급적 전망뿐이다. 이 책의 한국어 출판이 이런 미래에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P11

개정판 서문

그러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의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물론 우리 모두는 가부장제가 자본주의이전부터 존재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가부장제가 일종의 하부구조로 계속 존속하고 있다고만 하면 옳은 것인가? 모든 봉건적, 가부장적, 후진적 관계들을 일소하겠다는 근대성의 위대한 공약이 왜여성문제로만 오면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결국 봉건제는, 적어도 선진 공업화된 세계에서는, 폐지되었다. 그런데, 왜 젠더 사이의 가부장적 관계는 폐지되지 않고 남아 있는가? - P19

이런 폭력은 단순한 봉건적 ‘잔재‘가 아니다. 이런 폭력은 근대적이고 진보적인 자본주의의 피와살이다. 자본주의의 심장이다. 이는 바로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이다.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에 대해 이론적으로 처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자본주의 아래서 가사노동의 역할을 분석하면서였다. 이 운동은 1980년 무렵에 시작되었다. 가정에서 여성이 무급으로 하는 돌봄 노동과 양육이 남성 임금을 보조할 뿐 아니라, 자본의축적에도 기여한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게다가 여성을 가정주부로 규정함으로서, 내 방식으로 말하면 ‘가정주부화함으로써 가정에서 여성이 하는 무급 노동은 보이지 않는 것이 되었고, 국민총생산에도 기록되지 않으며(Waring 1988), 자연스러운 것, 즉 ‘공짜‘로 여겨졌다. 여성의 ‘가정주부화‘가 가져온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여성의 임금노동은남성, 이른바 부양책임자를 보충하는 것으로 여겨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 P20

이런 노동관계를 강제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강제, 즉 순전히 필요성에만 의존해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폭력은 이 체제의 비밀이다. 폭력은 비단 여성의 노동과 몸을 착취할 때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가사와 여성구타에 대한 담론에서 분명해졌다. 폭력은 유럽의 초기 자본가가 외국 영토를정복하고 복속시키고 식민화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이런 식민화가 없었다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아메리카의 영토와 사람에 대한 약탈과 강탈이 없었다면, 근대의 노예제가 없었다면 자본주의는 순조롭게 출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폭력은 맑스가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라고부른 과정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맑스는 이런 폭력과 원시적축적이 제대로 된 자본주의보다 앞선 시기의 특징이라고 믿었지만, 그것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 식민지, 오늘날 용어로는 개발도상국, 그리고 모든 생명과 생산의 기반이 되는 자연을 대상으로 한폭력과 원시적 축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노동이나 식민지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자연 역시 일방적이고 착취적인 방식으로, ‘공짜‘인 것으로 취급되었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여성과 식민지를 ‘자연‘으로 취급했다. 여성과 식민지는 ‘자연이 되었다. 그래서 폰 벨호프와 벤홀트-톰센 그리고 나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분석을 따라, 계속되는 원시적 축적이 근대 자본주의의 비밀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 P21

그들은 또한 제기된 새로운 방법이 도덕적이거나 금욕적인 것이 아니라 해방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덜 해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것, 혹은 덜 하는 것을 통해 삶의 질과 행복까지도 증진시킬 수 있다는을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는 기독교 혹은 개신교 윤리가 세속화된 자본주의 세계관에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편, ‘해방‘은 일종의 영적 혹은 도덕적 마음 상태, ‘청렴결백‘한 감정을 의미하는 것으로만 이해되었다. 이런 윤리는 ‘깨끗한 옷 운동(노동조건개선운동)‘과 여러 공정무역 운동들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내가 해방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좋은 삶‘에 대한 규정을 바꾸는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회적·경제적 관계들이다. - P32

대안은 없다는 티나TINA 증후군에 사로잡히는 대신, 하늘에서떨어지는 초인을 기다리거나 기술을 새로운 역사적 주체로 여기며 기다리는 대신, 자급적 삶이라는 대안SITA, Subsistence Is The Alternative[자급이 대안이다]을 가능한 지향점으로라도 검토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P35

초판 서문

모든 여성이 남성에 의해 착취당하고 억압당하고 있다고 말하는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성별 사이에는 서열 구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성의 여성에 대한 지배관계와 밀접하게 얽혀 있는 다른 사회적·국제적 구분도 있다. 이는 페미니스트운동이 계급의 이슈, 혹은 착취적인국제노동분업과 제국주의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한편, 사회과학자들이 주장했던 ‘여성문제‘는 2차적 모순이며 이데올로기, 상부구조, 혹은 문화의 영역에 속한다는 생각은 더 이상 여성이 놓인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특히 페미니스트운동이 전 세계적 차원에서 폭력의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는 더욱 그렇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사이의 관계, 다시 말하면,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와 끝없는 자본축적과 ‘성장‘의 패러다임 사이의 관계, 자본주의적 가부장제와 식민지에 대한 착취와 예속의 관계에 대해 풀리지않는 질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학술적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일상을 사는 모든 여성에 대한 관심이고, 정치적 목적을 가진 실체인 페미니스트운동에 관한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타당한 답변을 찾지못한다면 페미니스트운동은 자본의 축적이라는 파괴적인 모델이 지속되기를 원하는 세력에게, 느려지고 있는 ‘성장‘ 과정에 자양분을 주기 위해 여성운동의 활력을 필요로 하는 세력에게 흡수되어 버릴 것이다. - P38

오늘날 여성의 현실을 규정하는 구조적 이데올로기적 체제를 구성하는 것은 가부장제와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자본축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세계적 차원의 여성운동은 이 체제와, 이것에 얽혀 있는 성별노동분업과 국제노동분업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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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 제도화된 수렁들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크리스틴 델피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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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자연적인, 자연스러운 규범인 양 취급하는 대물림, 재산 상속과 지위 계승, 결혼과 이혼이라는 사회적으로 강요된 제도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보는 책. 세상에 자연적인 것이란 없다. 능력주의의 문제가 요즘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에도 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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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27 0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만세!! 💪💪💪💪

햇살과함께 2024-04-27 08:44   좋아요 0 | URL
만세!! 이번 달 책은 작고 얇아서 완독하기 수월했어요 그래도 내용은 묵직! 다음 달 책이 벌써 기대됩니다~

단발머리 2024-04-27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4권 완성! 🥳🥳🥳🥳🥳

햇살과함께 2024-04-27 10: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4권이나 읽었네요 완독의 즐거움을 주는 책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4-04-27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에야 4권 다 완독했어요.
그래서 이번 달은 읽은 책 권수가 높아졌네요.ㅋㅋㅋ
하지만 책을 읽었는데도 제대로 읽은 게 맞는 건지? 뭔가 좀 애매한 맘이 들었어요.
100자평 써야 하는데 좀 어려워서 정리가 잘 되지 않네요.
넘 급하게 읽은 탓인지?...
햇살 님의 100자평 읽으며 맞아, 맞아. 끄덕끄덕 중입니다.
암튼 햇살 님의 4권 완독 축하드립니다.^^

햇살과함께 2024-04-28 21:06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도 완독 축하드려요! 바쁘실텐데 부지런히 읽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저도 늘 애매한 맘으로 읽고 있어요 ㅎㅎ
 

결혼과 이혼

그러나 결혼으로의 입장도, 이로부터의 퇴장도, 사회학자들의 관련 연구도 결혼이라는 제도와 그 기능, 그 존재 여부를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결혼은 분명 제도다. 그렇다면 이혼도 그러하다. 이 제도는 규칙을 따르며, 법전화되었고, 사회적인 규범과 형법상의 통제 대상이다. 그리고 이혼은결혼이라는 제도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오래된 미국 영화‘를 보면 자신이 머물고 있는 나라에서 주된 이혼 동기가 무엇이 - P99

냐고 묻는 여자 주인공에게 변호사는 ‘결혼‘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혼의 필수적인 조건(그리고 영화 속 농담에 따르면 충분조건)그 이상인 결혼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이혼과 반대되지 않는다. - P100

결론을 내리자면, 이러한 노동의 무가치성은 결혼 관계로 인해 제도적으로 발생하며, 결혼 계약은 곧 노동 계약이다. 더구체적으로는 가장인 남편이 가정 내에서일어나는 노동 전체를 전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남편은 가내공업이나 상업의경우처럼 모든 노동을 마치 자신의 소유인양 시장에 내다 팔 수 있게 된다. 이와 반대로 아내의 노동은 시장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노동력이 남편에 의해서 전유되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혼 여성 가운데 삼분의 일가량은 가정 밖에서도 일을 한다. 이는 산업 생산과 이에 따른 임금노동이 - P104

확대되고 가정 내 생산, 가내공업, 상업 활동이 줄어드는 경향과 궤를 같이한다. 시장에서의)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생산이 가정 바깥에서 임금노동의 양태로 이루어지게 되고남성이 가내에서 생산한 상품이 아닌 자신의 노동력을 팔게 되면, 여성의 무료 노동은더는 상품 생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경우여성의 노동은 자가소비를 위한 생산, 즉 가정내 서비스와 아동 양육에 활용된다. - P105

아내가 밖에서 일을 할 때 남편의 허가를 내아야 하는 법이 1965년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여성들은 남편의 동의가있을 때 그리고 남편이 아내를 계속해서 필요로 하지 않을 때만 일을 한다. 남편의 허가가 필수라는 형태로 법률상에 규정되어 있었다가 사라진 노동력 완전 전유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가사노동 ‘의무‘는 법조문 어디에도 그 자체로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집안일‘에 대한 여성의 기여는 일종의 현물 지급에 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만약 지참금도 수입도 없는 여성이 이 의무를 위반한다면 결혼이라는 계약에서 부정적으로-이 - P107

렇게 표현할 수 있다면-기재되고 제재를받을 수 있다. 이혼은 그 제재 중 하나다. - P108

결혼이 여성 착취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여성들이 결혼해야 한다는압박을 받는다는 사실 역시 사유해보아야 한다. 이 압박은 물론 문화적, 관계-정동적, 물질-경제적 측면의 다양한 방면에서 작용한다. 이중 마지막 측면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관적으로물질-경제적 압박을 가장 중요하게 느끼지않는다 해도, 이러한 압력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독신 상태일 때와 혼인 상태일 때 여성이 도달할 수 있는 생활 수준의 간극을 비교함으로써 측정이 가능하다. 이때 우리는 - P109

모순을 맞닥뜨리게 된다. 한편으로 결혼은 제도적인 여성 착취의 공간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이 착취 때문에, 그들의 잠재적인 상황(기혼 여성뿐 아닌 모든 여성의 상황에 해당한다)이 너무나 열악한 나머지 여성들에게 결혼이 경제적으로 그나마 가장 나은 경력이 되는 것이다. 기존의 상황이나 잠재적인 상황이 열악하여 뒤이은 혼인 상태는 이를 더욱 악화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그럼으로써 결혼의 필요성이 강화된다. 경제적 압력, 달리 말해 잠재적인 독신의 삶과 결혼한 삶의 생활 수준 사이에 존재하는격차는 계속해서 커질 뿐이다. - P140

이를 통해 두 가지 결론을 내릴 수다. 결혼한 동안에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동 양육은 여성의 ‘무상‘ 노동으로 이루어지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게다가 결혼 기간에는 남편이 단독으로 혹은 부부가 공동으로 책임졌던 재정적 부양이 이혼하면서는 전부 (혹은 대부분) 여성의몫으로 돌아간다. - P121

이 같은 관점에서, 결혼과 이혼 간의관계는 처음에 말했던 바와 약간 달라진다. 사실상 남편에 의한 여성 노동력의 전유는 결혼이 끝날 때-남편이 아동과 그 부양의 - P128

수혜자로 남는지 아닌지에 따라 부분적으로혹은 완전히 끝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혼 안에는 결혼이 지속하지 않는다. 반면에 아동 양육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이혼 상황은 여성들에게 재혼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동기로 작동한다. - P129

이 글이 보여주는 혹은 보여주고자 시도하는 것은, 부부뿐 아니라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서 전사회적이고 비정치적이며 ‘생물학적‘이고 ‘자연스러운’ 결합으로 여겨지는 어머니-자식 관계 역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착취를 기반으로 하며 또 이를 실현하는관계라는 점이다. 이 이데올로기가 은폐하는 정치적 현실을 폭로하고 따라서 그 목적을 밝히는 분석은 이데올로기의 역사적 필요 - P134

성을 이해하고, ‘어머니와 아이‘의 이미지가번성하고 외적으로 혹은 내재화를 통해 어디든 존재하게 되는 동력을 설명할 수 있도록한다. 이러한 분석은 이 이데올로기를 짜깁기하고 채색하려는 모든 시도를 드러내고, 함정-이 함정은 외부의 프로파간다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의무를 내재화함으로써발생하는 죄책감과 향수에서 비롯한다-을 비켜갈 가능성을 만들어낼 것이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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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04-25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도화된 수렁들 읽고 있는데 크리스틴 델피 이번에 네 권중 이 책이 가장 좋아요!!

햇살과함께 2024-04-25 19:43   좋아요 0 | URL
저는 3권요!! 4권은 앞 부분 사회학적 분석에 살짝 어려웠고요.
 

대물림
신분과 계급의 구분의 모호성
능력주의와 교육
재산 상속과 지위의 대물림
고유한 지위 없음
비-소지자, 비계승자

유산 상속: 공공연한 불리의 세습

그러나 대물림이라는 행위 자체는 이상하리만치 어디서도 연구되지 않는다. 연구의 스펙트럼 가운데 한쪽 끝은 특정한 사회적 집단(특히 ‘원시‘ 사회)에서 대물림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매우 자세하게 다룬다. 친족 중 누가 상속권자인지나 친족 간 상속의결과, 양태, 의식 등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대물림이 어느 정도까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지, 어떻게 해서 느슨해지거나 결국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지를 연구한다.
그러나 대물림이 ‘무엇‘이냐는 핵심 질문은 거의 건드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 P10

사회의 연속성이 곧 그 존재를 규정하고 그 존재가 추상적이라고 할 때, 결과적으로 사회에서 개인이 점유한 위치가 해당위치를 점유한 개인을 앞선다. 사회는 따라서 개인의 총체이기 이전에 위치의 총체다.
구체적인 집단이기 이전에 하나의 구조다. 구조 내에는 구조보다 한정적인 집단을 매개로 하여 사회적 위치 간의 관계, 따라서 개인간의 관계가 조직되어 있다. 구조의 실제적인 구성 요소는 매개가 되는 집단이지 개인의 위치가 아니다. 그리고 이 집단 내에서 개인의 위치가 실현된다. - P14

이 질문은 여태까지 대물림이 연구대상으로 사유되지 않았던 문제의 핵심이며, 더 나아가서는 세대 영입이라는 사회 문제를 둘러싼 사회학적이고 정치적인 움직임의 감추어진 토대이기도 하다. ‘누가‘ ‘어떤‘
집단에, ‘어떻게‘ 들어가는가? - P29

이미 보았듯이 민주화의 정도에 대한이론적이고 정치적인 논의는 오직 세대 영입의 방식만을 언급한다. ‘기회의 평등‘은 출생 배경이 특정한 기능, 사회적 위치, 집단에접근하는 데 끼치는 영향을 배격한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인 영역에 한정되어 있다. 대물림의 정당성은 그 행위 자체로가 아니라부분적으로만 문제가 된다. 즉, 대물림의 원칙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대물림이 관여하면 안 되는 영역 혹은 절차를 정함으로써 그행위를 한정하는 것이다. 이는 암묵적으로대물림이 정당하게 작동할 수 있는 영역을지정하는 역할을 한다. - P33

여기에서 대물림 외부의 체계란 바로 교육이다. 이 연구는 흔히 계급 체계에 대한 비판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 체계 자체를 공격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주장이 결국 어디로 수렴하겠는가? 이 주장은 출생 배경과 관련된요인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즉, 이 능력주의적 체계 내부에서도 상류층 문화와 대학 문화의 수렴을 수단으로 하여 대물림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 - P34

그러나 문화와 재산이라는 두 영역이자 절차 사이에는 연속성이 존재하지 않는가? 오늘날 우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완전히 정당했던 관행을 경악과 공포를 담아 바라보곤 한다. 예를 들어서 행정직혹은 사법직을 매수하는 일이 그렇다. 이는 ‘돈의 힘‘이 사회 외적인 질서에 속하는 ‘순수하게 경제적인 속성‘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오히려 각 시점과 각 시대에 경제력으로구입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의하는 건바로 사회다. 직위를 구입할 수 있다는 건 물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아버지가 법관이었다는 이유로 아들이 법관이 되는 일은 불공정하다고 치부된다. 이 판단은 해당 직책에의 접근이 개인이 증명한 직책 수행능력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철학에 근거한다. - P41

그러나 이 철학은 정말로 우리 사회의 기능을 지탱하는 원칙이 맞는가? 먼 과거로 눈을 돌릴 필요도 없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장관직은 매수되고 대물림된다. - P42

구제도에서는 법관이 되고자 할 때 개인 재산을 필요로 했다. 직업이 어떤 접근 체계에 속하느냐는 직업의 성질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가특정한 직업을 매수 가능한 영역과 대물림되는 영역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이에 특정한 직업이 사실상 재산을 요하기 때문에 대물림된다고 보는 것 역시도 잘못된 생각이다.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 재산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사회가 그 대물림을 금지하지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능력주의와 상속이 결합한 많은 타협안이 등장하긴 했지만 말이다. 가령 전문직은 자본과 학위를 동시에 요구한다.) - P44

그러나 대물림을 연구한다면 모든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일부만 취하거나 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토록 자명한 과제는 지켜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살펴볼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대물림의 어떤 측면 혹은 함의가 자체적인 맥락에서 임의적으로 추출되었는지, 어떻게 그 부분들이 대물림 전체에 해당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는지를 살필 것이다. - P55

우선, 대물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상을 그 계승자만으로 한정하고 비계승자를무시할 수는 없다. 계승자의 존재는 비계승자의 존재를 함축하고 있다. 대물림은 이상보적인 두 위치의 합으로, 하나는 다른 하나없이 존재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대물림은이 두 위치를 만들고 그 차이를 만드는 움직임즉 차별화의 과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아이가 비계승자가 되는 건 아버지의 경작지 전체를 그들 중 한 명이 계승하기 위해 치르는 가장 구체적이고 경제적인 의미의 대가다. 상속의 평등 혹은 비-평등 여부는 아버지의 위치를 계승하지 못한 이들에게 분 - P71

명 매우 다른 상황을 초래하며, 이는 계승의일관성이라는 상수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이아니라 바로 그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우리는 아버지가 점한 고유의 위치가 한 아들에게만 온전히 상속되고, 공동체에 남아있는 형제들은 ‘자영농‘이라는 명목상 농부의 지위를 가지는 경우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베아른 체계 공동체에서는 비계승자 개인들의 상황이 매우 달라진다. - P72

이 상태가 이들의 지위를 정의하고 구성하며, 그 지위는 바로 ‘고유한 지위 없음‘이라 말할 수 있다. - P78

대물림과 계급 내부의 구성

아버지와 어머니가 처한 상황, 남편과 아내가 처한 상황을 일반 사회학에서는 ‘성의 범주‘라 부르고 가족사회학에서는 ‘역할‘이라 부른다. 그러나 명백히 보았듯 성의범주는 계급의 범주이고, 더 구체적으로는 계급 내 지위의 범주다. - P87

대물림은 하나의 움직임에서 생겨나는 불가분의 두 가지 효과의 총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적 위치의 대물림을 설명할 때 ‘안정성‘이라는 용어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대물림이라는 명칭을 그 두 - P91

효과 중 하나로 한정하지도 말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물림은 계급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나 계급 간 개인들의 움직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계급 자체의 구성에 작용한다. 바로 계급 ‘내부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대립된 범주와 지위의 존재 및 그생성에 관여하는 것이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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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왜? 나는 여러 번 자신에게 물었다. 절대적인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놓고 왜 여자들은 자신의 역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을까? 자신들의 언어와 감정들을 지키지 못했을까?
여자들은 자신을 믿지 못했다. 하나의 또다른 세상이 통째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여자들의 전쟁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바로 이 전쟁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 여자들의 역사를. - P18

회상이란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 현실에 대한 열정적인, 혹은 심드렁한 서술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거슬러올라간 과거의 새로운 탄생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창작물이다. 사람들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삶을 새로 만들어내고 또 새로 ‘써내려간다. 있는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를 ‘보태고 있는이야기를 ‘뜯어고친다‘. 바로 이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 경계해야 한다. 동시에 고통은 어떠한 거짓도 녹여내고 없애버린다. 고통은 너무나도뜨겁기에! 확신컨대, 간호사나 요리사, 세탁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꾸미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 이들은 신문이나 책따위에서 이야기를 끌어오지 않는다.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삶에서 뽑아낸 진짜 고통과 아픔을 들려준다. 많이 배운 사람들의 감정과 언어는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시간에 의해 다듬어지기 쉽다. 흔히들 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본질이 아닌 부차적인 것들에 쉽게 물든다. 영웅심 따위에 어떻게 퇴각했는지, 어떻게 공격을 감행했는지, 어느 전선에서 싸웠는지는 ‘남자‘의 전쟁에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그것이 아니라 ‘여자‘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듣고 싶었고,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 삶의 영역이 저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 P19

사람이 전쟁보다 귀하다..
사람이 전쟁보다 귀하게 여겨지는 곳. 그곳에선 역사보다 더 강력한무언가가 사람을 다스린다. 내 글의 폭을 넓혀야겠다. 전쟁에 대한 진실만이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을 담은 책을 써야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던진 물음. ‘사람은 자신 안에 또다른 자신을 몇 명이나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그 다른 자신을 어떻게 지켜낼까?‘ 이 물음을 이제 나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악은 분명 매혹적이다. 그리고 선보다 솜씨가 뛰어나다. 마음을 더 잡아끈다. 내가 전쟁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세계에 점점 더 깊이 빨려들어가는 사이, 다른 것들은 모두 빛을 잃고 흐릿해지며 시들해졌다. 거대하고 무자비한 세계다. - P23

고통에 귀를 기울인다. 고통은 지난한 삶의 증거이다. 다른 증거따윈 없다. 다른 증거 같은 건, 나는 믿지 않는다. 사람의 말이 얼마나우리를 진실에서 멀어지게 했던가.
나는 비밀에 직접 잇닿는, 비밀에 대한 최상의 정보인 고통에 대해 생각한다. 삶의 비밀을 간직한 고통을. 모든 러시아문학은 고통에 대해 말한다. 사랑보다 고통에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그리고 사람들도 내게 고통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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