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재에서 핫했던 이 책을 읽을 생각은 아니었다. 서친님들의 리뷰에 궁금하긴 했지만 다소 자기계발서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읽을 생각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길을 걷다 우연히 스마트 도서관 앞을 지나가게 되고 신문물을 경험해보기 위해(바코드 인식이 안되어 10번 시도했다,,,) 검색하다 도서 목록에 이 책이 있길래 얼른 빌렸다. 아마 다른 도서관에서는 예약 중일 것 같은데. 빌려오고도 읽을까 말까 고민했으나 지난주 휴가라 읽을 수 있었다.
나의 집 나간 집중력은 집에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집중력을 찾아서
집을 나가 스카에서 읽었다.
저자는 우리의 집중력 문제가 단순히 집중력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가 자제력이 부족하여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쥐고 들여다보는 개인 의지력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를 잠들지 못하게 하는 현대적 생활과 스트레스, 소비 자본주의로 인한 수면 부족의 문제임을,
우리를 스마트폰에 묶어 두려고 갖은 기술을 사용하는 테크산업의 수익모델과 알고리즘의 문제임을,
우리가 먹는 첨가물로 범벅된 가공식품 식단으로 인한 문제이며, 이 또한 산업적 측면의 구조적 문제임을,
우리가 화학물질에 점철된 대기환경에 노출된 채 살아가는 환경오염의 문제임을 말한다.
저자는 이 모든 집중력을 약화시키는 문제의 해결책은,
우리의 시간을 빼앗고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하는 것이며,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삶의 여유와 안정을 추구하는 평형 상태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It’s the economy, stupid. 맥락은 다르지만 이 문구가 생각나는 결론…)
전체적으로 흥미로웠던 지점들을 두서없이 얘기하자면,
-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서 점점 거대담론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구성이 좋았다.
- 초반 개인적인 이야기 – 프로빈스타운에서의 인터넷 연결 없는 3개월의 삶 - 는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만을 제시하기보다, 반대의견이나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드러내며, 팩트에 대한 중립성과 자기의견 사이의 균형감각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였다.
- 특히, 저자는 안전을 빌미로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감금된 요즘 아이들의 상황에 많은 우려를 표하며, 아이들의 ADHD 문제, 몰입과
딴생각의 중요성, 놀이의 중요성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깊이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아파트 성냥갑에 갇힌 아이들. 하루종일 집, 학교, 학원의
네모난 상자에 갇힌 아이들…
- 감시 자본주의 철폐라는 어려운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역사적 사례로 페미니즘과 동성애에서의 활동과 성취를 예로 든 부분은 뜻밖이었다. 저자가 게이 정체성을 가졌기에 가능한 관점이라고 생각된다.
- 이 책에서 언급된 반가웠던 작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와 마셜 매클루언이 나온다. 미하이 칙센트미아이의 <몰입>은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었으나, 주저하고 있던 책인데 이 책을 보고 다시 읽고 싶어졌다(언제??). 마셜 매클루언은 [정희진의 공부]에서 들은 이후 많은 책에서 보이게 된다. 역시 알면 보인다. <미디어의 이해>는 사두었는데 언제 읽지?
- 소설은 ‘공감체육관’이라는 말도 너무 좋다. 내 공감능력의 9할은 소설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 딴생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책을 읽지도, 스마트폰을 보지도, 팟캐스트를 듣지도 않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중요성. 뭐라도 하지 않으면 시간 낭비하는 것 같은 강박. 정말 스트레스가 심할 때에야 무작정 나가서 걸으면서 아무것에도 연결되지 않은 채 머리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이 널뛰기를 하도록 두는 그 시간의 소중함. 몸이 보내는 신호일까.
언제 오롯이 몰입해 보았는가? 일을 하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다른 해야 할 일, 챙겨야 할 일들을 생각하느라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말라죽지 않게 난초처럼 키워야 할 집중력이다.
나는 깊이 집중하는 능력이 식물과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집중력이 잘 자라서 잠재력을 온전히 피워내려면 특정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성인에게는 몰입이 필요하고, 책을 읽고,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유의미한 활동을 찾고, 자기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생각이 배회할 공간을 마련하고, 신체 활동을 하고, 잘 자고, 뇌가 건강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안정감을 느껴야 한다. 또한 우리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성장을 막기 때문에 차단해야 할 것들도 있다. 지나친 속도와 전환, 지나친 자극, 우리를 공격하고 중독시키는 침략적 기술, 스트레스, 탈진, 우리를 각성시키는 식용색소로 범벅인 가공식품, 대기오염이 그러한 것들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자신의 집중력을 당연시했다. 마치 집중력이 가장 건조한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선인장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집중력이 선인장보다는 난초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안다. 난초는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말라죽을 것이다. - P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