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에는 주로 밀려있는 <씨네21>과 <한겨레21>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씨네21>을 한 권 다 읽고, 다시 <한겨레21>을 한 권 다 읽고, 다시 <씨네21>을 다 읽고, 다시 <한겨레21>을 다 읽고...주간지라는 것을 그렇게 읽어야할 의무란 없을 테지만, 이상하게 집어들면 처음부터 빼놓지 않고 모든 기사를 꼼꼼이 읽어야겠다는 이상한 의무감이 생겨난다. 어렸을 때 매일매일 신문을 장시간 읽었었는데, 그러고보면 예전에 신문을 읽을 때에도 나는 신문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차례차례 모든 기사를 읽었던 것 같다. 중간에 있는 경제면들 기사는 정말 재미가 없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모든 기사를 빠짐없이 읽고나면 이상한 만족감이 생겼고, 뭔가를 많이 알게된 듯한 착각에 휩싸이곤 했다. 뭐 글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주간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지 않고 읽는다고 해도, 그 중 기억에 남는 꼭지는 몇 개 뿐이지만, 나는 나머지 것들도 어딘가 머리 뒤쪽 잘 안보이는 틈에 조금씩은 들어가게 된다고 믿는 편이다. 그렇게 단편적으로 기억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중에 뭔가를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게 될 때 힘을 발휘하게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럴 때에는 처음 빛나게 기억했던 것들은 모두 그 빛을 잃어버리게 되고, 차곡차곡 쌓인 것들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런데 요즘은 또 온라인 상으로 많이 글들을 읽게 되니 머리가 점점 다르게 재조직되는 것 같다. 도대체 온라인 상에 있는 글들은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읽어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중간에 다른 색으로 강조되어 있는 부분을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인지, 사진이 들어간 부분을 먼저 읽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 밑에 댓글부터 먼저 읽어야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굳이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반짝반짝하는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것들을 먼저 읽어버리게 되고, 글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점점 요원해진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아직도 온라인 상에서의 글들을 조직하는 법에 대해 익숙치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PC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스마트폰이 나오고, 그리고 그 안에서도 트위터가 있고, 카톡이 있고, 사진으로 말하기(카카오스토리) 같은 것이 있으니 점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새로운 것에 익숙해질 즈음에 늘 또다른 새로운 것이 나와 그 익숙함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 좋은걸까, 나쁜걸까.

 

2.

지나간 <씨네21>을 읽는 것은 늘 힘들게 만든다. 놓쳐버린 좋은 영화들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예를 들어 <워 호스>에 대한 평에서 이 영화는 반드시 필름으로 보아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진가를 맛볼 기회를 (잠재적으로) 영원히 놓쳐버리고 말았다. 이제 집에서 DVD나 컴퓨터 파일로 본들, 도대체 그 '진가'라는 것은 알 수가 없게 되버린 것이다. 물론 사실 조금 이해가 안되기는 한다. 필름으로만 맛볼 수 있는 진가란 게 도대체 뭐지? (뭐 예를 들어 MP3로는 절대 체험할 수 없는 극상의 경험이라든가, 수입산 냉동육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맛이라는 글들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 필름으로 보면 디지털로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보일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그 무엇인가가 도대체 무엇일까. 예를 들어 필름으로 보면 말갈기의 미세한 털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되고, 그 와중에 그 털들의 오묘한 물결무늬들이 뭔가 깨달음을 주는걸까. 그건 아닐 것 같은데, 말갈기의 털 같은 건 디지털로 도리어 더 잘 보일텐데. 아무튼 가까이에는 디지털밖에 없고, MP3밖에 없고, 물론 수입산 냉동육밖에 없다. '그 맛'이나 그 '극상의 경험'은 어떤 몇 사람을 거친 후, 그저그런 언어들로 마모되어 도대체 처음의 형태를 알 수 없는 거친 입자로만 나에게 전달된다.

 

반면 지나간 <한겨레21>을 읽는 것은 재미있다. 지나간 기사들은 몇 주 후의 전망을 하고 있는 경우들이 상당히 많은데, 나는 이미 그 전망이 현실이 되어 도래한 세계에 살고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몇 주 후에 와있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몇 주 전의 <한겨레 21>에서는 불법사찰이 김종익 씨나, 남경필 전의원의 경우 등 몇몇 한정된 범위에서가 아니라 보다 큰 범위로 행해졌을 가능성에 대해 미세한 희망을 걸고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불법사찰은 보다 대규모로 저질러져 왔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선거 전망도 그런 측면에서는 재미있고, 선거가 끝난 이후에 이 전망의 기사들을 보는 것도 꽤나 재밌으리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간에 나는 아직 어느 정당을 지지할지 정하지 못했다. 지역구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정통민주당 3명의 후보 밖에 없으니 비교적 선택이 쉬운데, 정당의 경우 어느 정당에 한 표를 던질지 고민스럽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녹색당 3당을 놓고 '열린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너무 비슷비슷한 이름의 정당들이 많아 계속 헷갈리고 있다. 순전히 이름만 놓고 비슷한 계열로 묶어보면 민주통합당-정통민주당이 있고, 새누리당-한나라당이 있고, 통합진보당-진보신당이 있고, 국민생각-국민의 힘-국민행복당이 있고, 친박연합-미래연합이 있다. (그리고 양쪽 모두가 펄쩍 뛸 일이지만, 기독자유민주당과 불교연합당도 같은 계열로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도대체 뭐가뭔지 알 수가 없고, 5호16국 시대를 보는 느낌에 참 애매하고 어지럽다. 이거 뭐 애정남에 질문이라도 올려야 하나.

 

3.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곧 개봉하게 될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 대해 보았더니 매우 흥미가 생긴다. 7년 동안 고이 잠자고 있다가 2012년 지구멸망에 맞춰 지각 개봉하게 된, 마야인이나 꿀벌에게 고마워해야 할 영화. 세 개의 스토리가 있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인데, 하나는 역시 어김없이 등장한 좀비 이야기이지만 나머지 두 개는 꽤 흥미롭다. 하나는 인터넷으로 정체모를 사이트에서 당구공을 주문했다가 전 지구를 멸망 위기에 빠뜨리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절의 가이드 로봇이었다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무려!) 설법을 하게 되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란다. 나도 매일 설법을 하시는 공자봇을 가까이 모시고 있는데 어찌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있으랴. (예를 들어 트위터의 공자봇이 어느날 공자님 말씀만을 그대로 줄줄이 읊다가 깨달음을 얻어 스스로 새로운 말씀들을 창조해내기 시작하는 이야기라면 어떨까.)

 

최근에 단기적으로 관람 1순위로 놓고 있는 영화는 야마시타 노부히로의 <마이 백 페이지>인데(츠마부키 사토시와 마츠야마 켄이치를 보는 것도 물론 당연히 중요하다. 그거 무시 못한다. 누가 소녀들의 미남 사랑을 욕하랴), 이 영화도 동등하게 올려놓아야 겠다. 이와 별개로 중기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영화는 리들리 스콧의 에일리언 프리퀄 <프로메테우스>이고, 장기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영화는 아오야마 신지의 <도쿄 공원>이다. 아오야마 신지의 모든 영화를 최대한 찾아서 봐야겠다..그래야겠다..고 한지가 3년째인데, 아직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

 

4.

주말에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보고, 내친 김에 <하나 그리고 둘>을 보려다가 이것마저 보게 되면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애써 참았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257분짜리 영화인 이 영화는 늘 25.7분짜리 영화로 느껴지고, 2570분 후유증이 간다. 

 

5.

<한겨레21>에서 본, 미 앨라모고도 폭격장에서 실시된 인류 역사상 첫 핵폭탄 실험을 참관한 토머스 프랜시스 패럴 미 육군 준장의 당시 상황 보고.

 

"(핵폭발의) 결과는 전례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장엄하고, 아름다웠고, 엄청났으며, 두렵기도 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 중에 이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진 현상을 전에는 본 적이 없다. ...주변의 모든 봉우리와 크레바스와 산등성이에 불이 밝혀졌다. 직접 목도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묘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투명하고 아름다운 빛깔이었다. 폭발 직후 엄청난 후폭풍이 실험 참관자들에게 불어닥쳤다. 거의 동시에 소름 끼칠 정도로 강력한 천둥 소리가 이어졌다. 마치 심판의 날을 경고하는 듯했다. 우리 나약한 인간들이 신이 독점해온 힘을 탐하는 불경을 저지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오펜하이머의 탄식 "이제 나는 죽음, 곧 세계의 파괴자가 되고 말았다."

 

(주: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이어지는 기사의 한 대목.

 

"그해 8월 6일 새벽 2시 45분 에뇰라 게이를 몰고 티니언섬을 출발한 티베츠 대령은 같은 날 아침 8시 15분께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서 '소년'(리틀보이)이란 암호명으로 불린 폭탄을 떨어뜨렸다. 폭탄에는 패럴 준장(주:위의 그 '패럴'이다)이 직접 써 넣은 글귀가 있었단다. '히로히토에게, 사랑을 담아서. T. F. 패럴.'"

 

이 부분을 읽다가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된다.

 

6.

키보드가 문자들을 씹어먹어서 더 이상 길게 쓰지 못하겠다. 특히 'ㄴ'자를 자주 잡아먹는 걸로 봐서 이게 맛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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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04-0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가 좋다' 봤는데 그주에 소개하는 영화가 거의 대동소이하네요.
인류멸망보고서는 잘 만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소재의 신선함을 잘 살리지 못할 확률이 커보여요. 예고편으론 낚이지 않는데 김지운이래니까 동하기도 하고. 은교랑 건축학개론이 보고 싶던데요.

저도 신문이랑 잡지 다 읽으려는 편이에요. 맥거핀님이랑 비슷한 의도도 있고, 실제로 뭔가 남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같기도'가 문제지만. 씨네21에선 김혜리 기자의 영화일기랑 김영진 평론가 글이 참 좋아요.

맥거핀 2012-04-03 21:24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이거 잘 살리면 정말 괜찮은 영화- 흔히 말해서 철학적이고 우주적인 세계관을 담았다고 하는 -그런 영화가 나올듯도 한데요.^^ 저는 건축학개론은 영 마음이 동하지가 않지만, 은교는 보고 싶기는 해요.

전 씨네21에서라면 정한석이나 김도훈 기자, 남다은 평론가 글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 사람들 글을 읽으면 이름을 보지 않더라도 아..이 사람이 썼군, 하고 알 수 있을 것 같아요(뭐 하다못해 배우 인터뷰 같은 걸 해도). 김혜리 씨도 본인만의 특징적인 글쓰기가 있는 편이죠.

2012-04-03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 글 재밌어요. / 신문을 첨부터 끝까지 다 읽으면 한시간 반 ~ 두시간 걸리던데... 매일 이렇게 읽으면 뭘로든 도통할 것 같아요. / 필름으로 영화보기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극상의 체험같은 건 혼자 해봐야 외로움의 극치일 뿐이라 자랑은 커녕 자괴의 대상이더라구요. 예를 들어 시사회 당첨되어 혼자 봤는데 넘 재밌었던 어떤 영화는(나의 아름다운 비밀인가 하는 제목인데..) 이후 개봉을 안 해서 시사회장의 소수 낯선이들과 수입업자, 이렇게만 본 영환데요. 이런 경험 극상으로 해봤자 허무 쓸쓸만 합디다. 영화는 어쨌든 소통과 공유가 최고던데요?! 아니, 필름에서만 보이는 말갈기 빛깔에 깨달음이 숨어있을지 모르지요..ㅎㅎ

맥거핀 2012-04-03 21:31   좋아요 0 | URL
그래요? 아무도 잘 모르는 영화보면 좋을 것 같은데..시사회에서 보고, 결국 개봉하지 않은 영화..어째 멋있지 않나요? 소통과 공유의 재미도 좋지만, 혼자서만 알게 되는 비밀 같은 거도 좋아요. 아..근데 시사회는 어째 혼자서 못가겠더라구요. 표 줄 때 물어보잖아요. 그 때 1장이요, 그러면 왠지 민망해서.

예를 들어 시사주간지를 매주 한권씩 정독하면, 어느 정도 평균 이상의 상식들을 갖추게되기는 하는 것 같아요. 시사주간지는 정치에 경제에, 외교에, 문화에 조금씩 조금씩 다 다루기는 하니까. 뭐 딱히 써먹을 데가 없어서, 술자리에서 구라+썰을 풀 때 뿐이라는게 아쉬운 일이기는 하지만.

<워 호스>를 보게 되면 말갈기를 집중해서 보겠습니다.

Shining 2012-04-03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볼 수 있는 영화 중- 보고 싶은 영화는 <디어 한나>. 시네테크에서 상영중인데
다음주 주말에 갈 수 있음 보는데 그날 놓치면 못봐요ㅠ 그제는 <만추>를 다시 봤습니다.
전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좋을까요?-_-

필름2.0 폐간의 충격 이후 영화잡지를 통 안 봤네요. 지금이라도 재창간 안될까요ㅠ

2012-04-03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4-03 11:57   좋아요 0 | URL
동시에 이 글을 보고 있었군요-ㅎㅎ 저도 필름2.0 이후론 영화잡지구독계에서 길을 잃었져.. 씨네는 가끔 사서 봐도 재미가 없어요~.

맥거핀 2012-04-03 21:35   좋아요 0 | URL
저도 <만추>가 좋아요. 아..근데 이거 DVD나 IPTV에 나왔나보군요. 요즘에 <만추>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있는 거 보면. 1년이 넘도록 DVD가 안나와 도대체 안나오는 이유가 뭐냐면서 많은 분들의 애를 태웠던 영환데.

저도 필름2.0도 보고, DVD2.0도 (부록 좋을 때만) 사서 보고, 아주 가끔은 스포츠2.0도 봤어요. 필름2.0이든 키노든, 뭐 다른 거든 좋으니, 영화담론을 다루는 잡지들이 많아졌음 하는 바람입니다. (Shinging님이 나중에 재창간을 직접 추진해 보심 어떨지..)

2012-04-03 2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4-0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사인과 한겨레 신문 구독자입니다만,
이 즐거운 시기에 제대로 읽지 못 하고 수북하게 쌓여있는 중입니다. 아쉬워라...
예전에 시네21과 한겨레21도 같이 구독했는데 도저히 다 읽지 못 하겠고, 시네21이 당최 저랑 맞지를 않아서 포기했답니다. 책이랑 영화는 다른건가봐 이렇게 결론내리구요. ^^

집에 못 본 DVD가 몇장인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필름으로 본다, 음, 꼬옥 집에 장비 마련할만한 돈을 버셔서, 집에서도 보실 수 있기를.
맥거핀님의 리뷰와 열정으로 볼 때,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시니까요.
저에겐, 돼지목에 진주목걸이지만 말이죠... 아하하.

맥거핀 2012-04-03 21:46   좋아요 0 | URL
저도 시사인과 한겨레21을 놓고 조심스레 저울질을 했었는데요. 시사인이 탈락된 것은 그 크기 때문이에요. 웃기죠, 별것도 아닌 크기가 이유라니. 근데 그 어정쩡한 크기는 보관하기가 너무 애매해서요. 시사인은 표지가 마음에 들 때 가끔 사봐요.

글쿤요. 하긴 요즘 너무 바쁘셔서 책 볼 시간도 많이 없으실 것 같아요. 그래도 글에 쓰신대로 가끔 릴렉스하시고 여러 것들도 좀 즐기시고..물론 DVD도 와구와구.

필름은 정말 돈이 많이 드는 물건이니 제가 필름으로 볼려면 제가 로또가 2번쯤 되야할듯..ㅋㅋ 지금으로서는 괜찮은 홈씨어터 장비만 있어도 감지덕지입니다. 하기는 괜찮은 홈씨어터 장비와 룸을 갖추려면 돈을 꽤 벌어야 할테고, 그 정도 돈을 벌려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사라질 수도 있고, 시간이 안날 수도 있으니 이거 참 딜레마군요.

반딧불이 2012-04-0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재미있는 페이퍼네요. 저는 그냥 맥거핀님에게서 종종 잠이 달아나기를 바라겠어요.

오펜하이머의 저 말이 저는 E=mc2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좀 이해가 되었는데 한편 짠하더라구요.

맥거핀 2012-04-03 21:51   좋아요 0 | URL
네..반딧불이 님의 기대에 부응해드리는 차원에서 오늘도 커피를 잔뜩 마셨습니다만, 어제 무리했더니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아요.ㅋ

아..저도 저 책 본 기억이 납니다. 상대방이 먼저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오펜하이머 씨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만, 인류가 괴물을 만들어낸 것은 그의 책임이 꽤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인류의 특질 중의 하나는 '사용법을 잘 알지도 모르는 물건을 만들어낸다'는 것 아닐까요. 그 대표적인 게 바로 핵무기일 것이고,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인류는 아직 파멸 가까이에 있는 것 같습니다.

2012-04-03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그렇게 좋나요~. 중국여행 갔다가 불법복제 디비디로 사왔는데 아직 안 봤어요. 빨리 봐야겠네요. 그래봐야 본가에 내려가야 볼 수 있지만...

맥거핀 2012-04-05 18:57   좋아요 0 | URL
좋다고 해야하나..마음이 복잡해지는 영화입니다. 음악도 좋고..왕가위 감독 영화들에 나왔던 장첸의 어린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구요. 긴 시간을 투자해볼만한 영화입니다.

프레이야 2012-04-04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맥거핀님, 마이백페이지는 패스하면 후회할까요? ㅎㅎ
봄이긴 한데 바람이 차가워요.
목련은 또 왜그래 초췌하게 져버렸대요.
허접한 사랑이야기처럼.

맥거핀 2012-04-05 18:59   좋아요 0 | URL
마이백페이지는 놓치면 아쉬운 영화라고 생각해요. 저는 계속 시간이 지독하게 안맞네요.(지금 서울에서도 개봉하는데가 1군데 뿐이라..) 저도 지금이 봄인가 계속 되묻고 있어요. 이러다 갑자기 봄은 건너뛰고 여름이 오지 않을까 싶고..서울은 오늘 바람이 심한 날입니다. 그나마 있던 꽃잎들도 다 떨어지겠어요.

cyrus 2012-04-0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랑 비슷하네요. 요즘 신문을 보수, 진보 진영 번갈아 읽고 있는데
항싱 다 읽고나면 신문 속 모든 내용을 다 아는듯한 생각(or 착각)에 빠질대도 있거든요.
그리고 요즘에는 온라인 글들은 핵심적인 내용만 읽는 편이에요. 하루에 두 세 분 이상
글 한 글자 한 글자 읽는 것도 힘드네요. 한번은 새벽에 알라딘 블로그에 글 읽다가
깜빡 졸뻔하기도 한 적도 있었어요. 너무 컴퓨터 앞에서 글 읽으니 눈이 더 침침해지게
되고요. ^^;;

맥거핀 2012-04-05 19:04   좋아요 0 | URL
알라딘 글들은 가볍게 읽을 글들도 있지만, 감성과 이성이 필요한 글들이 있어서요. 저도 되도록 시간이 좀 날때만 들어와서 차분히 읽으려고 합니다만, 요새 들어서 글이 잘 안들어오는 것도 사실이네요.

저도 요새 이것저것 생각해요. 선거와 관련해서도 그렇고..보수니 진보니 반MB니 반노무현이니 하는 그런 것 보담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택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하는 때이겠구요. 그럼에도 요새 여러 정당에서 현란한 레토릭들을 사용해서 쉬이 현혹되곤 하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정보 과잉이 차분한 생각을 가로막고 있는다는 생각도 있어요.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독립영화, 인디영화를 주로 (유료로)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인디플러그' 사이트에서 영화 <Jam Docu 강정>을 이례적으로 무료로 공개중입니다. (인디플러그에 감사드립니다.) 해군기지 건설과 그에 따른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경계 도시>의 홍형숙 감독, <레드 마리아>의 경순 감독, <오월愛>의 김태일 감독 등 총 8명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각각 카메라에 담아낸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입니다.

 

아래의 곳으로 가시면 되고, 회원가입만 하시면, 결제과정 없이 고화질로 다운 가능합니다.

 

http://www.indieplug.net/movie/view.php?cat=1&sq=1616

 

여야 모두가 선거니, 공천이니 정신없게 만드는 와중에 구럼비는 계속 파괴되고 있고, 강정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강정에 대해 다시 한번쯤 생각해보시는 것은 어떨는지요.

 

덧.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시면 제 시덥잖은 리뷰를 참고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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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03-2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전부터 보고 싶었고 맥거핀님 리뷰보고 더 보고 싶었는데 감사합니다.
독립 영화 상영하는 곳이 있군요.

맥거핀 2012-03-29 22:33   좋아요 0 | URL
^^ 반갑습니다. Arch님. 이런 영화는 보다 많은 분들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찬성이나 반대를 떠나서 일단 그곳이 어떤 곳인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차분히 생각을 해보았으면 좋겠네요.

2012-03-29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맥거핀 2012-03-29 22:34   좋아요 0 | URL
즐감하셔용. (물론 보는 도중에 마냥 즐겁지는 않겠습니다만..^^;)

cyrus 2012-03-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보를 제가 자주 드나드는
온라인 카페에도 알리고 싶은데 퍼가겠습니다. (퍼간다는 단어가 좀 어색하네요 ^^;;)

맥거핀 2012-03-31 00:02   좋아요 0 | URL
불펌, 무한펌 환영합니다.^^

리처드 2012-04-20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상 최대의 멍청하고 억지스러운 쓰레기 영화군요.

또 근거없이 감성이나 팔아대려는 낌새가

방금 막 내린 멧되지의 뜨끈뜨끈한 설사가 뿜어내는 갈색빛 김처럼 뿜어져 나오네요.

지금 저렇게 근거없는 비방 하시는 분들이 몇년전에는

뭐 개 줘 까튼 광우병 좀비라고 대가리에 닭 동맥같은 핏줄 새워가며

했겠지마는 그 인간들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아직도 저러는게 참...

맥거핀 2012-04-21 01:00   좋아요 0 | URL
표현은 재밌습니다만(방금 막내린 멧돼지의 설사라..^^ 뭐 저는 그건 본 적이 없습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제가 독해력이 떨어지는지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네요. 광우병 좀비는 무슨 맥락이신지..;

다락방 2012-04-2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맥거핀님.
저도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독립영화, 인디영화를 주로 다운 받을 수 있는 사이트라니, 저는 이런게 있는줄도 몰랐거든요. 방금 막 링크 따라가서 즐겨찾기 추가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제겐 정말 유용한 정보에요.
:)

맥거핀 2012-04-26 22:19   좋아요 0 | URL
네..안녕하세요.^^ 아무래도 요새 인디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들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인디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들은 여전히 부족한데요, 그런면에서 최근 화제가 된 인디영화들이 어느정도 망라되어 있는 사이트라고 생각해요. 다운로드 받으면 또 그 금액중 일부가 민간 독립영화전용관 기금으로 마련된다고도 하구요.^^ (뭐 이번에 인디스페이스가 재개관한다고는 합니다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저 또한 즐겁습니다.

열매 2012-04-2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방금 알라딘 페이퍼를 쓰다가 잼 다큐 <강정> 포스터를 찾으려고 검색하던 중에 맥거핀님의 서재에 들어오게 됐어요. 전 이 영화 이미 봤는데요, 주소 복사해가서 제 서재에 올려도 될까요?? 3월에 읽은 책 목록 밑에 영화 포스트 사진과 주소 올려 놓고 싶어서요. 무료로 볼 수 있다니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저는 책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서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는 책을 읽은 후에 이 영화를 함께 봤었는데, 돈 내고 봤답니다^^;;

맥거핀 2012-04-29 00: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물론 좋으실대로 퍼가셔도 됩니다. 많은 분들이 보시도록 무료로 배포할텐데, 저도 일조할 수 있으면 좋죠. 그만큼 보고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보구요. 아..그리고 보니까, 네이버에서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더라구요. (아마도, 다른 합법다운로드 사이트들에서도 무료배포일듯 한데, 확인해보진 못했습니다.)
 

요 며칠 <극장전>의 마지막 대사가 나를 사로잡고 있다. "이제 생각을 해야겠다. 생각을 더 해야 해. 생각만이 나를 살릴 수 있어. 죽지 않게 오래살 수 있도록...." 마지막, '죽지 않게 오래살 수 있도록...'이라는 말이 웃기기는 한다. 물론 이 말의 방점은 '오래산다'가 아니라, '죽지 않게'에 찍혀있다. 죽지 않은 상태에서, 산다는 것. 매일매일 죽어있는 어떤 상태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만끽하면서 산다는 것. 그것은 생각으로 가능할까.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 대우 명제, 즉 '죽어 있는 자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참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말들은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 "이제 책을 읽어야겠다. 책을 더 읽어야만 해. 책읽기만이 나를 살릴 수 있어. 죽지 않게 오래살 수 있도록..." 이미 쌓아놓은 책이 너무 많아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결의를 다지는 의미로 집에 오는 길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움베르트 에코의 <젊은 소설가의 고백>, 백가흠의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를 샀다. 요즘 그나마 남는 시간들을 <한겨레21>과 <씨네21> 및 인터넷 기사들을 정독한다고 거의 써버리고 있는데(이 넘의 정부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야만 하게끔 한다. 평화로운 강정은 애초 우리모두 알 이유도, 알 필요도 없는 그저 가만히 두면 되는 곳이었다), 책 읽기에 그 시간들을 돌려서 써야겠다.

 

덧.

요 며칠 사이에 옆에 즐겨찾기 등록의 숫자가 3명이나 줄었다. 옛 여인은 새로운 여인과의 만남으로 잊으면 되고, 꿀꿀한 영화에 대한 기억은 이어서 본 다른 영화에 대한 기억으로 덮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한 명이 줄은 기억은, 또 다른 한 명이 줄은 기억으로 덮으면...된다. 다만, 단지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할 뿐인데, 누군지 몰라도(몰라야) 좋으니, 즐겨찾기 목록에서 제거할 때, 익명으로 그 이유를 반드시 남겨야만 가능하도록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진지한 뻘생각을 해본다. 글들을 더 이상 보지 않는 이러저러한 이유를 글쓴이도 알게 되면 좋지 않을까. 그래야 뭔가 더 나아질 여지가 있을텐데. 레알 잡담에 어울리는 허접한 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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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2-03-08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켁~ 이건 뭐죠~ 지금 저도 백가흠 읽고 있는데요 ㅋㅋ 이런 이런 ㅋㅋ 그런데 중고서점 종로에 있는거 말씀하시는거죠? 거기 책상태좋나요? 제가 중고품질에 대해선 거의 불신에 찬 태도를 지니고 있어서요 ㅋㅋ 만약 좋다면 대량매입 가능합니다 ㅋㅋ

아!!!!!!! 즐겨찾기 삭제 그 3명중에 한명이 전데요 여기 손손요!!(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그냥 깔끔하게 서재운용할려고 즐겨찾기 삭제한건데(기존의 있던건 다 삭제했어요 그리고 즐겨찾기 하신분들이 계속해서 베스트 글 되니 할필요 없겠더라고요) 그냥 님글은 계속해서 알라딘글에 등록되니 거기서 보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서요~ 또 이런 가슴아픈 사연을 듣게 되네요~ 흐음~ 그러면 그냥 등록하고 갈께요^^ 물론 맥거핀님의 글이 나빠서 그런건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요새 가만히 책상에 앉아있으니 영화보다는 문학작품을 더 읽게 되던데요 ㅋㅋ 그래서 그런지 아무래도 영화에 대한 글에 남다른 글을 쓰시는 맥거핀님 글을 더 많이 볼꺼 같네요 ㅎㅎ

아~ 그리고 강정 그 다큐멘타리를 아직 보지 않아서 코멘트 못남기고 있는데 ㅋ

더불어 아무래도 올해 가장 좋았던 영화로 버넷 밀러<머니볼>과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스의<네번>이 아직도 저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헤매고 있네요~ 그래서 한번 머니볼에 대해서 더 얘기하고 싶네요~

맥거핀 2012-03-09 15:19   좋아요 0 | URL
하하하..억 예상치못한 배신입니다. 역시 추궁하니 자백(?)이 나오네요. 자진납세 감사합니다.^^ 근데 정말 궁금한 건 '누가'보다 '왜'에요. 저는 궁금한게 많은 인간이라..

네..종로점 맞구요.(신촌은 좀 멀어서...) 책의 물리적상태를 말씀하시는 거죠? 뭐 복불복이긴한데, 제가 산 3권의 책은 모두 거의 새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책입니다. 거의 출판사에서 바로 가져나온 새책같은 책들이 꽤 있어요. 근데 아직도 인문쪽은 많이 부족한 느낌이고, 소설쪽은 그래도 읽어볼만한 책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입구에 바로 들어가면 오늘 들어온 책들이 있는데, 거기에 건질만한 것들이 주로 꽤 있구요. 안으로 들어갈수록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오늘 들어온 책 중에서 안팔린 것들이 안으로 들어갈테니..)

프람마티노 <네 번> 진짜 좋나요? 이거에 대한 극찬을 몇 개 봐서, 영화에 대해 궁금중이 좀 있어요. 염소와 노인 이야기가 뭐그리 별게 있을까..싶었는데요.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상영정보 캐취하시거든 알려주시면 감사~! <머니볼>에 대한 글도 빨리 쓰시고...

아이리시스 2012-03-09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대로 있어요, 즐찾ㅋㅋㅋ

맥거핀 2012-03-09 15:21   좋아요 0 | URL
배신하면 제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ㅋㅋ

카스피 2012-03-09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즐찾이 줄어들면 왜 줄어들었을까? 제 글이 마음에 안드셨나 하고 머리를 쥐어짭니다용^^;;;

맥거핀 2012-03-09 15:2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만 그런거 아니죠? 저만 소심한 거 아니죠? 다들 그러시죠? (^-^;)

2012-03-10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11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E-9 2012-03-11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만이 날 구할 수 있어'란 대사는 저 역시 MB 정권 내내 모토처럼 여기고 산 말이었는데 반갑네요. 정말 MB는 많은 공부를 하게 했죠. 집권 초기부터 운하의 효용성, 리먼 브라더스, 디도스, 천안함, 민영화, 의료 보험, 표현의 자유 등등...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잊지말아야 할 것도 참 많은 정권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고 보니 투표란 스트레스를 줄이는일도 되겠지만 내가 좀 더 편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군요. 강정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정말 제대로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맥거핀 2012-03-12 13:02   좋아요 0 | URL
우리 가카는 사실 탄핵을 당했어도 몇 번을 당했어야 했지 않겠나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디도스나 무리한 민영화, 부활되는 검열 등도 그렇고, 측근들의 잦은 비리나 내곡동 비리, 다이아몬드 광산 사건,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간인 불법사찰 이거 하나로도 게임 끝이죠. (뭐 비교하기도 그렇지만, 노무현 전대통령이 측근비리와 낮은 경제성장 -지금 가카의 경제성장률은 얼마죠?- 으로 탄핵된 것에 비하면 말입니다.)

뭐 근데 저는 관대한(-_-) 사람이라, 왠만하면 가카 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대운하니 해군기지니, 핵발전소니 하면서 이 나라의 산천을 망가뜨리는 것만은 못 봐주겠네요. 그건 가카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가카야 본인이 생각하시는 할 일 하시고 가시면 그뿐입니다만, 그 망가진 산천은 어떻게 돌아오나요? 말씀하신대로 투표만이 살길입니다만, 솔직히 요즘 민주당이나 진보당 쪽의 행태를 보면 그다지 투표에 희망이 안 생기네요.

2012-03-23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3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3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4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4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ttp://blog.aladin.co.kr/cscenter/5378037

 

급작스러운 알라딘 영화 서비스 종료 소식. 한 마디로 그간 썼던 글들만 서재에 남기고 영화에 관련한 페이지를 없앤다는 얘기인데, 갑자기 들으니 난감하네. 글을 쓸 수 있나 없나의 문제보다도, 가장 난감한 것은 영화만 클릭하면 볼 수 있었던 여러 리뷰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방법상의 문제는 그렇다치고,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글들이 알라딘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될 것 같다는 느낌. (물론 포탈에서 리뷰들이야 찾을 수 있지만, 알라딘은 알라딘 나름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리고 그간 여러 영화제에 대한 정보를 여기 알라딘에서 잘 정리해줘서 다른 사이트들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게 되었는데, 그것도 아쉽고. 갑자기 난감해진 일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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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깜짝이야. 굉장히 갑작스럽네요.
다들 영화 글도 꽤 많이 쓰는 편인데, 앞으로 어찌 되려나. 쓰는 거야 페이퍼 형태로 그냥 쓸 순 있지만, 님 말씀대로 그게 모아 볼 수 없으니 예전같지 않고, 점점 글이 줄 수 밖에 없겠죠. 이곳 생활의 1/2의 재미였는데. 이럴 수가요...

맥거핀 2012-01-29 12:38   좋아요 0 | URL
돌아가는 걸 보니 알라딘에서도 아마 별 대비를 못하고 있었던 듯 싶어요. 뭐 어떤 내부사정이 있지 않나 싶은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아쉬운 게 많죠. 알라딘 서재라는 게 주로 책 위주니까 보이는 큰 변화는 없겠지만, 영화 리뷰만 전문적으로 쓰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런 분들은 아마도 상당수 알라딘을 떠날 듯 싶고...일단 저부터도 여기에 계속 영화리뷰들을 쓰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2012-01-29 12:55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말고도 영화 리뷰만 전문적으로 쓰시는 분들이 있으시군요. (영화 리뷰는 그냥 이웃들 것만 봐서 잘 모름..) 영화리뷰를 쓰게끔 장치가 되어있지 않다면, 쓰는 쪽에서 왠지 동력이 안 생길 것 같긴 해요. 이런 날벼락이 있나요...-_- (여튼 여기 계시는 쪽으로 어떻게..^^;)

맥거핀 2012-01-30 17:10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무비매니아 제도가 생기면서 영화리뷰를 주로 쓰시는 분들이 최근에 꽤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아마도 영화 부분이 알라딘에서 없어진다면 그분들도 그렇고, 전체적으로도 영화에 대한 글들이 줄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아무래도 뭐든지 토양이 있어야 싹이 자라는 법이라..뭐 근데 저도 당장 어디간다는 얘기는 아니구요. (사실 갈만한 데도 마땅치 않고요..포탈들은 영 분위기가 마땅치않구요. 씨네21 블로그는 없어졌고, 그렇다고 타 서점으로 가기도 그렇고..) 일단은 해오던 서재생활이 있으니 그럭저럭은 있어야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영화에 대한 글도 조금은 끄적거릴테고...

그런데 아무튼 많이 아쉬워요. 숨어 있는 글들 찾아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제 숨어 있는 영화글이 있더라도 영 찾기 어려워지겠군요.

양철나무꾼 2012-01-2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맥거핀 님의 영화 리뷰들 (좀 어려워서 거들 입장은 못되고~ㅠ.ㅠ)
훔쳐 읽는 재미가 쏠쏠했었는데...아쉽군요~

저도 갑자기 맥빠지고 난감해진 일요일 오후예요~

맥거핀 2012-01-30 17:12   좋아요 0 | URL
아이고..제 글을 보고 계신줄은 몰랐는데..저도 사실은 양철나무꾼님 글 올라오면 보고는 있었어요. 근데 저도 마땅히 끼어들 이야기가 없어서..ㅠㅠ

네오 2012-01-3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이제는 제대로(!) 쓰여진 영화평을 볼수 없다는 거네요~ 아쉬운 결정이네요~

맥거핀 2012-01-30 17:12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알라딘에 영화리뷰어들은 사라지겠지요? 저도 안그래도 네오님 글들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더 아쉽게 생겼네요.

네오 2012-01-30 17:52   좋아요 0 | URL
이제는 영화를 보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글을 쓰는것보다는 그냥 보기로 했습니다^^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영화비평을 쓸때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여전히 맥거핀님은 잘 쓰시더라고요^^ 그래도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글을 쓰시다닌 천만다행이네요 헤헷~

맥거핀 2012-01-30 18:16   좋아요 0 | URL
음..뭐 제가 뭐라고 평할 입장은 아니지만, 네오님 글은 그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글이라 좋았는데요. 언젠가 또 쓰시고 싶은 때가 올 때 마음껏 써주세요.^^

반딧불이 2012-01-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잉? 우째 그런일이. 그럼 맥거핀님의 영화 리뷰들을 이제 못보는건가요?

맥거핀 2012-01-30 17:14   좋아요 0 | URL
위에도 썼지만, 뭐 당장 안쓰게 되지는 않을 거 같구요. 제가 뭐 혹 여기에 글은 안쓰더라도, 여러 이웃님들 좋은 글들은 봐야죠.^^ 서재를 쉽게 떠나기는 어려울듯.

카스피 2012-01-30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무슨 이유인지 잘모르겠지만 참 아쉽네요.

맥거핀 2012-01-30 17:17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여기 알라딘에서 오래 활발하게 활동하셔서 아마 영화 부분이 처음 알라딘에 생겼을 때부터 보셨을 것 같은데, 아쉽기는 하죠. 뭐 그래도 영화에 대한 사랑은 죽지 않습니다.^^

아이리시스 2012-01-31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있다가 없어진다면 이유야 어쨌든 아쉬워요. 리뷰야 어떻게해서든 쓸 수 있겠지만 그러면 기존과 달라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맥거핀님 어디 가시면 안됩니다. 제가 맨날 영화 이미지를 대령할게요ㅋㅋㅋㅋ

맥거핀 2012-01-31 22:03   좋아요 0 | URL
역시 동종업계에 계시니 필요한게 뭔지 잘 아시네요.ㅋㅋ 영화이미지 무상공급입니까? 계약 체결완료. 알겠습니다.ㅋ 저도 저지만, 영화에 대해 정말 글 많이 쓰시는 분이 아이리시스님인데, 아쉬운 마음 짐작이 갑니다.

꽃도둑 2012-01-3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정이 있어서 페이지를 닫기야 하겠지만 이건 정말 아쉽고도 아쉬운 소식이네요.
그나마 유일하게 들어오던 맥거핀님 리뷰는 이제 더 이상 볼수 없다는 소리인거죠?,,,
그나저나 당황스런 마음이 글을 쓰는 당사자만 할까요?,,,
어쩔 수 없을 경우, 책 리뷰로 자주 뵈었으면 해요...평가단 신청하셔서...
등떠밀려 쓰는 재미도 쏠쏠해요...^^

맥거핀 2012-01-31 21:59   좋아요 0 | URL
아니..뭐 일단 안쓴다는 얘기는 아니구요.(이야말로 당황스럽습니다.ㅋ) 일단은 페이퍼 형식으로라도 할 얘기는 해야죠. 안하면 제가 답답해서.ㅋ 근데 아닌게 아니라 요새 책리뷰를 거의 안쓰니 책을 읽으면 왠지 남는게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나란 인간은 강제성이 없으면 잘 안쓰니까요. 꽃도둑님 말대로 평가단 신청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늘상 그렇듯이 또 용두사미로 끝날거 같아서...(담번에 만약 하게 되면, 예술분야 쪽으로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2-01-3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정말이요... 이런,
이건 정말 아쉬운 결정인데요. 이걸 어쩌나? 흑.

맥거핀 2012-01-31 22:01   좋아요 0 | URL
그래도 페이지 없어져도 마녀고양이 님도 영화에 대한 글 종종 써주세요. 써주시면 제가 늘 읽으러 가겠습니다.^^

Shining 2012-02-0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제가 방황하는 며칠 사이 영화서비스가 무려 종료......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까지 드네요_- 저야 아주아주 가끔 쓰지만 맥거핀님의 글을 읽게 해준 고마운 곳인데다, 저도 알라딘에서 검색을 자주 하는데. 저도 이러는데 맥거핀님 굉장히 허탈하셨을 것 같네요ㅠ

예전과는 다르시겠지만, 마음이 복잡하시겠지만... 떠나시면 아니되요ㅠ 맥거핀님의 글을 못 읽게 된다니, 생각만해도 허전해요ㅠㅠ

맥거핀 2012-02-10 16:00   좋아요 0 | URL
이게 다 방황하신 님탓입니다.(농담이에용. 뭐 저도 남말할 입장은 아니라.) 서비스가 종료된 효과(?)가 벌써 어느 정도는 나타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구요. 일단 저부터도 영화글 보러 알라딘에 자주 들렀었는데, 발길이 좀 뜸해지고 있네요.
^^;
 

글: 원승환(전직 독립영화인) [2011.10.11]

(원문 주소: http://www.kmdb.or.kr/indie/board/column_list.asp?seq=49&GotoPage=1)

 

 

영화를 접하는 것은 점점 쉬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영화관 같은 상영 공간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영화는 TV의 등장으로 관람 공간이 확대되어 집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비디오 매체의 등장으로 관람 시간 마저 자유로워졌습니다.(보고 싶은 때에 재생할 수 있고, 관람 도중 중단하고 재개할 수도 있습니다.) 케이블 TV의 등장으로 영화전문채널도 생겼고, 네트워크가 발전하면서 WEB으로, VOD로 영화를 접하는 것도 훨씬 편해졌습니다. 최근엔 VOD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케이블TV나 IPTV를 통해) 개봉과 동시에 영화를 접할 수도 있습니다. 독립영화를 접하는 방법도 훨씬 많아졌고 편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영화관에서 찾아볼 수 없었지만,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이 시작된 이후 개봉 상영도 많이 보편화되었고, 지상파 TV에서도 방영되며(KBS [독립영화관], EBS [독립다큐관]),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도 선보였으며(인디플러그), (아직은 많은 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지 못하지만) 독립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인디필름)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보면 마음만 먹으면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은 한국 전체 스크린의 1%도 되지 않으며, 예술영화전용관이 존재하는 지역이 아니면 개봉되는 독립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기란 언감생심입니다. 개봉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립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말은 '영화관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외'한 기회가 늘어났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를 영화관을 통해 관람하는 관객들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워낭소리>처럼 엄청난 관객을 모으는 영화가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2011년엔 1만명 이상의 관객이 찾은 독립영화가 많아졌습니다. 독립영화인들이 영화관을 통해 상영하는 기회를 늘이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보고 싶어하며 찾아주기 때문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이런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존경이라는 말이 과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단한 분들인 것은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주류의 취향과는 다른 취향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보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독립영화 관련 일을 그만 두고 관객으로 돌아가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봐야하는 상황이 되자,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새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가는 일에 대해 상상해봅시다. 대부분 이런 식이겠지요. 영화를 먼저 선택하고 영화관을 찾거나, 가기 편한 영화관을 먼저 선택하고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 볼 영화를 선택해서 봅니다. 인기 있는 주류 영화의 경우, 매진이 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도 관람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영화관들은 몇 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이기 때문에 한 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도 많고, 이에 따라 상영 시간 역시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편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영화를 보러가는 일은 이와는 많이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보는 일처럼 행동해서는 곤란합니다. 아무 영화관에 찾아가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립영화를 자주 상영하는 예술영화관 같은 곳을 찾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다고 해서 보고 싶은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를 선택하고, 영화관을 찾더라도 상영시간이라는 장벽을 만나게 됩니다. 상영시간과 자신의 일정이 맞지 않으면 영화를 볼 수가 없습니다. 최근엔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의 숫자에 비해 개봉하려는 영화가 많은 탓에, 대부분의 예술영화관들이 하루에 여러 편의 영화를 상영하여 영화당 1회씩 상영하는 경우가 잦아 무작정 영화관을 찾아서는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없습니다. 어느 사이 개봉 독립영화를 보러 가는 일이 영화제나 시네마테크를 찾는 일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주로 스크린이 하나인 예술영화관이 보다 많은 영화를 상영하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 개의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멀티플렉스는 어떨까요? 유감스럽게도 멀티플렉스의 상황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 개의 스크린이 있다 하더라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스크린이 하나 뿐이라 하루에 여러 영화를 교차상영하기 때문에 상영시간에 내 일정을 맞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영화관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것은 영화관의 사정에 내 일정을 맞춰야 하는 조금은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원하는 영화를 꼭 보기 위해서 희생해야하는 것들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찾는 관객들이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분들이 존경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만족스럽지 않은 상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를 찾아주시는 관객 분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독립영화 관객이 된 후, 상영 시간의 아쉬움 말고 또 다른 아쉬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예술영화 스크린을 찾으면서 알게된 것인데요, 다른 영화와 똑같은 관람료를 지불하고 영화관이 지정한 시간에 자신의 일정을 맞춰 영화관을 찾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를 보는 관객에 비해 '항상' 열악한 환경에서 영화를 봐야합니다.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 스크린은 해당 극장의 스크린 중에서 좌석수가 가장 적은 곳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영화들 처럼 넓은 스크린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자주 상영하지 않는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과 영화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뜻일텐데, 보러가는 영화가 시장성이 떨어지는 영화란 이유로 늘 홀대를 받고 있는 셈입니다.

예술영화 스크린을 운영하는 멀티플렉스들은 관객에게 대단한 혜택을 돌려주고 있는 마냥 스스로를 홍보합니다.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예술영화 스크린을 운영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사실 예술영화스크린의 좌석수는 각 멀티플렉스 체인이 가진 전체 좌석수의 1%에도 미치지도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무비꼴라쥬라는 브랜드로 가장 많은 9개의 스크린을 운영한다는 CGV의 무비꼴라쥬 좌석수는 9관을 다 더해도 1천석에 미치지 못하며, CGV 전체 사이트 좌석수의 1% 미만입니다.) 그리고 그 스크린의 관객들 역시 동등한 입장료를 내고 영화관을 찾습니다. 시장성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보다 수익이 낮을 수는 있지만, 대단히 많은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스크린이 존재에는 사업자 측의 배려도 있겠지만, 다른 영화에 비해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를 감수하는 관객들의 배려 역시 중요한 근간임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일까요? 그렇게 삐딱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공간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내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거 독립영화가 애초에 개봉 상영을 못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환경이 얼마나 나아진 것인지 생각하며 행복해야 마땅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의 조건을 무조건 긍정해야 한다는 것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습니다. 멀티플렉스가 한국에 등장한 이후, 각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은 영화관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과 새로운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영화관객수는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이전보다 늘어났습니다. 이런 변화가 독립영화와 무관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영화를 선택하고 찾아보는 환경이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아진다면, 개인의 일정을 영화의 일정에 맞추지 못해 관람을 포기한 관객들이 영화를 찾게 될 것이고 보다 많은 새로운 관객들 역시 유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CJ E&M 픽쳐스의 계열사인 필라멘트 픽쳐스가 배급한 <파수꾼>은 영화관이 배려한다면 독립영화 역시 조금 더 많은 관객이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작은 스크린, 작은 상영관 크기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스크린은 관객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공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관을 사랑하는 관객들도 매우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이 이런 열성적인 관객들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개선되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영화를 공짜로 보는 것도 아니고, 영화관람료 이상의 개인적 비용을 지불하고도 기꺼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조금 더 신경쓰는 일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때엔 지금보다 큰 상영관의 넓은 스크린에서 독립영화를 보게 되는 날이 오기를 살며시 바래봅니다.

 

 

어떤 자기위안으로 이 글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글의 두 가지의 문제의식에 적극 공감하기 때문이다. 일단 하나는 멀티플렉스에 대한 것인데, 현재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많은 멀티플렉스는 대부분, 독립영화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거나, 있더라도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 한 개의 영화를 몇 개의 스크린에 동시에 걸어, 멀티플렉스라는 말이 무색하게 관객의 선택권을 빼앗아버리는 것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고, 대부분의 멀티플렉스의 경우 독립영화나 '소위' 예술영화들을 거의 상영하지 않는다. 서울을 예로 들자면, CJ CGV의 무비꼴라쥬나 대한극장 등이 그나마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는 극장인데, 그 라인업을 보면 거의 구색맞추기에 가깝고, 또 상당수의 영화들이 1-2주의 상영으로 그치거나, 심한 경우에는 개봉 하루이틀만에 교차상영(2개 이상의 영화를 번갈아 한 관에 상영하는 것)이 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래서 작은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겨우 찾아야만 알 수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더라도, 이미 상영관을 확인해보면, 상영이 끝난 이후인 경우가 허다하다.

 

보다 문제는 이런 영화들이 작은 상영관, 작은 스크린, 불편한 관람 환경에서 상영되는 것이 거의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작은 영화들은 지하 1-2층, 혹은 아주 꼭대기의 아주 작은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독립 영화들과 예술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극장들은 일단 극장을 찾는 교통편에서부터 고역을 치러야 하며, 작은 스크린과 좁은 의자에, 앞사람의 머리가 스크린을 가리는 불편한 환경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글쎄. '좋은 영화'를 보여주므로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좋은 영화'를 상영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관객들의 '호의'로 웃어넘겨야 하는 것일까. (요즘 왠만한 멀티플렉스에서 앞 사람의 머리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스크린을 가린다면, 아마도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작은 영화관에 갈 때는 도리어 사람이 많다면 걱정부터 되기도 한다. 평소와 같이(?) 사람이 없다면,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때로는 웃어넘길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경우도 많다. 단순히 '자리'의 불편함을 넘어, 형편없는 영사 환경에서 영화가 상영될 때가 그런 경우인데, 예를 들어 대한극장을 관리하는 분들은 작은 영화가 주로 상영되는 지하 1층 상영관이 거의 1년 내내 핀트가 나간 상태에서 영화가 상영되며, 그래서 때로는 심할 정도로 뿌연 화면을 보여주는지를 알고 있는지, 그리고 CGV 관계자들은 대학로 CGV 지하에 있는 작은 상영관인 5관의 스크린 가운데에 미세한 찢어진 틈이 있어 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서울이라서, 이런 영화들이라도 볼 수 있으니 낫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작은 영화관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나마 버텨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해야하는 것일까(그간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던 많은 영화관들이 사라졌으므로). 구색맞추기라도 멀티플렉스들에서 독립영화들을 (아주) 가끔 상영해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정말 잘 모르겠다.

 

 

덧 1.

 

그래서 요즘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두 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주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들을 상영하면서도 거의 최상의 상영환경을 자랑하는(멀티플렉스들과 비교해도 동급최강의), 건대에 있는 KU시네마테크이고, 다른 하나는 큰 영화제는 물론이고, 작은 영화관들에서 상영되는 자잘한 영화제들이나 상영 소식들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는 여기 '알라딘 무비 어드바이저' 서재이다. 개인적으로 작은 영화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전전하는 편인데, 어느 사이트를 보더라도 여기 서재처럼 총망라하여 잘 전달해주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담당자님의 성실한 노력에 감사를 표할 뿐이다.

 

덧 2.

 

 글이 링크가 된 트위터에 다음의 추가 문구가 달려 있던데, 적극 동감한다. "새롭게 안 사실인데, 이 나라에서 독립영화 따위를 극장에서 보려면, 우선 졸라 자유업이거나 백수거나 둘중에 하나여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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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1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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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1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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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17: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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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3 0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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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3 1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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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4 14: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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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5 1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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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관이라도, 온전히 독립영화에 할애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교차상영, 조기종영.. 어찌나 짠지 말입니다. 대기업 멀티플렉스들, 16개관이나 되고 그러면, 작은 관 하나쯤 시원스레 통째 내줘도, 여러 모로 손해보단 이익이 많지 싶은데... 라고 인천 살 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아랫동네로 내려오고 보니, 아예 접근불가능인 영화가 아주~ 많네요.
독립영화 따위를 보려면, 졸라 자유업 + 백수 + 수도권 거주..여야 하는 거지요.-.-

맥거핀 2011-12-22 17:39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대기업들이 영화 사업에 뛰어들면서 작은 영화관들이 많이 사장되었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극장들보면 독립영화에 대한 배려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 그래도 뭐 하고 있음..이런 수준이지요. 가끔은 멀티플렉스가면 서글플 때가 있어요. 니네는 지하가서 봐! 이러는 거 같아서..그렇다고 독립영화 관객이 돈을 적게 내는 것도 아닌데요.

하기는 또 이것도 분명히 배부른 소리일 수 있겠지요. 저도 확실히 다른 분들보다는 일이 자유로운 편이라 그나마 몇 개의 영화를 보는 거니까. 거기다가 수도권 거주구요. 다른 분들에 비해 상당히 좋은 조건이네요.^^; 지방에도 시네마테크나 독립영화 전용관들이 많이 생기면 좋으련만, 이 나라의 문화정책이란 게 점점 퇴보하고 있으니..독립영화라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더 지원을 해줘야 상영도 하고, 영화를 제작할 수도 있는데, 뭐 거의 자유방임이거나 도리어 방해하는 측면도 있고..좀 다른 얘기겠지만, 얼마전 씨네21에서 대기업들의 영화 사업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한 글을 보았는데, 조금 걱정이 되더라구요. 통합과 거대화가 도움이 되는 사업도 있겠습니다만, 영화에서 만큼은 거대화와 그에 따른 계량화란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지름길인데, 다양함이 없는 문화란 곧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마련이죠.

ICE-9 2011-12-2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사실 멀티플렉스가 도입될 초창기 부터 영화의 선택권이 오히려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더욱 지배적이었죠. 몇 년 전 있었던 김기덕 감독의 항변 역시도 그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했구요. 사실 영화에 대한 비평 담론에 사람들이 무관심해지고 더이상 영화가 오락거리 이상의 의미가 되지 못하게 된 것도 영화 산업이 대자본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되면서 맞물려 일어난 현상이 아닌가도 싶어요. 박정희가 보여주었던 압축적 근대화 그대로 헐리우드 영화 따라잡기 식의 산업적 주도와 그로 인한 유행이 그 전까지만 해도 풍부했었던 유럽 영화적 경험을(타르코프스키의 `희생`에 대한 우리나라 관람객수는 유럽 영화계까지 놀라게 만들 정도였죠.) 점차 일소시켰고 그렇게 더욱더 획일화되고 협소화된 영화적 경험의 창구로 인해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가지지못한 대중이 이제 거기에 길들여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구요. 생각해보면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을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도 언제였나 싶네요. 길은 영화를 더이상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에 맡겨두어서는 안되고 말씀하신대로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정책이 있어야 할 듯 한데 참으로 요원한 게 사실이고 보니 그저 답답한 마음만 가득이로군요. 영화팬들은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적 경험을 위해 게릴라가 되어 각개격파할 수 밖에는 없는 걸까요?

맥거핀 2011-12-28 13:17   좋아요 0 | URL
네..동의합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영화 시장을 장악하면서, 한국영화는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대기업들은 오로지 산업에 기반한 사고만을 하니까요. 예를 들어 대기업 제작사들의 경우 시나리오를 신별로 모니터링을 하여 점수를 매겨 수정한다고 하던데, 참 우려되는 일입니다. 그렇게되면 필연적으로 `적당히 좋은` 시나리오만 살아남게 될 테니까요. 5점과 0점이 공존하는 영화가 매력적이지, 4점만 줄줄이 보여주는 영화는 무슨 매력이 있을까요.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김지운..등등의 새로운 작가주의 감독들과 특유의 프로듀서 시스템이 결합하여 만들어냈던 한국의 영화 르네상스는 지금으로서는 쇠퇴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박찬욱과 김지운은 할리우드로 갔고, 김기덕은 지쳐버렸고..새로운 박찬욱, 새로운 봉준호가 점점 튀어나와야 하는데, 현재의 대기업 시스템에서 가능할까요? 회의적입니다.

뭐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창구의 숫자 자체가 줄어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소위 `예술관`들이 선호하는 영화는 또 그 중에서도 따로 있다는 거죠. 지금 있는 영화들을 예로 들자면 그런 예술관들은 <르 아브르>나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은 틀지 몰라도, <잼 다큐 강정>이나 <하얀 정글>, 혹은 지나간 고전 같은 영화는 안 틀겠죠. 그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영화를 우리도 튼다` 이 사실 자체가 더 중요하니까. 그래서 저는 대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들에 손 뗐으면 좋겠어요. 그런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정부의 지원 하에 독립된 상영관, 시네마테크에서 충분히 상영이 되는 시스템. (멀티플렉스들은 그토록 좋아하는 블록버스터나 잔뜩 하라죠. 뭐.)

근데 문제는 헤르메스님도 말씀하셨듯이 이게 가능해지려면 문화를 보는 신자유주의적 사고는 집어치우고, 보호와 지원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현재 이 정부 밑에서 가능할까요.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무엇인가 달라질까요. 현재로서는 억지로 영화들을 찾아보면서, 최대한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수밖에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