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선 이라고 해서 간단히 영화만 나열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알차다. 각 영화의 기본적인 정보 및 3~4줄 정도의 요약 줄거리, 그리고 나름 충실한 비평까지. 무엇보다도 각 영화마다 커다란 사진들이 반갑고 일종의 보물창고 같다. 그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의 여러 추억들이 되새겨지는 느낌이어서 거실에 이 책을 비치해두고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보고 있다.


안종화 감독의 1934년작 '청춘의 십자로'부터 박찬욱 감독의 2022년작 헤어질 결심까지 100편이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는데, 1990년작 '그들도 우리처럼'부터는 본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그 중에 놓친 것들이 몇 개 있어서 시간날 때 볼까 싶어서 넷플릭스에 있는 몇 개 영화들을 추가해 뒀다. 추가하다가 이미 본 영화인데도 다시 보고 싶어서 추가한 게 더 많기는 하지만. 일단 며칠 내로 이경미 감독의 2015년작 '비밀은 없다'를 볼 예정(이걸 내가 안봤었네).


그 중에 영상자료원이 선정한 베스트10이 따로 있는데, 혹시 궁금해하실 분이 있을까 싶어 나열해 본다.


1. 하녀 (김기영, 1960)

2. 살인의 추억 (봉준호, 2003)

3. 기생충 (봉준호, 2019)

4. 오발탄 (유현목, 1961)

5. 올드보이 (박찬욱, 2003)

6. 바보들의 행진 (하길종, 1975)

7. 시 (이창동, 2010)

8.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1998)

9. 헤어질 결심 (박찬욱, 2022)

10.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홍상수,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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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제목만 보면 흔하디 흔한 자기계발서가 아닌가 하고 착각하게 만드는 이 책 '최고의 인재들'은 다음과 같은 부제를 가지고 있다. "왜 미국 최고의 브레인들이 베트남전이라는 최악의 오류를 범했는가" 케네디, 린든 존슨 대통령 시대를 배경으로 최고의 워싱턴 엘리트들이 어떻게 베트남전이라는 최악의 실수에 빠져들었는지 다룬 1103페이지 분량의 논픽션이다.


간만에 벽돌책을 사보고 싶기도 했고, 지금 읽기에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사는 반복되고, 비슷한 실수는 되풀이된다. 지금의 이 전쟁도 미치광이가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그 주변에는 이성적인 두뇌들이 있다. 하기는 확실한 것은 늘 전쟁은 광기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미치광이 곁에는 아주 이성적인(아니 아주 머리가 잘 돌아가는) 자들이 있었다. 미치광이 히틀러를 뒷받침하고 있던 것도 그 당시 최고의 이성적인 엘리트들이었다. 읽다보면 재미가 있기도 하겠지만 등줄기가 서늘할 것 같다.


1,103페이지 짜리인데, 25,920원이라니. 요즘의 책값을 생각해보면 완전 착한 가격이다. (출판된지 좀 된 책이라서 정가가 다시 매겨진 것 같다.) 요새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글항아리 출판사의 걸작논픽션 시리즈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틈나고 돈생길 때마다 이 시리즈를 하나하나 모으고 있는데, 정말 흥미진진한 책들이 많다. (그래도 대략 3분의 2 정도는 모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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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3-17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페이지가 넘는 책이 2만 6천원이라니 요즘처러 책값이 천정 부지로 오른 시대에 매우 혜자로운 가격이네요.개인적으로는 도서 정가제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솔직히 도서 정가제를 한 이유로 정부나 출판계 서점계에서 목표로 한 것들 중에 제대로 목표 달성한 것이 있나 싶습니다.

맥거핀 2026-03-17 17:25   좋아요 0 | URL
네..도서정가제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부분도 꽤 많죠. 근데 사실 요새 알라딘도 그렇고 말이 정가제이지만, 뭐 이것저것 받으면 꽤 할인 폭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구요. (사실 위의 책은 뭐 적립금 합쳐서 거의 15000원 정도에 샀어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예전에 도서정가제 폐지하기 전에 한권이라도 더 살거야! 하면서 미친듯이 책을 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샀던 많은 책들을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ㅎ

카스피 2026-03-18 10:4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 당시 산 책들 중에 아직 알라딘 박스도 뜯지 않은 책들이 있더군요ㅜ.ㅜ

맥거핀 2026-03-18 13:02   좋아요 0 | URL
하하 카스피님도 그 때 좀 달리셨군요~
 
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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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정도 없는 주말에 에어컨 바람이 은은하게 닿는 적당히 푹신한 소파에 앉아 스티븐 킹 신작을 들고 있다면 그보다 더 완벽한 게 있을까(물론 지금은 일요일 밤이지만). 더 어두운 걸 좋아하냐고? 그럼요. 그렇다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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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우엘벡의 소설 <복종>은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을 경계한 프랑스의 좌우 진영이 결선에 진출한 이슬람박애당을 밀어주면서 전무후무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다는 일종의 '가상 소설'이다. 정교분리의 붕괴를 시작으로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변화하는 프랑스 사회를 그려내는 이 소설은 한편으로 발칙하면서도 섬뜩한 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이 국민전선으로 대표되는 극단 사상에 대해 경계하면서도 이슬람에 대한 공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프랑스인들의 무의식을 그려낸다고 생각한다.


뜬금 없이 이 소설을 이야기하는 것은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과 같은 업체의 조사 결과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내 지지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아침의 뉴스가 생각나서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왜 지금의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지가 올라가고 있는가? 


많은 분들이 보수층 지지자들의 과표집이라든가, 여론조사의 비공정성 혹은 조작 같은 부분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단적으로 말해서 우리사회가 극우로 달려가고 있으며, 극우정당으로 달려가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로 이것이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의 계엄이라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지난 몇 주 간의 압도적인 더불어민주당 지지로 나타났을 뿐, 다시 몇 주 전으로 돌아온 지금의 이 결과는 극우화되어가는 우리 사회가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그러니까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프랑스와 비슷해지는 길로 가고 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1차 투표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했던(2차 투표에서 반 극우 연대에 밀려 3위가 되기는 했지만) 작년 7월의 프랑스 총선은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왜 프랑스에서 극우가 득세하는가? 민주주의가 어느 나라보다 발전했고, 왕을 단두대에 올렸던 그 나라에 말이다. 두 가지가 일단 눈에 띈다. 경제 침체와 이슬람 이민자의 증가. 그러니까 "이슬람인들이 우리 나라에 들어와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어요!"라는 마린 르펜의 메시지가 먹힐 수 있는 지점.


그런데. 그건 지금의 무엇과 좀 닮았다. 이슬람을 중국으로 치환해 보자. 경제 침체와 반중국. 윤석열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극우들이 중국 공안들이 경찰에 있다거나, 혹은 중국인들이 들어와서 탄핵 찬성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가짜 뉴스를 주요 메시지로 선택하는 것은 그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다. 그게 먹히기 때문이다. 경제 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일반 국민들에게. 그러니까 그들은 이번 계엄 및 탄핵을 극우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로 삼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논리를 일반 국민들에게 전파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힘도 물론 이것을 나름대로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그들이 점차 극우화되고 있는 것은, 즉 극우정당으로 거듭나려고 하는 것을 단순히 생존 전략으로 볼 수만은 없다. 그것은 생각보다는 효과적인, 그러나 아주 무서운 전략이다.


그렇다면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프랑스의 최근 흐름들을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실마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등 조금은 거칠고 촌스러운 장마리 르펜이 이끌던 국민전선(FN)이 그의 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으로 바뀌어 결국 꽃(?)을 피운 것은 악화되는 경제 상황도 있겠지만, 어떤 세련됨이 첨가된 부분도 한 몫했다고 본다. 지금의 전광훈 등의 극우유튜버, 국민의힘 등의 메시지는 아직 촌스럽다 못해 경악스럽지만(탄핵 반대 집회 및 어제의 서부지방법원 폭동에서도 나를 경악하게 한 것은 그들의 그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언어'였다. '개XX'를 비롯한 온갖 욕설들이 도배된 그 언어들. 탄핵 찬성 집회에서 '욕설'이 나왔던가?), 만약 그 메시지가 조금 더 세련된 형태로 바뀌게 된다면 어떨까. 그때도 우리는 그들을 비웃기만 할 수 있을까.


그냥 나로 국한해서만 말하자면, 결국 이러한 극우의 유혹 앞에서 어떻게든 싸우고 버텨내는 길 중의 하나는 오로지 좋은 책을 읽고, 좋은 영화를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윤석열 또는 김건희에게서 도무지 한 가지는 상상할 수가 없는데, 그가 어떤 소설, 예를 들어 최은영이나 김금희의 소설을 읽고 감동하는 장면이다. 왜 그것을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는가. 그 소설이 가진 핵심이라고 불릴 수 있는 어떠한 것의 가장 반대편에 윤석열이나 김건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되도록이면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자들의 가장 반대편에 서려고 노력하고 싶다.  



덧.

오, 쓰는 동안에는 확실히 기침이 멎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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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1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21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21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22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5-01-22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셨군요 요즘 한국이 답답해 보여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좋은 영화 보기와 좋은 책 읽기, 그런 걸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는 해야 할 텐데... 요즘은 영화 2배속으로 본다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 있더군요 책은 예전부터 짧게 요약한 게 있기는 했네요 그런 거라도 안 보는 것보다는 보는 게 나을지...

오랜만이어서 쓸까 말까 하다가 쓸데없는 말 썼네요 2025년 일월도 많이 흘러갔군요 맥거핀 님 설 잘 쇠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맥거핀 2025-01-22 08:5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1년에 한 번 글 쓰고 있는데 그래도 잊지 않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좋은 영화나 책을 보는 것만이 답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는 그게 조금은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 중에 아닌가 생각해요.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답 혹은 간명한 메시지는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위에 글도 왜 극우로 가는가에 대해 간략하게 썼지만, 사실은 그 안에 매우 복잡한 무엇인가가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하 수선한데, 잘 지내시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새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만난 친구입니다."라는 EDITORIAL로 시작한다. 그런만큼 뒤늦게 정보를 접한 친구한테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 정도는 줘도 괜찮잖아? 라고 항변을 하고 싶다.

사실 알라딘에서 날라온 푸시를 회의 중간에 보기는 했다. 어..이런 게 나온다구? 하는 생각은 아주 잠깐이었고, 곧 지루하고 물샐틈 없는 회의에 눌려 스마트폰을 꺼낼 따위는 엄두를 내지 못했고 잊어버렸다. 그 이후에 잠깐 광고를 다시 보기는 했지만, 작성할 제안서와 회의 자료와 협조 요청들이 연이어 들어와서 다시 기억상자 속 꺼내기 힘든 위치로 파일이 밀려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어제 선거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내가 뽑은 누군가가 세상을 더 좋게 바꿀까? 더 좋게...예를 들어 그러니까 더 좋은 영화를 보게 해줄까? 잠깐 생각하던 와중에 말이다. 그러든 아니든, 아무튼.. 아아 님은 이미 떠나셨군요.


늘 항상 그런 식이다. 뭔가를 생각하기는 하는데 잊어버린다. 뭔가를 작성하려고 메모를 적어두기는 하는데, 그 메모는 글이 되지 못하고 머리 속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을 마감한다. 최근에 만났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던 두 권에 대한 메모도 아마 비슷한 루트로 내 기억 속에서(아니 스마트폰 노트 앱 속에서) 조용히 잠들 것 같다.

















이대로 마치기 아쉬워 어제 선거 개표 이후에 붙여보는 짧은 의견 두 가지.

하나는 지나친 욕심은 도리어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 탄핵이나 개헌을 염두에 두고 200석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나는 지금의 이 정도가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언제는 200석이 없어서 탄핵을 못했나? 그리고 윤석열이 단 한가지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탄핵 또한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하나는 조금은 맞지 않았던 출구조사에 붙여진 Shy 보수라는 정말 웃긴 소리에 대해. 누군가의 말대로 Shy 보수가 아니라 Shame 보수일 뿐이다. 자기가 보수라고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슨 '보수'란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는 솔직히 광화문 집회에 나가서 당당히 태극기를 흔드는 노인들이 훨씬 더 '보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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