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이자 모든 문학의 절정”이라는 찬사를 받는 단테의 「신곡」(La Divina Commedia)에 위대한 미술가 도레가 영혼을 실어 만든 135점의 삽화를 곁들인 이 책은 성경에 견줄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라는 문구에는 별로 동하지 않으나, "500부 한정 부수로 특별 제작했다."라는 문구에는 마음이 움직이니 이게 바로 일종의 길들여진 효과인 걸까. 물론 22만 5천원의 압박이 손을 떨리게 하는 것도 사실. 아니, 312페이지에 225,000원이니 페이지당 1000원이 안되는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도..물론 이건 자체 길들이기.


크기를 궁금해하는 분이 있을까 싶어서 가지고 왔다.


출처: 한길사 블로그



덧.

그리고 검색하다가 발견한 단테의 <신곡> 지옥편 디지털 체험 버전. 야..이거 정말..

https://www.alpacaprojects.com/inferno/en/

(우측 하단에 Start 버튼을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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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oo 2019-01-0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격 확인해 봤네요. ㅎㅎ

맥거핀 2019-01-09 14:53   좋아요 0 | URL
22500원의 오타가 아닙니다.^^

cyrus 2019-01-09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격이 비싸지만 저 정도 책이면 소장할 만하죠. 그런데 책 앞표지에 있는 단테의 표정이 좀.. (말잇못)... ㅎㅎㅎㅎ 책 안 사면 삐질 표정.. ㅎㅎㅎㅎ 저거 말고 더 좋은 단테의 초상화가 있는데 왜 하필 저걸 골랐는지 의아하네요... 저 그림도 도레가 그린 건가요? ^^;;

맥거핀 2019-01-10 11:46   좋아요 0 | URL
네. 도레가 그린 단테의 초상인 것 같아요. 찾아보니까 예전에 외국에서 출판된 책들도 저 그림을 쓴 것 같네요. 지옥과 연옥, 천국을 거치려는 단테의 나름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그림 같기도 하고요.ㅎ

희선 2019-01-11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만들었다가 다 팔리지 않으면 안 좋을 테니 500부만 만들었나 보네요 비싼 건지 싼 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신곡》 사두었는데 아직도 못 봤습니다 그 책 언젠가 볼지... 보면 달라질지... 책을 봐도 그렇게 달라지는 것도 없네요 어떤 책을 봤더니 아주 달라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일은 평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번도 없을지도 모르죠


희선

맥거핀 2019-01-11 10:25   좋아요 2 | URL
뭐 근데 이런 책은 어차피 사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어서요. 500부도 다 팔릴 수 있을지 조금 의심스럽기는 합니다만..신곡은 지옥편은 재미있어요. 연옥에서 천국으로 넘어가면서 점점 재미가 많이 없어지기는 합니다만..아마도 극사실주의적인 반영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아무래도 재미는 지옥쪽에..

비로그인 2020-02-18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쇄물인데 비싼거죠... 흠~

맥거핀 2020-02-18 17:41   좋아요 0 | URL
비싸긴 하죠. 반어법으로 생각해 주세요~^^

비로그인 2020-03-05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ukei] !! Good luck to you!
 


방금 전 모 영화에 대한 평을 보고 싶어서 간만에 들른 네이버 영화 페이지에서 본 지난 주 '가장 많이 추천된 리뷰' 목록. 제목만으로도 느껴지는 ㅎㄷㄷ한 기운들. 심심할 때마다 네이버에 짧은 글이라도 써볼까 하는 생각을 바로 포기하게 만든다. 새해가 들어와도 여전히 변하는 건 없구나.


아..그리고 새해가 들어와도 변하지 않는 것 한 가지 더. 알라딘은 제발 그넘의 굿즈 만드는 데에 들이는 노력의 몇 분의 일이라도 서버에 신경 좀 쓰세요. 앱에서 서재 들어올 때마다 페이지는 어찌나 그렇게 늦게 뜨는지, 페이지가 뜨는데 버벅거리니 읽고 싶은 글들은 제대로 눌러지지도 않고...툭하면 페이지는 뻗기 일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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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1-0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제 폰에 문제인줄... ^^;;

맥거핀 2019-01-10 11:43   좋아요 0 | URL
알라딘 앱에서 서재 글 읽기가 참 힘들어요. 서버 자체가 느리니 글들이 뜨는 속도가 늦고 그러다보니 클릭이 제대로 안되죠. 서버 문제는 참 몇 년이 지나도 이 모양이니 아무래도 개선의 의지가 없나 봅니다.

Shining 2019-01-10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보기 너무 불편하고 전 쓰는 것도 못지않게 불편한 것 같아요. 알라딘이 (제 기억으론) 서재와 페이퍼로 회원을 모은게 아니었나요? 요즘엔 글쓰기 앱이나 사이트도 많이 등장했는데 그에 비하면 알라딘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올드하고 불편하네요. 이미지 하나 넣기도 번거롭고 이미지 편집하긴 더 귀찮고요ㅠㅠ 물론 글 자주 안 쓰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나마 전 네이버가 더 편해서 더 안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새해 되어서 맥거핀 님 자주 만나니 좋네요! 작년에 제가 착하게 살아서인가봐요!!(히히히)

맥거핀 2019-01-11 10:32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제가 착하게 살아서 샤이닝님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거임.
알라딘이 뭐 솔직히 서재를 거의 반방치한지도 오래되었죠. 서버도 그렇고, 말씀하신 인터페이스도 뭐 말할 것도 없죠. 네이버 쓰다가 여기 쓰면 정말 화가 날 지경. 그래도 저는 네이버에 잘 안 가게 될 것 같기는 합니다. 물론 네이버에도 샤이닝님을 비롯하여 정말 좋은 글들을 쓰시는 분들도 많죠. 근데 거기에 다다르기 위해 가끔 정말 말도 안되는 글들도 보게 되니...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인 건지..
 

 

 

티셔츠, 성우, 넥슨, 게임, 웹툰, 메갈, 메갈4, 페미니즘, 일베, 오유, 정의당 등등 여러 키워드가 얽혀있는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것은,  다만 이제 어떤 것이 간명하게 정리되는, 다시 말해서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 것인지 명확하게 선을 그어낼 수 있었던 세계는 진즉에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사태는 동일하지만, 동일한 사태를 어떤 관점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지지할 수 있는 지점과 지지할 수 없는 지점은 미세하게 갈라지고, 차이가 생겨난다.

 

그것은 물론 이 일들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경험과 성향,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조건, 가지고 있는 정보량 등에 따라서 거의 어떠한 사건이든, 그 사건을 보는 개인의 관점은 수백, 수천가지로 갈라진다. 그리고 바로 그 관점이라는 것이 다시 사건에 영향을 미쳐 사건을 다시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마도 그래서 지금 거의 모든 사건들에는 늘 그것을 요약하려거나 정리하려는 시도, 혹은 간편하게 전선을 재정비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진다.

 

그런데 내가 느끼는 것은 대체로 어떤 것을 정리하거나, 간명하게 만들려는 이 시도 자체가, 사태를 왜곡시키거나 어떤 본질을 호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위의 사건에서도 이 관점들의 차이는 사실 크지 않다. (이것을 정리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는 자체가 어쩌면 그 관점들의 차이가 크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크지 않은 관점의 차이를 면밀하게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는 바로 그 미세한 차이들이 건설적인 논의로 갈 수 있는 실마리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련의 일들에서 이 선긋기 시도들은 늘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선의 이편인가, 선의 저편인가. 당신의 관점을 명확하게 밝혀라. 그리고 그런 우리들에게 어떤 지지자, 혹은 어떤 반대자라는 낙인을 찍은 후, 선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을 혐오하는 퍼포먼스에 재빨리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이 메커니즘은 아주 오래된 것이지만, 이 모든 것이 복잡해진, 어떤 것도 사실은 간명하게 정리될 수 없는 이 세계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부산행>에서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별다른 스포는 없으니 읽으셔도 된다.) 영화에서 악의 축(?)인 양복남 용석(김의성)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석우(공유)에게 공격당하자, 냅다 소리부터 지른다. "이 새끼 감염됐어!" 그리고 그 순간 효과적인 전선이 만들어져 재빨리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 외침은 예를 들어 이것과 매우 닮았다. 이 새끼, 빨갱이야! (여기 '빨갱이'에 다른 적당한 것을 넣어도 효과만점이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는 '빨갱이' 혹은 '종북'만한 게 없다.) 그렇게 선을 긋는 것. 좀비 영화들이 대체로 그렇듯, <부산행>은 내게는 어떤 정치적인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열차의 수많은 객차들과 각 객차들에 갇혀 있는 좀비들. (예전에 '촛불 좀비'라는 말을 여기서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그리고 좁은 창문을 통해 저 너머 좀비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편의 정상인들. 그러나 과연 이편이 정상이고, 저편이 좀비인 걸까.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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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6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8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19 0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25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09-08 2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객차가 새삼 격차로 읽히네요. 맥거핀님이 보셨듯 연상호 감독 전작 특성상 <부산행>에서도 `정치적인 은유`가 안 담길 수는 없었으리라 봅니다. 한국은 지옥의 솥처럼 그게 들끓는 곳 아닙니까. 입 한 번 잘못 놀리면.... 새누리가 `민주주의` 타령하는 우스운 꼴처럼 한쪽에선 선이며 정의며 말할 수 있지만, 누구든 어느 카테고리에서는 한쪽 귀, 한쪽 눈 감고 보고 말하고 있다는 걸 시인하지 않을 수 없을 걸요.
바쁘십니까. 제가 할 소리 아닌 줄 알지만ㅎ; 글이 뜸한 이웃이 왜이리 많죠; 맥거핀님의 글에 담긴 차가운 맛이 전 늘 좋아요 :)

맥거핀 2016-09-10 01:21   좋아요 2 | URL
부산행은 사실 메시지가 비교적 명징합니다. 그 마지막만 보아도 대략 짐작할 수 있죠. 다만 중간에서 그 마지막에 이르는 과정이 약간 미심쩍은 측면은 있지만요. 거기서 어떤 `징후`를 읽어낼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결말(그러니까 어떤 주장)은 좋다고해도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주장이 도출되는 과정)의 미심쩍음...위에서 제가 쓴 메갈 문제(이것도 아직 현재진행형이군요)도 물론 이와 비슷한 면이 있구요. 다시 말해서 요즘에는 어떤 것이 선 안인지 선 밖인지, 혹은 어떤 것이 정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2016-09-08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9-14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일 북플에 접속할 땐 몰랐는데 맥거핀님 서재가 한달동안 글이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것을 이제야 알았어요.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

맥거핀 2016-09-14 01:05   좋아요 0 | URL
요새 조금 뜸하죠? 글쓰기 뿐 아니라, 알라딘도 그다지 자주 오지를 않는데, 마침 오니 cyrus님 댓글이 있어 반갑네요.^^ cyrus님도 좋은, 행복한 추석 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막 알라딘 부천점에서 찍은 사진.
누군가가 방금 팔고 간 오체불만족.
행동하는 알라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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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3-2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오체만족의 삶이라고 누가 댓달았길래 엄청 웃었습니다만 ㅎㅎㅎ

책한엄마 2016-03-25 18:10   좋아요 0 | URL
오체 full만족이었다고 하더군요.ㅎ

맥거핀 2016-03-25 19:03   좋아요 2 | URL
며칠 사이에 아주 기상천외한 드립들이 난무하더군요. ㅎ 그 중에 몇 개는 그분의 장애와 연결지은거라 보기에 썩 좋지는 않았지만...

기억의집 2016-03-25 19:10   좋아요 0 | URL
저도 어제 오체대만족이라고 쓴 댓글보고 한참 웃었어요. 동시에 사람 참 바보 만들기 쉽구나 하는 생각도..

cyrus 2016-03-25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를 부탁해>가 심심해하지 않겠어요. ㅎㅎㅎ

맥거핀 2016-03-25 19:05   좋아요 0 | URL
아마 곧 알라딘 중고서점에도 이책들이 꽤 늘어나지 않겠습니까..나중에는 안받아줄지도...근데 지금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과연 사실 분이 있을지..

기억의집 2016-03-25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자기계발서책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여서....

맥거핀 2016-03-26 01:07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본 적이 없어요. 그래도 이 사건이 있기 전에는 나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akardo 2016-03-25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저는 애초에 저 책은 사지도 읽지도 않았으니 이 사태가 참으로 흥미로울 뿐입니다. 산 분들은 속이 좀 쓰리실 듯.

맥거핀 2016-03-26 01:22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akardo님. 근데 책을 쓸 때의 또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100% 알 수 없으니까요. 그 책으로 인해 읽은 누군가가 좋은 영향을 당시에 받았다면 그것은 그렇게 모든 것이 나쁘다고 할 수 만은 없겠죠.^^ 아무튼 대체로 책을 읽으신 분들은 꺼림칙만 면이 더 있으실 듯 합니다.

희선 2016-03-2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뭔가 사기를 쳤나 하는, 팔 다리가 없는 걸 본 적 있으니 그건 아닌가보다 했어요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몰랐군요 안다고 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찾아봤어요 무슨 일인지... 왜 그랬을까 싶네요 사람이 잘 되다보면 뭔가 잃어버리는지도 모르겠어요(어떻게 살았는지 자세한 건 모르지만) 잊어버린다고 해야 할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던데 그러다니, 지금까지 좋게 생각한 사람은 배신당한 느낌이 들겠습니다 예전에 책 한권 보고 대단하구나 했는데... 그때는 그게 진짜였을 텐데, 그것까지 안 좋게 되었네요 사람은 잘못된 길로 가지 않기 위해 늘 애써야 하죠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희선

맥거핀 2016-03-26 01:23   좋아요 1 | URL
아무튼 사람이라는 것은 (정말 이번 사건만 보아도), 알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장애와 연관짓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장애와는 또 별개로 보고 싶습니다. 장애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가 쌓아온 모든 일들이 또 이번 일들로 다 폄하되는 것도 그렇게 옳지는 않은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그가 이번에 저지른 일은 분명히 나쁜 일이지만요. 말씀하신대로 사람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기 위애 애쓰는 것,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저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도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들처럼 어떤 면에서는 나약한 인간이었던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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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쓴 글들을 돌아보는 것은 늘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는 이 내용을 써야 했는데, 혹은 여기서는 이런 것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는데...너무 칭찬만 하는 걸까, 아니면 너무 가혹했나, 또는 너무 냉소적이었나, 문장은 또 왜 이 모양이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글을 읽는 중간중간에 쉴틈없이 끼어든다. 평가단으로서 마지막 글을 쓰기 위해 지난 글들을 돌아보는 것은 다른 기수의 평가단 때도 했던 일이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이번 기수에 쓴 글들을 돌아보니 다른 때보다 조금 더 악전고투의 흔적이 보이는 것 같아서 면구스럽다.

 

몇 번의 경험이 있던 인문 신간평가단이 아닌, 소설 신간평가단으로서의 처음. 소설은 분명히 인문 쪽의 책들보다는 술술 읽히지만, 막상 무엇인가를 쓰려고 하면 읽은 내용들, 그리고 했던 생각들이 모두 슬금슬금 어디론가로 도망치는 것 같다. 무작정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애써 그들을 잡아두려 해보지만, 기껏 건져놓은 것들을 보면 아쉽다. 중요한 것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부스러기만 남아있는 듯 해서다. 소설을 읽을 때에 들었던 어떤 막막함들, 혹은 즐거움들, 안타까움들, 부끄러움들, 기타 수많은 이런저런 생각의 조각들을 어떻게하면 최대한 전달할 수 있을까. 지식은 그대로 옮겨놓을 수도 있겠지만, 감정은 어떻게 손상시키지 않고 전달할 수 있을까.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결국 이 소설에 담긴 것들을 100분의 1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서 늘 아쉬움이 남는 것이 소설에 대한 글쓰기인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평가단을 시작하던 처음에 얘기했던 것처럼) 다른 평가단 분들의 글을 읽었다. 독특한 독해에 감탄하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문장들에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을 얻었던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악전고투들을 행간에서 읽어냈을 때였다. 나만큼이나 다른 이들에게도 이 소설이 어떤 (버거운) 무게를 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감정을 또한 100% 전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악전고투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모두들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무엇인가를 이 소설에 실어 전달하려 애쓴다는 것. 

 

잘 잡히지 않는 것들을 같이 어떻게든 잡으려고 애쓴 다른 평가단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 번에 또 기회있으면 같이 잡아보아요, 하며 말을 건네고 싶다.

....................................

 

이렇게 훈훈한 말로 끝내고 싶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이번에도 단순하게 그간 준 별점을 가지고, 좋았던 책들을 추려내본다. 일단 별 다섯 개를 준 건, 다음의 네 권이다. 

 

 

플래너리 오코너,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2

 

가장 처음에 이 책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소설을 읽는 감각에 확 불을 당겨줬달까. 그녀의 무심해보이는 문장들은 차곡차곡 정교하게 쌓여 마지막에는 끝내 읽는 이를 날카롭게 벤다.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구병모

 

제목만 봐도 서늘해지는 경험은 흔치 않은데, 이 제목은 (지금 이 시대의) 많은 것을 새삼 생각케 한다.

 

 

익사, 오에 겐자부로

 

노작가의 만년의 글이지만, 지금 어느 젊은 작가의 글보다 (형식과 내용의 모두의 측면에서) 새롭다.

 

 

네메시스, 필립 로스

 

묘사가 나쁜 작가치고, 좋은 소설을 쓰는 작가는 없는 것 같다. 필립 로스는 먼저 우리를 그 때의 그곳으로 데려다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별 네 개를 준 건, 줄리언 반스의 <용감한 친구들>, 무라카미 류의 <55세부터 헬로라이프>, 코맥 매카시의 <선셋 리미티드>, 파트릭 모디아노의 <지평>, 이렇게 총 4권인데(이렇게 보니 내가 꽤 점수가 후한 편인 것 같다), 처음에 혹평을 한 것도 미안하고,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이 찔끔찔끔 맺혔던 기억도 생각나고 해서 다음의 책을 골랐다.

 

 

55세부터 헬로 라이프, 무라카미 류

 

그리고 그 중에 가장 좋았던 책은 이 책이다.

 

 

시간을 말하는 예술인 영화는 물론이고, 소설 또한 마찬가지로, 결국 이 질문에는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지금' 이 이야기가 필요한가, 왜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마찬가지로 만약 어떤 고전을 지금 재출간한다면, 왜 '지금' 이 책이 재출간 되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 그저 저작권이 이제 공짜로 풀렸으니까, 라는 얼척없는 대답 말고.)

 

오에 겐자부로는 이제 (자신을 포함한) 시대의 낡은 정신과 묵은 형식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법칙과 이제까지와는 다른 정신이 지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망령들이 청산되지 못하고, 새로운 세대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려는 이 때, 필요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노작가는 이렇게 말하는데, 법칙 따위는 난들 모르겠고, 그냥 나만 아니면 돼, 라고 젊은 세대가 말하는 것은 조금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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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1 0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12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