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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 Docu 강정 - Jam Docu KANGJUNG
영화
평점 :
현재상영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11년이 지나갔다. 그들은 여전히 다사다란(多邪多亂 - 많이들 사악하고 많이들 엉망진창)했고, 우리들도 여전히 보이게, 때로는 보이지 않게 다사다란(多死多瀾 - 많이들 죽었고, 많이들 파란만장)했다. 그래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2011년에도 많은 사건들이 있었는데, 너무 많은 큰 일들은 기억하기도 힘들고, 언급하기에도 힘들다. 다만, 우리를 웃겨주었던 몇몇 사건들과 연관된 인물들은 잠시 추억해 보기로 하자. '올해의 개그상' 개인 부분은 막판 김문수 도지사의 혼신을 다한 맹추격이 있었지만, 강용석 전 의원이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집착남'으로 출연하는 '신의 한 수'를 둔 덕분에 무난히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러길래 김문수 도지사가 먼저 '이름집착남'으로 출연했으면 마땅히 역전 수상의 기쁨을 누렸을텐데, 애석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그리고 '올해의 개그상' 단체부분은 어버이연합, 한나라당 비대위 등등 여러 단체가 경합을 벌였지만, 아쉽게도 '뉴세븐원더스 재단' 및 그의 팬들에게 대상 및 부상인 황금삽이 수여되었다. 이 경우는 본 단체의 활동보다 팬들의 놀라운 응원 및 지지가 수상의 원동력이 된 경우라 할 수 있겠는데, 이 팬들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것은 천혜의 자연, 아름다운 섬 제주를 운운하며, 동시에 그 제주의 자연을 파괴하는 해군기지공사를 강행하는 것인데, 비슷한 예를 들자면, "우리 딸 세상에서 가장 이쁘다"라고 하면서, 생일선물로 성형외과 시술권을 선물하거나, 나는 여자친구 따위는 필요없이 혼자 살거라고 공공연히 떠들면서, 결혼정보회사에 몰래 등록하여 괜찮은 여자 없다고 진상을 부리는 경우 등을 말할 수 있겠다.
뭐 농담은 그쯤 하고, 아무튼 그 해군기지 건설로 파괴되고 있는 강정마을을 다룬 <Jam Docu 강정>을 보고 왔다. 해군기지 건설과 그에 따른 반대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경계 도시>의 홍형숙 감독, <레드 마리아>의 경순 감독, <오월愛>의 김태일 감독 등 총 8명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각각 카메라에 담아낸 영화이다. 그 제목이 어느 정도 말해주듯, 이 영화는 아마도 즉흥의, 그러므로 탄생되지 않을 수 있었던, 동시에 탄생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더 좋았을 영화이며, 동시에 그만큼 시급한 영화이기도 하다. 즉 이 영화의 초점은 무엇보다도 그 '시급성'이며 다른 영화와는 달리 일정한 시간들이 지난다면, 이 영화의 가치는 현저하게 떨어질지도 모른다(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떨어지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예전의 '어떤 사건'을 다룬 영화가 지금에도 가치가 있는 것은 지금 역시도 그러한 사건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여전히 유효한 시기라는 또다른 반증일 것이므로 말이다. 그러므로 동시에 그런 작품들이 언젠가 단순히 유머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기가 오기를 고대한다. 저런 말도 안되는 개그같은 시절이 있었지 하하.) 그러나 즉흥적이고 시급하다고 해서 이 영화의 가치나 구성의 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8명의 감독이 만든 작품들이 연결되어 있는 옴니버스적 구성이지만, 흔히 말하는 'Jam' 연주가 그렇듯, 각각의 악기(작품)들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즉 8개의 작품들은 이 사태를 바라볼 수 있는 여러 관점들을 적절하고 다채롭게 전달해주고 있으며, 어느 한 작품이 너무 튀거나, 특별히 질적으로 떨어지는 부분이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 이 작품의 구성적인 면에서 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는데, 각각의 작품의 제목이 시작되고, 마지막에 짧은 크레딧이 흐르고, 다시 다음 작품이 시작되는 구조가 아니라, 전체의 앞과 뒤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형식의 짧은 영상이 첨부되어 있고, 한 작품에서 다음 작품으로 이어질 때 역시 짧은 영상으로 부드럽게 연결하고 있다. 각 작품의 제목은 그 화면의 한 구석에 살짝 떠오를 뿐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이 영화 전체의 엔딩 크레딧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각각의 작품 크레딧이 아니라 ['Jam Docu 강정' 사회적 제작단]이라는 크레딧이다.)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의 이유는 여러 갈래에서 찾을 수 있다. 일단 짧게 스치고 지나가는 미국 미사일 방어(MD) 체제와 관련하여 동북아 지역의 불안과 위험을 고조시키는 도화선 중의 하나로서 강정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분일 뿐이고,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왜 해군기지가 필요한가?"가 아니라, "왜 하필이면 이곳 '제주도 강정'에 해군기지가 필요한가?"의 질문일 것이다(그러므로 강정 문제하면 으레 언급되는 평화를 위해서는 안보가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이나, 평화를 언급하는 사람들을 종북빨갱이로 몰아가는 식의 주장은 약간 핀트가 어긋났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해군기지가 더 필요한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다. 포인트는 '왜 이곳 강정인가'라는 문제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언젠가 우리는 해군기지 자체를 반대하며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현재 그것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은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제주 강정마을에는 붉은발말똥게, 연산호,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며, 2009년 12월 제주도 의회가 관련 법안을 날치기 통과하기 전까지 이 지역은 '절대보전지역'에 속했다. 그것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강정의 자연풍경들을 꼽는 권효 감독의 <말똥게의 사진수업>이나 천혜의 연산호 군락지를 보여준 후 바다 속으로 투하되는 케이슨(바다를 메우기 위한 시멘트 블록이며 하나가 약 20m 크기. 영화에 나오는 장면은 강정 이전 해군기지 후보지였던 제주 화순에 투하되는 장면이며, 현재 강정의 사람들은 이의 투하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을 보여주는 양동규 감독의 <범섬에 부는 바람> 등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강정에는 해군기지를 위한 공사가 계속되는 중이며, 명물인 구럼비 바위는 이미 폭파되었고, 수백 마리의 붉은발말똥게는 해군이 설치한 통발에 갇혀 죽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의 건설을 둘러싼 절차상의 문제일 것이다. 그 말이 의미하는 축소된 함의와 다르게 '절차상'의 문제는 마을 주민들의 생존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그런 문제로 보여지는데, 김태일 감독의 <마을의 기억>이나 경순 감독의 <안녕 구럼비>, 최하동하 감독의 <코사마트와 나들가게> 등이 그것이다. 해군은 제주도 화순과 위미 등의 지역에서 이미 해군기지 건설의 반대에 봉착하였고, 이곳 강정에서는 일부의 주민들을 얄팍한 보상금으로 회유한 후 재빨리 건설 지역으로 선정하여 버렸다. 그 증거들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데, 강정은 후보지로 선정된 후 일주일만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에 들어갔고, 최종적으로 건설이 결정된 2007년의 마을임시총회도 1천여 명의 주민 중 고작 80여 명의 해녀와 노인들만이 참석해 투표가 아닌 박수로 건설안이 통과되었다. 그런 와중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제주도지사 소환을 투표로 이루어내고자 했지만, 낮은 관심으로 소환 투표는 개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했다. 그러므로 현재 강정은 찬성과 반대의 주민들로 나뉘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것을 영화는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예를 들어 작게는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어 자신의 뜻과 다른 가게의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고, 크게는 친형제가 갈라져 더 이상 얼굴을 안보는 비극이다. 그 비극 속에서 정부는 그 분열을 조장하고,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억대의 소송을 걸고, 전면에 나선 사람들을 업무 방해로 잡아넣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겁을 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화가 말해주는 또하나의 문제는 외부인들의 고민이다. 감독과 제작진을 비롯하여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과 힘을 합쳐 활동하는 상당수의 활동가들은 결국 '외부인'이다. 이러한 외부인들은 정부에서 흔히 말하는 대로 때로 '전문시위꾼'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며, 반대만을 위한 반대론자로 보여질 수 있다. 반대운동에 열심히 참여하였으나, 지금은 약간 의욕을 잃은 한 주민의 말대로 이들에게 "왜 이제서야 오셨냐?"는 말을 물을 수도 있다. 절차로 막을 수 있는, 힘을 모아 저지할 수 있는 때에는 어디 있다가, 구럼비가 파괴되고, 기지 건설이 시작되는 지금에서야 왜 나타났는가라는 물음. 한편으로 그 질문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이곳이 외부인들이 대거 나타날 때마다 4.3 등 모진 시련을 겪어야 했던 제주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마을의 기억>이나 홍형숙 감독의 <구럼비에 멈춰서서>는 보여준다. 연대에 나서면서도, 그것이 누구를 위한 연대인가, 과연 여기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자기반성, 그리고 그에 따른 진정성 있는 활동이 되어야만 이 반대운동이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이 작품들은 말한다.
그러므로 외부인의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는 나의 입장에서 묘하게 울림이 다가오는 것은 <뻑큐멘터리-빡통진리교>로 잘 알려진 최진성 감독의 <중국집으로 간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을 너무나도 좋아해 해군이 되었던' 최진성 감독은 마트에서 뽀로로 낚시대를 사서 거기에 프라모델 항공모함을 붙여 질질 끌고 다닌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용산 국방부 앞. 아무도 보아주지 않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그 정문 앞에서 '무키무키만만수'는 <투쟁과 다이어트>라는 곡을 그야말로 열창하고, 그 옆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감독은 낚시대에 달린 프라모델을 끌고 돌아다니고 있다. 거기에 몽롱하게 따라붙는 나레이션.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정말 이들은 무엇을 위해서, 그 앞이 안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이러고 있는 것일까. 영화를 본 날의 기억. 영화를 보러 가니 이 추운 날씨에 아무도 없는 극장 앞에서 두 사람이 탈을 뒤집어 쓰고,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음악을 틀어놓고 '퍼포'(옛날 식대로 말하면 '마임')를 하고 있다. 잠시 후 그들은 극장 안으로 들어와 탈을 벗고 잠시 쉬면서 나를 포함한 2-3명의 관객들에게 강정에 대한 전단지를 나눠 준다. 딱했다. 아니, 딱한 것은 이 추운 날씨에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그들이 아니라, 극장 안 유리창으로 그들의 뒷 모습을 보는 나와 그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는 우리들이었다. 우리야말로 아마도 물어야 할 것이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영화 안에서 인상적으로 나온 '무키무키만만수'의 곡 <투쟁과 다이어트>의 가사. (그들의 홈페이지 http://mukimukimanmansu.co.cc/에 가면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왜 내가 이러고 있나 (다같이!)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아이고!)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어머니!)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아버지!)
그냥 잘 살고싶다오
편히 잘 살고싶다오
있는 그대로 살고싶다오
그게 그리 큰 꿈이었던가
그들은 배불리 먹고
고급스런 상점에 들어가네
나는 여기에 남겨져서는
운동만 열심히 해야하지 (투쟁!)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이렇게 운동만 하고
건강은 자꾸 나빠지는데
먹고싶은 것 먹지 못하고
배가 고파도 참아야하네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왜 내가 이러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