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이상문학상과 관련한 짤막한 페이퍼에 썼던 문단 경력 10년차 이상 소설가의 소설만을 심사 대상으로 한다는 부분이 아무래도 조금 이상하여 여러 내용을 찾아보다가 나온 기사 하나.


이상문학상 심사에 문제 있어. 과도한 자사 문예지 밀어주기부터 수상에 대한 비판까지 (링크 클릭)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755


요약하자면, 첫째, 최근 이상문학상 수상작의 30% 정도가 자사 문예지 월간 <문학사상>에 발표된 소설들이다. 둘째, 수상자의 경력과 연령대 구성에도 의문이 있다. 셋째, 대상을 받은 이승우 작가의 수상소감이 아쉽다. (관심있으신 분은 기사를 한번 읽어보시길.)


이승우 작가의 수상소감에 대한 부분은 조금 너무 나간 부분이 있는 것 같고, 둘째 부분은 사실 의혹이긴 하나 정확하게 이유를 알 수도 없고, 설혹 이유가 있다 해도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될 성 싶지는 않다. 다만, 첫 번째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조금 문제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 2017년부터 최근 4년간 대상을 포함하여 선정되는 소설은 매년 총 6편 정도. 그 중에 매년 꼬박 2편씩 자사 문예지 <문학사상>에 발표된 소설들이 선정되었고,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대상을 받은 소설들은 모두 <문학사상>에 발표된 소설이었다. 이쯤되면 수상의 공정성이 당연히 의심될 수밖에 없다. 이게 사실이라면 책 뒤편의 각 심사위원들의 심사평과 심사 과정에 대한 장황한 글은 다 뭐란 말인가.


글쎄, 관행일까. 위 기사에 나온대로 창비에서 주는 신동엽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고 하니 일종의 관행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문학상도 이미 방송사 연말 시상식처럼 되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자신들만의 잔치가 되어버린, 가끔은 보고 있는 게 민망해지는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 그래도 방송사 시상식들은 허허 그러려니, 하고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멍하니 보고 있을 수도 있지만, 문학상이 이렇게 되어가는 건 아쉽다. 특히 가장 권위있다고 알려진, 혹은 그래도 가장 널리 알려진 이상문학상이 그렇다는 것은 더 아쉽다.


한국문학은 이래저래해서 안 본다, 하는 분들한테는 가끔은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찾아보면 좋은 작가들 꽤 있기는 한데, 그런 마음. 그러나 그저 이렇게 자신들만의 민망한 잔치가 되어 간다면 그런 마음이 점차 줄어드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좋은 소설'을 (그런 이러저러한 것이 개입되지 않은) '좋은 소설'로서 남겨놓는 것이 그 소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드러내 보이고, 그것이 결국 독자들을 붙잡아두거나 끌어온다는 점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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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21-02-0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다고 했다가, 아쉽다고 했다가 엉망이군.

희선 2021-02-0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 받은 작품이 어디에 실린 건지 몰랐습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오는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에서 주는 상 후보라는 말을 먼저 하기는 하더군요 그것도 본래 다른 잡지에 실린 걸 문학과지성사에서 보고 소설 보다에 싣는 거겠습니다 거기 실린 작품이 다른 데서 상 받기도 하더군요 그럴 때는 문학과지성사 상은 못 받는가 한 적 있는데...

상이 좀 그렇지요 그런 거 생각한 적은 없지만... 팔이 안으로 굽을 때 많다는 말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소설 보는 게 좋을 듯해요 상 받았구나 하고 볼 때도 있겠지만...


희선

맥거핀 2021-02-05 15:19   좋아요 1 | URL
뭐 이렇게 되면 될수록 상의 권위라는 게 점차 떨어지는 거겠지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인데, 저만 몰랐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기본적으로 생각이 조금만 있다면 일부러라도 자사 문예지에 실린 소설들을 배제할 법도 한데, 이렇게 대놓고 한다는 것은 뭐랄까요...기본적으로 그게 문제라는 인식을 아예 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작년에 사건도 결국 그게 문제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던 거구요.
저도 상을 받았다고 그 작품을 일부러 보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좋은 소설은 아닐까...하는 약간의 믿음은 있거든요. 그런데 조금 실망스럽네요.

2021-02-11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