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다행히도 다시 책 추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솔직히 얘기해서) 신간평가단이 도서정가제 위반일 수 있어 신간평가단 활동을 중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더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쉽다,는 것보다는 도대체 지금의 도서정가제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묘한 궁금증이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정가제 시행이 1년을 막 넘긴 지금 시점에서, 이 도서정가제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가제가 시행되고 있는 듯 하지만, 어떤 도서 온라인몰들은 상품권 제공이니, 카드사 쿠폰이니, 세트 할인이니, 적립금이니 하면서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할인율을 보여주고 있고, 또 한편에는 정가제 위반을 신고하여 보상금을 타는 일명 '책파라치'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한 시행 전에는 출판사들이 정가제가 시행되면 책의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또는 기대)이 있었는데, 지금 책의 가격들을 보면 거의 낮아지지 않거나 도리어 높아진 것 같고, 살아날 것을 기대했던 작은 서점들은 여전히 말라죽어 가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나는 잘 모르겠고, 누가 무엇인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 이 짤막한 잡담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이라는 것이 점점 알 수 없는 세계로 가고 있다는 것, 어떤 것이 옳은 것이고, 어떤 것이 그른 것인지, 누가 무엇으로 이익을 얻고, 누가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인지, 어떤 것이 비윤리적 일이고, 어떤 것이 해야만 하는 일인지 점점 알아차리기 힘든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예를 들어 그것은 노덕 감독의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를 보고 나왔을 때 달라붙어 있는 묘한 찜찜함, 답답함, 또는 무기력함 같은 것과 비슷하다. 진실이 거짓이 되거나, 거짓이 진실이 되어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 사회, 혹은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이 도리어 나아보이는, 혹은 더 나아가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는 것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그런 사회, 그런 이상한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 모든 일이 일어났음에도, 혹은 그 모든 일이 너무나도 빠르게 뒤바뀐 후에도 우리가 사는 바로 이 세상은 여전히 아무 의미 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영화의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길거리들을 비추는 마지막 컷들은 무심하게 말해준다.

 

그런 세상에서 '소설'이라는 것을 읽는 것, 읽는 데 최소한 몇 시간이 걸리고, 집중하여 읽지 않으면 무엇인가를 기억할 틈도 주지 않고 살짝 자국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리는 그런 것들을 읽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정말 의미가 있을까. 여전히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넘어가지 않는 책장을 어떻게든 넘기려고 애를 써본다.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한겨레출판

 

나는 백민석과 백가흠을 늘 헷갈린다. 물론 성이 같아서,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두 소설가의 세계가 겹쳐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백가흠의 <조대리의 트렁크>와 백민석의 <목화밭 엽기전>이 트렁크 엽기전이나, 조대리의 목화밭이 되어도 그렇게 이상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페이퍼로 백가흠의 소설을 추천했으니 이번에는 백민석을...이라는 것은 농담이고, 아무튼 백민석의 소설을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에 첫등으로 골랐다.

 

 

독, 이승우, 예담

 

이번 달 신간을 보니 이승우 재조명 주간이라도 되는지, 이승우 작가의 지난 책들이 두 권이나 다시 출판되었는데, <에리직톤의 초상>과 <독> 중에서 고르라면 아무래도 내 취향은 이쪽이다.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김엄지, 문학과지성사

 

최근에 들어 이름이 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김엄지 작가의 책도 마찬가지로 두 권이 출간이 되었다.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와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아무래도 나는 단편집 취향이니 이쪽으로.

 

 

첫숨, 배명훈, 문학과지성사

 

배명훈이니 읽는 재미는 보장하겠지만, 아마 안될거다.

 

 

다시 소설 이론을 읽는다 - 세계의 소설론과 미학의 쟁점들, 김경식 외, 창비

 

안다. 이건 더 안될거다.

 

 

덧.

여러 다른 분들의 추천글을 보다가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이 +1점이라면 -1점, 그러니까 마이너스 추천도 있었으면 좋겠다.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가 될까봐 불안하다. 솔직히 장강명 작가의 책은 그만 읽고 싶다. 일단 "제가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합니다!"라는 카피부터가 마음에 안 든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소설이라는 녀석은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한 것과 가장 멀리 있어야 되는 물건이다. 빠르고 독한 것은 어제 먹은 고량주, 그거 하나로도 충분하다. 빠르고 독하게 사람을 훅! 보내준다(어디로?). 아직도 그곳에서 완전히 돌아오지 못했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오나 2015-12-02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이거이거..<배명훈이니 읽는 재미는 보장하겠지만, 아마 안될거다> 저도 이렇게 생각이 들어서.. 리스트에 넣었다가 뺀 건데... ^^;;;;
게다가...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가 될까봐 저도 불안... 저도 이제 장강명 작가의 책은 그만 읽고 싶은데 말입니다.. ㅋㅋㅋㅋ
마이너스 추천이라니.. 기발하면서 멋진 생각이십니다. ㅎㅎㅎ


맥거핀 2015-12-02 23:38   좋아요 0 | URL
정말 농담이 아니라 딱 한 권만 마이너스 추천을 할 수 있는 투표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피하고 싶은 책 한 권 쯤은 있지 않을까요...

근데 진짜 이번에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장강명 작가 책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 같아요. 아유..뭐 되면 싫어도 읽어야죠. 싫은 책 읽게 되는 것도 신간평가단의 매력이니..가끔 그 매력이 너무 지나치긴 하지만.^^

2015-12-03 0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3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9 0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5-12-0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댓글부대 글 읽으니깐 어제 끝마친 오르부아르 생각나네요. 어제 그 책 끝마치면서 이나이에 이런 농도 찐한 글을 쓰다니, 놀랍더라구요.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빠르고 독하다는 표현은 아닌 것 같아요. 그건 독자가 판단할 몫이지. 그나저나 댓글부대 별론가봐요!!!

맥거핀 2015-12-03 13:30   좋아요 0 | URL
뭐 제 취향에 안맞는다는 거지, 평들을 보니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더군요. 그런데 기억의집님 말씀대로 저도 소설이든 영화든 작가가 혹은 감독이 자신의 작품이 이런 것이다, 이런 의미이다, 라고 말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또 위의 말씀대로 그 내용도 그다지 와닿지 않구요. 아..그런데 <오르부아르>가 좋은 모양이군요. 그 책 추천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다락방 2015-12-0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건지 모르겠는데, 저는 장강명 작가의 책을 단 한 권 [한국이 싫어서]만 읽었거든요. 이걸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이것만 읽으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었어요. 이 작가의 책을 더 읽고 싶다, 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이제 그만 읽어도 되겠다, 싶은 거요. 제 느낌하고 비슷한건지 잘 모르겠어요. 반면,

이승우의 책이라면, 읽어도 읽어도 새로운 작품을 또 읽고 싶죠. 자꾸 자꾸 열심히 책을 내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독]도, [에리직톤의 초상]도 보관함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제 책장 한 칸은 이승우에게 내어줄 작정이에요.

맥거핀 2015-12-03 13:35   좋아요 0 | URL
저도 비슷합니다. 정확히 설명하라면 할 자신이 없지만, 이 작가의 쓰는 방식이 대체로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이 있어요. 그 방식이 저는 공감이 안되기도 하고, 조금 식상하기도 하고..그래서요. 물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요. 그런데 아무튼 많이 쓰는 것 하나는 인정해줘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요새 장강명 작가의 책 진짜 자주 나오더군요.

이승우 작가 좋아하시는 군요. 저는 사실 이승우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한지가 별로 안되서 모르는 작품이 많아요. <에리직톤의 초상>도 기꺼이 읽을 용의가 있습니다만, 책소개를 보니 <독>이 조금 더 흥미가 가더군요.

하..근데 왠지 이번에는 제가 추천한 책은 어째 다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

cyrus 2015-12-0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신간평가단 활동의 단점이 독자 팬덤이 두터운 작가나 신작의 저자가 많이 선정되는 것 같아요. 특히 소설, 에세이 분야에서요. 절대로 일어나지 않겠지만, 덜 알려진 작가의 책이 선정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정말 제대로 된 신간도서를 알리는 거잖아요. 제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는 상황을 좋아하거든요. ㅎㅎㅎ

맥거핀 2015-12-04 20:20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많이 알려진 작가의 책들 위주로 선정되는 것 같기는 합니다.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요. 저도 의외의 재미 좋아하는데..이번달 출간 책만 봐도 어떤 책이 될지 감이 온다랄까요..그래서 마이너스 추천이라던가, 혹은 가중치 추천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장강명 작가 책만은 제발...

2015-12-05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주말에 시간이 있어 (미뤄두고 미뤄두었던) 책장을 정리했다. 한동안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과 읽지는 않았지만 보지 않게 될 것 같은 책들을 빼내고, 그렇게 비워둔 자리에 그간 사놓고 아무렇게나 쌓아둔 책들을 꽂아두었다. 책을 정리할 때 되도록이면 같은 주제의 책들, 같은 분야의 책들을 모아놓으려고 하는 편인데, 이렇게 새롭게 정리하다보면 어떤 특정 분야의 늘어나고 줄어드는 물리적 공간의 비중이 최근 나의 관심사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재미있다. 이번에 정리할 때 보니 소설 분야의 비중이 꽤 늘어났는데, 최근에 소설을 더 많이 사게된 것도 이유겠지만, 한편으로는 신간평가단으로 받은 책들이 꽤 되는 것에도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또한 그것은 지난 6개월 동안 제대로 정리를 안했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좋은 책들을 받아서 읽게 된다는 것이 늘 고맙다. 몰랐던 작가를 알게 되고, 이 신간평가단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분명히 읽지 않았을 책들을 어떻게든 읽게 된다는 것이 고맙다.

 

정리하는 김에 알라딘 보관함에 있던 책들도 같이 정리했다. 이미 구매한 책들, 혹은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은 책들, 언제 넣어 놓았는지 이유가 기억나지 않는 책들, 아마도 앞으로 읽지 않게 될 것이라고 믿는 책들의 목록을 하나하나 지워나간다. (생각난 김에 첨부하는데, 알라딘 보관함도 책을 분야별로 더 세밀하게 분류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물리적인 책장이 이미 읽었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읽게 될 것들의 목록이라면, 알라딘 보관함의 책들은 언젠가 읽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록이다. 그 기대가 막연한 기대를 넘어서 간절한 욕망으로 바뀐다면, 그 보관함의 책들은 실물로 변해 내 책장 어딘가에 꽂혀있게 되겠지. 그 기대의 목록에 있는 몇 권의 책들을 여기에 늘어놓는다. 이 막연한 기대는 실물로 바뀔 수 있을까. 왠지 어려울 것 같지만, 모르지, 알 수 없지. 욕망은 늘 힘이 무지막지하게 센 법이니.

 

이번 신간평가단에서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면 우리 작가의 소설들을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희망마저도 질식하고 있는 것 같은 사회, 이 사회를 읽어내는 동시대인의 날카로운 시선들을 통해 세상을 본다면, 희망을 구출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작은 위로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은 분명히 무력하지만, 우리는 늘 무력한 것들을 통해 위로를 받아왔으니까.

 

 

 

사십사, 백가흠, 문학과지성사

 

출판사 책소개를 보니 꽤나 우울한 내용일 것 같다. "불편한 진실에 가닿는 고통스러운 일, 외면하고 싶은 모습의 속절없는 경험 등 진실 발견을 위한 특유의 고행" 그런데 뭐 그것은 그렇게 낯설지 않다. 사실 백가흠의 소설 속 세계는 거의 그랬다. 끔찍한 무엇이 담겨 있었고, 등장인물은 고통을 피하지 않았으며, 아니 거의 부러 고통 속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고통의 이면에는 늘 서늘한 진실이 들어 있었다. 그것이 그의 소설에서 어떤 극악한 것을 보게 될지를 알면서도 읽게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신촌의 개들, 이상운, 문학동네

 

지나간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단지 청춘의 회고담은 아닐 것 같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책을 골랐다. 하나는 신형철의 "오십 년 만에 다시 쓰인 「환상수첩」(김승옥)을 읽었다는 생각도 든다."라는 문장. 다른 하나는 '신촌'이라는 공간이 불러오는 기억의 무한한 환기.

 

 

빨간구두당, 구병모, 창비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한다고, 구병모 작가의 책을 지나칠 수는 없겠지. 출판사 책 소개대로, 구병모의 이야기가 권선징악의 교훈만을 담은 청소년 권장도서에 들어갈만한 동화는 아닐 것이다. 그 세계는 환상 속 무엇이지만, 늘 현실을 가장 날카롭게 담고 있었다. 아마도 어떻게든 내 책장에서 실물로 만나게 될 것 같다.

 

 

조선소, 후안 카를로스 오네티, 문학과지성사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내용에 끌려서 골랐다. 소개된 내용을 봐서는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인간성을 상실하고 고독과 소외로 존재의 무의미성을 느끼는 현대인의 실존적인 고뇌"까지는 읽지 못하더라도, "우루과이의 혼란스러운 정치.경제 상황, 부패한 관료제도, 불의한 인간 군상" 정도만 읽을 수 있어도 꽤나 성공일 것 같다.

 

 

신들의 마을, 이시무레 미치코, 녹색평론사

 

책의 내용보다도 출판사의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녹색평론사에서 내는 소설이라니. 산업공해로 생긴 미나마타병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인데, 책의 내용과 출판사 이름이 주는 선입견과는 달리, 단지 사건의 경과와 피해를 다룬 사회고발문학의 성격만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근대는 무엇이며, 과연 좋은 삶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 하니 신간평가단이 아니더라도 읽어봐야할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15-10-05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도 하시는군요 읽고 싶은 책이 되면 좋고, 그게 아니어도 새로 알아서 좋은 것도 있을 듯하네요 어떤 책이 나왔는지 찾아보는 기회를 갖기도 하겠습니다 잘 알려진 것은 우연히 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건 우연히 보기 어렵잖아요

사십사라는 제목부터 안 좋아 보이는... 차일드 44라는 책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그 책 안 봤습니다 예전에 볼까 하다가 못 봤군요 그런 책이 한두권이 아니기는 하네요 구병모 책은 청소년 걸로도 나왔더군요 사람한테 나쁘다는 건 처음부터 모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았다면 그만 써야 할 텐데... 예전에는 잘 모르고 사람한테 안 좋은 것을 여기저기에 쓰기도 했더군요 아니 수은은 안 좋다는 거 알았겠네요 오래전에 화장품 같은 데 넣기도 했잖아요 그때 그게 안 좋다는 걸 알았을 것 같은데... 다음에 무슨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군요 ‘돈만 벌려고 하면 안 된다’ 안 좋은 것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서 사람한테 해를 입힌 게 아닌가 해서...

얼마전에 본 소설에서는 공장에서 버리는 물 때문에 벌레 같은 게 금으로 바뀌었어요 공해하고는 별로 상관없는 거였군요 공장 자체가 커다란 벌레는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데... 다행스러운 건 그것을 안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걸 안 사람이 많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조금 무서운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건 어떻게 봐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희선

맥거핀 2015-10-05 19:21   좋아요 0 | URL
네 이번에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추천도서를 쓰는 것은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정말 이 책을 이번에 받아서 읽고 싶다는 게 하나고, 다른 하나는 이번에 서평단 도서로 받지는 못해도 언젠가는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도서를 넣는 거죠. 사실 위에 도서 중 몇 권은 이번에 선정이 안될 게 분명하거든요. 그래도 굳이 넣은 것은 다음번에 언제가 되었든 읽겠다,라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하고, 또 이 글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욕망도 있는 거겠죠.

사십사,라는 제목은 아마 나이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고 많은 나이 중에서도 굳이 사십사를 선택한 데에는 작가 나름의 이유(혹은 어떤 뉘앙스)가 있겠죠. 사십사...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나이이인데 잘 모르겠네요. 사십사에는 어떤 인간이 되어 있을지..

예전에 저도 다큐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 미나마타병 사건이 생각보다 상당히 거대한 사건이더군요. 피해규모도 크고, 이 사건이 다른 여러 부분에 미친 영향도 크고요. 참..그렇죠. 인간들이란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여러 알 수 없는 물질들을 막 사용하고, 흡입하게 만들고, 그것으로 물건을 만들어내고 하잖아요. 환경 문제를 다룬 영화나 다큐를 보면, 다들 그 당시에는 그게 무슨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고 하죠. 아마 지금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다루는 물질 중에서도 같은 케이스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무심코 사용하지만, 그게 나중에 재앙이 될지 모르는 일이죠.

2015-10-15 0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9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5월의 신간소설 추천. 그러니까 이번 기수 신간평가단으로서 책을 골라내는 것은 마지막이라는 얘기다. 지금 내 손에 들린 4권의 책은, 책을 골라내는 일을 조금 더 신중히 했어야만 했다는 충고의 다른 형태이다(잘못된 선택은 늘 실물로서 돌아온다). 솔직히 말해서 (요즘의 축처진 심리상태를 감안해 볼 때) 이번 마감 기한 안에 리뷰를 제대로 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지 책들 스스로가 이야기의 가속도를 붙여 내 속에서 다그닥다그닥 달려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신간평가단으로서 책을 읽어나가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 또한 거짓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쓴 불안한 눈빛의 누군가를 멍하니 보거나, 지난밤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그다지 나오지 않는 웃음을 억지로 짜내는 일보다는 손에 들린 소설을 보는 것이 훨씬 낫다. 소설은 불안하고 말초적인 세계가 아닌 더 넓은 세계로 잠시나마 나를 안내해주고, 과거로 안내하거나 또한 그를 통해 때로 미래를 예언하니까. 예를 들어 지난 번에 읽었던 구병모의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예를 들어 이번의 메르스 사태에서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을 몰래 되뇌이고 있는 사람은 나뿐일까. "내 밖에 있는 나 아닌 모든 것은 나에 대한 침입자 그러니 만인은 만인의 일에 신경 끌 것"이라는 책 뒤편의 문구가 여러모로 섬뜩해 고개를 드니, 마스크를 쓰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풍경이 왠지 더 섬뜩하다. 역시 책이 더 낫다.

 

(약간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소설평가단 6개월을 하니 이번달에 출간된 소설들만 슬쩍 훑어 보아도, 왠지 어떤 소설이 선정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번에 골라내는 책들은 이와는 거리가 조금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니 대세를 따르기보다는 정말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야겠지.

 

 

 

맘브루, R. H. 모레노 두란, 문학동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콜롬비아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먼나라에 와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군인들의 목소리를 번갈아 담는 형식이다. 그들 개인 각자의 내밀한 역사를 읽는다는 측면에서도, 또 한국전쟁이라는 우리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거대한 역사를 읽는다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독서가 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한국전쟁에 콜롬비아도 참전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어느 포수 이야기, 구마가이 다쓰야, 북스피어

 

일본 산간지방 어느 곰 사냥꾼의 이야기. 전혀 알 수 없고, 앞으로도 알 수 있는 가능성이 별로 없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늘 끌린다. 꾸밈이 없는 날 것의 강렬한 이야기일 것 같다.

 

 

길, 저쪽, 정찬, 창비

 

정찬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단편집에서였던가. 정찬 작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역사와 개인, 그 속에서 어떤 윤리의 문제를 꾸준히 붙잡고 있는 것 같다. 역사가 만들어낸 골은 여전히 깊고, 소설가는 그 깊은 골짜기 한구석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끌어올리는 존재임을 작가는 몸소 보여준다.

 

 

러시아의 밤, 블라지미르 오도예프스키, 을유문화사

 

소설 속에 있는 또다른 소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천일야화와 같은 소설. 빠져나올 수 없는 이야기의 미로 속으로 이 소설은 안내해 줄 수 있을까. 이야기의 미로가 아름답다면, 굳이 그 미로 밖으로 빠져나오려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겠지.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민음사

 

나도 가고 싶다. 한국이 싫어서.

 

 

덧.

이 소설 추천은 안되겠지요? 4월 30일에 출간된 이장욱의 <기린이 아닌 모든 것>. 이 신간평가단의 알고리즘(?)상 이렇게 구멍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5-06-0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브루>는 전혀 예상치 못한 소재라 흥미롭습니다.
<어느 포수 이야기>는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의 일본판이면 좋겠다 혼자 맘대로 기대해 봅니다; 김연수 작가도 곰 사냥에 대한 인상적인 단편 썼던 게 생각나네요.
<길,저쪽>, <한국이 싫어서>는 신뢰가는 이웃들이 모두 한마디씩 하시니 안 읽으면 북플간첩될 기세; (좋은 의도의 농담입니다)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은 100% 동감입니다

맥거핀 2015-06-04 13:40   좋아요 1 | URL
다른 책은 몰라도 <맘브루>는 되었으면 좋겠는데..꽤나 흥미로운 책일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도 가능성이 없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느 틈에 오셔서 댓글을 달아주셨군요. 역시 북플계의 배스, 그러니까 책포식자라는 요즘 들려오는 소문(?)이 그다지 틀린 얘기는 아닌가 봅니다.(저도 좋은 의도의 농담입니다.^^)

AgalmA 2015-06-04 15:40   좋아요 0 | URL
북플계의 배스ㅎ; 좋은 책냄새를 맡으면 참을 수가 없잖습니까. 책포식자는 제게 붙을 수식은 아니라고 생각되고요. 북플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니 그리 보이는 거라 생각합니다^^; 좋게 포장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북플 견유자 정도로...

선정이 안 되더라도 위 책들에 대한 맥거핀님의 리뷰는 기대해 봅니다 :)/

맥거핀 2015-06-05 11:54   좋아요 0 | URL
포식자에는 많다,라는 의미도 있지만 다방면이라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평소 서재를 보면 워낙 책, 영화, 음악 등등 다방면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식견을 보여주시니 그런 농담을 붙여봤습니다.^^

저 중에 한두 권은 읽게 될 것 같은데 리뷰를 쓰기 위해서 노력해보겠습니다.^^;

2015-06-07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07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0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신간평가단으로 그간 6권의 소설을 읽었고, 그에 대한 6개의 리뷰를 썼으며, 아직 읽지 않은 2권의 책이 내 손에 들려있다. 그리고 이제 2번, 그러니까 최대 10권의 선택 기회가 남아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렇게 반환점을 돌았다고 느껴질 때가 아마도 중간점검을 한 번 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새롭게 소설 신간평가단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세운 시답잖은 원칙이랄까, 희망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돌아보면 그 희망은 그렇게 충족되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평가단으로서는) 한 권도 읽지 못했고(이번에 구병모 작가의 책이 선정되기는 했지만), SF소설도 아직 한 권도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읽은 소설들이 전부 별로였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어떤 취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내가 원하는 분야의 책 위주로 선정을 하겠다,라고 굳은 결심을 했다. 그렇지만...  

 

이번 달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 별로 없다. 3월에 나온 소설들은 이 책도 좋아보이고, 저 책도 좋아보여서 책들을 골라내는 데 애를 먹었는데, 이번 달에 나온 소설들은 5권을 채우기도 쉽지가 않다. 정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고 투표장에 들어섰지만, 투표 용지에서 물릴대로 물려서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이름들만 보았을 때의 맥풀림이랄까(그래도 정동영과 안상수는 좀 너무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래도 환멸을 느끼고 투표장을 벗어나기보다는 어떻게든 그중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서 최선을 고를 수가 없으면, 최악이라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빨간색으로 도배된 개표방송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당장의 정국에 대한 답답함이라기보다는 어떤 환멸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타인들의 환멸을 이야기할 것 없이, 내 안 어딘가에 깊숙이 자리잡은 내밀한 환멸에 대해서 말이다. 그것을 이겨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든다.

      

물론 신간평가단 책을 골라내는 것은 선거와는 다르고, 예상이 들어맞지 않는 즐거운 배반도 많다(그렇다고 해도 이 신간평가단 책이 선정되는 작은 과정만 해도 잘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다). 그러니 어떻게든 골라보는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희망에 가까운 다섯 권을. 소설 읽기는 내밀한 환멸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집시와 르네상스, 안토니오 타부키, 문학동네

    

항상 유럽사회의 주변인들, 타자들로 여겨지는 집시들의 삶을 묘파하는 안토니오 타부키의 르포 형식의 글이다. 작가로서의 세심하고도 날카로운 시선은 소설이 아닌 이러한 글에서도 빛을 발하는데, 그것은 단지 우리에게 낭만적인 도시로서만 인식되는 피렌체를 새롭게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글은 1990년대 후반에 쓰여졌지만, 지중해에서 일어난 최근의 난민선 전복 사고에서 보듯이 난민 문제는 여전히 유럽 사회의 화두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심상대 외, 예옥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15명의 작가들이 쓴 공동소설집이다. ‘추모’라는 조금은 이른 단어가 걸리기는 하지만, 결국 작가가 이 사건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것일 터이다.

 

  

레디 플레이어 원, 어니스트 클라인, 에이콘출판

 

어니스트 클라인은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한다는 소개문구만 믿고 골라본다. 장황한 책 소개와 가득한 여러 추천문구가 살짝 미심쩍게 만들기는 하지만...

 

  

용감한 친구들, 줄리언 반스, 다산책방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장미셸 게나시아, 문학동네

 

잘 모르지만 다른 분들의 추천을 믿고 골라보는 소설들. 잘 모를 때는 다른 누군가의 추천을 꼼꼼이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처음 세운 원칙도 다른 분들의 추천에 빚을 지자는 것이었으니 안될 것은 없겠지. 3권만 고르려다가 이렇게 5권을 채운다.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어떻게든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배웠으니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리시스 2015-04-3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거 결과 좀 무서워요-_- 별 기대도 안 돼서 일찍 자긴 했는데 역시나였을 때 기분이.. 열다섯 살 때부터 스물 다섯살 때까지만 (내가 뽑지도 못한) 인생에서 최고로 좋았던 대통령의 국가에서 산 게 전부가 될까봐 두려움과 환멸을 많이 느끼죠. 이건 저는 좀 오래됐어요. 공주님이 대통령이 될 때 그래서 많이 무서웠어요. 두려움을 밖으로 꺼낼 수도 없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을 만큼.

우와, 타부키다, 피렌체다, 집시다, 우와...

맥거핀 2015-05-03 16:26   좋아요 0 | URL
저는 이런 결과를 예상못한 바가 아니었지만 실제로 이를 수치로 보니 기분이 뭐랄까 참담하더군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런 선택의 결과를 보여주다니 도대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요. 일반적인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고 흔히 얘기하는 국개론도 이의 답은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조금더 굳건한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근데 저는 타부키 잘 몰라요.

희선 2015-05-01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반이 지났군요 멀리에서 보는 사람은 새로 시작하고 끝나는구나 합니다 바라는 책을 고르려고 할 때는 마음에 드는 게 없다니... 이게 있을 때는 많고, 없을 때는 없기도 하더군요 이건 책만 그런 게 아니기도 하죠 마음에 드는 게 많을 때가 더 좋을지, 적어서 뒤돌아서는 게 좋을지... 둘 다 그렇게 좋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적당하면 좋을 텐데, 이런 일이 자주 없죠

자신이 고른 책이 되면 기쁠 듯합니다 기회가 있을 때 고르기, 안 된다 해도 하는 게 더 좋을까요 안 하는 것보다 낫다 생각해야겠죠 이건 나 하나가 잘한다고 세상이 좋아지겠어, 하는 것과 비슷하군요 그럴 때는 달라지는 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하죠 좀 엉뚱한 말을 했네요

맥거핀 님이 고른 데서 하나라도 되면 좋겠네요


희선

맥거핀 2015-05-03 21:19   좋아요 0 | URL
이번에는 제가 고른 책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일단 신간평가단 같은 경우에는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저의 예상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좋을 것 같아서 골랐는데 영 이상했던 경우도 많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때도 많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책을 전혀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책이 좋아보인다,라고 해서 고르는 게 우스운 거잖아요. 책소개들은 대체로 출판사들에서 홍보 목적으로 쓰는 거라서 다 엄청 좋은 것처럼 소개하기는 하죠.

그런데..선거는 다르죠. 나 하나가 고르는 것이 무슨 영향을 미치겠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되는 것이 선거이죠. 선거라는 것이 그런 작은 나 하나들의 뜻을 반영하는 의미로 처음 탄생된 것이기도 하구요. 선거에서 나는 관심없어,라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에게 실제로 어떤 피해(...)를 입히는 것이 바로 이 구조이기도 하겠죠. 그러니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오 2015-05-0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될봐에는 앞으로 장난이라도 새누리당을 지지하닙다라고 말하고 마음 편하게 먹으면 될까요? ㅠㅜ

맥거핀 2015-05-03 21:21   좋아요 0 | URL
현실은 절망적이지만, 절망하지 않으려 노력중입니다. 근데 저도 잘 안되네요.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신간 추천 글을 써야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 벌써 한달이 지나갔단 말인가. 다들 한달을 나름의 방식으로 카운트하겠지만, 내 경우에는 신간평가단을 할 때는 이것으로 카운트를 한다. 그러니까 추천글을 쓰는 것이 한달의 시작이며, 책을 받을 때에는 중순이고, 리뷰를 써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때는 월말이 가까워온다는 얘기다. 아무튼 시간은 그렇게 가고 있는 것 같다. 겨울은 이제 더 안 오겠지 싶으면, 눈치 없이 계속 말을 거는 끌리지 않는 소개팅 상대의 메시지같고, 봄이라는 것은 앞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보기위해 고개를 들라치면, 어느덧 곁을 휙 스치고 지나가 뒷모습 밖에 보여주지 않는 길거리미녀 같기만 하다. 집 앞에 나갈 때마다 가끔 만나는 얼룩고양이 은주씨(앙칼진 눈빛이 첫사랑 은주씨를 닮았기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는 농담이고, 처음 만났을 때 전신주 뒤에 숨어서 나를 지켜보고 있기에 숨을 은(隱)자에 기둥 주(柱)자를 붙였다)가 이제 좀 따듯한지 햇볕을 받으며 뒹굴거리는 희귀한 광경도 어제 보았으니 시간이 가고 그래도 조금씩 날이 따듯해져 가고 있기는 하나 보다.

 

지난 달에는 사실 마땅히 추천할만한 책이 별로 없어 난감했다면, 이번달에는 괜찮아보이는 책이 너무 많아서 난감하다(물론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지, 실제로 책을 읽고나서는 전혀 다른 판단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아무튼 어떻게 난감하든지 간에 5권의 책을 골라내야 하는 것은 사실이고, 어쩔 수 없이 이럴 때에는 평소에 사용하던 것보다 조금 더 세심한 취향의 잣대를 들이대야만 한다. 그런데 골라놓고 보니 왠지 다 어두운 이야기 같은 것이, 어두운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할 수 없이 그런건지, 아니면 나의 일반적인 취향에 가려져 있던 취향의 밑바닥에는 어두운 요소가 더 많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하기는 어떨 때는 한없이 밝고 평화로운 이야기에 끌리고, 또 어떨 때에는 야하고 변태적인 이야기에 끌리며, 또 다른 때에는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에 끌리니 그저 종잡을 수 없는 취향이다. 리모노프의 말을 빌리자면 "개떡같은 취향이지, 한마디로.")

 

개떡같은 취향이 개떡같이 골라낸 이번 달의 다섯 권.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구병모, 문학과지성사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뉴스를 보며 우리는 하루에도 얼마나 수없이 속으로 이말을 되뇌이는가. 예고없이 찾아오는 만연한 재앙을 피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가난한 시대. 구병모가 날카롭게 잘라낸 현실의 조각들은 이 가난한 시대에서, 이 말들을 부적삼아 되뇌일 수밖에 없는 가난한 마음들을 한걸음 물러서서 들여다보게 해줄까. 

 

 

고통의 해석, 이창복, 김영사

 

물론 재앙과 고통이 예고없이 찾아왔던 것은 오늘날의 시대만은 아니다. 그리고 훌륭한 작가들은 삶 속에서 동반될 수밖에 없는 고통의 양상을 세밀하게 추적해 그의 근원을 늘 밝히고자 하였다. 괴테, 카프카, 브레히트, 하이너 뮐러 등 독일문학의 중추를 이루는 작가들의 작품을 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그 근원에 있는 것을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익사, 오에 겐자부로, 문학동네

 

작가의 자전적인 내용이 들어간 소설에는 아무래도 더 관심이 간다. 그의 문학에 담겨져 있는 창작의 원천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을까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에 겐자부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아버지의 이야기. 읽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는 책이다.  

 

 

방랑기, 하야시 후미꼬, 창비

 

위의 책과 같이 자전적 내용의 소설이다. 가난한 여자 혼자 세상을 사는 것이 녹록한 일이 아닌 것은 요즘에도 그러한데, 1920년대 일본 사회에서는 어땠을까('방랑기'라는 제목만 보아도 말이다). 나루세 미키오의 동명의 영화(특히 주인공 역을 맡은 다카미네 히데코의 연기는 명연이다)를 아주 좋게 보았는데, 반가운 마음에 집어들게 되는 책이다.

 

 

별을 먹는 사람들, 로맹 가리, 마음산책

 

여러 복잡다단한 이유 속에서 선택된 마지막 책. 로맹 가리라는 이름도 이름이지만, 그보다는 내용이 더 흥미로워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별’은 마스탈라라는 가상의 지역 특산물인데, 코카열매보다 강력한 효과를 자랑하는 마약의 한 종류이다. 그러니까 별을 먹어야만 버텨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제정신으로 견딜 수 없는 세상의 모든 비참함에 대해.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4-0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글을 써야하는 심정, 이해합니다. 그 덕분에 저는 따로 신간평가단 공식 블로그에 접속하지 않아도 이웃님이 추천하는 다양한 분야의 신간 도서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

맥거핀 2015-04-03 23:40   좋아요 0 | URL
cyrus님이야 워낙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분이시니..cyrus님도 해보신 경험이 많으셔서 잘 아시겠지만, 신간추천이라는 게 즐거우면서도 참 여러가지로 고민되는 일이기는 하죠.

아이리시스 2015-04-0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구병모,로맹가리는 가능성이 있지 않나요? 진짜 재밌는 책 읽으며 밤새고싶은 밤이네요. 비가..바람이..ㅎㄷㄷ

맥거핀 2015-04-03 23:42   좋아요 0 | URL
<익사>가 꽤 추천이 많아서 될 것 같기도 하네요. 이번에는 2권 모두 제가 추천한 책 중에서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가져 봅니다.^^

아이리시스아님 2015-04-05 02:0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거 완전 대다난 바람인 것 같아요. 잉여놀이를 꽤 했는데도 시간이 아직 2시네요. 내일은 일요일인데 꽤 피곤한 하루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좋은 주말 밤~^^

맥거핀아님 2015-04-09 15:4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그래도 저는 맥거핀님이 원하시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ㅋ 그러나저러나 맥거핀님 서재에 글도 잘 안 쓰시고 어디서 뭐 하시는지..

희선 2015-04-0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하루는 그렇게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한주 가는 건 빠르고 한달 가는 건 더 빠릅니다 어느새 올해 사월이 왔으니까요 늘 내일로 미루는 건 여전합니다 시간으로 보면 내일도 아닌데... 버릇은 고치기 어려운 거군요 어떻게 해야겠다 생각하는 내일은 결코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앞으로도 내일부터, 할 것 같습니다 모르는 것보다 알면서 그러는 건 더 안 좋을 텐데... 오늘부터, 하는 날이 오기를...

전봇대 뒤에서 엿보는 얼룩냥이, 이름으로 하기에는 좀 길까요 은주라는 이름 설명을 보니... 말 그대로군요 햇볕 받고 뒹굴거리는 모습 귀엽겠네요 저는 그런 것보다 차 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가끔 봤네요 제가 다니는 때는 고양이가 잘 안 다니는 때인지도...

구병모, 책은 아주 조금 읽어봤는데 예전에 남자 작가인지 알았습니다 책을 읽었다 해도 그렇게 잘 읽지 못했네요 로맹 가리 책에 나오는 별이라는 거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정말 본 것인지, 처음 본 건데 예전에 본 것 같은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처음 본 건데도 언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것은 우연이었지만, 그게 자신의 숙명처럼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책소개를 조금 보니, 자유라는 말이 있더군요

아직 책 안 읽었는데, 그 책에 ‘19세 이상’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예전에 나온 것하고 다른 데서 나온 것은 아닌데... 전에 그것을 보고는 나중에 책 읽고 말해볼까 하다가 어제 말했습니다 고객센터에, 그랬더니 그게 없어졌더군요 별거 아니지만... 이상한 게 있으면 말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마나 할 때도 있지만...


희선

맥거핀 2015-04-03 23:52   좋아요 0 | URL
구병모 작가는 그런 얘기 수도 없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저도 작가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당연히 남자작가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었죠. 글쎄요.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글도 약간 남성적인 느낌이 있기도 해요.

예전에 그런 얘기 한 것 같은데, 우리 동네에는 고양이가 많이 다녀요. 얼룩고양이도 있고 검은 고양이도 있고, 못생긴 고양이, 잘생긴 고양이 다양한 고양이가 있습니다. 그 중에 제가 이름을 붙여준 것은 그녀석 하나 뿐이예요. 우리 아파트 동 근처가 녀석의 나와바리인지 주로 이 근처를 어슬렁 거립니다. 길냥이들이 대체로 조심성들이 있는 편인데 녀석은 꽤 대담해요. 처음에는 전신주 뒤에 숨어 있더니 요새는 뭐 별로 해가 되지 않을 인간이군, 싶었는지 그저 막 앞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그렇죠. 하루의 시간은 참 왜이리 안가나 싶을 때도 있는데, 한달, 일년의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벌써 4분의 1이나 지나갔잖아요. 저도 언젠가부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이런 버릇이 생겨서 해야할 일을 금새 미뤄버리고는 해요. 아니 내일 정도가 아니라 마음 편하게 며칠 뒤, 이럴 때도 많구요. 저도 조금 그런 버릇을 버려야 하는데...

다른 것도 그렇지만 영화나 책 같은 것도 생각했을 때 봐야하는데 자꾸 미뤄버리고는 해요. 책은 조금 미뤄도 볼 수 있지만, 영화는 시일이 지나면 영화관에서 상영을 하지 않게 되니 제 때 보는 게 좋기는 한데 말이죠. 물론 그 이후에 집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만, 영화는 아무래도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달라도 너무 달라요. 같은 영화를 집에서와 영화관에서 볼 때, 전혀 다른 무엇인가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희선 2015-04-04 01:43   좋아요 0 | URL
시간이 가서 어느 때가 오면 좋겠다 하면 참 안 가요 별 생각없이 지내거나 무엇인가 집중하면 그때는 잘 가고... 집중해서 하는 거 별로 없지만... 책도 집중해서 못 읽고, 마음처럼 잘 안 되는군요 그것보다 요새는 집중해서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때보다 새벽에 시간이 더 잘 가는군요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나중에 이름 말한 걸 생각하니, 이름에 그게 무엇인지 나타내지 않아도 되겠더군요 뭐든 이름만 붙이지 그게 무엇인지 나타내지 않잖아요 바로 생각났으면 고쳤을 텐데, 자려고 할 때 생각나는 거예요 저도 참... 그런 게 생각나는지, 그럴 때 가끔 있는데 하루 지나면 그냥 두자 합니다

그 고양이가 맥거핀 님을 자주 보다보니 얼굴을 익혔나봅니다 그러니 이제는 피하지 않고 앞에 나타나고 편하게 뒹굴거리기도 하죠 만화를 보니 길고양이는 쉽게 배를 내놓으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이건 당연하겠습니다 다른 고양이가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떤 책에서는 길고양이가 싸우기도 하더군요 동물은 자기 영역 같은 걸 가지고 있군요 산에서 사는 동물도... 지금은 산에 동물이 별로 없을 테지만...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많이 있었는데, 이제는 없잖아요 그런 게 나오는 책을 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호랑이뿐 아니라 다른 동물도 거의 없어졌군요

저는 책 도서관에서 빌려볼 때 그래요 가끔 어떤 책 읽어야지 하고 적어두기도 하는데, 지금은 적어둔 책 거의 못 봐요 예전에는 한권씩 읽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가면 다른 책이 눈에 들어와서 그렇습니다 빨리 못 읽어서 그렇기도 하군요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거 아주 다르겠네요 어떤 영화만 쭉 보여주는 그런 영화관도 있으면 좋을 텐데... 빨리빨리 돌아가는 이 세상에 그런 곳은 없겠군요 아니 그런 곳 하나쯤 있을지도 모르죠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이고... 부산엔가는 예술영화만 보여주는 곳이 있다고 하더군요

힘든 사람한테 위로가 되지 못한다 해도 책, 영화, 음악은 있는 게 좋겠죠(예술은 다) 시간이 흐르면 그런 게 눈에 마음에 들어올 때가 있을 테니까요

시간이 흘러서 주말입니다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B.B 2015-04-20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루세 미키오의 <부운>에서도 다카미네 히데코가 나왔었죠. <방랑기>는 아직 못봤는데 책도 출간되었으니 먼저 읽머보고싶네요. 책소개글 보러 가끔 북플들어와봐요. 티스토리에서도 가끔 뵙지만요 :) 좋은 오후 되시길요~

맥거핀 2015-04-20 16:43   좋아요 0 | URL
아..여기서 뵈니까 반갑네요. 북플은 저는 스마트폰에 깔아놓기만 하고 별로 실질적인 활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다카미네 히데코가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에 여럿 나왔죠. 방랑기에서 뭔가 살짝 비어보이면서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한 그 모습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네요. 영화가 참 매력이 있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즐겁게 지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