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다행히도 다시 책 추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솔직히 얘기해서) 신간평가단이 도서정가제 위반일 수 있어 신간평가단 활동을 중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더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쉽다,는 것보다는 도대체 지금의 도서정가제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라는 묘한 궁금증이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정가제 시행이 1년을 막 넘긴 지금 시점에서, 이 도서정가제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가제가 시행되고 있는 듯 하지만, 어떤 도서 온라인몰들은 상품권 제공이니, 카드사 쿠폰이니, 세트 할인이니, 적립금이니 하면서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할인율을 보여주고 있고, 또 한편에는 정가제 위반을 신고하여 보상금을 타는 일명 '책파라치'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한 시행 전에는 출판사들이 정가제가 시행되면 책의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또는 기대)이 있었는데, 지금 책의 가격들을 보면 거의 낮아지지 않거나 도리어 높아진 것 같고, 살아날 것을 기대했던 작은 서점들은 여전히 말라죽어 가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나는 잘 모르겠고, 누가 무엇인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 이 짤막한 잡담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상이라는 것이 점점 알 수 없는 세계로 가고 있다는 것, 어떤 것이 옳은 것이고, 어떤 것이 그른 것인지, 누가 무엇으로 이익을 얻고, 누가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인지, 어떤 것이 비윤리적 일이고, 어떤 것이 해야만 하는 일인지 점점 알아차리기 힘든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예를 들어 그것은 노덕 감독의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를 보고 나왔을 때 달라붙어 있는 묘한 찜찜함, 답답함, 또는 무기력함 같은 것과 비슷하다. 진실이 거짓이 되거나, 거짓이 진실이 되어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 사회, 혹은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이 도리어 나아보이는, 혹은 더 나아가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는 것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그런 사회, 그런 이상한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 모든 일이 일어났음에도, 혹은 그 모든 일이 너무나도 빠르게 뒤바뀐 후에도 우리가 사는 바로 이 세상은 여전히 아무 의미 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영화의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길거리들을 비추는 마지막 컷들은 무심하게 말해준다.
그런 세상에서 '소설'이라는 것을 읽는 것, 읽는 데 최소한 몇 시간이 걸리고, 집중하여 읽지 않으면 무엇인가를 기억할 틈도 주지 않고 살짝 자국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리는 그런 것들을 읽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정말 의미가 있을까. 여전히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넘어가지 않는 책장을 어떻게든 넘기려고 애를 써본다.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한겨레출판
나는 백민석과 백가흠을 늘 헷갈린다. 물론 성이 같아서,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두 소설가의 세계가 겹쳐지는 부분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백가흠의 <조대리의 트렁크>와 백민석의 <목화밭 엽기전>이 트렁크 엽기전이나, 조대리의 목화밭이 되어도 그렇게 이상할 것 같지는 않다. 지난 페이퍼로 백가흠의 소설을 추천했으니 이번에는 백민석을...이라는 것은 농담이고, 아무튼 백민석의 소설을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에 첫등으로 골랐다.
독, 이승우, 예담
이번 달 신간을 보니 이승우 재조명 주간이라도 되는지, 이승우 작가의 지난 책들이 두 권이나 다시 출판되었는데, <에리직톤의 초상>과 <독> 중에서 고르라면 아무래도 내 취향은 이쪽이다.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김엄지, 문학과지성사
최근에 들어 이름이 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김엄지 작가의 책도 마찬가지로 두 권이 출간이 되었다.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와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아무래도 나는 단편집 취향이니 이쪽으로.
첫숨, 배명훈, 문학과지성사
배명훈이니 읽는 재미는 보장하겠지만, 아마 안될거다.
다시 소설 이론을 읽는다 - 세계의 소설론과 미학의 쟁점들, 김경식 외, 창비
안다. 이건 더 안될거다.
덧.
여러 다른 분들의 추천글을 보다가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이 +1점이라면 -1점, 그러니까 마이너스 추천도 있었으면 좋겠다. 장강명 작가의 <댓글부대>가 될까봐 불안하다. 솔직히 장강명 작가의 책은 그만 읽고 싶다. 일단 "제가 쓴 소설 중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합니다!"라는 카피부터가 마음에 안 든다. (내 짧은 생각으로는) 소설이라는 녀석은 가장 빠르고 가장 독한 것과 가장 멀리 있어야 되는 물건이다. 빠르고 독한 것은 어제 먹은 고량주, 그거 하나로도 충분하다. 빠르고 독하게 사람을 훅! 보내준다(어디로?). 아직도 그곳에서 완전히 돌아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