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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활동이 슬슬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처음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슬슬 나태와 관성이 고개를 드는 때이기도 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늘 핑계에 불과하다. 조금 더 절실한 마음으로 책들을 보아야만 한다.

 

 

 

광신 / 알베르토 토스카노 / 후마니타스

 

'설국열차'의 머리칸 부근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광신을 가진 자들의 대결을 본다. 환각물질인 크로놀에 취해 정신을 못차리는 남궁민수와 역시 환락과 크로놀에 취해있는 일군의 무리들의 대결. 아마도 우리의 시대는 지금 그 순간에 거의 다다랐거나, 아니면 그 순간을 넘어서 머리칸의 문을 열어제치기 직전일 것이다. 물론 머리칸을 연다고 해도 그렇게 나아지는 것은 없다. 거기에는 더한 광신자이자 열차성애자 윌포드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남궁민수처럼 어떻게든 문을 여는 것이 해결책일까. 모든 광신들의 근원인 크로놀을 합쳐서? 그가 창 밖에서 보았다는 무엇인가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의 환상에 불과했을까. 우리는 답이 없는 채 도박을 해야하는 위험한 상황에 점점 내몰리고 있다.

 

광신 없는 세계는 이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광신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광신은 남궁민수의 그것처럼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무엇인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좋을지 나쁠지는 광신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일베의 사상 / 박가분 / 오월의봄

 

아마도 그런 광신의 한 단면이 '일베'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베에는 온갖 것들이 흘러들어왔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다시 흘러나간다. 그곳은 사회의 온갖 재료들이 흘러들어왔다가 다시 오염되어 흘러나가는 거대한 역정화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마치 카오스처럼 보이는 그곳은 나름의 규칙과 나름의 패턴과 나름의 팩트로 중무장한 곳이기도 하다는 것이 이 책을 쓴 청년 논객 박가분의 말이다(사실 그 '일베(일간베스트)'라는 이름에서도 우리는 어떤 패턴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청년의 시각으로 '일베'라는 '청년들의 공간'을 보는 것은 노땅들의 분석과는 또다른 지점을 던져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박가분의 글들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다.

 

 

파멸의 시대 저항의 시대 / 크리스 헤지스, 조 사코 / 씨앗을뿌리는사람

 

물론 그러한 광신의 이면에는 망가져가는 절대다수의 삶이 있다. 무엇인가에 취해 있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려운 현실의 그늘이 짙게 우리들에게 드리워져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 책은 미국의 자본가와 자본주의가 인디언, 흑인, 유색인종의 희생을 먹고 자라났다고 말하는 책이다. 물론 절대다수의 삶을 망가뜨리는 미국 기업 자본주의의 실상은 사실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코믹 저널리즘으로 잘 알려진 조 사코의 그림이 가미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는 이미 팔레스타인이나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 등을 코믹(comic)이라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다루며, 이야기를 듣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아마도 이번에도 조금은 다를 것 같다.

 

 

리딩 / 크리스토퍼 히친스 / 알마

 

그러한 광신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고 논쟁적인 태도를 취했던 이들 중에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같은 이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그의 유작 <리딩>은 전에 출간된 <논쟁>과 본래 한묶음이었던 글들로 <논쟁>이 주로 칼럼에 가까운 글들을 담고 있다면, 이 책은 주로 서평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글의 성격은 조금 다를지라도 그가 치를 떠는 것들은 여전하다. 그것은 전체주의, 종교적인 독단, 테러리즘, 국가폭력 등등의 소위 '광신'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그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현실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끄집어내기 위해 책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폭압적인 현실에 맞서는 우리 시대의 책읽기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 영화 같이 볼래요? / 김영진 외 / 씨네21북스

 

조금 쌩뚱맞지만 솔직히 말해서 서평단이 끝나기 전에 영화에 관련된 책을 한 권 쯤 읽고 싶었다. '카쿠군'님이 추천하셨길래 이때다 싶어서 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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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11-0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베'가 하나의 단어가 되어버렸네요... ㅠ
저런 신조어가 생겨나는 사회가 조금 서글프네요.

맥거핀님, 잘 지내시나요?
이런 활동은 정말 부지런해야 가능한거 같아요, 홧팅~ 좋은 책들 골라내셨네요.

맥거핀 2013-11-04 21:52   좋아요 0 | URL
썩 유쾌하지는 않은 말이죠. '일베'를 막는다거나, 그들을 일종의 범법자 취급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닌듯합니다. 지금 서평단 때문에 표창원씨의 <공범들의 도시>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표창원씨가 강조하는 것이 처벌보다는 예방의 문제라고 하는데, 그에 공감합니다. 먼저 그러자면 그 메커니즘을 알 필요가 있겠죠.

부지런하지 않고 허덕허덕 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이번달 책도 지금 겨우 읽기 시작했군요. 마녀고양이님도 잘 지내시죠? 가끔 서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참 부지런하십니다.^^

가연 2013-11-0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신을 주제로 책들을 고르셨네요. 리딩이 겹치는데요ㅎ 광신, 은 저도 추천할까 고민했었기는 하지만.. 짐멜의 돈의 철학, 이 너무 눈에 띄어서 결국 놓아두었네요.

맥거핀 2013-11-06 18:25   좋아요 0 | URL
저도 돈의 철학,을 추천할까 하다가 결국 안되지 않나 싶어서..가라타니 고진의 책도 역시 그간으로 볼 때 안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구요. (사실은 솔직히 말해서 제대로 서평을 쓸 자신이 없어서... ) 크리스토퍼 히친스 책은 일단 재미있으니까요. 즐거운(사실 그렇게 즐거운 내용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13-11-0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 활동이 그렇긴 하더라구요. ^^ 그렇게라도 읽으니 읽게되는 측면도 있고 좋은 책 소개도 이렇게 하게되구요. 마음에 들어오는 책 몇 권 담아갑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맥거핀 2013-11-06 18:27   좋아요 0 | URL
네..이번에는 현재 추천도서 0권 선정의 위업을 달성중입니다만, 뭐 이 참에 안 땡기는 책도 보고 그러는거죠(분위기를 보니 잘하면 이번에 1권 될지도..). 그리고 영화도 그렇듯이 사실 기대하고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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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어김없이 추천도서를 올려야만 하는 시간이 왔다. 한 분야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정해볼까, 아니면 예전처럼 '밀어드리기 특집'이나 해볼까, 아니면 될 가능성이 높은 책들로만 골라볼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머리가 복잡해져서 다른 분들의 추천 도서만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참...다른 서평단 분들의 추천도서를 읽다보니, 다들 정성스럽게 추천의 변을 올려주셔서 이 책을 보면 이 책이 좋아보이고, 저 책을 보면 저 책이 좋아보이고, 올리신 책들 중에 어떤 책이 되어도 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러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물론 원점이란 결국 (책이 선정될 가능성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읽고 싶은 책들을 고르는 것이다. 서평단을 하기로 한 목적이 예술 분야나 과학 분야의 책들을 읽어보자는 생각이었으므로 그 분야에서 몇 권의 책들을 골라본다.

 

 

 

빅 아카이브 / 스벤 스피커 / 홍디자인

 

'아카이브'라는 것은 결국 시간을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아카이브라고 하면 통상 지루한 문서들의 저장, 단조로운 목록들, 단지 기록으로서의 가치 같은 것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여기 그 아카이브를 창조의 원천으로 활용한 예술가들이 있다. 그러므로 아카이브는 20세기 예술에서 시간의 집적을 넘어서, 새로운 시간의 창조에까지 나아가기 시작했다. 기록의 집적이라는 19세기의 아카이브는 이제 그것을 읽는 우리까지 기록하는 거대한 '빅 아카이브'가 되어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아카이브를 만들었지만, 이제 아카이브가 우리를 만든다.

 

 

위대한 수학문제들 / 이언 스튜어트 / 반니

 

페르마의 정리, 푸앵카레 추측, 리만 가설, 4색 정리...지나가다가 혹시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수학의 대표적인 난제들이 있다. 대체로 난제들일수록 문제 자체는 명확하고 간결한 경우가 많으며, 의외로 답이 간단할 듯한 인상을 준다(물론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이러한 문제들을 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것은 어쩌면 그저 수학자들의 단순한 지적 게임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여기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한 가지 난제의 해결은 단순히 수학자들의 만족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크게 바꿔 놓을 수도 있다.

 

 

사진 예술의 풍경들 / 진동선 / 문예중앙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사진은 회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는 우려를 받았고, 예술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사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시각예술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 책은 사진이 발명된 초창기의 근대 사진부터 지금까지 현대미술로서의 사진의 역사를 주요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며 일별하는 책이다. 모든 예술에서 결국 혜안을 기르는 것은 그 분야의 좋은 작품들을 수없이 맛보는 것이다. 바르트가 말한 지각과 기호와 이미지의 혜안을 조금이라도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을 상상하다 / 케빈 맥도날드, 마크 커즌스 / 커뮤니케이션북스

 

지금의 우리는 수많은 다큐멘터리에 둘러쌓여 있다. 이제 TV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다큐멘터리의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자연 다큐멘터리나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더라도, 사건을 재연하는 시사 프로그램, 리얼리티 쇼, 생활밀착형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 중요한 스포츠 경기의 재구성 등등 이제 보도나 오락, 스포츠 프로그램에서도 다큐멘터리의 요소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카메라가 발명된 거의 초기의 다큐부터 비교적 최근의 작품들까지 중요한 작품들을 골라 평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를 통해서 현실을 새롭게 상상하도록 만드는 다큐멘터리의 힘과 그 위험, 그리고 앞으로서의 가능성을 동시에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신 없는 우주 / 빅터 J. 스텐저 / 바다출판사

 

진화학적 관점에서 지적설계론의 허구를 살펴본 다른 책들과 다르게, 이 책은 천체물리학자가 물리학적 관점에서 지적설계론을 비판하는 책이다. 이 천체물리학자가 사용한 방법은 '우주에 신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상정하고, 그 가설을 입증하려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그 가설이 어떻게 되었는지의 여부는 책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 입증의 과정에서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물론 믿음은 앎보다 늘 우선하므로, 여전히 논란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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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현실에서는 소설이나 영화였다면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을 받았을 법한 일들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고, 반면 허구들은 어떻게든 현실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현실은 '실물보다 점점 커져서' 점점 본래의 형태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구호들이 되어가고 있고, 반면 허구는 그 구호들에 가려진상들을 보여주려 애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 실상은 한편으로 다른 구호를 가진 허상으로 작동할지도 모를 위험을 안고 있다.

 

물론 그 적당한 타협점들도 있다. 예를 들어 허구(소설)의 형식을 빌려, 현실을 보여주기, 이름하여 '논픽션'이라 불리는 것들이 그것이다. 논픽션(non-fiction)이란 1912년 <퍼블리셔즈 위클리>가 베스트셀러를 발표할 때 '픽션과 논픽션'으로 구분한 데에서 유래한 말로, '픽션'의 반대개념으로서의 서사, 즉 소설 이외의 서사물로 르포, 역사서, 자서전, 전기 등을 포괄한다. 가라타니 고진의 저작을 국내에 꾸준히 소개하여 잘 알려진 조영일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논픽션 <미스터리의 계보>의 해설에서 논픽션은 일종의 다큐멘터리라고 말하며 그것의 본질은 형식으로는 '영상화'이고, 내용으로는 '추적 혹은 추리'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추적 혹은 추리'라는 것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즉 <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과 같은 시사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의 서사구조를 따르고 있으며, 이것이 기존의 사회소설(노동문학/민중민족문학)의 상당부분을 대체했다는 것이다. 즉 이 서사구조의 유사성이 논픽션과 (TV) 다큐멘터리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는 근거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의 흥미를 끄는 것은 이 서사구조의 유사한 부분에 관한 것보다도, 이 (TV) 다큐멘터리가 기존의 사회소설을 대체했다는 부분인데, 한 때 대체하는 것처럼 보였던 TV의 시사 다큐멘터리들은 요즘 들어서 이상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추악한 뒷모습을 세밀하게 추적하여 보여주었던 몇몇 진지한 프로그램들은 운명을 다한지 오래고, 그나마 살아남은 몇몇 프로그램들도 점점 김전일 소년의 기괴한 사건기록부가 되어가거나, 소비자 고발류의 프로그램들이 되어 착한 무엇인가를 추적하거나, 휴먼 다큐라는 이름을 가진 말랑말랑한 무엇인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사회소설을 진정 대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독립(인디) 다큐들과 인터넷 매체들, 그리고 <현시창>,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과 같은 르포 혹은 기록 노동들 뿐이지만, 지난 공지영과 기록 노동자 이선옥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에서 볼 수 있듯, 사회(노동)를 영상으로 혹은 글로써 기록하는 일 역시 또한 그 가치를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산체스네 아이들 / 오스카 루이스 / 이매진

안나와디의 아이들 / 캐서린 부 / 반비

 

이런 때에 최근에 출간된 몇몇 책들이 조금 흥미롭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논픽션, 르포들이 연이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오스카 루이스의 <산체스네 아이들>은 1961년 처음 출간된 책으로, 멕시코의 어느 빈민가의 생애사를 세밀하게 추적하여 기록하였다. 각 가족들이 번갈아 화자로 등장하는 1인칭 서사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35년 전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며, 이번에 나온 것은 50주년 기념판으로 또한 이들 가족의 후기를 새롭게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또한 조은의 한 도시빈민 가족을 추적한 훌륭한 연구이자 책, 그리고 영화인 <사당동 더하기 25>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캐서린 부의 <안나와디의 아이들>은 인도 뭄바이 안나와디의 빈민가를 4년 동안 추적한 기록으로 인도라는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서 내버려진 도시 슬럼가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편으로 르포르타주라는 형식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작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전지적 시점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소설처럼 이 이야기가 읽히는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노동 계급은 없다 / 레그 테리오 / 실천문학사

1942 대기근 / 멍레이 외 엮음 / 글항아리

 

레그 테리오의 <노동계급은 없다>는 미국의 어느 부두노동자의 르포르타주로 책 소개만으로는 오웰의 영국 북부의 탄광지대 노동자들을 다룬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나 프랑스 노동계급의 현실을 다룬 플로랑스 오브나의 <위스트르앙 부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최근 미국 노동자의 생산성은 25%가량 높아졌지만, 도리어 노동 인구 60%의 실질소득은 13년 전보다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지난 월스트리트 시위에서도 보았듯 세계의 중심지라는 그곳이나 여기나 빈부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노동 현장은 온갖 부조리와 횡포가 만연한 것 같다. <1942 대기근>은 역사서와 르포의 경계선에 위치한 책이다. 1942년 삼백만 명이 굶어 죽은 중국 허난성의 대기근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처절한 생존의 기록이면서 또한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감춰 버린 사라진 역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얘기한 네 권의 책들은 빈곤 혹은 가혹한 노동이라는 거대한 것에 맞선 생존의 기록이면서, 그 생존의 메커니즘을 세밀하게 추적한 기록 논픽션들이다. 또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사회의 어두운 곳에서 가혹하게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추는 작은 등불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빈곤에 맞서는 대응방안을 생각해 보게 하는 것으로서, 또한 하나의 기록문학으로서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말하다 / 리즈 스텁스 / 커뮤니케이션북스

 

마지막 책은 조금 다른 범주의 내용으로 리즈 스텁스의 <다큐멘터리, 감독이 말하다>라는 책이다.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 프로듀서인 저자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13인의 인터뷰를 정리해 책으로 엮은 것으로 다큐멘터리의 감상이 일천한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지만, 오랜 시간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저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 같다. (그래도 다이렉트 시네마의 아버지라는 앨버트 메이슬리스나 지난 EIDF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로스 맥켈위 등의 이름은 들어보신 분도 꽤 있지 않은지..?) 책 소개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물론이거니와, 한편으로 이 논픽션으로서의 다큐를 시청하게 될 대부분의 독자들 입장에서도 그 다큐멘터리를 보는 자신의 의자가 결국 어떻게 만들어져 그 스크린 앞에 놓여있게 되었는지, 또는 그 의자가 혹 부러진 의자가 아닌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꽤 중요한 문제일 듯 싶다.

 

아무튼 논픽션에서 결국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진실이다. 그리고 진실을 보기 위해서는 기록한 자의 선의 혹은 다짐을 믿는 수밖에는 없다. 위대한 르포의 하나인<세계를 뒤흔든 열흘>의 존 리드는 서문의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투쟁의 과정에서 내 감정은 중립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중요한 날들을 설명함에 있어서 나는 꼼꼼한 취재기자의 눈으로 사건들을 보려 했고, 또한 진실만을 기록하는 데 주력했다." 그의 이 다짐과 그를 믿은 사람들의 진지한 독서는 결국 이 책을 오늘날까지 중요한 기록 문학의 하나로 남아있게 했다. 위의 책들에서도 저자들의 선의 혹은 다짐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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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9-1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체스네 아이들.....음악이 꽤 유명한 안소니 퀸 주연의 영화가 생각나네요. 같은 작품일까요?

시사프로그램의 연성화는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왠지 모르게 요즘 다루는 소재가 고만고만한 도전자를 골라 방어전을 치루는 디팬딩 챔피언같은 느낌이 들곤 합니다.

(아 맥거핀님...서재 이미지가 바뀌셨네요..^^ 저 이미지의 영화도 혹시 페이퍼 생각 있으신가 궁금합니다..^^)

맥거핀 2013-09-06 18:33   좋아요 0 | URL
아..그런 영화가 있었나요? 전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보수 정권의 언론에 대한 공작들, 그리고 종편의 탄생들과도 연관이 있겠죠. 근데 그런 것 이외에도 TV라는 매체 자체의 특성이나 사회전반적인 분위기 등 여러가지가 또 관련이 되는 것 같아요. 아무튼 요즘에는 그리 '각잡고' 볼만한 TV 다큐들이 없더군요. 얼마 후에는 매년 하는 EIDF가 또 시작될텐데, 그 때나 좀 챙겨서 봐야겠습니다.

저 영화는 최근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인데 보기는 했습니다만, 아마도 쓰지는 않을 것 같아요. (별로 특별히 쓸 이야기도 없구요.^^) 힐링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봤습니다. 사실 이야기는 좀 유치합니다만, 좋기는 하더군요.

날씨가 흐린 금요일 저녁입니다. 술을 먹으라고 권유하는 날씨군요.

아이리시스 2013-09-06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저는 며칠 전에 사서 <안나와디의 아이들>이랑 <돈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 읽고 있어요. 에세이들의 표본이죠. 으하하. 이런 거 너무 좋아요. <흑단>도 좋은데요.. 내일 기차 타는데 아무래도 다 읽고오지 싶은데 냅다 잠만 잘지도 모르겠어요.. 비행기 타려다가 기차 타는 거니까 독서라도 보람이 있어야 할텐데요..

<산체스네 아이들>도 장바구니에 두고 책구입할 여유를 기다리는 중인데, <위스트르앙 부두>도 장바구니에 넣어야겠어요. 이 논픽션들 너무 제 스타일이에요. ^-^bbb


2013-09-06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09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hining 2013-09-0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이 신간평가단을 하시는 건 아주 바람직한 일입니다요, 암요. 저는 아무래도 평가단, 앞으로 안 하지 싶은데 지난 소설부문 선정책이 <파과>인걸 안 후 마음이 쓰리는 건 왜일까요_- 평가단이 됐든 아니든 책이 선정되든 아니든 저는 이 책을 샀을텐데요. 흐음, 묘한 심리에요.

저, 왔다갑니다. 음, 9월 9일 오전 11시 6분경이에요 :)

맥거핀 2013-09-09 17:12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이번에 첫 두 권만 받고도 허덕허덕 하는 중입니다. 한 권은 거의 600페이지, 다른 한 권은 거의 700페이지..물론 늘 그렇듯이 중요한 건 두께가 아니라 제 마음가짐이겠습니다만.. 아무튼 서평단 하면서 역으로 좋은 점(?)은 평소에 잘 안 읽게 되는 책들, 손이 잘 안가는 책들을 억지로라도 읽게 된다는 점입니다. 독서의 편식을 줄일 수 있다고 할까나..뭐 Shining님 같은 분이 신간평가단이 되는 건 저로서도, 그리고 출판사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ㅋ 11시 6분경이라..제가 오늘 저 시간에 뭘했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2013-09-17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8 15: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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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이란 것은 참 이상한 것이, 하고 있을 때는 매번 책을 고르고, 안되는 머리로 서평을 짜낸다는 것이 꽤나 힘겨운 일처럼 느껴지는데, 막상 끝내고 다음 기수의 활동을 보면 매번 부러움에 빠진다는 사실이고, 늘 아..왜 나에게는 저런 책이 오지 않은걸까, 저런 책이었으면 조금 더 의욕적으로 썼을 수 있었을텐데,라고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나는 늘 궁금해지는데, 정말로 다음 기수에는 책이 좋아지는 걸까, 아니면 그건 단지 시기심어린 나의 착각에 불과한 걸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어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기심이라는 답이 싫어서 정말 책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편하게 믿어버린다고 해도 그것은 또 한편으로는 제대로 책을 골라내지 못한 내 책임도 최소 1%는 있는 것 아닐까. 그러니 마선생님의 말씀이 맞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사는 것은 아니며, 오늘은 오늘의 행복을 찾아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해야한다는 것. 그것은 초딩들도 아는 거고, <여왕의 교실>을 보며 옛일이 생각나 없는 눈물콧물 찾아내 흘린 나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오늘은 '책을 고를 수 있는 행복'이라는 오늘의 행복을 찾아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조금 더 나은 최선을 보였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책 내용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이렇게 새벽 2시가 넘어서 졸린 눈을 비벼가며 쓰는 부실한 추천 페이퍼가 그나마 최선이다. 적어도 마감기한인 8월 5일까지는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지금 나는, 첫 추천 페이퍼부터 이래서 죄송하지만 다음부터는 서점에서 책도 좀 만져보고 성실히 올리겠습니다, 라는 변명을 길게 늘여서 변명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중이다.  

 

 

 

 

자연과 인간 / 가라타니 고진 / 비

 

변명에는 꼼수가 세트인 법이다. 책을 제대로 들춰보지도 않고 책을 추천하는 꼼수 중의 하나는 믿을 만한 저자의 책을 고르는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이라면 감히 '믿을 만한 저자'라고 불러도 괜찮겠지.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 / 천정환, 소영현, 임태훈 외 엮음 / 푸른역사

 

아니면 믿을 만한 출판사의 책을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푸른역사'의 책들을 좋아한다.

 

  

 

폭격 / 김태우 / 창비

미완의 파시즘 / 가타야마 모리히데 / 가람기획

 

그것도 아니면, 믿을 만한 분의 추천을 참고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로쟈님이 추천하신 책이거나 네오님이 첫등으로 올려놓으신 책이니 믿을만 하겠지.

 

 

패션:철학 / 라르스 스벤젠 / 도서출판 Mid

 

그래도 마지막 한 권은 '실용적으로' 필요한 책을 골라보자. 어떻게 그렇게 매번 TPO를 각각 모두 빗나가는 패션테러를 감행하느냐고 묻는 어떤 이들에게 이것이 나름 철학적인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개드립을 치고 싶어서 골라봤다. 물론 그래봤자 거울이나 한 번 더 보고 오라느니, '패완얼'이라느니 하는 타박을 들을 테지만.   

 

 

...

<여왕의 교실>의 마지막 장면들을 보고 떠오른 어떤 옛추억들에 대한 글들을 쓰다가 이상하게도 눈물이 찔끔찔끔 나와 다 지워버렸다. 언젠가 쓸 기회가 있겠지. 아.. 어쩌면 너무 졸려서 나온 눈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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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3-08-0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비..비..비가 뭐예요? :)

그거 알아요? 내가 말을 안했으니 모를거야.. 말하면 부정타서 더 안올까봐.. 윗지방 사람들이 그렇게 비가 지긋지긋하다고 했죠? 저는 비가 뭔지 까..까..까먹었어요. 한번도 안왔어. 5일이면 장마 끝이라면서요? 저는 장마는 7월 시작과 동시에 끝난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한번도 안올 수가 있죠? 수재로 사람들이 다치거나 상처입지 않은 건 참 고마운 일인데..그런데..

아..마지막회 못봤어요. 어제 한 드라마들.. 이거 신간평가단 맥거핀님 봤지롱. 새삼 추카한다고 말하기가 너무 간질간질했지만 그래도 추카해요. 잘 해보도록 해요. 그러다가 좋은 책 있으면 제가 달라고 징징대면 보내주도록 해요. 저는 알라딘신간평가단의 어마어마한 벽을 뛰어넘을 그런 리뷰어도 아니지만 요즘 너무 책도 많이 샀고 또.. 안쓴 리뷰도 많고..(응?) 별로 쓸 말도 없고.. 쓰기도 싫고.. 읽기도 싫고..

우리가 어릴 때 말예요, 마선생님 같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좀 다르게 자랐을까요? 미리 겪고 미리 다 알고 미리 느끼고 다른 사람도 배려하고 내 인생도 충분히 빛나게 그렇게 모든 시간을 찬란하게 보냈을까요? 아..그저께(마지막회 전날) 마지막부분에서도 울컥했는데, 저는 울지는 않았어. 학창시절에 힘든 일이 별로 없;; (철이 없어서요)

맥거핀 2013-08-06 17:27   좋아요 0 | URL
며칠 동안 비가 안온다고 좋아했는데, 오늘 또 서울에 폭풍이 왔어요. 요즘에는 비가 한 번 오면 무서울지경..아까 막 비가 쏟아지는 것 보며, 서울에 헬게이트가 열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랫동네에는 그렇게 비가 안왔나요? 제가 며칠 전 일이 있어서 지방에 갔다왔는데 거기는 비가 꽤 오던에..(거기는 전라도 쪽)

<여왕의 교실> 다운 받아 놓고 틈날 때, 자기 전에 조금씩 복습하고 있어요. 저는 이 드라마가 왜 그렇게 좋은지요. 드라마 자체로도 좋고, 정말 옛날 일들이 생각나게 있어요. 마선생님을 만났다고 해도 이보다 크게 나은 인간이 되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요즘에 책 잘 안봐서 신간평가단 시작해보려고 하는데, 막상 또 하려니까 좀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제가 잘 끝낼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응원하는 거 봐서 뭔가를 줄지 말지 결정을...(가 아니라, 나중에 보고 싶은 책 있으면 얘기해요. 아님 혹시 예전에 제가 여기에 리뷰를 썼던 책이라도..^^)

2013-08-0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서평단 또 하시는군요! 취향이 이쪽이신가 봅니다. 제일 어려워 보이는데 늘 이쪽 하시는 거 보면...ㅋ

맥거핀 2013-08-06 17:28   좋아요 0 | URL
아..섬님 오랜만입니다. (얼마 전에 들렀더니 서재가 너무 깨끗해져서 깜짝 놀랐습니다.) 근데 진짜 농담 아니고 다른 쪽 분야는 쓸 자신이 없어서 그래요. 그나마 뭐라도 끄적거릴 수 있는 게 이쪽...ㅋ

yamoo 2013-08-02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맥거핀님의 서평단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납니다. 저도 한 때 그랬거든요~ 마감시일을 지켜야 하는 글쓰기는 정말 싫더라구요..그래서 전 더이상 책받고 리뷰쓰기 참여를 안한다는..



패션:철학은 예상보다 건질 게 별로 없습니다. 책을 실제 보면 다량 실망하실 거 같다는^^ 제가 책 보고 출간 이벤트 갔다 왔거든욤~~ㅎ

맥거핀 2013-08-06 17:32   좋아요 0 | URL
yamoo님도 오랜만입니다. 저는 마감기일이 있어야만 뭐를 하는 인간이라...심지어는 영화도 마감할 때쯤 보려고 아껴두는 중..(설국열차 ㅋ)

아..그런가요? 출간 이벤트 그런 것도 하는군요. 또 뭐 알아듣지도 못하는 패션 용어만 가득한 그런 책인가...뭐 근데 이제와서 책을 바꿀 수도 없고 그냥 밀어붙여 보겠습니다. 사실 어차피 안될 것 같기도..

가연 2013-08-2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다시 같이 서평단 하게 되었군요, 아하하..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맥거핀 2013-08-28 19:30   좋아요 0 | URL
네..가연님도 알라딘에서 뜸하시기는 한데 잘 지내시는지 모르겠네요. 이번에 보니 예전에 서평단 같이 하셨던 낯익은 닉네임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저는 가연님을 비롯한 그 분들의 좋은 글에 묻어가면 되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무비위크는 2001년 11월 창간했다.

2013년 3월 22일 발행된 무비위크 공식적인 마지막 지령 571호의 주제는

'우리가 사랑한 엔딩 신 100'이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579453.html

<혜화, 동>을 만들었던 민용근 감독의 글 "읽지 않는 시대와 작별하는 ‘무비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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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3-03-25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위크, 안녕-
못 읽어줘서 미안하다-엉엉엉ㅠ.ㅠ

맥거핀 2013-03-25 17:37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못 읽어줬네요. 미안한 마음을 이 짧은 글로 대신.

아이리시스 2013-03-27 20:32   좋아요 0 | URL
가끔 서점 들러도 씨네21을 많이 샀던 것 같긴 해요. 그것도 서점에 갈 때 얘기지만, 요즘은 오프에 서점도 많이 없고 참고서 구경(!)할 때나 가는 게 다라서 그것도 산 적이 없고, 사이트에서 훔쳐서 읽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궁금한 거는요, 발간되고 1주일 지나면 기사를 볼 수 있잖아요. 잡지에 실린 모든 기사가 다 오픈되나요?(이런 질문 한다..창피해@.@) 그러니까 한겨레21, 무비위크 전부 다?(반말이라도 용서해줘요..) 읽을 거리에 비함 잡지가격 진짜 싸지 않아요? 패션잡지에 비하면요. 돈을 더 받았어야 돼..........

맥거핀 2013-03-27 23:06   좋아요 0 | URL
한겨레나 씨네는 제 경험상 볼 때 모든 기사가 온라인에 실리지는 않는것 같아요. 잡지에서 분명히 본 기억이 나는데, 온라인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경우가 있거든요. 굳이 따지자면 온라인에도 공개되는 게 한 2/3쯤 되지 않을까..

근데 씨네의 경우는 중요한 기사는 거의 온라인에도 나오는 것 같기는 하더군요. 그래도 저는 이상하게 온라인에서는 오래 못 읽겠더라구요. 읽어도 잘 집중도 안되고..씨네 같은 경우는 모바일에서도 볼 수 있는 모바일잡지를 내던데, 저는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더 좋아요.

패션잡지 쪽은 요새 보니 책이 부록이던데..어떻게 잡지사를 운영하나 싶을정도.

Shining 2013-03-2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위크엔 정을 붙인 적이 없어서 거의 읽지 않았는데 막상 폐간된다니까 꼭 내 탓 같은 이 기분은 뭘까요.... 씁쓸하네요. 키노, 스크린, 필름, 무비위크, 다 없어졌군요.

맥거핀 2013-03-26 18:14   좋아요 0 | URL
프리미어, 씨네버스, 로드쇼에도 같이 애도를..영화잡지를 보던 그 독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씨네21도 그렇게 사정이 좋지만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Shining 2013-03-27 11:58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로드쇼, 씨네버스, 프리미어도 있었군요. 전 주로 세 개를 봤기 때문에(역시 인간은 자의적...) 떠오르지가 않았어요; 이번 호 씨네 21을 샀습니다, 뭐랄까, 이거라도 지켜야하는데 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 비밀스러운(!) 정보 별로 모르는 사람인걸요 맥거핀님ㅎㅎ 500원 갖고 되겠어요?! 2500원!!(사이트 하나당 500원ㅋ)

저는 필름 폐간되고 가끔 씨네21, 프리미어 돌아가면서 사다가 적응이 안되서 접은 케이스인데..(지금은 가끔만 사요, 기차나 고속버스 탈 때 아님 편의점에서 넘겨보다 맘에 들면!) 근데 정말 독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잡지 경영진 뿐 아니라 외,내부 필진들은요?

맥거핀 2013-03-27 23:18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주로 키노, 필름, 프리미어 이 정도를 조금 많이 봤던 것 같고...씨네21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봤습니다. 무비위크는 좀 가벼운 느낌이 있어서 별로 안봤는데, 폐간한다고 하니 저도 괜히 미안하군요.

이들 잡지들의 전성시대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였는데, 저는 이런 잡지들이 한편으로는 수많은 영화키드들의 양산에 크게 한 몫을 했다고 봐요. 그리고 한국영화의 어떤 르네상스와도 맞물려 있다고 생각하고요. 영화라는 게 많이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니까. 당시 영화잡지들이 외국의 어떤 이론들이나 영화독법, 영화글쓰기 같은 부분을 꽤 이끌었다고 생각하고 담론의 형성에도 꽤 공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아무튼 전체적으로 이렇게 영화 저널들이 사라지는 것이 앞으로의 영화산업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꽤나 끼칠 것이라고 봐요. 아무리 개인미디어의 시대고, 모두가 영화평론가인 시대라고 하지만, 각개전투는 한계가 있는 법이죠.

Shining 2013-03-28 12:02   좋아요 0 | URL
여러번 말했다시피 저는 필름, 의 열혈독자였는데 필름이 폐간된 후로 충격과 상실감으로....(하하) 그래도 그땐 프리미어, 무비위크, 씨네21 다 있어서 그냥 배신감 비슷한 걸 느꼈지 위기감을 느끼진 않았던 것 같아요.

맞아요, 영화키드, 씨네필, 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사조에 일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말 거의 안 쓰잖아요, 두 단어 뿐 아니라 영화광에 대한 어떤 비슷한 명명도. 영화가 그들을, 동시에 그들이 영화를 보고 읽고 쓰고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역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체 영화의 위치란 어디인가, 싶은 생각까지... 천만 영화가 한 해에 두 편씩 나오고 관객수 일억명을 돌파했는데 영화잡지의 수명 하나 보장하지 못한다는 현재가요.

Shining 2013-03-28 12:05   좋아요 0 | URL
그런데요. 윗 글이 <즐겨찾기를 털어봐요> 1탄이라고 하셨으니까 2탄도 나오는거죠?ㅎㅎ (잘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더니 숭늉까지 뺏어먹겠다는 심산..)

맥거핀 2013-03-30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탄요? 1탄이 있으면 당연히 2탄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제가 반전을...은 아니고, 나중에 또 나누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얼마든지 쓰겠습니다. 저는 관대하니까요.ㅋ

근데 아무튼 영화를 다루는 매체들이 최근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고 일종의 전세계적인 현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하니까요. 영화를 글로써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새로운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예전과 같은 방식의 씨네필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다른 방식의 그러니까 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찍어보자는 식의 씨네필들은 또 점점 늘어나고 있구요. (물론 여기에 디지털의 보급이 큰 몫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영화를 '읽고', '쓰고'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글쓰기, 새로운 영화읽기에 대해 여전히 고민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