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떤 글을 읽다가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의 한 구절을 읽었다. 내용이 음미해볼만한 부분이 있어서 몇 번 그 부분을 반복해서 읽다가, 예전에 여러 글에서 이름과 간단하게 요약된 내용만 접한 책이어서 이 참에 한 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알라딘과 여러 다른 인터넷 서점을 뒤져 보았는데, 싸그리 절판이다. 요것봐라, 싶어서 검색 안테나를 총동원하여 여러 인터넷 중고서점과 헌책방 검색사이트를 뒤져보니 원래 책 가격인 6,800원의 4-8배 정도인 최저가 24,000원에서 49,000원 정도 사이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듯 하다. 절판된 책의 가격이 원래 가격의 수배로 뛰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나, 막상 읽으려고 생각한 책이 이러고 보니 '깊은 빡침'이 생겨 중고책이라도 살까 했던 마음을 접고 알라딘에는 재출간 알림 신청을 하고, 여러 가까운 도서관을 뒤져 보다가 잠이 들었다. (덕분에 좋은 다른 정보를 하나 알게 되기는 했다.) 

 

오늘 낮, 멍하니 있던 도중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래 밑져야 본전이지 싶어, 출판사인 '현실문화연구'에 전화를 걸어 책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니 왠걸, 직원이 재고가 있으며 구입에 문제가 없다지 않은가.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 모두 절판인걸요, 했더니 자기가 인터넷 서점에 조치하고 다시 전화를 준댄다. 잠시 후에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하는 말이 이게 출판사 저작권이 만료되어 서점을 통해서 팔 수가 없댄다. 그럼 아무튼 책은 있다는 건가 싶어서 개인적으로 읽으려고 하는데, 한 권만 보내줄 수 없겠느냐고 하니, 그럼 택배비와 책값을 보내면 책을 보내주겠단다. 아싸라비야 싶어서 마음 바뀌기 전에 재빨리 입금.

 

그런데 오늘 저녁에 뜬금없이 알라딘에서 문자가 왔다. "알림 신청하신 <스펙타클의 사회>가 입고되어 판매를 시작합니다." 응? 싶어서 알라딘에 들어가보니 말 그대로 판매 시작. 근데 이상한 건 교보나 YES24는 아직도 절판이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다른 건 잘 모르겠고, 알라딘에서는 현재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 이 책 구매 가능합니다. 혹시 읽으시려다가 중고책 가격을 보고 저처럼 '깊은 빡침'을 경험하셨던 분은 마음 바뀌기 전에 재빨리 구매하시길.

 

 

덧.

혹시 이 참에 사서 재테크 하시려는 분들은 제발 넣어두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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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3-03-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이곳저곳에서 '제목만' 들어봤는데 ^^
도서관에는 드문 책인가봐요. 검색 풀가동했는데 없네요.

2013-03-23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3-23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습니까 ? 전 중고가격 보고 신나서 잠을 못 잔 1인입니다.
다시 발매되면 안 되는데..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중고책 가격 시세 중 가격 대비 가장 비싼 책은 카메라루시다'였어요.
초판은 1700000인가 거래가 되더라고요. ( 아닌가 ? 제가 잘못 보았을 수도..ㅎㅎ )

맥거핀 2013-03-23 14:25   좋아요 0 | URL
제가 본의아니게 곰곰생각하는발님의 사업구상을 방해했군요.ㅋ 근데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뭐든지 실물을 손에 쥐어야 안심하죠.ㅋ

저도 이것저것 검색해보다가 알게되었는데, 비싼책들이 참 많더군요. 옛날 라이트노벨이나 로맨스소설 같은 거 절판된 책들 중에 정말 비싸게 거래되는 것들이 꽤 있어서 놀람. 그래도 설마 170을 정말 실거래 목적으로..?

드팀전 2013-03-2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소식이네요.몇 달 전에 지하철에서 한 학생이 재본한 거 들고 다니는 거 본 적 있는데. 제가 본 책이랑 표지가 다르긴 합니다. 노란 색인데 언제 나온 건지.. 집에가서 한번 확인해봐야겠군요ㅎㅎ 토요일인데 인제 퇴근이네요.홍홍홍

맥거핀 2013-03-25 00:45   좋아요 0 | URL
오..드팀전님의 이름을 제 서재에서 볼 줄이야. 토요일날 이리 늦게 퇴근하셨는데, 일요일은 잘 쉬셨는지 모르겠군요.

저도 도서관에서 몰래 빼돌려서 제본이라도 해야되나 싶었는데, 뭐 이렇게 읽게 되어 다행입니다.

드팀전 2013-03-25 10:47   좋아요 0 | URL
즐찾이었는데...인사가 늦었습니다. 꾸버억.3월 마지막주가 시작되었군요.제가 사는 부산은 이번 주면 벚꽃 절정이 될 것 같습니다.

맥거핀 2013-03-25 15:04   좋아요 0 | URL
저도 드팀전님 즐찾이었는데, 저야말로 인사가 늦었습니다. 부산의 벚꽃은 역시나 좀 빨리 오는군요. 서울에는 아직도 멀어보이는데, 벚꽃이 찾아오면 가까운 여의도라도 나가봐야겠습니다.

넙치 2013-03-2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있어요, 라고 자랑고싶네요.ㅎㅎ
절판된 책을 구할 수 없을 때 찾아드는 의욕과 오기로 책을 손에 입수한 후 정작 그 책을 애타게 찾았던 게 소유욕 때문인지 지적 호기심 때문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얼마 전에는 서점에서는 이미 절판이고 아트시네마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책을 냉큼 샀는데 그 책 제목도 기억이 안 난다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제가.ㅠ

맥거핀 2013-03-25 00:52   좋아요 0 | URL
으하하. 저도 이 책에 대한 넙치님의 리뷰를 이미 봤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보려던 책의 몇 권에서 이미 넙치님의 리뷰를 몇 번 봤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그래요. 맞아요. 이게 일단 수집하고 나면 독서의 쾌감이 수집의 쾌감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면서 읽지도 않았는데, 이미 읽었다고 착각하는 책들이 태반이구요. 이거 병이죠, 병. 차라리 그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먹었으면 살이라도 찌지...아트시네마에서 사신 건 스즈키 세이준 책? (저도 얼마전 영상자료원에서 비슷한 이유로 하길종 전집 샀는데 아직 하나도 안 펴봤음.-_-)

넙치 2013-03-26 14:38   좋아요 0 | URL
네, 스즈키 세이준 책 맞아요. 댓글 달고 책을 찾아봤어요.ㅋ 스즈키 세이준 영화는 거의 안 봐서 책이 무용지물일 듯;;;
전집을 지르시다니 통 크시군요.하하.

맥거핀 2013-03-26 18:16   좋아요 0 | URL
근데 전집이라봤자 달랑 3권이예요.^^ 그것도 뭐 할인받아 샀으니까. 원래 책 사는 목적이 안 보고도 본 척 하려고 사는 겁니다. ㅋ

cyrus 2013-03-2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 학기에 회화과 현대미술론 수업을 듣고 있는데(전공은 행정학입니다 ^^;;) 수업교재 내용 중에 드로브의 인용문을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드보르라는 이름이 생소했고 국내에 번역된 책이 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저의 궁금중의 답을 맥거핀님의 글에서 찾았네요 ㅎㅎㅎ 책이 또 언제 절판될지 모르니까 얼른 장바구니에 담아 봅니다. ^^

맥거핀 2013-03-25 00:56   좋아요 0 | URL
근데 왜 행정학 전공 학생이 회화과 수업을 듣나요? ㅋㅋ (저도 예전 학교 다닐 때 맨날 전혀 상관없는 타과 수업 듣고 그래서 동질감 느껴서 하는 말입니다. 교수님들이 그럴 때 묻는 거 짜증나지 않아요? 자네는 이걸 왜 듣나? 그럴 때는 교수님을 야릇하게 보면서 교수님이 좋아서요, 그러세요.)

뭐 cyrus님의 지식충족욕구에 조금이라도 부응했으면 만족합니다.^^ 졸업반이시라는 얘기 언뜻 봤는데 요즘 여러모로 정신없으시겠네요. 힘내세요.

아이리시스 2013-03-2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 저는 보고싶을 때 품절이면 맥거핀님 책을 빼았으면 되겠어...라고 안심. 제 사전에 품절될까봐 미리(!) 구입해놓는 그런 호사는 없으니까..

맥거핀 2013-03-25 17:39   좋아요 0 | URL
으하하..아이리시스님에게 양심껏 지인DC하여 두 배로만 팔겠습니다. 흠..그렇다면 저도 품절된 책을 읽고 싶게 되면 아이리시스님에게 연락을 드리면 되겠군요. 아마도 저보다는 품절책이 훨씬 많으실 듯 하니.

아이리시스 2013-03-25 20:05   좋아요 0 | URL
빼았으면 -> 빼앗으면

이봐이봐 맞춤법도 틀렸어.. 없을걸요, 품절책. 저는 이제부터 제대로된 책을 좀 사볼까 하는데요. 서른이전에 산 건 쓸데없는 책 뿐이에요. 진짜라니까요. 어쩌면 이렇게 심미안이 없어, 사람이!

맥거핀 2013-03-26 18:18   좋아요 0 | URL
그럼 이제 좋은 책 살 일만 남았군요. 쓸데없는 책을 많이 사봤으니 이제 안사겠죠.^^ 저도 잔뜩 있는 앞으로 절대 보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을 알라딘에 팔아야지, 팔아야지 그러고만 있고, 결단을 못 내리고 있네요.

응..근데 '빼앗으면'이 맞아요? 난 몰랐음.

아이리시스 2013-03-27 20:36   좋아요 0 | URL
뺏으면이겠죠, 빼앗으면 자체가 이상한 맞춤법이긴 해요. 되게 많이 틀리는데 저는 항상 맞춤법 국어사전 검색해보는 버릇이 있어서, 공부도 해야 하고, 여러가지로 국어는 진짜 어렵죠. 예전에 KBS 입사할 때 필요한 거 있잖아요. 한국어인증시험. 무급이 나왔어요. 아니, 내가 한국어문학부에서 글쓰겠다고 문창과(국문과도 있었음)에 다녔는데 제일 하급도 줄 수 없다며 무급수를 주는데 어찌나 어이없던지요. 심지어 일본어도 급수자격증이 있었는데 으흙흙.

맥거핀 2013-03-27 23:24   좋아요 0 | URL
미안한데 조금만, 아주 조금만 웃어도 됩니까..? 무급, 이거 왜 이렇게 웃기죠. 근데 아이리시스님이 그렇다는 건 왠만한 한국사람이면 그럼 다 무급 나온다는 얘긴데..도대체 그럼 그 시험에서 급수를 따는 사람은 누군가요? 아나운서들? 그들도 그렇게 국어실력이 좋아보이지는 않던데.

맞아요. 국어가 조금 파고들면 어렵죠. 저도 국어교육 부전공해서 잘 압니다. 진짜 제대로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려워지는 게 국어...

근데 말씀하신 '빼앗으면'을 생각해봤는데, '빼앗다'라는 말이 '뺏다'와 '앗다'가 합쳐진 말 아닌가요? 그러니 '빼앗으면'의 준말을 '뺏으면'이라고 봐야하는 게 아닐까..그러니 두 개 다 맞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확신이 없어요. 찾아봐도 마땅한 정답을 모르겠는데..)
 

 

 

<씨네21>에서는 매년 가을 즈음에 영화를 이야기하는 책에 대한 기획 기사를 낸다. 이번에는 최근 1~2년 안에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들 중에 읽을만한 몇 권의 책들을 여러 평론가가 각각 1권씩 추천하는 형식이다. 기사의 앞머리에 붙은 정성일 평론가의 글대로, '영화를 보는 것'과 '영화(책)을 읽는 것'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영화(책)들을 읽지 않으며, 영화(책)을 읽는 사람들은 (최근의) 영화들을 잘 보지 않는 것 같다. 몇 가지의 가정들이 맞는 것일까. 최근의 (대중)영화들은 영화에 대한 사유의 지점이 존재할 수 없도록 밀어내고 있으며, 반면 영화에 대한 고루한 이론들은 최근의 영화들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점점 무딘 칼이 되고 있으며, 도리어 그 이해를 방해하는 것일까. (여기에 소개된 상당수의 책들이 이미 자국에서 오래전에 출판된 책들이거나, 고전 영화들을 다루는 책들이라는 점은 하나의 묘한 시사점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에 대상이 되는 대다수의 영화들이 최소 20년도 더 된 영화들이라는 점.) 정성일 평론가는 약간 다른 시선을 제안한다. 그것은 영화와 책을 억지로 묶는 것이 아니라 그 두 가지가 다른 꿈이자 다른 욕망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그 둘을 오가는 발길을 인정하는 것. ("만일 영화가 꿈이라면 그것을 선택한 행위가 당신의 욕망인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해석하려는 노력이 욕망인 것이다. 그때 책은 당신의 욕망에 대한 해석의 판본이 아니다. 그건 다른 꿈 안으로 당신을 끌어당기는 다른 욕망이다. (중략) 그래서 영화를 본 내가 더 잘 돌아오기 위해 더 멀어지는 행위이다.")

 

말이 필요 없는 정성일 평론가가 추천한 책은 크리스티앙 메츠의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이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두 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구조주의 기호학을 바탕으로 영화에 대해 기호학적으로 접근한 논문이다. (제목인 '에세이'에 속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상당히 난해한 책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자신이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의 여러 (절망적인)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이 난해한 독서에 대해 겁을 주는 것으로 도전의식을 자극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당신이 영화 이론사를 공부하는 대학원생이거나, 기호학을 공부하는 전문적인 아카데미의 학자이거나, 1960년대 구조주의의 한 경향을 연구하는 사상사의 연구자가 아니라면 나는 당신에게 이 책의 독서를 말리고 싶다.") 나는 이들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지만, 이 책의 조각난 일부분을 일본어 번역본으로 접해야만 했던 정성일이 처한 상황보다는 조금 좋은 상황에 놓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부산시네마테크의 원장으로 있는 허문영 평론가가 추천한 책은 토마스 엘새서와 말테 하게너가 공저한 <영화이론: 영화는 육체와 어떤 관계인가?>라는 책이다. 허문영 평론가는 좋은 영화개론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 책과 로버트 스탬의 <영화이론> 두 권의 책을 말하고 있는데, 이 책이 스탬의 그 책보다 확실히 나은 점은 이 책이 제시하는 분류의 방법, 관류하는 질문의 태도라고 말한다. 즉 이 책은 새로운 이론을 전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창과 틀', '문과 스크린', '거울과 얼굴', '눈과 시선', '피부와 접촉', '귀와 공간', '뇌와 정신'이라는 창의적인 새로운 분류틀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 새로운 분류틀이 우리의 머리속에서 기존의 영화들을 새롭게 재배열할 수 있게 해준다(그럼으로써 새로운 사유가 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고전영화와 예술영화들에 대한 애정을 늘 드러내는 한창호 평론가가 추천한 책은 프란체스코 카세티의 <현대 영화 이론: 1945~1995년의 영화이론>이다. 이탈리아에 유학했었던 한창호 평론가는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탈리아 영화학자가 쓴 이 책에 대한 애정과 공포심을 동시에 보여주는데, 이 책은 영화이론의 발달을 연대기순에 의해 세 가지의 패러다임 - 즉, 존재론적 이론, 방법론적 이론, 특수성의 패러다임 - 으로 나눈다. 위의 책과 비교해서 보다 고전적인 접근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라는 시간의 연대기를 차분히 살펴보는 데에는 이런 접근방식이 보다 나을 수도 있다. 다만 번역에 있어서의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므로 그 부분은 주의할 것.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는 김영진 평론가가 추천한 책은 하시모토 시노부의 <복안複眼의 영상: 나와 구로사와 아키라>이다.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제작자였던 하시모토 시노부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과의 작업 과정과 그의 영화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인데, 특이한 점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그의 영화들에 대해 냉정하게 비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영진 평론가가 인용한 다음의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다. "(구로사와는) 좋든 싫든 간에 새로운 작품을 모색하기 위하여 밟지 않으면 안되는 발걸음이라고 생각되어 예술가의 길로 나아갔기 때문에, 장인의 작업에는 큰 성공은 없어도 실패는 극히 드물고, 성공과 실패가 항상 종이 한장 차이인 예술가에게는 성패의 운명이 숙명적으로 따라다닌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예술가가 되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그러니까 구로사와 아키라는 장인의 길에서 예술가의 길로 나아갔기 때문에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나, 그가 그렇게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가끔 남들이 '예'할 때 '아니오'를 보여주는 신선한 평론가 남다은이 추천한 책은 하워드 휴스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심장을 겨누고 인생을 말하다>이다. 남다은 평론가는 글 내내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길티 플레저'를 고백하고 있는데, 그의 영화 출연작이나 그가 연출한 영화들과 그가 평소에 하는 언행의 사이에 있는 있는듯 없는듯한 간극을 생각해보면 그의 이런 '의심스러운 애정'이 이해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아무튼 나 역시 그가 공화당 어쩌구 할 때마다 그게 뭔소리인가 싶고, '좋은 보수주의자',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할 때마다 그게 뭐예요, 그거 먹는 거예요?,라고 묻고 싶어지지만, 그가 앞으로도 오래살아 더 많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그 밖에 <씨네21> 자체적으로 추천한 다른 책들은 위에서도 나온 로버트 스탬의 <영화이론>과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자서전 <로저 에버트: 어둠 속에서 빛을 보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학에서 '이야기'를 건져내려는 노력 <영화 우화>(여기에서의 '우화'란 아리스토텔레스의 뮈토스muthos, 즉 이야기를 말한다), 디지털 시대에 필름 영화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 데이비드 노먼 로도윅의 <디지털 영화 미학>, '느와르'라는 장르인 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은 것의 정체성 찾기 프로젝트, 알랜 실버, 제임스 어시니 공저의 <필름 느와르 리더: 느와르에 관한 모든 것>까지 다섯 권이다.

 

 

 

 

이상 도합 열 권(사실은 11권)의 책. 올해 안에 모두 읽자(는 것은 당연히 꿈, 그러니까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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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1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라도 거짓말이라도 좋은데요.^^ 별찜해두고 참고하겠습니다.

맥거핀 2012-10-15 12:58   좋아요 0 | URL
막상 써놓고 보니 올해가 별로 안 남았다는...시간이 빠르군요. (근데 사실 별찜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응?했어요. 찾아보고 알았죠. 알라딘 이런 기능도 있었구나..)

넙치 2012-10-15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책에 신경끈 지 너무 오래된 걸 상기시켜 주시네요. 덕분에 저도 한번 뒤적여봐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맥거핀 2012-10-15 12:59   좋아요 0 | URL
네..저도 의지를 다지는 의미로 굳이 이렇게 글로 남깁니다. 좀 가벼운 책보다는 이론서 격의 책들이 많아서 녹록하지는 않겠네요.;

Shining 2012-10-17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번 주 씨네21에 이런 내용이 있군요. 저는 기차 타면서 샀는데, 박찬욱-김지운-봉준호 감독들의 이야기가 있던데 그건 지난주 건가요?(기억이 가물;) 영화이론서는, 스물 한두살쯤에 많이 읽고 그 뒤엔... 그것도 아주 전설적인 책들만 읽은 초급수준이에요_-

이렇게 글 읽으니 오랜만에 이론서 읽고 싶네요. 먼저 읽으시면 간단한 단평이라도 남겨 주시와요 :D

맥거핀 2012-10-18 12:45   좋아요 0 | URL
아마 말씀하신 것은 지난주 책인 걸로 사료됩니다. 사실 정성일 평론가의 논의가 어느정도 맞는 말인 것도 같은게, 영화이론에 대해 많이 알게 되는 것은 일시적으로 도리어 영화감상을 저해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영화 보면서 자꾸 다른 걸 생각하게 되니까. 그럼에도 결국은 그것이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해준다는 것도 사실인 것 같구요. (근데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무슨 이론이 어떻고 저떻고, 무슨 주의가 어떻고, 하는 것은 뭐 그닥...) 뭐 암튼 그래서 이론서를 안본 것은 아니지만요.^^

시간이 없어서 댓글만 남기고 갑니다.

아이리시스 2012-10-18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역시 로저 에버트..가 제일 보고 싶어요. 그런데 영화이론서를 봐서 맥거핀님 리뷰는 감상리뷰에서 벗어나시잖아요. 저는 그게 좋아요.

저는 시간이 많아서 댓글만 남기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이제 갑니다..(안녕!)

맥거핀 2012-10-19 17:05   좋아요 0 | URL
아..근데 저 마지막 문장이 오해의 소지가 있군요. '그래서 안봤다' 그 얘깁니다. 뭐 자랑은 아니지만요.; 로저 에버트 저 책 산지 꽤 되었는데, 아직도 사실 한 장도 안펴봤다는..에버트 씨의 저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민망해 죽겠어요. 빨리 읽어야 하는데.

아니..시간도 많으신 분이 자주 좀 오세요. 오셔서 글도 쓰시고..^^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마지막이 올까, 생각했는데 아무튼 마지막이 왔다. (그러나 사실 실질적으로 아직도 써야하는 리뷰들이 5편이 남았으므로, 실질적인 마지막은 조금 후에 보게 될 것 같다.) 내가 하는 상당수의 일들이 그렇듯 의욕적으로 출발했으나 마지막은 역시 '의욕적'이란 게 그런 뜻이었나,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리뷰들은 거의 제 때 올리지 못했고, 매번 대장님에게 민망한 메일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고도 심지어는 그 메일의 기한마저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이 글도 보시게 될 대장님에게 송구할 뿐이다. <코뮤니스트> 리뷰는 빠르면 오늘 중, 늦어도 내일 중으로는 꼭 올릴께요.-_-) 내가 앞으로 서평단을 하려는 생각을 접는다면 그것의 8할은 이 민망함 때문이다. (나머지 2할은 읽고 싶지 않은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을 견디게 해준 박하사탕 값?) 예전에 알라딘 측에 직접 양해를 구할 때에는 솔직히 그런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같이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 말하자니...(아마도 알라딘에서 노린 것이 이것인듯.)

 

아무튼 하나 확실한 것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이상하게도 좋아보이는 책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는 사실이고, 이게 착각인지 아니면 9월에 유달리 내 입맛에 맞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분명 다음 서평단의 책들을 보면서 울분을 토하겠지.) 그러니까 뭐든지 기회가 있을 때, 그 기회들을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 법이다.

 

 

 

약탈적 금융사회 - 누가 우리를 빚지게 하는가 / 제윤경, 이헌욱 / 부키

 

로버트 서비스의 <코뮤니스트>는 공산주의 사회가 그 인민들을 폭력과 억압, 감시와 상호고발로 지배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그 국민들을 어떻게 지배할까. 그 지배전략 중의 하나는 그들을 빚지게 만드는 것이다. 일단 한 번 빚을 지기 시작하면, 직접적인 폭력 혹은 효과적인 수사 따위는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뼈가 부서져라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채무자들은 2등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빚을 지지 않으면 되지 않겠냐고? 이 책은 왜 빚을 지지 않는 것이 불가능한지, 이 사회의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알게 해 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겨레21>에서 제윤경 씨의 칼럼들을 재미있게, 그러나 등줄기의 서늘함을 때로 느끼며 읽었다.)

 

 

게임, 게이머, 플레이 - 인문학으로 읽는 게임 / 이상우 / 자음과모음

 

여전히 (컴퓨터) 게임은 (특히 모든 부모들에게) 악의 근원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이후 시기에 다시 중세와 같은 거대한 암흑이 도래하고, 인간의 7대악을 초래하는 수많은 물건들이 화형당한다면 아마도 (야동이 가득찬 하드들과 함께) 수많은 게임 소프트웨어가 기꺼이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게임 애니팡이나 앵그리버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 번도 게임을 안해본 자, 여기에 성냥불을 당기거라,라고 하면 쉽게 성냥개비를 집어들 만한 사람이 있을까. (물론 야동도 마찬가지.) 그러니 우리는 싫든 좋든 그 이후에도 여전히 '게임과의 전쟁'을 계속해야 할 것이고, 그 게임들을 정벌할 십자군 기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거나, 기꺼이 수많은 정령들과 수도사와 마법사들과 함께 그 십자군에 맞설 사람들(그대가 레벨1일지라도 말이다) 모두 한번쯤 읽어볼 책이 아닐까 싶다. 

 

 

  

얽힘의 시대 - 대화로 재구성한 20세기 양자 물리학의 역사 / 루이자 길더 / 부키

양자 불가사의 - 물리학과 의식의 만남 / 브루스 로젠블룸 외 / 지양사

 

이번 달은 흥미롭게도 양자역학에 다룬 두 권의 책이 눈에 띈다. 한 권은 양자역학 중에서도 특히 양자 얽힘 현상에 대해, 대화라는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고, 다른 한 권은 양자이론의 주요 내용들에 대한 교양강좌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튼 '쉽게 썼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책들의 쉽게 썼다는 말에는 함정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책 뒤편의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하고 명쾌한 수식으로 풀어냈다'고 문구가 쓰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자. "하지만 물질의 특성에 대한 응력 성분의 의존성을 나타내는 방정식에 불변성이 있는지 조사하고, 이 불변성 조건을 바탕으로 압축성 점액에 관한 방정식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와 같은 문장은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축에 들어간다. (그러니까 그 '대중'이 그 '대중'이 아니란 얘기다.) 그게 걱정되어 서점에서 두 책에 대해 꼼꼼이 살펴보았는데, 앞의 한 챕터 정도까지는 적어도 욱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아니, 도리어 꽤 재미가 있었다.

 

 

죽음 / 임철규 / 한길사

 

마지막 추천의 마지막 책에 어떤 책을 넣을까 고민했다. 유홍준, 김윤식, 강준만, 진중권, 강상중 등 쟁쟁한 필자들의 책들이 나온 9월이다. 그런데 이 문구를 보고서는 이 책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다. 한 노학자의 평생에 걸친 '죽음'에 대한 성찰. 저자 임철규는 그리스 로마 문학 등의 문학 연구와 비평에 평생을 천착해 온 학자로, 마지막으로 모든 인간들의 피할 수 없는 형벌인 죽음을 맞닥뜨리고자 한다. 이 책은 문학, 신학, 정신분석학, 철학 등에 나타난 여러 다양한 죽음에 대한 사유를 통해 '살자'는 당위의 문제가 아닌 '죽음' 그 자체를 들여다보고자 하는데(물론 이들 문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은 인간에게 죽음이 없었으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고찰을 통해서 우리가 죽음 전에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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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0-05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 담아둡니다^^

맥거핀 2012-10-05 23:19   좋아요 0 | URL
서점에서 봤는데, 책 자체가 뭔가 묵직한 느낌이 있어요.

2012-10-05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에세이 분야인 저도 근근히 했고, 막달이라 안도하고 있는데, 인문사회분야인 맥거핀님이야 오죽했겠습니까~. 그러나 분명 저도 다음달에 울분을 토하고 있겠지요.

저는 성냥불을 댕길 수 있는 사람인데.. 하드에 야동도 없고, 국민 게임조차도 손끝 하나 안 대본~~.ㅋㅋ 제가 안 좋아하는 두 가지는 게임, 윈도우 쇼핑입니다. 왜냐면, 둘 다 실질적으로 남는 게 없어서.. 전 가상 세계에 혹하지 않는 종류의 인간~.

그나저나 전 이미 약탈적 금융사회의 명백한 2등민이라, 약간의 소개글만 읽어도 등골이 서늘하네요. 읽고 나면 섬뜩하겠죠~

맥거핀 2012-10-05 23:24   좋아요 0 | URL
근데 정말 이상해요. 할 때는 이것도 그렇고 저것도 그렇고 툴툴대는데, 막상 끝날 때가 되면 그 '툴툴대기'자체가 너무 그리워져요. 아..그래도 저거라도 할 수 있는 때가 좋았어 그러고 있지요.

아..진짜요? 그건 믿기어려운데요. 어렸을 때 오락실 너구리는 해보시지 않았을까..(그것도 컴퓨터 게임입니다요. 야동은 믿습니다만.) 저는 하루에 컴퓨터를 끼고 있는 시간이 너무 긴 인간이라서요. 좀 줄이기는 해야하는데. 근데 저도 인터넷쇼핑은 잘 안해요. 돈이 없어서...;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한 적어도 우리모두는 빚진 사람이죠. 제윤경 씨는 늘 모든 신용카드를 어서빨리 잘라버려라..하고 주장하지만.

2012-10-06 08:57   좋아요 0 | URL
ㅋ 죄송~ 성냥불 못 댕기겠군요. 현재만 생각했어요. (국민게임에 손끝 하나 안 댔다는 건, 위에 언급된 두 개에 대한 이야기..^^)
-과거엔 1943,1942에 동전 많이 바쳤었네요. PC로 헥사 하느라 눈알 빠진 적도 있고, 테트리스야 뭐 당연히.. 지금은 아무도 안하는 폭탄게임도 PC로 무진장 했었구만요.ㅋ (근데 아무튼 쓰고 보니 정말 조잡한 게임만 했었구나, 싶네요.)
근데 언제부턴가 모든 게임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지용...

맥거핀 2012-10-08 12:01   좋아요 0 | URL
오..1942. 그거 재미있죠. 가끔 폭탄을 날릴때의 쾌감! 저는 어렸을 때 스포츠게임에 좀 미쳐있었죠. 신야구, 세이부축구, 버추어스트라이커..요즘에도 술마시고 어쩌다 오락실에 가는 때가 있어요. 술깨는 데는 그런 게임들이 가끔 도움을 주죠. 헥사..오랜만에 듣는 추억의 이름이네요. 요즘에도 헥사게임이 있나..(애니팡의 선조격?) 찾아봐야지.

가연 2012-10-05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파트장이라서.. 아무래도 우수리뷰 선정도 있고 그러다보니 공정성(?)을 위해서 일부러 평가단하시는 분들 글에는 잘 댓글을 달지 않는데, 혹은 모든 분들께(너무 바빠서 달지 못할 때도 있지만) 다 달거나.. ㅋㅋ 첫 문단을 읽으니 안달수가 없네요. 저는 리뷰 안올리신 분들 서재에 재촉 댓글 쓸 때가 그렇게 민망할 수가 없더라구요.. 내가 이렇게 재촉 댓글 달아도 되나, 이런 기분도 마구 들고.. 물론 이 댓글은 재촉 댓글이 아니랍니다, ㅋㅋ

맥거핀 2012-10-05 23:27   좋아요 0 | URL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방금 리뷰를 올리고 이 댓글을 봤다는 사실이네요. (너그러이 기다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말이죠. 파트장 본인도 좀 늦고 그러면 별로 민망하지 않는데(원래 회사에서도 같이 지각하는 상사가 뭐라하면 별 신경 안쓰잖아요), 워낙 항상 빨리 하셔서..아무튼 늘 감탄하고 있습니다. 리뷰 빨리 쓰는 비결 좀..

아무튼 이제 거의 마지막이네요. 그간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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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태풍으로 비가 쏟아지는 날 이사를 했다. 오기로 했던 포장이사 업체에서는 늦었고, 예정했던 인원보다 사람이 덜 왔으며, 그래서 그랬는지 일을 대충처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책짐에는 신경을 써달라고 얘기했으나 책의 상당부분이 물에 젖고 말았다. 며칠동안 책의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정리하자니 짜증도 나고, 포장이사 업체 사람들에게 (속으로) 욕도 퍼부었는데, 계속 정리하면서 주섬주섬 책을 읽다보니 다 부질없는 화처럼 느껴진다. 책으로 인해 화가 나고, 책으로 인해 마음이 가라앉는다. 마음은 가라앉았는데, 날씨는 여전히 흐릿하다. 날씨든 뭐든 흐릿한 날들이 지나야 맑은 날이 오는 법.

 

 

 

역사의 증인 재일 조선인 - 한일 젊은 세대를 위한 서경식의 바른 역사 강의 / 서경식 / 반비

 

이 책은 그간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꾸준히 얘기해온 서경식 선생이 일제강점기 이후 재일 조선인의 역사에 대해 서술한 글이다. 책은 먼저 '재일조선인'이라는 용어부터 정확히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왜냐하면 '재일조선인'이라는 말이 가지는 이미지에는 우리가 흔히 가지는 어떤 편견들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우경화문제, 친일과 극일, 반일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로 가득한 한일관계의 문제 외에도 조선족 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에도 다른 의미에서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물론 서경식 선생의 책이라는 점에서도 닥추.

 

 

탐욕과 생존 - 영화, 분쟁을 말하다 / 김용성 / 책보세

 

영화는 작은 카메라로 오랫동안 거대한 것에 대해서 말해왔다. 그 중 하나는 거대한 분쟁이나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데, 많은 전쟁영화들은 전쟁 그 자체의 스펙타클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그 전쟁의 특정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그 폭력에 맞서서 자신과 주위사람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그럼으로써 모든 전쟁을 다루는 영화, 분쟁을 다루는 영화는 (편파적인) 특정의 관점을 담기 마련인데, 각 영화에 담긴 특정의 관점이 어떠한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에서도 흥미로울 것 같다.

 

 

20세기의 매체철학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 심혜련 / 그린비

 

20세기는 또한 '매체'의 시대이기도 했다. 마셜 맥루한이 말했듯 이른바 '구텐베르크 은하계'가 종말하며, 20세기에는 온갖 새로운 매체가 출현하였으며, 21세기는 그보다 인간에게 밀착된 다른 매체들이 출현을 대기중이다. 지하철에 있는 사람의 최소 50% 이상이 타인이나 풍경이 아니라 자신의 손안의 무엇인가를 들여다보고 있는 이 때, 인간이 매체를 벗어날 수 있는가, 혹은 가상과 실재를 구분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은 거의 무의미한 것처럼 여겨진다. 이제 곧 새로운 매체들의 공습이 시작될 이 때, 지나간 20세기의 매체들을 둘러싼 질문들을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올 우리의 고민들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영화 이론 - 1945~1995년의 영화 이론 / 프란체스코 카세티 / 한국문화사

 

사실 지난 50년 동안의 영화에 대한 이론들을 한 권에 몰아넣는 것은 무모한 시도에 가깝다. (그 앞과 뒤를 충분히 덜어냈는데도 그렇다.) 영화는 흔히 얘기하듯이 종합예술로서 현존하는 거의 모든 예술과 그 예술의 이론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중예술로서 철학이나 심리학, 사회학 등과도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보다 더 무모한 시도는 이 책을 추천도서에 집어넣는 것일 것이다.

 

 

오감으로 쉽게 찾는 우리 나무 / 이동혁 / 이비락

 

현대인의 삭막한 눈에는 사실 모든 나무가 그게 그걸로 보이기는 한다. 이 책은 사계절에 걸쳐 우리나라에 주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오감(五感)을 이용하여 구분할 수 있도록 충분한 도판과 함께 일별한 책이다. 저 멀리에 있는 자동차는 어디 회사의 몇년식인지 잘도 구분하고, 옷과 가방은 어디 메이커의 이월상품인지 아닌지도 잘도 찾아내면서 우리는 나무에 대해서는 거의 까막눈에 가깝다. 이제 가을이니 나무도 보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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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2-09-0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주 토요일에 대구미술관에 하는 서경식씨의 강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맨 처음 소개된 서경식 씨의 신간이 반갑네요. ^^

맥거핀 2012-09-04 16:39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저도 서경식 씨 책이 나오면 늘 읽었었는데(예전에 cyrus님께도 한 권 받았었죠..^^), 강연에 참석해보면 좋겠네요. 이제 cyrus님 개학이시니 또 바빠지시겠어요.

2012-09-04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경식 씨의 글은 서늘해서 좋아요. (<소년의 눈물>하고 <나의 서양미술 순례> 두권만 읽어봤지만..)이제 영화 관련 책 막 추천하는군요.ㅎㅎ 여튼 추천 책의 분야가 매우 다양합니다요~.
그나저나 책을 적시다니, 그거 포장이사 변상 대상이 아닌가요? ㅠ.ㅜ

맥거핀 2012-09-06 00:06   좋아요 0 | URL
네..얼마 안남았으니까 그냥 이것저것 재지말고 내가 읽고 싶은 책 막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뭐 문제가 생겨도 참 보상받을려고 해도 귀찮은 일이라..다만 사람이 덜 온 부분은 확실한 계약 위반이라, 그 부분만 조금 돈을 적게 주는 걸로 했습니다. 뭐 어쩔 수 없지요.

프레이야 2012-09-0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필 태풍 온 날 이사하시게 됐군요. 일자가 정해져 있어 변경하기도 어려우셨을테고요.ㅠㅠ 책이 젖어 어째요.ㅠ 책을 제일 싫어하더라고요, 포장이사업체 사람들이요. 두 가지 책을 담아갑니다. ^^

맥거핀 2012-09-06 00:08   좋아요 0 | URL
이사라는 게 한 번 날짜가 정해지면 여러 가지가 걸려있어서 그냥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죠. 아마 이사업체 사람들로서도 비오는 날씨에 책도 많고 해서 여러모로 짜증이 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여러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죠.^^ (덕분에 재정리하면서 있는지도 몰랐던 책들을 다시 챙기게 되었습니다.) 관심을 가지실 만한 책이 있다니 좋군요.

Shining 2012-09-0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섬님 말씀에 공감. 책이 젖으면 보상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음, 저는 그래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아마 그래야 할 것 같은데_- 책이 젖다니! 이건 재앙이잖아요!

눈이 오는 날 이사해본 적은 있는데 태풍이라니; 고생 많으셨습니다(꾸벅).

아, 맥거핀님. 저 영화책 좀 추천해주세요!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소개해주시는 마음으로 부탁드릴게요 :)

맥거핀 2012-09-06 00:2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원래 일기예보에는 볼라벤이 지나가고 다음이라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지 못하게 태풍 하나가 따라올라 오더군요. 일이 뭐 안되려면 별 일이 다 일어나는 법이죠. 암튼 위로 감사합니다.^^

영화책은 뭐 저도 많이 모르기는 한데, 요 옆에 '마이리스트' 눌러보시면 예전에 '씨네21'에서 영화책 추천한 것을 제가 리스트로 만들어둔게 있어요. 거기에 책을 저도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자크 오몽의 <영화와 모더니티> 같은 것은 필수적으로 읽어봐야할 책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기억나는 책은 하스미 시게히코 외에 몇몇 사람들이 쓴 <나루세 미키오> 같은 것들 좋았구요. 이 책이 들어가 있는 '한나래 씨네마' 시리즈도 괜찮은데, 그 중에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는 정말 재미있고, 영화에 대해 새롭게 보는 시각을 상당히 길러주는 책이라고 봅니다. 정말 기존에 가지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들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구요..(근데 문제는 이 책이 절판이고, 상당히 구하기 어렵다는 점..저도 도서관에서 봤습니다.^^;)

최근에 봤던 책으로는 <필름메이커의 눈> 같은 책들이 여러 촬영기법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맥스무비에서인가 나온 씨네마톡 모아놓은 책도 재미있었고요. 근데 뭐 이미 이 책들 거의 보시지 않았나 싶기도 한데, 제가 괜히 쓸데없이 긴 말 늘어놓지 않았나 싶네요. 추천이라기 보다는 그냥 제가 재미있게 읽었다, 그 얘깁니다.^^;

Shining 2012-09-06 11:56   좋아요 0 | URL
하하^^ 저를 과대평가 하고 계시군요(후후후후후). 말씀하신 책은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자랑은 아닌데...) 영화책은 예전에만 좀 읽은데다 요새는 거의 특정 감독이나 배우에 대한 책만 읽은 것 같습니다. 마이리스트에 목록은 전에 본 적 있습니다. 말씀 안 드리고 몰래 컨닝했어요*-_-*

제가 다니는 도서관은 다른 건 다 좋은데 예술분야 책이 너무 적어요. 수요가 없어서 공급도 없는 식인데 뭐, 수요가 없으니 책 상태만은 엄청 좋지만요^^

추천, 이라는 말은 좀 막연하고 짜증스러운 표현이라 사실 쓰고 좀 갸우뚱했는데(소심합니다 저) 좋았던 거, 골라주시니 좋군요. 또 생각나는 거 있음 말씀해주세요 :)

맥거핀 2012-09-06 22:00   좋아요 0 | URL
아..저는 이사오기 전에는 도서관이 바로 옆에 있는 상당히 좋은 환경에서 살았었는데, 이사오고 난 후에는 상당히 도서관이 멀어서, 예전처럼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게 될는지는 모르겠네요. 근데 서울의 큰 도서관의 책들은 대체로 상태가 그다지 좋지가 않아요. 말씀드렸던 <히치콕과의 대화> 그 책도, 특정 영화에 대한 부분이 다 누가 뜯어갔더군요.

지금 당장은 생각나는 책이 없으니, 생각나면 또 말씀드릴께요. 근데 사실 영화에 대해서는 고전에 대한 글들도 좋지만, 최신 영화잡지 같은 것에 실린 따끈따끈한 글들을 죽 읽는 것도 괜찮은 것 같기는 해요. 시간나시면 도서관 잡지 코너에서 <씨네21>이나 <무비위크>, 혹은 <영화평론>의 평론글들만 죽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키노>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아..매년 나오는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시리즈도 있어요.^^;) 소설도 단행본으로 나온 것보다 계간지에 실린 소설들 중에 진짜 좋은 것들 많지 않나요..

아이리시스 2012-09-06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 저도 저거랑 저거..저는 그냥 제가 사서.. 서경식..맨날 들었다놨다 하다가 이젠 좀 읽어보려고요. 근데 이번 책은 시작하기에 뭔가 심하게 학술적인데.. 제가 하는 게 다 그렇죠 뭐.

p.s. 조만간 두 분 영화평론 등단하는 겁니까? (좋겠다 좋겠다)
그러면 저도 마이리스트 훔쳐보러-_-;;

맥거핀 2012-09-06 22:26   좋아요 0 | URL
열심히 훔쳐보고 계심? (저는 아니고, 아무래도 Shining님이 등단욕심이 있으신 모양...;;)

근데 서경식 선생님 책 저거는 제목만 저렇지 그렇게 학술적이지는 않을거에요. 아마도. 어렵고 무거운 얘기를 상당히 쉽게 하시는 재주가 있으신 분이라,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생각합니다.

Shining 2012-09-07 01:16   좋아요 0 | URL
어머어머. 아이님, 맥거핀님이 은근슬쩍 저한테 떠넘기고 계세요~(이른다ㅋ)

등단욕심, 가당치도 않으십니다-_ㅠ 필름 2.0폐간 후엔 가끔씩 씨네21만 읽는데 (이상하게) 성에 차진 않아요;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이 시리즈 재밌죠ㅋ 저도 도서관서 몰아서 읽었어요 :)

키노, 진짜 그리운 이름이네요.

맥거핀 2012-09-07 03:00   좋아요 0 | URL
네..자고로 뭐든지 일단 떠넘기는 게 진리라고, 어떤 직장선배가 몰래 가르쳐줘서 열심히 실천중입니다..; (물론 가르치면서 그가 나에게 '쓸데없는 것을 가르치기'라는 걸 떠넘기기는 했습니다만..)

뭐 사실 씨네21은 요새는 거의 문화잡지 비스무리하게 되버려서, 영화에 대한 좋은 글이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만, 아직 전영객잔은 그래도 쓸만해요. 김혜리 씨나 정한석 씨 글도 좋고..저는 사실 이상하게 필름 2.0에는 그다지 정을 못 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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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의 나날들이다. 우리나라와 세계는 올림픽 특집, 인터넷은 티아라와 애국심 특집, 홈쇼핑은 '물건은 같지만, 이름만 바꾸기' 특집, 영화는 다크나이트와 도둑들 특집, TV 프로그램은 여름 특집과 매주 반복되는 다양한 특집들. 각종 특집 속에 특별한 생각 없이 상식으로 처리되어야 할 중요한 일들이 그야말로 스페셜하게 무시되는 것이 영 마음이 쓰리기는 하지만, 나도 이 특집에 숟가락 하나 올려본다. 이름하여 '밀어드리기' 특집(...). 이번 서평단 추천 도서는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 중에 아주 주관적 기준으로 밀어드리고 싶은 책을 골라본다. 규칙은 단 하나. 오늘 다른 분들 추천페이퍼에서 처음 본 책들만 대상으로 한다는 것.

 

 

 

폭력에서 전체주의로 - 카뮈와 사르트르의 정치사상 / 에릭 베르네르 / 그린비

 

nunc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누구나 평등한 좋은 세상을 지향한다고 만들어진 사회였던 소련의 폭력적인 현실을 놓고 벌인 카뮈와 사르트르의 논쟁을 다루는 책이다. 책은 이 논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논쟁에 내재된 카뮈와 사르트르의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까지 나아가는 듯 하다. 이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와 관련한 문제는 nunc님의 말대로 그저 과거의 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 유광수 / 웅진지식하우스

 

빨간바나나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는 가족이 때로 무섭고 지긋지긋한 것은 요즘의 일만은 아닌 모양이다. 하기는 현대와 달리 가족이 훨씬 중심에 있던 사회이자, 때로 한 인간의 활동 범위가 오로지 가족 뿐이었던 옛날이 어쩌면 더 끔찍한 일이 많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토스터 프로젝트 - 맨손으로 토스터를 만드는 영웅적이고도 무모한 시도에 관하여 / 토머스 트웨이츠 / 뜨인돌

 

비의딸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그러니까 이것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맨손으로 재료를 '채취해서' 토스터를 만드는 얘기다. 물론 그게 꼭 토스터일 이유는 없다. 냉장고일 수도 있고, TV일 수도 있고, 비행기일 수도 있다. 다만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갈 뿐. 중요한 건 토스터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과 그 과정들에서 제기되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의문들이다. 처음의 인류는 자연에서 도구를 창조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

 

 

다시 쓰는 서양 근대 철학사 - 우리의 눈으로 본 철학사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오월의봄

 

드림모노로그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예전에 비슷한 철학개론서들은 몇 번 본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별로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우리나라의 젊은 철학자들이 우리의 시선으로 서양 근대 철학사에 대해 새롭게 살펴본 책이라고 하니 다시 기본적인 개념들을 공부하고, 최근에 제기된 새로운 시각들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 피에르 바야르 / 여름언덕

 

더불어숲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솔직히 책 소개를 읽어도 약간 아리송하기는 하다. 예를 들어 책 소개에 보면 '여행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고, 불륜에서부터 절도와 살인에 이르기까지 생의 특정 순간에 특정 장소에 있었다고 꾸며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적절히 처신하는 실천적인 방법들까지 조언하며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향해 나아간다'라고 되어 있는데, 그런 것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가 무슨 관계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문학 작품이 자신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와 장소와 맺는 관계에 대한 것이라니 그건 흥미로울 것 같다. 모든 문학은 결국 그 세계의 어느 곳에도 있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니까.

 

 

 

덧.

서평단 추천 도서를 정하려고 그간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몇 권의 책을 골라 이리저리 재보고 있던 중에 문득 꼭 이렇게 안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가 고르려던 책들의 상당수는 선정될 확률이 거의 없는 책들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괜히 이 책들을 추천하려다 전혀 원치 않던 책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느니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 중에서 골라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밑에는 내가 고르려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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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8-0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밀어주기 특집..ㅎㅎ 정말 밀어주기 특집으로 괜찮으시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맥거핀님이 직접 고르신 책들도 괜찮다고 여겨지는데.. 이게 아무리 추천을 많이 받아도.. 너무 비싸면 또..ㅎㅎ 출판사에다가 담당자님이 직접 협상을 하는 방식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비싸면, 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도 출판사 사정이 안좋으면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풋. 그러니깐 어떤 책이든 설령 추천이 별로 안되더라도 뽑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아래 책들도 괜찮지 않을까..요?

맥거핀 2012-08-05 23:47   좋아요 0 | URL
대장님 더운 날씨에 잘 지내시나요? 네..뭐 사실 어떻게보면 가연님이 말씀하신 것과 동일한 이유입니다. 이 추천이라는 게 뭐랄까..최근에 와서는 많이 추천된다고 해서 될 확률이 상당히 낮은 것 같아서요. (아마 최근 인문쪽은 계속 그래왔던 걸로 아는데..아닌가요?) 그러니까 추천이라는 게 이미 제 손과는 별개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이랄까요.

뭐 그러니 아무튼 계속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들을 읽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아서, 그럼 차라리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 중에서 골라보자, 하고 탄생된 것이 이 페이퍼입니다.^^ 그리고 뭐 위의 책이나 아래 책이나 제가 아직 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고, 위의 책들도 나름 심사숙고해서 골랐으니까요. (사실 이렇게 쓴다고 괜히 시간이 더 걸렸네요.) 저로서는 후회없는 선택입니다.ㅋ

쓸데없는 잉여짓으로 생각해주세요.ㅋ

아이리시스 2012-08-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 맥거핀님 진짜 웃겨요ㅋㅋㅋ

맥거핀 2012-08-05 23:48   좋아요 0 | URL
웃기기라도 했으니 다행이군요.^^

프레이야 2012-08-06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밀어주기 특집!! 좋은걸요.ㅎㅎ 더위를 날리는 페이퍼에요.^^
가족기담과 여행하기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저도 땡겨서
밀어드릴 수 있으면 함께 밀어드리고 싶어요. 숟가락 하나 얹기 ㅎㅎ

맥거핀 2012-08-07 16:51   좋아요 0 | URL
네..조금이라도 썰렁함을 드렸다면 만족합니다.^^
이런 여름에는 사실 딱딱한 책들은 눈에 잘 안들어와요. 에세이 팀이 부럽군요. 저도 읽고싶은 에세이 많은데..날씨가 정말 더워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도 싫을 정도네요.;;

2012-08-0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의 서문과 컨셉도 재밌고 아이님과의 댓글도 웃겨요.
신간 추천도 '특집'화할 수 있군요. 흐흐흐

그러고보니, 안 될 거 뻔한 내 꺼 추천하느니, 남들 추천 중 내가 읽고 싶은 거 추천해서 차선책의 확률을 높이는 편이 낫겠군요.

맥거핀 2012-08-07 16:55   좋아요 0 | URL
뭐 그러나 특집은 원래 한번으로 족한 거라서, 다음번에는 원래 컨셉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근데 이상하게 원래 추천하려던 책 중에서 도리어 한권쯤 될듯한 분위기? 흐흐흐..)

시골은 여름나기가 어떤가요? 왠지 시골은 저녁에 평상에 누워 수박먹으면 더위가 다 끝날 것 같은 이미지...(이렇게 말하면 개콘에서 하는 개그처럼 "오해하지 마라. 우리도 에어컨 튼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2012-08-14 08:40   좋아요 0 | URL
평상은 없지만 이웃집에서 준 수박을 먹으며, 아주 뜨거웠던 8월의 초의 열흘 정도 빼고는 시원하게 지냈어요. 물론 낮에 뜨거운 햇빛 아래 밭에서 일할 때는 더위를 피할 길 없었지만.. ("오해하지 마라" 하고 싶었지만..ㅎㅎ)
이제 시골생활도 막바지입니다. 이번 주말에 내려가요.
게다가 오늘부터 3일간 인천, 서울 다녀오고 하면 이제 밭일에선 손 뗐다고 봐야죠.. 그러니 진짜 시골 생활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어요~~.

맥거핀 2012-08-17 03:58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시골생활이 이제 끝이군요. 시골은 가을철이 제일 좋을텐데 조금 아쉬우실지도 모르겠네요.^^

Shining 2012-08-0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가단 할 때 생각나네요^^ 처음에는 의욕있게 페이지도 다 열어보고 설레면서(?) 선정되길 기다렸는데 점점 내가 고른 책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두 번째 할 때는 다른 분들이 거의 고른 후에 페이퍼를 썼었거든요. 비정한 현실에 탄복_-

더워요 맥거핀님. 전 자동차도 안 타고 스프레이도 안 쓰니 에어컨은 조금 틀래요-_ㅠ

맥거핀 2012-08-09 15:19   좋아요 0 | URL
근데 거의 보면 모두가 원하는 1순위의 책보다는 2순위나 3순위의 책들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현실상의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기도 하겠습니다만, 어쩌면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런걸지도 모르겠구요. 근데 책 탓할 것도 없는게 요즘에는 거의 모든 게 무의욕중이라..책은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보고, 영화는 거의 보지를 못하고 있네요. 날씨도 날씨지만 마음상태가 역시 중요해요.^^

으헉..그러고보니 저는 지구온난화의 거의 주범격..-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