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이벤트. 꼭 '문학동네' 책들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간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문학동네'의 책들을 몇 권 꺼내 본다. 마침 가격도 딱 맞고.  

구경꾼들 / 윤성희 / \ 9,000

꽤 오랫동안 윤성희의 글들을 좋아해 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글들을 좋아해 왔다기 보다는, 그가 그려내는 세계들을 좋아해 왔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윤성희가 그려내는 세계들은 대체로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이다. 뭔가 나사가 몇 개 빠져버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 그러나 그 세계들은 기묘하게 따듯하다. 뭔가 들어맞지 않는 것 같지만, 그 들어맞지 않는 것들이 그 안의 사람들을 따스하게 감싸고 있다. 1인칭 시점의 짤막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그녀의 단편들은 묘한 비현실성을 강조하는 데 한몫을 하지만, 동시에 그 수많은 '나'들은 낯선 자와의 연대를 통해 꽤나 단단한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런 그녀의 첫 장편.  

순교자 / 김은국 / \ 9,900

한국전쟁과 기독교. 그리고 거기에 신앙과 양심과 실존의 문제가 버무려진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는 흥미로운 부분들이 너무도 많다. 거기에는 아주 고귀한 것이 들어가 있는 반면, 아주 추악하고 감추고 싶은 것들도 들어가 있다. 이 책이 그런 문제들을 정면으로 파헤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한국전쟁과 기독교라는 이 2가지의 조합만으로도, 복잡하고도 처절한, 그리고 묵직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올 것 같다. 더불어 김은국 작가의 개인적인 이력이 여기에 흥미를 더한다. 꼭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에브리맨 / 필립 로스 / \ 8,550

필립 로스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하지만, 이 책에 대한 몇몇 찬사들을 들었다. 삶과 죽음,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 글쎄. 이것만 놓고 보아서는 왜 이 이야기가 특별한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기에도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무튼 당연하게도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언젠가는 마주하여야 하며, 대부분은 늙어감이라는 것을 언젠가는 고찰해 보아야만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말이다.   

문학동네 64호- 2010. 가을 / \ 13,500 

원래 서점에서 하루키의 인터뷰만 살짝 볼 생각이었는데, 곧 포기했다. 이 하루키의 인터뷰는 길이도 너무 길 뿐더러, 왠지 조용한 공원에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1Q84>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 읽었던 하루키와 지금의 하루키는 어딘가 모르게 달라져 있었다. 그것은 어떤 묵직함이랄까. 예를 들어, 예전의 하루키가 80%의 농담과 20%의 진지함으로 이질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40%의 농담과 60%의 진지함이랄까. (그래도 그가 여전히 세계를 일종의 반농담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유효한 것 같다.) 그가 문학을 보는 시선들 역시 무언가 달라져 있을까.  

숨그네 / 헤르타 뮐러 / \ 10,800

지하철 통근 시간에 읽은 헤르타 뮐러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은 숨을 멎게 했다. 그것은 지하철 안의 숨막히는 공기와는 다른 뭔가 이질적인 종류의 것이었다. 그것은 동시에 그 지하철의 살풍경한 이미지와는 뭔가 아주 극과 극에 있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어딘가모르게 맞닿아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그동안 들어봤던 어떤 이야기보다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것은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아름다운 문장들이었다. 그런 헤르타 뮐러를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총액 \ 5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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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다른 사람들의 경우도 많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온라인 서점을 자주 이용하게 된 이후부터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잘 사지 않게 되었다. 가끔 서점에 가서 여러 신간들을 돌아보고는 하는데, 사고 싶은 책이 있어도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그냥 세세하게 보기만 하고는 그 목록만 휴대폰에 적어둔다. 그리고는 얼른 집에 돌아와 온라인 서점 보관함에 그 책들을 던져 넣는다. 책 값을 줄여보려는 얄팍한 시도이지만,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대부분 그런 책들은 그 이후에도 잘 사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글쎄. 나중에 온라인 서점에서 사려고 하면 왠지 그 책을 오프라인에서 보았을 때의 가벼운 흥분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뭔가 의무감에서 사게 된다는 것 같달까. 책이건 뭐건 간에 일단 지름신이 왔을 때 질러야 하는 걸까. 

알라딘 8기 신간평가단이 되었다.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신간을 써먹어 볼 때다. 여기에 신간을 몇 개 적어두면 운 좋게 그 책 중 하나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을지도.   

종교학 세계명저 30선 / 시마조노 스스무  

이렇게 30선이니, 100선이니 하는 책들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나는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일단 이런 기회가 아니면, 내가 절대 시도해보지 않을 책들을 간접적으로 맛볼 수 있다. 그리고 예전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그 중 몇 권의 책들은 실제로 다음의 독서로 이어지기도 한다. 종교학에 대해 여러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책으로 가벼운 워밍업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종교라는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지 않으면 세상의 많은 것들을 그대로 놓쳐 버리고 만다. 우리 사회에서는 종교가 약간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조금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아마도 한국의 일부 개신교의 행태가 그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금도 종교라는 것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한다. 부정을 하건 긍정을 하건 인간의 삶에 있어서 종교는 큰 부분이다. 그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조지 오웰의 문학적 에세이 혹은 정치적 칼럼들. 무엇보다도 제목이 매력적이다. 오래 전부터 왜 나는 뭔가를 쓰려고 노력하는가- 가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데,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모두가 뭔가를 쓰려고 하는 시대, 이런 시대에서 이 질문은 나뿐만이 아닌, 여러 사람에게도 궁금한 부분일 것 같다. 이 대작가는 과연 무엇을 위해서 쓰고 있는가. 궁금해진다. 

 

20세기 문화 지형도 / 코디 최 

조금은 기대반, 우려반 되는 책이다. 이 책 한 권으로 20세기 문화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고, 너무 서양의 문화흐름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그런 우려는 이런 것이다. 왜 독립영화관은 썰렁한데, '프랑스 영화 특별전'에는 사람이 넘쳐나는 것일까.) 지은이의 약력으로 볼 때에, 설익은 상태에서 있어 보이는 이론들만 줄줄이 꿰어 놓은 책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지만, 전체적인 목차 구성은 상당히 흥미가 간다.   

 

민주주의는 거리에 있다 / 제임스 밀러 

유럽의 신좌파에 대해서는 몇 가지 책을 읽어 보았는데, 미국의 신좌파에 대해서는 별다른 저작을 읽어 본 기억이 없다. 그들의 활동상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기대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특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민주주의는 거리에 나와서는 안되는 것이다. 국회의사당에 갇혀 있거나, 혹은 일부 사람들의 책상 위에서만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하기는 아침 저녁으로 G20 홍보 방송을 지하철 역에서 세뇌되도록 들어야 하는 이 사회에서 뭔가를 기대하기란 여전히 요원한 일이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다.  

거꾸로 보는 고대사 / 박노자 

주간 <한겨레 21>에 연재되는 박노자 선생의 이 칼럼을 잡지를 살때마다 종종 보곤 했었는데, 책으로 묶어져 나왔다. 띄엄띄엄 불규칙하게 보지 않고 한꺼번에 읽을 좋은 기회다. 외국인이자(물론 귀화는 했지만), 자칭 무정부주의자인 저자가 우리 고대사를 보는 시선은 기존의 학계와 다르게 독특한 측면이 있다. 이런 표현이 적당할런지 모르겠지만 아스트랄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다른 시각을 얻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박노자 선생의 글은 재미있다. 그 시선의 독특함을 넘어서 그 재미 때문에라도 읽어볼만 하다. 중고등학교 교과서도 이렇게 재밌게 써보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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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0-0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나온 박노자 교수의 신간이 한겨레 잡지에 연재했던 글이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페이퍼에 이 책 추천했어요^^
한국사에서 상세히 다루지 않는 고대사에 대해서 박노자 교수가 논한다면
왠지 지루하지 않을거 같습니다. 좋은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ㅋ

맥거핀 2010-10-06 22:0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박노자님은 꼭 고대사에 대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항상 그 나름의 독특한 시각을 가진 글을 많이 쓰셔서 읽어보면 여러가지로 생각할 부분을 많이 던져줍니다. 그래서 때로는 부당한 공격도 받지만, 글쎄요. 제 입장에는 한국 사회에서 박노자님 같은 분들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네요. cyrus님도 이번 평가단이신 거 같은데, 같이 잘 활동해 보아요.^^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4주

 

제작 과정에서부터 여러 관심이 갔던 영화,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가 드디어 개봉을 하는 모양이다. 우니 르콩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리고 이창동 감독이 제작자로 나선 영화라고 여러 관심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 이 영화에 대한 여러 글들을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먼저 이창동 감독의 경우에는, 이창동 감독 스스로가 본인의 역할을 한국에서 이 영화를 촬영하도록 여러 여건을 마련해주는 입장에 한정짓고 있고, 또 무엇보다도 어떠한 영화이든, 영화는 결국 감독 그 자신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 영화가 감독의 어린 시절 자전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이야기를 온전히 감독 자신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다. 왜냐하면 보육원에 있다가 외국으로 떠나야만 했던 경험은 감독 자신의 특수한 경험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역사의 이면에는 이러한 가슴 아픈, 아니 단지 가슴 아프다는 것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런 일들이 또하나의 역사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많은 아이들의 소리없는 눈물들이 이 영화의 생생한 디테일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스틸컷만 보아도 먹먹해지는 이 영화는 개봉을 앞두고 있고, 영화 속 아이들은 이제 막 여행을 떠나려 하고 있다. 그 여행들은, 또 하나의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우리 각자의 삶 속 그 어떤 부분을 건드려 줄까. 아..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 김새론의 연기는 상당한 격찬을 받고 있으니, 그 부분에 주목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빠와의 행복한 데이트를 보낸 진희는 내일이면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다음 날 아침, 아빠는 진희를 보육원에 맡긴 채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라는 말만 남기고 떠난다.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진희는 말도 안하고 밥도 먹지 않고 보육원을 벗어나려 저항도 해보지만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진희는 조금씩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하는데… (네이버 펌)  





 

아..그리고 이번 주에는 이 영화의 예습이 될 만한 영화를 소개하기 보다는 다음의 또다른 영화에 주목해 보고 싶다. (아...이번주는 땡기는 영화가 많다. <파주>도!) 

43년만에 우리나라에서 정식 개봉되는 영화 <알제리 전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영화'라는 수식은 제쳐두고라도, 우리나라에서 43년만에 개봉되어야만 했던 이 영화의 배경을 생각해보면 한번쯤 보아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영화의 어떤 부분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가 없었을까. 운영주체가 바뀐 씨네큐브에서 앞으로도 계속 이런 영화를 틀어준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영화의 대강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954년에서 1962년 사이, 9년간 프랑스 식민통치에 대항한 알제리민족해방전선(FNL)의 무장 독립투쟁과 프랑스군의 정치적 폭력행위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재구성한 영화! 1957년 10월 어느 새벽, 알제리민족해방전선(Font de Lib ration Nationale/FNL) 소속의 나이 든 반군 한 명이 프랑스 부대의 고문을 견디다 못해 마지막 남은 지도자 ‘알리’의 은신처를 누설하고 만다. 은신처를 포위한 프랑스 군은 당장이라도 폭파할 태세이다. 오직 해방을 목표로 투쟁해 온 지도자 ‘알리’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상념에 잠긴 채 치열했던 지난 3년을 회상한다…. (네이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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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3주


 

추석을 앞둔 9월의 극장가는 늘상 그랬듯이 라인업이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국가대표>와 <해운대>가 여전히 여러 관들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자>나 <이태원 살인사건>, 혹은 팀 버튼 감독의 입김이 미친 신작 <9> 등이 눈에 띄지만, 왠지 '이거다' 싶은 작품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가을에는 좋은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극장에 앉아있지 않고, 모두들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좋은 작품들이 개봉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속설 때문일까. 아니면 조금 있다가 추석 연휴 때 개봉을 하려는 생각 때문일까. 

<해운대>와 <이태원 살인사건>는 이미 보았고, <애자>나 <국가대표>는 괜히 눈물 뽑게 될 것 같아서 좀 그렇고, 팀 버튼 식의 애니메이션은 취향이 아니고, 그렇다고 깔려 있는 할리우드산 로맨틱 코미디들이 딱히 땡기지도 않는다. 이 와중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어제(18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80년대 일본뉴웨이브 특별전'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감독들의 작품들이 소개되지만,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건 이름이 낯익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나 최양일 감독의 작품들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항상 하드보일드한 남자들의 세계를 보여주며, 일본 사회를 비판하는, 혹은 꼭 일본 사회가 아니더라도 사회의 어떤 극악한 고리들을 능수능란하게 펼쳐보였던 최양일 감독의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되는 것은 1985년작 <친구여, 조용히 잠들라>와 1989년작 <A사인 데이즈>인데, 영화에 대한 소개를 읽어보았을 때 좀 더 관심이 가는 쪽은 <친구여, 조용히 잠들라>다. 영화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시간표는 http://www.cinematheque.seoul.kr/ 를 참고)

오키나와의 작은 항구마을. 40대 초반의 의사 신도는 옛 친구 사카구치가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멀리서 찾아온다. 작은 호텔을 경영하던 사카구치는 마을을 재개발하려는 거대 건설회사의 매수에 응하지 않고 버티다가 함정에 빠져 수감된 것. 신도는 친구를 구해내기 위해 시모야마 건설의 일당과, 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토쿠다 형사와 일전을 벌인다. 처절한 사투 끝에 마침내 사카구치가 석방되지만, 이들 앞에는 비극적인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기타카타 겐조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최양일의 세 번째 영화. 거대자본에 매수된 경찰에 의해 체포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최대한으로 추구한 작품이다. 통념적인 도덕률로 정의되지 않는 고독한 인물 묘사와 비극적인 세계관에서는 필름누아르적인 영향 역시 엿보인다. 이후 만들어진 하드보일드 영화들에 일종의 모델이 될 만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80년대 하드보일드 영화의 최고 걸작.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아카이브 필름 데이터베이스) 

- 예습이 필요해 -  

 

최양일 감독의 한일합작영화이자, 어지러운 영화 <수>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최양일 감독의 영화들에 구미가 당기지 않겠지만, 꽤 많은 호평을 받았던 <개달리다>나 <피와 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장기가 복잡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와중에서 어떤 캐릭터를 잡아내어, 그들에게 관객들이 자신의 감정을 쉽게 투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회를 바라보던 색다른 시선을 제공하는 것임에 어느정도는 동의할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때로는 매우 마초적이고, 때로는 정말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들을 저지르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일종의 도덕적 관념으로만 그들을 판단할 수 없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의 삶 또한 다른 어떤 것들에 의해 일그러지고 길들여졌음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간단하게 말해서 그의 영화들에는 때로 엄청난 '괴물'들이 나오지만, 그 '괴물'들은 어떤 돌연변이가 아니라, 이 사회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불행한 존재들임을 감독은 그리고 있는 것이다. 즉 아마도 최양일 감독이 주목하는 것은 그 캐릭터의 '흉포성'이 아니라 그 흉포한 캐릭터를 만든 이 사회의 '흉포성'일 것이다. 

<개달리다>: 신주쿠 경찰서의 생활 안전과에 근무하는 형사 나카야마는, 한국인 정보원 히데요시(수길)와 결탁하여 신주쿠를 근거로 활동하는 야쿠자 집단 '애호 조직'에 경찰 단속 정보를 흘려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지만, 범죄의 수사 역시 게을리 하지 않는 기묘한 정신 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나카야마 연인이자 히데요시가 동경하는 상해 출신의 창녀 모모. 이들 세 사람은 신주쿠의 가부키쵸에서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구도 믿지 않고 돈에만 집착하는 모모는 나카야마 몰래 히데요시와 손잡고 암달러상, 매춘, 밀입국 알선, 비밀 도박장 운영하는 사실이 '애호 조직'의 두목 곤다에게 발각되어 곤궁에 처하게 된다. 한편, 마약 단속에 나선 나카야마는 외국인 마약상에게서 빼앗은 마약을 후배 경찰 사쿠마와 자신의 팔에 주사하고 흥분된 상태에서 술집 여자 삐끼를 강간, 가게를 엉망으로 파괴한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포주를 향해 나카야마는 냉정하게 대답한다. "강도, 사기, 공갈, 폭행, 상해죄로 전원 체포". (네이버 펌) 

<피와 뼈>: 오사카의 김.준.평. 1923년. 한 청년이 제주도에서 일본 오사카로 향하는 배 위에 오른다. 청년의 이름은 김준평.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일본에서의 새로운 삶이 그에게 풍요와 희망, 인간다운 삶을 가져다 주리란 것을... 하지만 주변 상황은 그를 ‘괴물’로 만들어 갔다. 무엇이 이 순진했던 청년을 모두가 두려워 하는 존재로 만들었는가?

 오사카에 정착해 공장에 취직한 준평은 그 앞에 나타난 여인 김영희에게 반해 그녀와 강제로 결혼하기에 이른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희망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강인한 체력과 타고난 근성으로 어묵 공장을 성공시키는 준평. 그러나 마치 그의 왕국을 지배하는 것처럼 끝없는 착취와 폭력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냉혹하기 그지없다. 이즈음 자신을 준평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면서 나타난 청년, 다케시가 준평의 집안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겁도 없이 준평에게 폭력으로 맞서는 다케시는 주변을 점점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는데.. (네이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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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4주

 

 

 

 

 

 

 

 

영화에 붙은 별점 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는 의외로 그런 것을 신봉한다. 그런데 난감할 때가 있다. 이 영화에 붙은 별 2개 반 같은 것을 보게 될 때 말이다. 4개나 1개라면 대체로 이 영화가 어떤지 대략은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2개 반의 어정쩡한 별이 붙은 영화들은 보러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난감해진다. 더구나 '상징이 너무 많고, 애매하기까지...'라는 평까지 붙은 영화라면 말이다. 대략 영화의 분위기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어리둥절해지는, 뭔가 찜찜한 뒷맛이 남는 영화일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뭐 어쨌든 간에, 보러가기는 해야 될 것 같다. 감독이 구로사와 기요시고, 주연이 나카타니 미키라면 말이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나름) 걸작 <절규> 전에 나온 영화로 우리나라에는 지각개봉하는 영화다. 그리고 혹자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실패작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괜히 난해한 상징들과 이미지들로 영화를 구성한 일종의 실험작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뭐 어쨌든 간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들에 일종의 실험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언제는 잘 짜여진 이야기와 정교한 플롯이 나왔던 적이 있었나.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의 영화들의 공포의 시작은 이런 어떤 불가해성, 막다른 공간, 설명되지 않은 어떤 것들로 비롯된 것이 아니었는가. 우리는 그저 그것을 즐기면 될 일이다.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로프트>의 담긴 퍼즐 조각들. 진흙을 토하는 여인, 소설가 하루나 레이코, 시골의 새집, 뒤편의 수상한 대학시설, 타인의 미발표 원고, 가위눌림, 고고학자 요시오카 마코토, 천 년 전의 미이라, 미모를 위해 진흙을 마시는 여인, 영원히 젊은 육체, 자살, 살인, 유령, 작가의 자존심, 표절, 강박적인 편집장, 영혼의 구원, 환생, 망상, 저주. 나카다니 미키와 토요가와 에츠시의 앙상블. 
<도플 갱어>로 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열었던 구로사와 키요시의 새 영화는 창고 같은 시골의 집에 이사한 여류소설가의 신비하고 불안한 경험을 그린다. 설명할 수 없는 신체적 이상과 의심스러운 남자를 목격하면서 그녀의 심리는 점차 헝클어지는데... (네이버 펌) 

- 예습이 필요해 - 

다른 영화들도 많겠지만, <절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하나는, 이 영화 <로프트> 이후에 구로사와 기요시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라는 것. 물론 그 사이에 다른 옴니버스로 구성된 작품 중의 하나를 감독하기는 했지만, <로프트>의 어떤 실험성을 이 영화 역시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위의 줄거리의 '진흙을 토하는 여인'이라는 것은 <절규>의 어떤 부분을 자꾸 연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세 번째 진짜 이유. 이 영화는 꽤나 무섭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이 영화의 어떤 이미지들은 자꾸 내 안의 어떤 것들을 건드린다. 그래서 이 짧은 글을 쓰는 순간도 자꾸 무엇인가 연상되어 괴롭다. 아, 그리고 참고로, 오다기리 조나 카세 료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형사(야쿠쇼 코지)의 마음 속 어둠을 그린 서스펜스물 (씨네21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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