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다중인격 - 내 안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는 새로운 자아 관리법
다사카 히로시 지음, 김윤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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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내 안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하는 새로운 자아 관리법

  저자 - 다사카 히로시

 

 

 




  예전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 푹 빠졌을 때, 제목을 보고 끌려서 읽은 책이 있었다. 내 예상과 다른 내용이라 좀 실망했지만, 꽤 재미있었다. 바로 '진 시노다 볼린'의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Goddesses in Everywoman, 1999’이라는 책이었다. 우리 내면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여신들 기질이 숨어있는데, 그걸 제대로 활용하자는 게 주된 이야기였다.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가하면, 이 책 '사람은 누구나 다중인격'을 읽다보니, 문득 시노다 볼린의 책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신에 관한 내용만 없다뿐이지, 기본적으로 하는 말을 비슷했던 것이다.


  다중인격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소재로 쓰인 정신병적인 범죄자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가 의미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다중인격관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인격'이라는 표현에서 그런 선입견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내면에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여러 가지 기질이 있는데, 책에서는 그것을 인격이라고 표현했다.


  저자가 말하는 '다중인격관리'는 그냥 내 식대로 바꿔 말하면, '각각의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하자'라고 할 수 있다. '난 원래 이래.'라고 하지 말고, 회사에서, 집에서, 이웃과의 관계에서, 연인과의 만남에서 어울리는 태도를 취하자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맡은 바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모습으로, 연인과는 닭살 돋는 편한 모습으로(...), 집에서는 가족의 일원으로, 이웃과는 각자의 선을 넘지 않는 배려있는 모습으로 살아가자는 것 같았다.


  연인과의 전화에서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것은 내숭을 떠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집에서는 툴툴대다가도 옆집 할머니를 만나면 예의바르고 무척이나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끔 사람들이 말하는 '밤에는 요부, 낮에는 귀부인 같은 여자'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다중인격관리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처세술에 능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 할 수 있냐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어차피 그런 모습들은 다 가면이고, 내면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아아,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내 몸을 휘감고 있는 어둠의 다크니스……. 슬픈 운명의 테스티니를 타고난 나란 닝겐……. 내 진정한 자아를 찾으면 내 속에 잠들어 있는 흑염룡이 깨어나는 게 아닐까?'라는 중2병스러운 한탄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말이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숨어있는 다양한 인격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고, 그것을 제때 끄집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어야하기에 하루아침에 완성할 수는 없다고 얘기한다. 그 때문에 정신적 기초체력이 튼튼해야 한다고 말한다. 요즘 사람들이 '난 쿠크다스 멘탈이야.'라거나 걸핏하면 '아, 멘붕!'이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그러면 어림도 없다는 뜻이다. 역시 뭐든지 기초체력이 중요한 법이다. 신체적이건 정신적이건, 기본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뭔가를 이룰 수가 없다.


  처음에는 '다중인격'이라는 단어 때문에 부정적이거나 허무맹랑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 이 책은 출판사에서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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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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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前進する日もしない日も, 2011

  작가 -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가 30대 후반부터 40세초까지 쓴 에세이집이다. 그녀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일상 속의 사소한 일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일들이 아주 솔직담백한 글로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뭐, 이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고 있냐?’부터 시작해서 ‘이런 세심함을 갖고 있는 감수성이라서 이런 글을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까지 다양하게 들었다. 너무 소소해서 다른 사람들은 지나칠 법한 지점을 저자는 놓치지 않고, 그것을 들여다보면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다음 자기만의 평범하면서 소박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읽으면서 ‘맞아, 맞아’라는 감탄사와 함께 공감되기도 하고, ‘아, 그렇게 볼 수 있구나!’라며 놀라는 부분들이 꽤 많았다.

 

  중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젊고, 그렇다고 젊은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나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 결혼해서 가정에서만 지내다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에 벅차다는 느낌이 간혹 들기도 한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만나는 친구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 때이다. 또는 기혼자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 대화에 잘 끼지 못할 때도 있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든지 이웃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일들, 친구들과 여행을 하면서 보고 겪은 일, 가족과 자신에 대한 일, 그리고 어떻게 늙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들어있었다.

 

  저자는 그 나이대의 미혼 여성들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 예를 들면 불안이라든지 소망, 슬픔, 기쁨 같은 것들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래서 나만 그런 슬픔이나 고민이 있는 게 아니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저자가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면서 격려를 받기도 하고, 혹시 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좋겠다는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힐링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던 문장을 적어보려고 책을 펼친 순간, 이상했다.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랑 지금 다시 볼 때의 느낌이 달라진 것이다. 그 때는 이 문장이 참 좋았는데, 지금은 저 문장이 더 와 닿았다. 재미있다. 어쩌면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따라 공감되는 부분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문장을 적어보려던 건 패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만화는 만화대로,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각각 느낌이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마치 보슬비처럼 서서히 젖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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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조선 남자 - 음식으로 널리 이롭게 했던 조선 시대 맛 사냥꾼 이야기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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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음식으로 널리 이롭게 했던 조선 시대 맛 사냥꾼 이야기

  저자 - 이한

 

 

 

 

 

  요즘 대세라 불리는 요리먹방쿡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시공간을 초월하여 조선시대까지 그 손길을 뻗었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아, 내가 이렇게 식탐이 철철 넘치는 건 옛날 조상님 대부터 있었던 자연스러운 일이구나라는 안도감도 느꼈고, 역시 우리는 먹는 것에 목숨 거는 민족이었다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서 혼자 좋아하기도 했다.

 

  이 책은 1장 '고기', 2장 '별식', 그리고 3장 '장과 디저트' 세 부분으로 나누어 조선 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조상들이 좋아했던 음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특히 옛 서적에서 발췌한 요리법과 풍속도나 민화에 남겨진 그 당시의 생활상, 그리고 선조들의 음식 예찬 시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그걸 보면서 먹방쿡방에 대한 열기가 갑자기 불어 닥친 게 아니라, 예전부터 존재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모양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를 다룬 1장을 후다닥 펼쳐봤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닭고기, 쇠고기, 회 심지어 개고기까지 나왔는데 돼지고기가 없다. 헐! 우리 조상님들은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를 못 드셔본 것인가! 돼지는 사람이 먹는 것과 비슷하게 먹어서 기르기가 수월하지 않다고 설명이 나와 있었다. 안타깝다. 통 삼겹살 구이와 목살 스테이크가 얼마나 맛있는데! 김장하고 먹는 수육 보쌈의 맛을 모르신다는 걸까?



 

  고기는 구워먹는 게 제일이지만, 책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조리법이 들어있었다. 어떤 방법은 처음 보는 것도 있었다. 참기름으로 닭을 튀기는 방법을 보고는 '헐!'하고 놀랐다. 그 비싼 참기름으로! 이건 고위관리나 왕실에서만 먹었던 요리일 것이다. 개고기의 조리법도 여섯 가지나 된다는 게 놀라웠다. 그냥 채소 잔뜩 넣고 끓여먹는 줄 알았는데……. 돼지고기나 사슴, 꿩 등을 회로 먹었다는 부분에서는 '윽!'했다. 그 때는 기생충 약도 없었을 텐데.

 

  2장 별식에서는 간장게장과 냉면, 떡국, 만두 그리고 상추쌈을 다루고 있었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상추쌈이 별식? 음, 그런데 그럴만했다. 상추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곁들여먹는 것이 다양했다. 빈부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반찬이라고 해야 할까? 있는 집은 쌈장에 고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넣어서 먹었고, 없는 집은 그냥 된장만 가지고 먹었다. 그러니 별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냉면의 유래를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로웠고, 국수에 얽힌 일화들도 재미있었다. 책에서 나온 만두를 다 먹어보고 싶었다. 분명 밥을 먹고 읽는데 왜 배가 고파지는 걸까?


이색의 냉면예찬시


 

  3장은 고추장과 참외 그리고 인절미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장맛을 좋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의 얘기는 재미있었다. 특히 자식들에게 장을 담가 보내고, 그에 대한 말이 없자 대놓고 섭섭해 했던 박지원의 일화는 웃음이 나면서도 뭉클했다. 참외를 제때 바치지 않아서 못 먹었다고 삐친 성종의 얘기는 음식에 대한 집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먹고 죽은 귀신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누군가 떠오르는 참외먹는 사람


 

  먹는 것에도 법칙이 있다고 식사 예절을 중시여긴 이덕무나 좋아하는 음식을 찬양하는 시를 남긴 이색, 농사짓는 것을 좋아했던 정약용 등등 우리가 한번은 들어봤던 사람들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였다. 친구들과 밥 먹으면서 '그렇게 먹는 거 아냐!'라고 잔소리해댔을 이덕무나 한입한입 음미하면서 '그래, 이 맛이야!'라고 시를 썼을 이색을 상상하면 무척이나 즐거워졌다. 나만 돼지가 아니었다니까, 후훗.

 

 



야외에서 고기 구워먹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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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
KBS 요리인류 키친 이욱정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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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이욱정

 

 

 

 

  저자가 만들었다는 다큐멘터리 '누들 로드', 비록 본적은 없지만 몇몇 장면들을 캡처한 사진이나 움짤들은 봤었다. 음식에 관련된 방송을 잘 안 보려는 편인데, 밤에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야식 배달 가게의 전화번호를 찾기 때문이다. 실수라도 그런 방송을 보게 되면, 아아……. 잘 때까지, 가끔은 자면서도 '배고파'를 연발하기 때문이다.

 

  대신 책은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진이었다. 이 책에 들어있는 음식 사진은 어쩌면 그리도 먹음직스럽게 보이는지, 낮 시간이나 배부른 상태에서는 유혹을 이겨낼 것 같았지만…….



 

  책은 저자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다닌 각국의 대표적인 음식 내지는 그 지방의 명물 요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이 요리의 기원이나 발전과정에 대한 부분을 세세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대신 간단하게 그 지방에 갔을 때의 상황, 그 요리를 만드는 사람과의 만남 또는 요리사의 이야기가 짧게 곁들여져 있었다. 물론 요리에 얽힌 배경이나 재료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네다섯 줄로 간략하게, 거부감 없는 양념마냥 살짝 뿌려져 있었다. 거기에 요리의 완성 사진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 내지는 요리사와 저자의 사진이 들어있다. 그런 식으로 한 요리 당 서너 장씩, 총 31가지의 요리 이야기가 펼쳐져있었다.



 

  각 나라의 대표음식이라고 하지만, 어떤 요리는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치킨 티카 마살라'라는 음식은 인도 커리와 결합한 것이고, 일본의 '카레 우동' 역시 이름에서부터 커리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했을 때 커리라는 요리를 처음 만나 자기들 입맛에 맞게 변형시켰고, 일본이 영국과 교류를 맺었을 때 카레를 받아들여 역시 자국민들의 취향에 맞게 바뀌게 된 것이다.

 

  또한 한 나라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요리도 있었다. 스리랑카의 '스리랑카 게 커리'나 인도네시아의 '문어 삼발 고렝'같은 음식은 향신료를 듬뿍 사용하는데, 그 향신료를 얻기 위해 그 나라들이 강대국의 침략을 받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향신료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만드는 노예로 살아가야했던 그 나라 사람들의 사연은 마음이 아팠다. 식욕이 인간의 기본 욕구라지만, 그걸 위해 한 나라를 침략하고 사람을 노예로 부리다니…….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한 집념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했다.



 

  인간이 남긴 모든 흔적은 역사가 된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진 음식은 그 나라가 과거에 어떤 교류를 맺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그 나라에만 있는 독자적인 요리는 그 곳의 풍습이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해 간단하고 쉬운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요리책으로 볼 수도 있고, 요리를 주제로 한 문화 입문서라고도 볼 수 있었다.

 

  문득 책을 읽다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저자의 사진 찍는 자세는 언제 어디서든지 다 똑같았다. 컨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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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처럼 나남신서 1834
김병일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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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병일

 

 

 

 

 

  언제부턴가 '선비'라는 말이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온라인에서 진지하게 댓글을 달거나 참견하는 사람을 지칭하며, 괜히 분위기 깬다고 비난하는 뉘앙스로 쓰고 있다. 그냥 선비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씹선비'라고 하며 비하하고 놀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진지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벌레라는 '충'자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좋게 볼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고고하고 학식이 높은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였던 '선비'가 왜 이렇게 변질되어버렸을까?

 

  이유야 많을 것이다. 우선은 그 단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에게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자녀수가 적어서 맹목적인 애정을 받기에, 남을 배려한다기보다는 자기만 아는 성향으로 자라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학교를 줄 세우는 성적 우월주의 때문에, 은연중에 아이들끼리 성적으로 친구를 나누고 계급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물론 성적뿐만 아니라, 집안의 재산 유무에 따라 자연스레 정해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환경아래,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들의 수는 늘고 있다. 심지어 또래 친구건 연장자건, 얼굴을 알건 모르건, 익명이건 실명이건, 그냥 자기에게 싫은 소리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씹선비'라고 대꾸하며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요즘을 안타깝게 여긴 것은 저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저자는 문제가 많은 요즘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해결책으로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학 기술의 발달을 뿌리치고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과 선진화의 바람에 밀려 뒤로 밀려난 우리의 전통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전에 좋았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을 되찾고 활용하자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아이들의 문제점 중의 대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대개 맞벌이 가정이 많고 자녀수가 적어서 아이들이 이기적으로 자랄 수 있지만, 대가족 중심이었던 예전의 생활 방식을 이용하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전처럼 몇 대가 모여 살 수는 없지만, 조부모와 같이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여기에 저자는 선비들의 생활과 교육 방식을 받아들이자고 얘기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변질되고 비하하는 의미가 부가되었지만, 진짜 조상들의 선비 정신은 그런 것이 아니라 말한다. 자기 자신을 수련하여 남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지향하는 자세가 현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탓하기보다 어른들부터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맞는 말 같았다. 모두가 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부정부패나 범죄를 저지르고 큰소리를 치며 고개를 들고 다닐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공감도 가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저자는 마치 선비 정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저자도 밝혀놓았지만, 선비 정신에도 분명히 단점이 있다. 계급주의라든지 편 가르기, 문 이외의 다른 직업군 무시하기 등등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대충 얼버무리고, 무조건 선비 정신으로 교육하고 생활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는 뉘앙스로 얘기하고 있다. 이거 하나만 먹으면 다 좋아진다는 건, 시장에서 약 파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 아니었나? 거기다 같은 내용의 말을 표현만 달리해서 계속 반복하고 있다. 처음에는 '오오!'하면서 읽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결국 앞과 다르지 않은 내용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차라리 단점을 어떻게 극복해서 현대 교육에 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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