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House, ハウス, 1977
감독 - 오바야시 노부히코
출연 - 이케가미 키미코, 오오바 쿠미코, 진보 미키, 사사자와 사호
‘오샤레’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아빠와 둘이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출장에서 돌아온 아빠가 새엄마가 될 사람이라며 한 여자를 데리고 온다. 원래는 오샤레와 아빠 둘이서만 가기로 했던 여행에 그 여자까지 같이 간다고 하자, 오샤레는 화를 낸다. 그녀는 아빠에 대한 반항으로 여행 대신에 시골에 있는 이모에게 가기로 한다. 마침 여름방학이라, 오샤레는 절친인 ‘판타’, ‘쿵푸’, ‘가리’, ‘스위트’, ‘맥’, 그리고 ‘멜로디’와 함께 이모네로 향한다. 일곱 친구는 신이 나서 방학을 즐기려고 했지만, 도착한 날부터 그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호러타임즈 2월 온라인 상영회에서 본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일곱 명의 미소녀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었다. 70년대 작품이기에 요즘 같은 CG는 없었다. 대신 그림 같은 배경이 아니라 진짜 그림인 배경과 동화풍의 세트와 의상, 어떻게 보면 십 대 소녀들이 자주 가는, 공주님이라 불러주는 화장품 샵 느낌의 색감으로 가득했다. 그러니까 세트라는 게 너무 티가 나서, 실제가 아니라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걸 확실히 알려주는 듯했다.
소녀들은 밝았고 쾌활했으며, 슬픔이나 아픔 같은 건 모르는 분위기였다. 기차 안에서 오샤레가 전쟁 때문에 약혼자를 잃은 이모에 관한 얘기를 해주는데, 그들은 전쟁의 아픔이나 고통보다는 다른 부분에 관심을 보였다. 달리 말하자면, 머릿속에 꽃밭이 가득한 아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을 때도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확실히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냥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그들이 조금만 더 현실감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아니, 100% 현실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보통 사람과 비슷한 상식이라도……. 아, 이 작품의 다른 인물들도 보통 사람과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구나. 왜 그런 걸까 생각해보니, 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렸다.
영화는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세트에 만화적인 기법이 결합하여, 모든 것이 다 환상 속에서 벌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소녀들이 죽을 위기에 처해도, 그게 오싹한다거나 무섭지 않았다. 음, 그러니까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서 두 주인공이 어떤 사고를 당해도 ‘쟤네 죽으면 어떡해! 사고 후유증은?’하고 생각하기보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웃는 것과 비슷했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고 정말 이상한 꿈이었다는 대사가 나와도 무리 없이 넘어갈 수 있는 흐름과 분위기였다.
아마도 그걸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등장인물 모두가 다 평범한 사람과 다른 생각과 행동을 보여주는 모양이다. 모두가 다 호호거리면서 세상의 어두운 면은 잘 모르는 아이들이, 어른스러운 외모에 비교해 아직 미숙한 어린아이 같은 과장된 행동과 착한 대사를 내뱉으며, 너무도 예쁘게 그려진 세트 안에서 움직인다. 마치 사랑과 꿈이 넘치는 소녀 만화책인데 네모칸 안의 인물들은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이후 스포일러가 될 문장들이 있으니 주의 바람!
영화가 어떻게 보면 막장 호러가 될 설정들이 많은데, 위에서 말했다시피 너무 분위기가 블링블링 귀염귀염 상큼발랄해서 그런 게 하나도 드러나지 않았다. 초반에 오샤레가 아빠를 챙기는 모습이 마치 부인이 남편을 챙기는 것과 비슷하게 나온다. 거기다 아빠가 딸에게 하는 행동도 좀……. 고등학생 딸에게 공주님 안기라니……. 또한, 오샤레는 엄마와 똑같이 생겼다. (당연하다. 1인 2역이니까) 이건 그러니까 일상생활 불가능한 시선으로 보면, 근친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오샤레가 아빠의 재혼에 그렇게 화를 내고, 이모네로 가버렸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나와 상의도 하지 않고 첩을 데리고 오다니, 용서할 수 없어! 마지막 장면에서 새엄마 후보와 오샤레 둘이 마주쳤을 때, 그렇기에 오샤레가 그녀의 몸을 차지할 거로 생각했다. 그러면 아빠의 합법적인 부인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결말은 전혀 달랐다. 아마 오샤레는 이제 그 미모와 재능으로 여러 남자를 발아래 두는 진정한 팜므파탈로 다시 태어날지도 모르겠다.
방학이라고 친구 이모네로 놀러갔던 친구들이 불쌍한 영화였다. 역시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그나저나 왜 새엄마 후보의 스카프만 그렇게 하늘하늘 바람에 날리는 걸까? 주위의 다른 건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데 말이다. 설마 바람의 정령으로 특수 효과를 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