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칼 힐티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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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ur schlaflose Nachte, 1901

  저자 - 칼 힐티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은 많이 들어본 책이 있다. ‘삼국지’라든지 ‘성경’이라든지 ‘논어’, ‘명심보감’ 그리고 ‘수학의 정석’ 등이 그 예일 것이다. 이 책도 그렇다. 제목은 여러 번 들어봤지만 표지라도 거들떠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책을 손에 집어들 기회가 생겼다.

 

  음, 어디 보자. 저자가 스위스 사상가? 헐, 독일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은 소문대로 1년 365일, 날짜별로 짧게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구성으로 되어있었다. 매일 하루에 하나씩, 어떤 날은 몇 줄 정도의 분량이고 또 어떤 날은 한 장이 될 때도 있다. 하루하루 정해진 분량대로 읽으려면, 매일매일 잠을 못 이루어야 하는 걸까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이 아주 잠깐 스치고 지나갔다.

 

  저자가 독실한 종교인이라서 그런지, 이야기의 소재나 결론이 기독교인으로 갖추어야 할 삶에 관한 것이 많았다. 거의 모든 것이 하나님에 대한 귀의로 돌아가는 것이 마음에 안 들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필터를 가지고 읽으면 꽤 괜찮은 삶의 자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건 결론은 욕심을 버리고 현재에 충실하게,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미니까 말이다.

 

  왜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붙였는지, 한참 읽다가 깨달았다. 잠 못 이루는 밤. 쓸데없는 망상을 한다거나 웹서핑으로 시간 허비 하지 말고 억지로 오지 않는 잠을 오게 하려고 애쓰지 말고, 평소에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비어버린 머리와 마음을 채우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보통 때라면 잘 하지 않을 인생이라든지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떠냐고 저자가 말하는 것 같다. 배는 이미 부르니, 머리와 마음을 채워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 준비 없이 생각하면 망상이라든지 허황된 상상으로 흘러갈 수 있을 테니, 주제를 하나씩 던져준 것이다. 저자의 글을 읽고 그것을 더 확장시켜본다거나 그에 대한 반론이라도 생각해보면서, 생각의 폭을 넓힐 기회를 가져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막연하게 느껴졌던 인생이라든지, 삶을 바라보는 시각,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에 대한 관점 등등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될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저자는 생각한 모양이다. 과연 저자가 1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서도 자신의 글이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을지는 의문이지만. 하지만 명작이라는 것은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피와 살이 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는 법이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뜨끔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사람들의 생애에서 볼 수 있는 증오의 대부분은 질투나 거절당한 사랑 때문이다.’ 라든지 ‘책을 너무 많이 읽는 것은, 이른바 양서나 종교적인 책이라 하더라도 주관이 바르게 서지 못한 사람에게는 나쁠 수 있다.’, 또는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재능 있는 사람들조차도 그들이 경험하는 모든 것에 관하여 즉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략)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곧잘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되고 (중략) 끝까지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여 자신의 품성을 해치고,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를 입힌다.’ 같은 무척이나 와 닿는 글들이 많았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읽어도 좋지만, 한가한 시간대에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매일 잠 못 이룰 리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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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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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저자 - 함현식

 

 

 

 

 

  부제인 '위인전에 속은 어른'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과 나이가 들어 알게 된 그 위인의 또 다른 면모에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위인만 그런 게 아니다. 역사도, 사회도, 정치도, 문화도 다 양면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에게는 좋은 점만 부각해서 알려주고 그 외의 사항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어린 마음에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들은 흠 하나 없는 완전무결하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그러다가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에 이런저런 책을 읽게 되고, 어린 시절 마음에 품었던 위인들의 전혀 다른 면모를 발견하면서 놀라움과 실망 그리고 분노마저 느끼게 되었다. '이건 아이들을 입맛대로 세뇌시키려는 어른들의 음모야!' 이런 생각마저 하기도 했다.

 

  이 책은, 어린 시절 마음에 품고 있던 사람에 대한 환상을 깨부술 위험이 있다. 어린이용 위인전에서는 절대 다루지 않을,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을까라고 혀를 차거나 분노할만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자유를 외쳤던 시인의 가정 폭력이라든지 모성을 갈구하기만 하고 대책 없이 의존적이었던 천재 화가라든지 버림받을까 두려워 양다리 걸치다가 이혼을 거듭하고 허세를 부렸던 작가, 그리고 자기애성 인격 장애를 가진 IT회사 사장 등등. 읽으면서 '헐…….'하고 고개를 저을만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사람이 무조건 다 선일수도 없고, 100% 악일 수도 없다. 좋은 점이 있으면 안 좋은 점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좋은 점이 있다는 이유로 나쁜 부분을 묻어서도 안 되고, 그가 저지른 나쁜 일 때문에 좋은 일마저 안했다고 여기면 옳지 않다. 좋은 부분은 좋은 부분이고, 나쁜 부분은 나쁜 부분 그대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꼬꼬마 어린 시절에는 그런 판단을 내리기엔 좀 힘들 수도 있다. 아, 그래서 어린이용 위인전에는 그렇게 좋은 점만 줄줄이 적어놓은 것이구나!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위인전을 다시 읽지 않으면, 출판사의 의도대로 환상을 품고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음, 어른이 되어서도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저자는 어린이용 위인전에서 다루지 않는 부정적인 면을 '찌질함'이라 불렀다. 가정 폭력이나 인격 장애 같은 부분까지 '찌질'이라는 범위 안에 넣을 수가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범주로 분류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자신의 찌질함을 알거나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그대로 살아갔다면, 그 사람은 그냥 동네 찌질이 그 이상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자신의 그런 찌질함을 뛰어넘었다. 자신의 비참한 상태를 파악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심지어 예술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위인이라 불릴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단순히 '이것 봐, 위인이라고 존경받는 이 사람 사실 이런 짓도 했었어. 그런데도 숭배할래?'라고 말하려고 이 책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뒤표지에 적혀있는 것처럼, 저자는 '찌질함은 위대함의 일부였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신의 핸디캡이나 시련을 극복한 사람을 위인이라고 부른다면, 그들은 위인이라 불릴 이유가 충분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그렇지가 않겠지만…….

 

  위인은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고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 다른 평범한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난 안 될 거야. 싹수가 노랗잖아.'라고 섣불리 판단한 주위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 가정 폭력범도, 친구 등쳐먹었던 사람도, 바람둥이도, 애정결핍자도, 히틀러 빠돌이……아, 아니 이 사람은 제외하고 하여간 결점이 있는 사람도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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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힘든 말
마스다 미리 지음, 이영미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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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言えないコトバ, 2012

  저자 - 마스다 미리

 

 

 

 

  하기 힘든 말이라는 제목에 이런저런 상상을 해봤다. 언제나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까 추측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말이다. 내 예상과 책의 내용이 맞으면 맞는 즐거움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시각을 배우는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름 제목에 충실한 내용이지만, 한편으로는 내 예상과 좀 달랐다.

 

  내가 생각한 하기 힘든 말은 마음에 묻어두었던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그래서 저자가 그 특유의 감성과 표현법으로 어떻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놓을지 기대도 되었다. 그런데 음, 책은 내 예상과는 좀 다른 내용이었다. 하지만 하기 힘든 말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회가 변화하면서 예전에는 잘 썼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말들, 세대 차이가 느껴질 법한 말들, 그리고 지금은 다른 표현으로 대체된 말들에 대해 저자는 얘기하고 있었다. 어감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예를 들면 예전에는 다방이나 찻집이었지만 지금은 카페라고 한다. 다방이라고 하면 완전 아저씨 느낌이고, 카페라고 하면 어딘지 모르게 밝고 세련된 느낌이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그런 말들에 대해 느낀 것들을 그리고 있었다. 왜 그 단어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시대에 뒤쳐진 것은 아닌지, 한 번 시험 삼아 사용하려 했지만 입에 붙지 않아 어색해서 결국 못하고 말았다는 경험담이 짧은 글과 만화로 펼쳐져있다.

 

  크게 활짝 웃는 부분은 없지만 소소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대목은 있었다. 그게 이 작가의 특징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 사람, 너무 소심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너무 의식한 나머지, 하고 싶은 말이나 쓰고 싶은 표현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지금 이 말을 해도 될까 안 될까 생각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새로운 표현을 알았다고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런 신조어를 써도 되는지 고민한다. 왜 그렇게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지, 그러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다. 나름 유명인이기 때문일까?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어떤 후폭풍이 올지 몰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저자 너무 마음이 여리고 소심해 보인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 정도까지면……. 좀 너무 심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도 소심하고 내향적이라 사람들과 어울릴 때 이런저런 고민을 좀 하지만, 이 책의 저자만큼은 아니었다. 나보다 더 심한 사람이 있다니. 어쩐지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단어 하나에도 관심을 갖고 깊은 성찰을 하는 모습은, 마음에 들었다. 아무 단어나 함부로 쓰지 않고 어원이라든지 바른 사용법을 정확히 알아 쓰려는 것이니까. 유행한다고 제대로 의미도 모르면서 남발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자세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태도로 단어를 익혀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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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탐정들
정명섭.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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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정명섭, 최혁곤

 

 

 

 

  실록과 역사서에서 추린, 조선시대에 발생한 사건을 조사하고 범인을 잡아낸 16인의 명탐정을 소개한 책이다. 사건의 개요는 소설 형식으로 꾸몄고, 조사 과정은 기록에 적힌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거기에 시대적 배경이나 저자의 의견이 덧붙여졌다. 마지막으로 소개한 탐정과 비슷한 외국 추리 소설의 탐정을 소개하면서 마무리되고 있다.

 

  16명의 명탐정이라지만 사건은 13개이다. 팀을 이루어 해결한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탐정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종대왕이나 정조라든지 정약용, 심지어 연산군까지 있었다.

 

  조선시대에 일어났던 사건 기록을 보면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돈과 사랑이 범죄의 원인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또한 권력을 가진 양반과 종친의 범죄에 대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서, 권력형 범죄에 대해서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언제나 범죄에 대해 가혹하게 처벌받는 것은 일반 백성 대상으로 할 때뿐이다. 비록 권력 앞에서도 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해야한다고 하는 관리가 존재하긴 하지만, 왕의 비호 앞에 그 관리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그건 뭐 지금도 비슷한 경우이긴 하다. 줄을 잘 서야 하는 건가?

 

  책은 실제 있었던 사건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시대적 배경이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옛 조상들의 생활상이라든지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기 쉬웠다. 그래서 그런 판결이 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있었다. 바로 용의자를 잡아다가 무조건 곤장을 치면서 범죄를 자백하게 한다는 점이었다. 요즘으로 따지면 고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 거짓으로 자백하게 하거나, 매를 견디다 못해 용의자가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읽다가 ‘헐’하고 놀랐다. 예전에는 고문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나 보다. 아, 그래서 그 전통이 이어져서…….

 

  또한 아쉬운 점도 더러 있었다. 우선 왜 외국 소설 속의 탐정들과 비교했는지 이상했다. 이 책에 있는 사람들은 실제 존재했던, 살아 숨 쉬던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왜 허구의 인물들과 연결을 시켰을까? 그냥 조상들의 사례만 보여줘도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연관성이라는 게 어떤 건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다. 어쩐지 추리 소설 속의 탐정들을 소개시키기 위해 조상들의 과거 사례를 찾아낸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중간에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143쪽에 나오는 이순의 사례였다. ‘하지만 윤백원의 재산은 정실부인의 유일한 소생인 개미치에게 상속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윤백원은 자신이 그 재산을 독차지하면서 개미치와 사이가 벌어졌다.’라는 문장이 있다. 여기서 윤백원은 아버지이고 개미치는 딸이다. 아버지가 아직 죽지 않았으니 재산이 상속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 재산을 독차지했다고 딸과 사이가 벌어질까? 혹시 정실부인, 그러니까 개미치의 생모가 남긴 유산이 딸에게 가야하는데 그걸 아버지가 후처와 함께 차지해버려서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하는 게 아닐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첫 번째 장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오타 때문에 깜짝 놀랐다. 출판사가 그래도 나름 이름 있는 곳인데……. 12페이지 끝에서 세 번째 줄, ‘조정에서 이 문제를 덥기로 결정하면서’ 라고 적혀있다. ‘덮다’를 써야하는 게 아닌가? ‘덥다’는 ‘날이 덥다.’에서처럼 쓰는 말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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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
제임스 W. 로웬 지음, 이현주 옮김 / 평민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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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ies My Teacher Told Me: Everything Your American History Textbook Got Wrong

  저자 - 제임스 W. 로웬

 

 




 

  우연이라도 이 책을 제목을 보면 놀랄 것이다. 세상에,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다니!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해야 할 선생님이 진짜로? 물론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라 미국의 일이라 다행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계 제일이라는 미국에서도 그러는데 하물며…….’라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헐, 자기들 잘났다고 맨날 남의 나라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더니만, 뒤로는 이런 짓을 하고 있었군.’ 이런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휘리릭 대충 앞부분에 있는 조작된 역사에 관한 부분만 읽고 넘겼다. 거기가 제일 관심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예를 들면, 헬렌 켈러가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어떻게 살았는지 왜 위인전에서는 다루지 않는 건지, 민족 자결주의를 내세웠던 윌슨 대통령은 사실 지독한 인종차별 주의자였다는 사실 등등.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읽은 헬렌 켈러 위인전은 예전과 조금 달라졌다. 그 책이 재작년인가에 나왔는데, 지금까지 어디서도 보여주지 않던 그녀의 인생 후반기까지 다루고 있었다. 그녀는 여성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차별 정책에 반대하여 시위도 많이 하고 그랬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와서, 그런 특별한 몇몇 경우를 빼놓고는 이 책의 존재에 대해 거의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요즘 사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는 저번에 넘어갔던 뒷부분에 있는 얘기까지 꼼꼼하게 읽었다. 특히 ‘역사를 왜 이렇게 가르치는가?’ 와 ‘역사를 이렇게 가르친 결과는 무엇인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역사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가 많은데, 그 중의 하나는 ‘교과서가 확실성의 수사학’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과서란 검정을 받고, 외부의 압력을 받기 때문에 교사가 자유롭게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 공부란, 교사가 통제하는 정보의 전달에 국한된다고 말한다. ‘사적 대담에서는 생기발랄하고 생각이 넓고 많은 지식을 가진 교사가 수업시간에는 편협하고 단조롭고 엄격한 교사’로 변한다고 지적한다. 교과서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해도, 어떻게 그들이 힘 있는 출판업자나 후원화된 저자의 기획물과 경쟁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미국의 수업도 그렇지만, 한국의 역사 시간도 비슷할 것이다. 교과서에 반하는 것은 가르칠 수가 없다. 교과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지침서이다. 그래서 그것을 선정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또한 저자는 역사에 재미를 붙이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역사를 제시해보라고 제안한다. 그냥 활자로만 존재하는, 죽어있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 가치관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난 우리 역사 가운데서도 특히 근현대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우리 상황과 가장 가깝게 연결이 되어있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과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계속 떠올랐다. 아무것도 모르고 학교와 사회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서 살면 마음은 편할 것이다. 이것저것 골치 아프게 생각하거나 걱정할 거 없고, 모든 것은 잘 아는 위에서 알아 처리해줄 테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시키는 대로 했던 것이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이후 삶은 머리가 아파진다. 반대 의사를 하게 되고 저항을 시작하면, 아마 살기 고달파질 것이다.

 

  어디서 읽은 것인지 확실히 기억은 안 나는데,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은 평안하다는, 그런 비슷한 뉘앙스의 구절이 생각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한다. 이왕이면 편안하게 별다른 고민 없이 살아가는 것도 좋고.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 이 책은 현재 절판되었고, 2010년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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