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Ghost In The Shell, 2017

  감독 - 루퍼트 샌더스

  출연 - 스칼렛 요한슨, 마이클 피트, 줄리엣 비노쉬, 마이클 윈콧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미래, ‘한카 로보틱스’ 사에서는 기계의 몸과 인간의 뇌를 결합하는 실험이 행해진다. 사이버 범죄와 테러 사건을 담당한 ‘섹션9’의 ‘메이저’는 그 실험으로 탄생한 최고의 요원이다. 한카의 임원들이 계속해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섹션9이 이를 담당하게 된다. 메이저는 파괴된 로봇으로 해킹을 시도하던 중, 테러 행위의 배후에 있는 ‘쿠제’라는 인물을 보게 된다. 그를 추적하던 메이저는 이상한 환각을 보게 되고, 처음에는 시스템 오류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내 그녀는 자신을 만든 ‘오우레’ 박사와 한카의 대표인 ‘커터’가 숨기고 있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은 애인님이 꼭 같이 보자고 해서, 개봉하는 날 저녁때 후다닥 같이 본 작품이다. 원작은 일본 작품인 ‘공각 기동대 Ghost In The Shell, 攻殻機動隊, 1995’라고 하는데, 꽤 인기가 좋았나보다. 지인들 중에 명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도 얘기했지만,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이상한 반발심 때문에 안 보는 심리를 가진 인간이기에 말만 들었지 보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 영화는 애인님 때문에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원작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애인님은 화를 냈고, 원작을 모르는 난 그럭저럭 보았다. 우선 주연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이 무척 예뻤고, 영화의 CG가 꽤 멋졌다. 재미있는 건, 영화 초반에 합작한 회사 로고가 뜨는데 중국계 회사가 두 개나 있었다. 그런데 내용은 온통 일본 문화로 가득했을 뿐, 중국의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배경은 일본이고, 중국계 회사가 참여했는데 주인공은 미국인이다. 와, 뭔가 엄청나고 기괴한 혼합물이다.

 

 

  위에서 말했지만, 영화의 CG는 무척이나 환상적이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부정적인 면도 많지만, 이런 점에서는 무척 마음에 든다. 보면서 ‘와-!’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영화에서는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는데, 현실은 실제와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뭔가 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비슷하다고 하면 비슷할까?

 

 

  영화를 볼 때는 영상에 푹 빠져서 몰랐는데, 보고 나서 생각하니 스토리텔링 적으로 빠진 부분이 많았다. 왜 그는 로봇 탱크가 공격해오는데 반격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그의 능력으로 보면 충분히 제압하거나 반격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팀원들이 꽤 많던데, 왜 공격은 한두 명만이 하는 걸까? 그 사람은 팀의 사무실에 도청까지 할 정도였는데, 왜 팀원들에게 미행은 붙이지 않았을까? 또한 메이저의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고민이 무척이나 길어서, 영화는 조금 늘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세상에나, 상영시간이 1시간 47분정도인데 그런 기분이 들게 하다니……. 얼마 전에 본 ‘존 윅 리로드 John Wick: Chapter 2, 2017’은 이 작품보다 더 단순한 줄거리를 갖고도 두 시간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게 속도감 있게 쭉쭉 뻗어갔었다.

 

 

  어쩌면 내가 이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기동대’라는 제목 때문에, 로봇과 인간이 합쳐진다는 설정 때문에, 그냥 단순히 치고받고 싸우는 영화라고 예상했던 건 아닐까? 사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기계와 인간의 구별이 되지 않는 세상에서 어디까지 인간으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또한 영화의 배경이 된 시대는 기억마저 조작할 수 있는 사회였다. 그렇다면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든다는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런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나를 끌어주고 밀어줬던 과거의 경험이나 시련이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지금의 난 가짜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그런 고찰을 하는 주인공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액션 장면이 예상보다 적고, 약간 늘어지는 느낌을 주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고찰을 하는 장면조차 그리 확실히 보여주지 않아서, 꼭 그럴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냥 다 어정쩡한 가운데, CG만 확실히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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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03-31 0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인님께서 왜 화를 내셨을까요? 원작을 훼손했다는 건가요? 확실히 일본이 상상력에서 훨씬 앞서나가는 것 같아요. 중국은 자본과 물량에서 넘사벽이고 일본은 상상력에서 넘사벽이고 미국은 모든 점에서 넘사벽이고 한국은 그 존재의 유지조차 힘겨운 상황이죠. 《그렇다면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든다는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런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나를 끌어주고 밀어줬던 과거의 경험이나 시련이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지금의 난 가짜일까 아니면 진짜일까?》 이런 존재론적 고민과 사유가 한국에선 여간해선 나올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음주가무와 주색잡기, 권력놀음을 삶의 최고의 낙과 성취로 생각하는 족속이라고 봅니다. 그동안 제작돼 왔던 한국 영화를 시대별로 죽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건 100% 이상 충분히 증명된다고 봐요. 우리 한국 영화에 《공각기동대》(원작)에 견줄 만한 영화가 있었던가요? 한국 영화에 SF 장르의 계보가 과연 존재하는가요? 한국 영화의 소재와 주제는 거의 모두 음주가무와 주색잡기, 권력놀음으로 수렴된다는 것이죠.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