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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
그레타 툰베리 외 지음, 고영아 옮김 / 책담 / 2019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
저자 - 그레타 툰베리, 스반테 툰베리, 말레나 에른만, 베아타 에른만
스웨덴의 인기 있는 소프라노 가수였던 ‘말레나’와 작가이자 배우였던 ‘스반테’. 그들은 첫째 딸 그레타를 얻는데, 아이가 성장하면서 남들과 매우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아이의 병명도 확실히 알지 못해서 병원을 찾아다녔는데, 결국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큰딸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는 가운데, 둘째인 ‘베아테’도 역시 다른 아이들과 다른 증세를 보인다. 명성을 누리던 직업을 버리고, 부부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전념하기로 하는데…….
얼마 전에 리뷰를 쓴 ‘그레타 툰베리 La Storia Di Greta’는 그레타 한 사람의 이야기만을 적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었다. 반면에 이 책은 부모의 입장에서 적은, 다른 아이들과 다른 두 딸을 기르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일들과 기후 변화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담고 있다. 특히 그레타의 어머니인 ‘말레나 에른만’의 입장에서 주로 서술되고 있다. 비록 저자에는 온 가족의 이름이 다 적혀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레타가 주도한 금요 학교 파업에 관한 얘기보다는, 남들과 다른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창의적이고 자신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좋은 뜻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요즘은 남들과 다른 사람들은 배척을 받기 쉽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말에 낯섦을 느끼고 불편해한다. 특히 장애가 있다면, 사람들은 그리 편안해하거나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외출 한 번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하철은 물론이고 버스도 제대로 탈 수가 없다. 온 가족이 다 매달려서 장애가 있는 가족 한 명을 돌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말레나와 스반테는 두 딸이 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심각한 섭식 장애와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증상을 보이는 그레타와 특정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스트레스와 분노를 느끼는 베아테. 두 부부 역시 그런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적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말레나 같은 경우에는 공연을 앞두고 기절할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그레타가 집중하고 있는 기후 변화 문제를 같이 연구하던 가족은 그 심각성에 놀라고 만다. 그레타의 끈질긴 노력 덕에 그들은 정부와 언론이 국민을 상대로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작은 것 하나부터 실천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레타를 비롯한 가족은 공연이나 강연을 하러 갈 때면 자동차나 배를 타고 이동을 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흔히 우리가 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로 꼽는 스웨덴에서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100% 완비가 되어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그레타는 선생님이 없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복지가 잘 되었다는 스웨덴조차 그 정도면, 우리나라는?
그레타와 베아테는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말레나는 말한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여러 의사와 상담가를 만나 정확한 병명을 알았기에 치료를 받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말레나가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였고 스반테 역시 배우였기에, 둘 다 일을 잠시 쉬고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지 못한 가정의 아이들이었다면, 병명을 몰라 치료를 받을 수 없고 집에 방치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같이 아슬아슬한 가족의 상태와 위기에 처한 지구의 상황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데, 무척이나 위험해 보였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둘 다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더 긴박한 느낌이 들었고, 읽는 내내 불안했다. 전에 읽었던 ‘그레타 툰베리 La Storia Di Greta’가 용기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 이 책은 절망과 우울, 처절함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희미하게 빛나는 출구를 향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