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조선 남자 - 음식으로 널리 이롭게 했던 조선 시대 맛 사냥꾼 이야기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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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음식으로 널리 이롭게 했던 조선 시대 맛 사냥꾼 이야기

  저자 - 이한

 

 

 

 

 

  요즘 대세라 불리는 요리먹방쿡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시공간을 초월하여 조선시대까지 그 손길을 뻗었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아, 내가 이렇게 식탐이 철철 넘치는 건 옛날 조상님 대부터 있었던 자연스러운 일이구나라는 안도감도 느꼈고, 역시 우리는 먹는 것에 목숨 거는 민족이었다는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서 혼자 좋아하기도 했다.

 

  이 책은 1장 '고기', 2장 '별식', 그리고 3장 '장과 디저트' 세 부분으로 나누어 조선 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조상들이 좋아했던 음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특히 옛 서적에서 발췌한 요리법과 풍속도나 민화에 남겨진 그 당시의 생활상, 그리고 선조들의 음식 예찬 시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그걸 보면서 먹방쿡방에 대한 열기가 갑자기 불어 닥친 게 아니라, 예전부터 존재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모양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를 다룬 1장을 후다닥 펼쳐봤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닭고기, 쇠고기, 회 심지어 개고기까지 나왔는데 돼지고기가 없다. 헐! 우리 조상님들은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를 못 드셔본 것인가! 돼지는 사람이 먹는 것과 비슷하게 먹어서 기르기가 수월하지 않다고 설명이 나와 있었다. 안타깝다. 통 삼겹살 구이와 목살 스테이크가 얼마나 맛있는데! 김장하고 먹는 수육 보쌈의 맛을 모르신다는 걸까?



 

  고기는 구워먹는 게 제일이지만, 책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조리법이 들어있었다. 어떤 방법은 처음 보는 것도 있었다. 참기름으로 닭을 튀기는 방법을 보고는 '헐!'하고 놀랐다. 그 비싼 참기름으로! 이건 고위관리나 왕실에서만 먹었던 요리일 것이다. 개고기의 조리법도 여섯 가지나 된다는 게 놀라웠다. 그냥 채소 잔뜩 넣고 끓여먹는 줄 알았는데……. 돼지고기나 사슴, 꿩 등을 회로 먹었다는 부분에서는 '윽!'했다. 그 때는 기생충 약도 없었을 텐데.

 

  2장 별식에서는 간장게장과 냉면, 떡국, 만두 그리고 상추쌈을 다루고 있었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상추쌈이 별식? 음, 그런데 그럴만했다. 상추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지만, 곁들여먹는 것이 다양했다. 빈부격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반찬이라고 해야 할까? 있는 집은 쌈장에 고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넣어서 먹었고, 없는 집은 그냥 된장만 가지고 먹었다. 그러니 별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냉면의 유래를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로웠고, 국수에 얽힌 일화들도 재미있었다. 책에서 나온 만두를 다 먹어보고 싶었다. 분명 밥을 먹고 읽는데 왜 배가 고파지는 걸까?


이색의 냉면예찬시


 

  3장은 고추장과 참외 그리고 인절미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장맛을 좋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의 얘기는 재미있었다. 특히 자식들에게 장을 담가 보내고, 그에 대한 말이 없자 대놓고 섭섭해 했던 박지원의 일화는 웃음이 나면서도 뭉클했다. 참외를 제때 바치지 않아서 못 먹었다고 삐친 성종의 얘기는 음식에 대한 집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먹고 죽은 귀신 얘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누군가 떠오르는 참외먹는 사람


 

  먹는 것에도 법칙이 있다고 식사 예절을 중시여긴 이덕무나 좋아하는 음식을 찬양하는 시를 남긴 이색, 농사짓는 것을 좋아했던 정약용 등등 우리가 한번은 들어봤던 사람들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색다른 기회였다. 친구들과 밥 먹으면서 '그렇게 먹는 거 아냐!'라고 잔소리해댔을 이덕무나 한입한입 음미하면서 '그래, 이 맛이야!'라고 시를 썼을 이색을 상상하면 무척이나 즐거워졌다. 나만 돼지가 아니었다니까, 후훗.

 

 



야외에서 고기 구워먹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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