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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면 뭐 어때 -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읽는 교과통합소설 ㅣ 소설로 읽는 통합사회 2
염명훈 외 지음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 선생님과 학생이 같이 읽는 교과통합소설
작가 - 김경윤, 김한수, 송원석, 염명훈
‘오영’은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문과와 이과반으로 나뉘는 바람에, 친구였던 ‘물결’과 ‘용해’와는 다른 반이 되었다. 오영의 반은 문제아로 유명한 ‘종수’와 그 무리가 들어있는, 학교 선생들이 담임을 맡기 싫어하는 반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원다민’ 선생이 담임을 맡으면서, 반의 분위기가 묘하게 바뀐다. 수학여행이 갑자기 금지되자 담임은 자기네끼리 놀러 가기도 하고, 학교 화장실에서는 볼일을 볼 수 없다는 종수와 그 패거리들에게 외출증을 끊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다른 선생들의 반발을 산다. 한편 오영의 아빠가 농장을 하는 근처에 골프장이 세워진다는 소식이 들리자, 마을 사람들은 반대 시위를 하기로 다짐하는데…….
교과 통합 소설이라고 하는데, 어떤 교과 통합인지는 잘 모르겠다. 학생회장 선거에 얽힌 일이나, 원 담임이 아이들에게 권리나 의무에 관해 얘기하는 부분, 오영의 할아버지에 얽힌 사연, 노인 빈곤 문제 그리고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일들과 태양열을 이용한 사업, 그리고 특성화 관광에 대한 것들을 보면 아마 사회과목이 아닐까 싶다. 법과 사회라든지 경제, 환경 등이 섞여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주인공인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오영의 일 년을 담고 있다. 한 권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일 년을 다뤄야 하므로, 자세한 설명 없이 휙휙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 교과와 관련이 없는 사항이라 그런 모양이다. 책이 청소년 성장 소설이었다면 아마 물결이 왜 오영과 거리를 두는지, 왜 용해에게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자세히 다뤘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오영의 1학년 시절을 다룬 책을 읽지 않아서일까? 하지만 오영은 계속해서 물결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으니, 거기서도 나오지 않았을 것 같다. 그 부분은 읽는 사람의 상상력에 맡기고 있는 모양이다.
대신 책은 오영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여러 가지를 깨닫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즉, 오영이 익숙한 장소인 가정에서 벗어나, 학교와 사회라는 다른 세상에 대해 배우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담임의 대화에서 지금까지 아무런 의문 없이 받아들였던 일들이 사실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고, 2학기에 담임이 바뀌면서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도 배우게 된다. 또한, 그동안 몰랐던 다른 사람의 사정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원인과 대처 방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특히 그 중의 어떤 일들은 학교나 가정에서는 배울 기회가 없고, 또 굳이 알려주지 않는 것들이었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담담하면서 냉정했다. 분명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 등장하고 애완동물과 교감을 나누며 친구들의 우정은 훈훈한데, 어떤 부분에서는 얼음보다 더 차가운 대사와 분위기가 느껴졌다. 마치 ‘동화 같은 세상은 꿈꾸지 마라! 현실은 비정한 거다, 이 꼬꼬마들아!’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부모의 품속에서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으며 좋은 말만 들어왔다면, 이 책은 부모의 품을 벗어난 아이들에게 냉정함과 비정함, 무관심, 노력에 대한 배신, 편견 그리고 세상일이 꼭 해피엔딩이 아닐 때도 있다는 걸 알려줬다. 그 부분은 좀 놀라웠다. 나 역시 조카들에게 결말이 해피엔딩인 이야기만 추천해줬기에, 과연 이 책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책의 어떤 문장은 그야말로 시적으로 묘사된 부분도 있고, 또 어떤 문장은 무척이나 건조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낯설었다. 요즘 중고등학생 중에 이런 만연체와 비유로 가득한 문장을 읽어볼 기회를 가진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일 수도 있었다.
오영의 특별한 능력,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와 개 심지어 엄마 목걸이에 달린 예수상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좀 놀라웠다. 어쩐지 현실적이면서 또 비현실적인 요소가 뒤섞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