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I Spit on Your Grave 2, 2013
감독 - 스티븐 R. 몬로
출연 - 젬마 댈렌더, 조 앱솔롬, 알렉산더 알렉시에프, 야보르 바하로프
1978년 개봉되었고, 2010년 리메이크가 되었던 동명의 영화 두 번째 이야기다. 하지만 전편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등장인물이 연결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이 당한 상황과 사건 이후 취하는 행동이 비슷할 뿐이다. 그러니까 어떤 설정이냐면, 혼자 살던 여자가 다수의 남성들에게 강간을 당한다. 말이 강간이지, 영화를 보면 처참하고 끔찍하다. 그리고 겨우 목숨을 건진 여자가 그들에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원작이나 리메이크작도 여성이 처한 상황이 상당히 끔찍했는데, 이번 영화는 그 수위를 간단히 넘어선다.
뉴욕에서 일하며 모델을 꿈꾸던 케이티는 무료로 화보를 촬영해준다는 사진작가 ‘이반’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가 계약에 없던 노출을 요구하자,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날 저녁, 이반의 동생인 ‘조지’가 형의 행동을 사과하겠다고 찾아와서는 갑자기 그녀를 강간한다. 옆집에 살던 친구가 비명을 듣고 찾아오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조지에게 살해당한다. 정신을 잃었던 케이티가 깨어난 곳은 어느 지하 창고, 그곳에서 그녀는 이반과 두 동생에게 계속해서 폭행과 강간을 당한다. 겨우 틈을 봐 탈출한 그녀는 뜻밖의 사실에 놀라고 만다. 분명히 뉴욕에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보니 불가리아에 와있는 것이다. 폭행의 상처를 입은 그녀는 곧 경찰에 인도된다. 하지만 언어의 장벽에 마주친 그녀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고, 자신을 대사관에 데리고 가 줄 사람을 만나게 되었지만…….
처음에는 케이티가 불가리아에 유학을 온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시 찬찬히 보니 헐? 뉴욕에서 납치되어 불가리아로 온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그러면 저 사진사 삼형제는 평범한 일반인이 아니라, 인신매매와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어떻게 사람을 빼돌릴 수 있는지 알고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게 가능한가? 비행기가 아니라 배로 이동했을 텐데 그동안 한 번도 깨지 않았다는 게? 아니면 자기네 소유의 배라도 갖고 있는 건가? 전에 읽은 소설에서 자기네 소유 배를 갖고 다니면서 납치강간인신매매를 하던 조직이 나왔었는데, 설마 이들도 그런 건가? 그런데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 허술하게 무너지던데……. 으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자.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불가리아에 잡혀온 케이티가 당하는 온갖 고문과 폭행은 으……. 끔찍했다. 저러고 싶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잔혹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짓들을 킬킬거리면서 하는데, 진짜 화가 났다. 저런 놈들을 두고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거겠지? 귀신이 나오거나 외계인 내지 괴물이 나오는 영화는 그러려니 하고 보겠는데,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는 영화는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어쩌면 내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까?
케이티가 당하는 고문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보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졌고 나중에 그녀가 어떻게 갚아줄지 기대가 되었다. 가능하면 당한 것보다 열배 백배 더! 살려 달라고, 아니 제발 죽여 달라고 빌 때까지! 그리고 그녀의 복수는 우와, 대단했다. 1편에서 나왔던 방법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절대로 약하지 않았다. 범죄 드라마를 보면 흔히 나오는, ‘내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는 니체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순수하고 모델이 되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했던 꿈 많은 소녀였지만, 납치감금폭행을 당하면서 변해버렸다. 복수를 하기 위해, 그들처럼 손에 피를 묻히기로 한 것이다. 언제까지 순수하게 살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자비롭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그녀의 그런 행보에 응원을 보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후회를 남기지 않게 갚아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힘내라, 케이티. 열심히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