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 브리 라슨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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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Room, 2015

  감독 - 레니 애브라함슨

  출연 -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조앤 알렌, 숀 브리져스







  엠마 도노휴의 소설인 ‘룸 Room, 2010’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니, 어떻게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은 2008년 밝혀진 ‘요제프 프리츨’의 24년에 걸친 딸 엘리자베스의 납치감금강간폭행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와 소설은 실제 사건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순화된 편이다. 비유를 하자면, 19금 원작을 전체관람가인 아동용으로 만든 것 같은? 영화 ‘홀로코스트 Cannibal Holocaust, 1980’나 ‘살로 소돔의 120일 Salo, or The 120 Days of Sodom, 1976’을 디즈니에서 전체관람가로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제 다섯 살이 되는 ‘잭’의 세계는 엄마 ‘조이’와 함께 지내는 방 한 칸이 전부였다. 그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다른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생필품을 가져다주는 ‘닉’뿐이다. 어느 날 엄마인 ‘조이’가 탈출해야한다며, 잭에게 죽은 척하는 연습을 시킨다. 조이는 17살이던 7년 전, 닉에게 납치되어 계속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그녀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녀의 계획은 잭이 죽은 척을 하면 닉이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밖으로 끌고 갈 것이고, 그 때 기회를 봐서 도망치라는 것이었다. 엄마의 계획대로 잭은 탈출에 성공하는데…….



  대개 납치감금강간을 다룬 작품이라면, 흔히 ‘강간’에 더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만드는 사람들도 그렇고 보는 이들도, 납치범이 납치한 사람을 어떻게 성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굴복시키고 유린하는 지가 더 궁금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은, 단순히 관찰자 입장에서 일종의 포르노로 소비하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까? 어쩌면 이전에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노골적으로 성적인 부분만 강조한 몇몇 작품들이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달랐다. 납치감금강간이라는 암울한 상황에서 어떻게 납치당한 사람이 살아남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바깥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 후, 어떻게 외부의 시선을 극복하며 앞으로 나가는지 다루고 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람들은 피해자가 어떻게 살아남고 탈출했는지 보다는, 그 안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더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도 조이와 잭은 주변의 그런 시선에 맞서야 했다. 특히 조이는 대놓고 방송에서 잭을 위해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없었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마치 그녀가 아이를 자신의 방패막이로 이용하려 한 것이 아니었냐는 뉘앙스가 섞인 질문이었다. 그 외에도 조이의 아버지가 납치강간범의 핏줄인 잭을 마음에 들지 않아해, 부녀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잭 역시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뒤집히는 충격에 빠진다. 그동안 그에게 진짜는 방에서 볼 수 있는 씽크대나 침대 같은 것들이고, 방에서 볼 수 없는 나무나 바다 그리고 TV속의 인물과 만화 캐릭터들은 다 가짜였다. 또한 방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무나 바다, 하늘, 구름 그리고 강아지와 사람이 진짜였다니! 방 밖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른 세상이 있었다니!



  둘은 짧은 시간 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변화와 충격을 겪어야 했다. 7년 동안 좁은 방에 갇혀있던 조이와 평생 그 좁은 방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잭. 둘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달라진 세상을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는 모습은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또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내적외적 자극을 경험하고 상처받고 쓰러지기도 하다가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성장과 비슷했다.



  잭이 처음으로 하늘을 보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잭과 조이가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그냥 눈물이 나왔다. 대사 하나 없이 음악과 표정만으로 저런 표현이 가능했다니…….



  왜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불러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굴복하지 않고 살아남았으니, 생존자로 불리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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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히만 쇼
폴 앤드류 윌리엄스 감독, 앤서니 라파글리아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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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Eichmann Show, 2015

  감독 - 폴 앤드류 윌리엄스

  출연 - 마틴 프리먼, 안소니 라파글리아, 니콜라스 우데슨, 조라 비숍





 

  1961년 4월 예루살렘에서 열렸던,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주도한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을 다룬 작품이다. 그 당시 이 재판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는데, 이 영화는 그걸 담당한 프로듀서 ‘밀턴 푸르투만’과 감독 ‘레오 허위츠’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태인 학살에 책임이 있는 전쟁 전범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프로듀서인 ‘밀턴’은 이것을 세계 최초의 TV 생방송으로 만들기로 계획한다. 그는 유명 감독인 ‘레오’를 영입한다. 마침내 방송이 시작되고, 초반에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두 사람은 의견대립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그와 동시에 그들의 방송을 막으려는 방해가 이어지는데…….



  영화는 그 당시 재판 영상과 영화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흑백 화면의 재판 과정은 실제 영상이고, 그 외에 컬러 화면은 재연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처음에 밀턴은 시청률에만 관심이 있는 남자였다. 그 때문에 방송 계획이 무산될까봐 협박편지가 오는 것을 팀원들에게 숨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증언이 계속될수록, 그의 태도는 바뀐다.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에 알려야만 하는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오는 아이히만을 통해,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인간이 어떻게 그토록 잔혹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기록 영상을 통해, 그는 아이히만이 감추고 있는 진짜 얼굴을 보고 싶었다.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의 시체를 묻어야했던 남자의 증언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전후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끔찍한 모습에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좋아하는 호러 고어 스릴러 연쇄살인 장르의 영화는 아무리 피와 살이 튀고 비명이 난무해도, 가짜라는 걸 알기에 보면서 그리 잔혹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개중에는 진짜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도 있지만, 어차피 가짜니까 기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주로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보여준 그 영상들은, 진짜 기록물이 아니길 빌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했다. 내가 아무리 인간은 지구에 해만 끼치는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도,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선은 지키고 있다는 아주 작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영상은 그런 믿음조차 사치라는 걸 보여줬다. ‘어떻게? 왜?’ 라는 의문만이 계속 들었다.



  그런데 재판 내내 아이히만의 표정은 무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비웃음이었다. 모든 혐의에 대해 부정했고, 자신은 시키는 대로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증언을 들으면서 그가 보여준 태도는,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왜 내가 나랑 상관도 없는 이런 쓰잘데기없는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어야 하는 그런 표정? 그냥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 모르는 건 죄라고 생각한다. 특히 결정권자나 그와 비슷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이 가져올 영향이라든지 결과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건 무책임이고 방관이며 나태였다. 그리고 그건 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지금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재판을 받고 있거나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자신은 몰랐고, 관련이 없으며,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그래서 결국 아이들이 살해당했다. 애초에 일본에 붙어 자국민을 억압해도 봐줬고, 다리를 끊어 시민들의 대피를 막아도 전쟁 중이라 넘겼고, 도시 하나를 군대가 진압해도 그냥 넘겼기에,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본다.



  레오의 말대로,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 그가 보통 사람보다 사악하거나 사이코패스 기질을 타고 나서가 아니다. 누군가 남보다 자신이 더 우월하고 다른 이들을 억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믿으면, 그는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들 여럿이 모인 것이 바로 나치였고, 그 결과 일어난 일이 전쟁과 유태인을 비롯한 인종 학살이었다. 아이히만은 우리나라에도 있었고, 세르비아에도 있었고, 우간다에도 있었고, 캄보디아도, 세르비아에도 있었다. 지금도 어딘 가에서는 미래의 아이히만이 자라고 있을 것이다. 영화는 그런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이스라엘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왜 그걸 팔레스타인에게 퍼붓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을 학살한 건 독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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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톰 맥카시 감독, 마이클 키튼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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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potlight, 2015

  감독 - 토마스 맥카시

  출연 -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리브 슈라이버






  실화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이어져온, 아는 사람은 다 알았지만 교단의 눈치를 보느라 쉬쉬했던, 가톨릭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보스턴 글로브’ 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톨릭교도들이 대부분인 보스턴에서 한 신부가 어린 소년을 성추행했다는 죄목으로 고소를 당한다. 그 소식을 들은 보스턴 글로브 지의 신임 편집장은 그 사건을 다루어보기로 결정한다. 그는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표면적인 것 말고, 추기경과 교단까지 자세히 파고들라고 요청한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자신들의 인맥을 총동원하고, 그런 소송을 전담으로 맡은 변호사와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취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사건이 단순히 한 신부가 최근에 저지른 문제가 아니라, 미국 가톨릭 교단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추악한 비밀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얼핏 기본 설정을 보면, 가톨릭을 비난하는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건 신성 모독을 하는 영화가 아니라, 신을 모시는 신부의 비리에 대한 작품이었다. 신부는 사람들이 정신적 위안을 얻고자 할 때, 조언과 신의 섭리에 대해서 얘기하고 위로해주는 존재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가장 약하고 도움을 절실히 바라는 사람들을 착취한다는 건,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배신이며 기만이다. 또한 그들이 섬기는 신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영화는 종교 자체보다는,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린 인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건 우리가 우리나라의 부패한 정치가를 욕한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한국이라는 나라를 욕하는 게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영화는 무척이나 덤덤했다. 대놓고 분노하거나 눈물을 자아내지 않았다. 기자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취재하고, 인터뷰를 계속했다. 그런데 그런 장면에서도 그들의 슬픔과 분노가 느껴졌다.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한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흐느끼는 생존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오직 신에 대한 믿음으로 신부들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었기에, 그 배신감은 엄청났을 것이다. 그들이 성인이 되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한순간의 딸감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감내해야 할 고통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성추행 신부의 주소를 본 한 기자의 행동이었다. 그는 그 신부의 집이 자신의 집과 얼마나 가까운지 직접 확인하고는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자신의 아이는 물론이고 이웃의 아이들까지 그 신부가 있는 성당엘 다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다가는 지금까지 취재한 것을 망칠 수도 있다. 다른 곳에서 특종을 가로채는 것도 문제지만, 교단에서 눈치 채지 않도록 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고뇌가 너무도 절절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보았던 내 취향의 영화들이 대개 범죄호러스릴러SF 장르였기에, 이 작품을 보면서 온갖 망상을 다 들었다. 길을 가다가 차만 지나가면 ‘저 차로 밀어버리는 거 아냐?’라든지, 이동하려고 차를 타면 ‘폭발하는 거 아냐?’ 라든지 ‘다른 차로 충돌 사고 내는 거 아닌가?’등등. 흔한 범죄 물에서 나올 법한 사건사고들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래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어쩐지 실망스러웠다.



  하늘이 두렵지도 않느냐는 말이 있다. 어쩌면 성추행을 저지른 신부들은 자신들을 떠받들어주는 사람들 때문에 스스로 신이라고 여겼거나, 이 세상에 자기들을 처단할 신은 없다고 믿었기에 그런 짓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후자라면 문제가 좀 심각하다. 신을 섬기는 사람들이 신이 없다고 생각하다니! 그러니까 하느님, 그런 놈들에게 불벼락을 좀 내려주세요. 너무 신경을 안 쓰시니까 애새끼들이 겁도 없이 나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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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 일반판
데이빗 핀처 감독, 벤 애플렉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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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Gone Girl, 2014

  원작 - 길리안 플린의 ‘Gone Girl, 2012’

  감독 - 데이빗 핀처

  출연 -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 미시 파일






  결혼 5년차가 되가는 ‘닉’과 ‘에이미’ 부부. 결혼기념일 날, 에이미가 사라지고 집안은 누군가와 싸운 듯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닉의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은 실종자가 에이미라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왜냐하면 에이미가 어렸을 때, 에이미의 부모가 그녀를 주인공으로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인기 동화 시리즈를 출판했었기 때문이다. 거의 국민 여동생 수준의 인기를 끌었던 주인공이었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그녀의 실종 사건에 집중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행복하게만 보였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오래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닉은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아이를 갖는 문제로 부부 사이에 불화가 있었다는 등등. 경찰은 누군가 에이미를 납치해서 죽였다고 생각하고, 그 범인으로 닉을 지목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아, 미친…….’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작품이었다. 아, 미리 말하지만 이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고는 진행할 수 없었다.



  사람은 변한다. 그건 그 사람의 외모뿐만 아니라 감정과 생각과 사고방식과 생활습관과 식습관 같은 것이 다 변한다는 뜻이다. 어릴 적에는 못 먹었던 음식을 커서 먹게 될 수도 있고, 어릴 적에는 마냥 착했다가 커서는 찬바람이 부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변한다는 건 과거와 달라진다는 뜻이고, 성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사람 같은 경우는 성장이 아니라 퇴화할 수도 있다.



  감정이 바뀌기에 호불호도 당연히 변한다. 그러니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노력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서로 맞춰가고 배려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닉과 에이미의 만남은 그야말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어릴 적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왔고 그런 것이 지루했던 에이미와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야심에 차있던 닉. 어쩌면 서로가 달랐기 때문에 첫 만남에서 끌렸을지도 모른다. S극과 N극이 달라붙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에서 끝이었다. 서로 조금씩 변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른 곳에 눈을 돌렸다. 닉은 바람을 피웠고, 에이미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결국 둘은 전국 생중계로 부부 싸움을 하고 말았다. 가족, 친지, 지인, 경찰, 방송국 그리고 FBI까지 다 동원해서, 둘은 피 말리는 두뇌 싸움을 벌였다. 그 와중에 피해를 입은 건 두 사람의 가까운 친척 내지는 지인이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야 오프닝에서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뇌를 열어보고 싶다는 닉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나도 그녀의 뇌를 열어보고 싶었다. 덤으로 닉의 것도 같이.



  두 사람이 과연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상상해보았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 넘치는 결혼 생활? 서로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연기 천재 대단해요!’라며 상대의 SNS에 ‘좋아요’를 누르는 생활? 그것도 아니면 한 쪽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른 한 쪽에 이끌려가는 생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건, 정상적인 부부 관계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있고, 지금은 그걸 외면하고 미뤄두고 있는 게 아닐까?



  누군가를 만나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게, 어쩌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스치듯이 보았던, 영화 ‘장미의 전쟁 The War Of The Roses, 1989’가 떠올랐다. 그 영화도 부부싸움을 다뤘는데, 이 영화에 비하면 애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 영화도 다시 제대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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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산 별숲 동화 마을 23
조영서 지음, 조원희 그림 / 별숲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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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조영서

  그림 - 조원희

 

 

 

  ‘희주는 베프를 너무도 갖고 싶었다엄마 친구 딸인 태연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지만희주와 취향이 너무 달랐다새학년이 된 것을 기회로희주는 꼭 베프를 만들겠노라 다짐했다겨울에 전학 왔다는 은비와 알게 되면서희주는 너무도 행복했다우정 다이어리도 만들고 우정 커플 아이템도 나눠 가지면서희주와 은비는 서로에게 하나뿐인 베프가 된 것 같았다하지만 어느 비 오는 날등굣길에 만난 은비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비가 오지 않는 날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는데비만 오면 성격이 달라졌다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희주에게 은비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서라는 친구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은 공포 이야기를 좋아한다조카들도 보면어릴 때 괴담이라든지 공포 만화 같은 것을 즐겨 읽었다다른 교육적인 책도 좀 읽으라고 말하면좀 읽는 척하더니 결국에는 다시 괴담이나 공포 만화를 보고 있기도 했다그런데 재미있는 건청소년기를 지나면서는 그런 장르를 예전처럼 즐겨보지 않는다공포영화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왜 그런지 모르지만고모는 섭섭하기만 하다나중에 같이 공포영화 보러 가는 걸 기대했는데아마 그런 나잇대가 있는 모양이다셋 다 비슷하게 초등학교 때 그런 장르를 열심히 읽었으니 말이다그런데 그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왜 한국 동화에는 공포 시리즈가 없는지 의아했다거의 그런 류는 외국의 어린이용 공포 소설이나 전설아니면 괴담 시리즈가 대부분이었다그러다 이번에 한국 창작 공포 동화 시리즈를 냈다는 말에 오오!’하며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몇 년만 더 빨리 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이제라도 나온 게 어딘가 싶기도 했다.

 

  성장하면서 친구가 중요해지기 시작하는 때가 있다이 이야기는그런 시기에 처한 아이들이 겪는 혼란에 관해 보여주고 있다친구에 관련된 격언들이 많은 이유는살아가는데 진정한 친구를 가진다는 게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의미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베프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희주도 그러했다언제나 함께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는나만의 친구그녀는 그런 존재를 가지길 갈망했다문득 희주에게 베프는 사람이 아니라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근사한 액세서리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 때문에 그녀는 은비에게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멀어질 수가 없었다은비와 같이 있으면 위험한 일에 휘말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또 경고를 받았지만자신이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하지만 이 세상에는 노력과 마음가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다안타깝게도 희주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하긴 그런 걸 알 나이는 아직 아니니까.

 

  은비에게 희주는 좋은 친구였다전학 와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을 때먼저 말을 걸어주고 다가와 줬다은비는 그녀와 베프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하지만 은비에게는 지서라는 베프가 이미 있었다자신에게 빨간 우산을 선물하고 교통사고로 사망한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진정한 베프였다은비는 희주와 지서둘 다 놓칠 수 없었다어쩌면 욕심이 많은 거일 수도 있고정이 너무 많은 거였을 수도 있다하긴 한 명을 새로 사귄다고 해서 다른 한 명을 버리라는 건 너무한 일이니까.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해피엔딩이고누군가에게는 베드엔딩이 되어버렸다아니어떻게 보면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까?

 

  아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있는 이 책의 소개를 보면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페이지가 공개되어 있다공포 추리 문학은 반전이 묘미인데그걸 그렇게 보여주다니이건 출판사 편집부의 실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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