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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서 - 世界史を大きく動かした植物, 2018
저자 - 이나가키 히데히로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이런 시리즈가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목록을 보니까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라든지 ‘약’, 그리고 ‘뇌’가 있다. 음, 다른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뇌는 뭘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알아보기로 하고, 우선 식물 얘기를 해보자. 세계사를 바꾼다는 건, 인류의 문명에 큰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그 전에는 없었던 다른 방향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길을 보여줬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세계사를 바꾼 식물들은,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그리고 ‘튤립’이다. 이 중에서 후추는 무역 항로를 개척할 동기가 되었으며, 감자는 식량난을 해결할 재료가 되기도 했고 또 반대로 사람들을 굶주림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또한, 사탕수수는 설탕을 만들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그와 동시에 노예제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목화 역시 사람들의 의복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지만, 역시 노예제라는 악영향을 만드는 데 공헌을 했다. 물론,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된 주요 원인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 외에도 밀과 벼, 콩과 옥수수는 사람들의 식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다. 차는 학교에서 배우기도 했지만,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 여기에서 고른 13가지 식물들은, 인류의 식생활과 의복에 큰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전쟁과 약탈 착취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책은 각 식물의 특징과 재배 역사, 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현재 그들의 위상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이걸 읽으면서 옛날 사람들의 무지함, 특히 감자를 악마의 식물이라고 한다거나 토마토가 독이 들었다고 꺼리는 모습이 좀 우습기도 하고 그랬다. 감자가 얼마나 맛있는데! 토마토 케찹과 후렌치 후라이가 얼마나 꿀조합인데!
아쉬운 점은, 각 식물의 긍정적인 영향을 너무 강조하는 바람에 부정적인 과거를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다. 특히 ‘감자’에서 그게 제일 심했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감자 역병으로 대기근이 닥치자, 미국으로 이주를 시작했고, 이후 미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식으로 서술했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흐름이지만, 뭐랄까……. 대기근으로 백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었다는데 그건 그냥 휙 넘어가고, 심지어 원래 아일랜드는 기근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었다고 설명한다. 사실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은 감자 역병이 문제가 아니라 영국인 지주들의 착취가 문제였다고 하는데 말이다. 그러면서 케네디나 디즈니, 레이건, 맥도날드 창업자 등이 아일랜드 출신이라고 길게 서술한다. 거기다 대기근이 없었으면 케네디 대통령도 없고 달 탐사도 없었을 거라는 말을 한다. 아니, 이보시오, 저자 양반! 아무리 상상은 자유라고 해도 이건 선 쎄게 넘은 거 아니오?
그나저나 우리가 먹는 양파가 줄기와 잎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헐? 뿌리가 아니라고? 그런데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서 양피의 생김새를 떠올리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콩의 효능에 관한 설명, 특히 낫토와 두부 그리고 된장찌개에 엄청난 양을 차지하고 있는 걸 보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처음에 확인하지 않고 넘겼던 저자 이름을 다시 살펴봤다. 일본인, 역시 그럴 줄 알았다.
몸에 좋다는 콩과 양파를 싫어하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콩까지는 무리더라도 양파는 열심히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