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or: Ragnarok, 2017

  감독 -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톰 히들스톤, 케이트 블란쳇






  ‘토르’는 ‘로키’의 계략으로 지구에 유배된 아버지 오딘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오딘은 앞으로의 일을 맡기겠다는 말과 함께 세상을 떠난다. 그와 동시에, 오딘에 의해 봉인되어있던 ‘헬라’가 돌아온다. 그녀는 원래 자신의 자리였던 왕좌를 내놓으라며 토르와 로키를 공격한다. 토르는 다른 행성에 떨어져, 검투사로 팔리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챔피언으로 활동하고 있는 ‘헐크’와 오래 전에 아스가르드를 떠났던 ‘발키리’를 만나는데…….



  ‘라그나로크’라는 건, 북유럽 신화에서는 신들의 황혼을 의미한다. 그 때가 되면 지하세계에 갇혀있던 로키와 그의 세 자식, ‘펜레르’, ‘요르문간드’ 그리고 ‘헬’이 신들을 공격한다. 로키파와 오딘파의 대결은, 결국 거의 모든 신들의 죽음을 초래한다. 영화에서는 신화의 설정을 살짝 바꾸었다. 하긴 로키가 자식을 셋이나 뒀다는 설정은 없었으니, 갑자기 만들어내기는 무리였을 것이다. 대신 헬을 오딘의 첫째 자식으로 바꾸었고, 펜레르를 그녀의 수하로 설정했다. 또한 신화에서는 적이었던 토르와 로키가 여기서는 끈끈한 형제애를 자랑하며 같은 편이 되었다.



  영화는 1,2편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제일 바뀐 것은, 토르의 캐릭터였다. 내가 본 것은 토르 시리즈뿐이라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는 어떠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말이 많았다. 전작에서도 대사는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장난끼 많고 수다스럽지 않았다. 원래 그런 성격은 동생인 로키의 것이었는데, 여기서는 로키와 거의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막상막하의 개그와 수다를 자랑한다. 설마 2편에서 목숨 걸고 살려내려고 했던 ‘제인’과 헤어진 후유증 때문인 걸까? 주인공의 성격이 바뀌니, 전반적인 극의 분위기도 달랐다. 분명 아버지의 죽음과 존재조차 몰랐던 누나의 등장과 공격, 아스가르드를 비롯한 모든 세계의 종말을 앞두고 있는데, 무척이나 가볍고 유쾌했다. 음, 유쾌한 종말에 관한 작품도 아닌데 이러니 좀 당황스러웠다.



  영화를 보고 내린 결론은, 이미 1편에서부터 주장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오딘의 잘못된 빅 픽쳐 때문이었다. 신화나 외계인이 아닌, 현대판으로 배경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어느 야심만만한 기업가가 있었다. 그는 다소 공격적인 정책으로 다른 회사들을 하나둘씩 집어삼키며 그룹을 일궈냈다. 여기에는 아버지를 도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은 딸의 공헌이 컸다. 하지만 딸의 야망이 너무 커서 자신의 회장 자리가 위험해지자, 사업가는 어린 아들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기로 한다. 그래서 그동안 벌였던 탈세, 조폭 비리, 그리고 뇌물 수수 등등의 모든 죄를 딸에게 뒤집어씌운다. 그리고 변호사도 제대로 붙여주지 않아, 이례적으로 딸은 무기징역! 이제 사업가는 어린 아들을 위해 회사의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그 전까지는 갖고 있던 악덕 기업에서, 자선사업과 기부도 많이 하는 착한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의 바람과 달리 그리 똘똘하지 않게 자란다. 그래서 양자를 이용해 아들을 각성시키려고 했지만, 결국 양자에게 뒤통수를 맡게 된다. 한편 모범수로 조기 출소한 큰 딸은 자신의 반에 반도 못 미치는 어리석은 동생을 보자, 분노가 차오른다. 내가 겨우 이런 놈 때문에 감옥에서 그 고생을 한 건지 자괴감이 들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동생에 대한 증오를 주체할 수가 없다. 그래서 회장 자리를 빼앗기로 결심한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은, 오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노인네, 딸내미인 헬라가 반격해오자 토르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튀어버린다. 문제는 그가 너무 어리석어서, 로키도 알고 있던 자기 집안의 과거사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도대체 토르는 그동안 뭘 배웠고, 오딘은 뭘 가르친 건지 의문이다. 설마 왕좌만 토르에게 넘겨주고, 뒤에서 모든 것을 좌우하려고 했던 속셈일까?



  코믹한 상황과 유쾌한 대사, 그리고 화려한 영상은 두 시간 반 정도 되는 상영 시간을 그리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줬다. 물론 다 보고 나니, 기억에 남는 건 ‘레드 제플린 Led Zeplline’의 노래 ‘Immigrant Song’밖에 없지만 말이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건 변신이 아니라 환골탈태아닌가?

특히 에오메르!!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하라 2017-10-3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면서도 헬라가 아스가르드를 왜 공격한거야 권력욕 때문인가 했는데 현대판으로 정리하니까 정말 한방에 내용이 머리 속에 다 정리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