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충성 - 충성과 배신의 딜레마
에릭 펠턴 지음, 윤영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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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Loyalty: The Vexing Virtue

  부제 - 충성과 배신의 딜레마

  저자 - 에릭 펠턴

 

 



  왜 역자가 Loyalty를 충성이라고 번역을 했는지,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난 충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 과거를 살펴보면 과한 충성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적이 더러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충성이라고 하기 보다는 신뢰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하는 부분도 많았다. 국가나 회사에는 충성을 바치지만, 가족이나 친구는 신뢰하는 것이 더 어울리니까. 처음에는 충성이란 단어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신뢰라는 말로 바꿔서 생각하니 책장이 잘 넘어갔다.

 

  저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행동하겠냐고 묻고 있다. 이런 걸 ‘가치 충돌’이라고 해도 될까?

 

  군대에서의 예를 보면, 상관에게 무조건적인 충성과 동료들 사이의 신뢰를 중요시하고 그것이 부대의 화합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런데 상관이 이치에 맞지 않는 명령을 내린다면? 동료가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이 때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발하거나 따르지 않겠다고 한다면, 의리와 충성을 최고로 여기는 군대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믿음이 가지 않는 동료나 상관과 목숨이 달린 전투 현장에 나갈 수 있을까? 그런 사람에게 뒤를 부탁하고 폭탄이 터지는 앞으로 전진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부당한 명령을 따르고, 부정을 저지르는 동료를 눈감아준다면 그것은 무엇을 위한 충성일까? 그게 과연 군인이 지켜야할 국가를 제대로 지키는 것일까? 우린 그런 일이 어떤 사태를 초래하는지 현대사를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다. 군인들이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휘하 부대를 어떻게 움직였는지, 그래서 사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경험해왔다.

 

  비슷한 예로 회사 생활에서 상사와 회사에 신뢰가 없으면, 과연 충성을 다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부하직원과 상사가 믿음이 없으면, 비밀을 지켜야하는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또한 지나친 기밀엄수의무는 혹시 회사의 비리를 숨기기 위한 게 아닐까?

 

  저자는 이런 난감한 문제를 자꾸 들이민다. 그리고 한쪽 편만 드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보여준다. 그렇다. 결론은 독자가 내리라는 말이다. 읽고 생각하고 예측하고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행동하라는 뜻이다.

 

  결국 이 복잡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고히 구축해야한다. 팔랑팔랑 너무도 얇아서 여기저기 흔들리는 사시나무 같은 주관이 아니라,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할 수 있는 뚝심.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편견 없이 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까지. 모든 사람이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을 판단할 수 있는 칸트가 아니기에, 노력해야한다. 아마 그게 현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어색한 부분 발견 ‘굳이 유다에게 묻지 않아도 들은 누가 예수인지 알 수 있었다. -p.175’ 여기서 ‘들은’ 앞에 뭔가 생략된 거 같다. 대충 문맥상 파악하면 군인들이 맞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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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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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저자 - 아베 다마에, 모하라 나오미

 

 

 

 


  셰어하우스. 낯선 용어이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는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원룸에서 한발 더 나아간 주거 형태라고 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종류는 무엇이 있는지 분류하고, 장점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우선 셰어하우스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어떻게 보면 원룸과 뭐가 다를까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커다란 차이가 있다. 원룸이 한 공간에 방과 부엌, 화장실을 다 갖추고 있어서 무척 좁은 반면에, 셰어하우스는 각 개인이 방을 하나씩 갖고 부엌이나 화장실, 거실을 공동 사용하기에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난방비나 수도세 같은 것을 분담해서 내고, 청소라든지 요리는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하거나 하나씩 전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서양 드라마를 보면, 미혼의 주인공들이 친구들과 한 집을 빌려서 같이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셰어하우스라는 말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미국 드라마 ‘빅뱅 이론 The Big Bang Theory’의 레너드와 쉘든이었다. 그 둘이 사는 것이 셰어 하우스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저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세계에는 여러 형태의 셰어하우스가 있다. 직업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사는 곳도 있고, 오랜 친구끼리 사는 곳도 있다고 한다. 처음 든 생각으로는 대학가 주위나 회사가 밀집한 곳에 많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혼하여 아이가 있는 가정이나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거주하는 셰어하우스가 있다는 사실을 읽으면서 무척 놀라웠다. 저자도 언급했지만, 도심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인터넷 뉴스를 보니, 한국에도 셰어하우스가 느는 추세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하긴 집, 아니 방을 원하는 사람은 많고 주택은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혼자 살면서 모든 공과금이나 식비 등을 감당하기엔 물가가 너무 높다. 그리고 좁은 방에서 혼자 지내는 것보다, 넓은 장소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외로움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혼자 살면서 애완동물마저 외롭게 만들기보다는, 사람들과 접점이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리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런 단점을 상쇄시켜주는 면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과 같이 산다는 건, 무척이나 불편한 일이다. 생활 리듬이나 사고방식 내지는 생활 패턴이 다른 사람이 만난다면, 헬 게이트가 열리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대화를 중요시한다. ‘넌 왜 이 모양이냐’는 지적질이 아니라, 미리 입주하기 전에 주의할 점에 대해 얘기하고, 살면서도 얘기를 나누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책은 너무 장점만 늘어놓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단점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부분은 과감히 생략해버렸다. 왜 그럴까 고민해봤다. 그러다 이런 결론을 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살면서 생기는 문제는, 개인적인 것들이 많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동안 각자가 살아온 생활 패턴이나 사고방식이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그건 저자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줄 수 없는 문제이다. 살아가면서 서로 깨달을 수밖에 없다. 정 안되면 집을 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일수도 있다. 단지 저자는 이런 주거 형태도 있다고 소개할 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무조건 장점만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할 것이다. 피를 나눈 혈육과도 살면서 다툼이 있는데, 하물며 생판 남과 살면서 무조건 100% 평화로울 리는 없다. 다 나와 같은 마음일리도 없고.

 


  요즘같이 주택난이 심각한 시대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주거 형태를 하나 알게 되었다. 나중에 좀 더 나이가 들면, 저런 공동체 성격의 셰어하우스에서 사는 것도 고려해볼만하겠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로맨스 소설인가라고 착각했던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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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vs 개 & 개 vs 고양이
이안 블랙 지음, 임고은 옮김 / 레디셋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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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Cats vs Dogs & Dogs vs Cats, 2004

  저자 - 이안 블랙

 

 

 

 

  개와 고양이에 관한 무척이나 귀여운 책이다.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또는 개와 고양이를 위해 이 책은 어느 쪽으로 봐도 상관없게 구성되어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양이 부분부터 읽고 뒤를 돌려 개에 관한 내용을 보면 되고, 개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대로 하면 된다. 책이 얼마나 아기자기하면서 귀엽냐면, 고양이에 관한 부분은 책 위쪽에 '고양이 vs 개'라고 되어있고, 개에 관한 부분은 반대로 '개 vs 고양이'라고 적혀있다.



 

  각각의 내용에는 두 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대한 것, 두 동물의 고유한 생각이나 가치관, 두 동물을 좋아한 사람들이 한 어록, 두 동물에 관련된 우스개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것들을 읽다보면, 두 동물을 진짜로 기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얘네랑 같이 살려면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구나'라는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책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고양이는 받들어 모셔야 하고, 개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 그래서 고양이 기르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집사라고 하는 거구나.

 



  상자만 보면 안으로 들어가는 고양이나 뭐든지 핥고 물어뜯으려는 개의 독특한 습성마저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것마저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진다. 이 두 동물은 단점이나 성가심마저 이겨낼 수 있는 뭔가를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 뭔가를 알아보려면 직접 길러봐야 하는 걸까?

 

  고양이와 개의 사랑스러움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아~'하면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 접했던 두 동물의 귀여운 사진을 상상하고, 웃긴 이야기를 읽을 때는 킥킥거리고, 어록을 보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싶지만, 난 집사가 되어 주인님을 충실히 챙길 성격이 아니니 패스하고, 혼자 놀기를 좋아해서 같이 놀아줄 사람이 아니라 패스……. 책으로 접하는 것으로만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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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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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Mortality (2012년)

  저자 - 크리스토퍼 히친스

 

 

 

 

  저자는 무신론으로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베스트셀러 중에는 ‘신은 위대하지 않다 God is Not Great, 2007’라는 책도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말기 식도암 판정을 받았다. 그것도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말이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그는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분노하다가 결국에는 종교에 귀의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도 비슷한 길을 걸었을까? 아니면 끝까지 신은 없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 그에 걸맞은 죽음을 준비했을까?

 

  무신론은 신이 없다고 믿는, 그러니까 천국이나 지옥, 환생, 윤회 등등을 믿지 않는다는 뜻으로 봐도 되는 걸까?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지옥에 가면 어떡하지라고 죽은 뒤를 상상하는 것도 무섭지만, 그냥 그것으로 끝이라는 상상도 무척이나 두렵고 오싹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지막에는 종교에 귀의하나보다. 천국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될 테니 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암 말기라는 판정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수용하고 치료에 전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변을 정리한다. 이 책은 그 와중에 겪고 느낀 것을 적은 것이다.

 

  책의 분위기는 저자가 그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냐에 따라 유쾌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하기도 하며 우울하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의 몸을 잠식하고 있는 암세포를 외계인이라고 부르면서 극복하고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듯, 항암치료 과정에 일어나는 변화를 긍정적이면서 약간은 비틀어서 표현한다. 마치 ‘암아, 네가 아무리 날 괴롭혀도 난 널 두려워하지 않을 거다.’라는 심정으로 고통을 해학으로 승화시키는 느낌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픔이나 불안함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어쩌면 결국 모든 인간은 죽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받아들인 것 같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글은 점점 짧아진다. 아마 예전처럼 길게 메모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나 보다. 게다가 식도암이니 말로 전할 수도 없을 테고. 저자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후 일 년 만에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 짧은 몇 줄에서도 그가 얼마나 암과 싸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다, 그의 표현을 빌면 ‘나는 암과 싸우고 있지 않다. 암이 나와 싸우고 있다.’가 맞을 것이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종교를 믿으며, 죽은 뒤의 자신이 믿는 신의 품에 갈 것이라 믿으며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요즘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대표적인 무신론자인 저자의 죽기 직전까지 남긴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하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저자가 두려워했던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질병의 영향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가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쓰는 능력 그리고 남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던 것 같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듯이, 저자는 이미 없지만 그의 저서는 남아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삶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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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한시 -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이우성 지음, 원주용 옮김, 미우 그림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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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제 -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저자 - 이우성

  그림 - 미우

 

 

 

 

  한글은 참 신기하다. 어떻게 띄어쓰기를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 시집의 제목 역시 그렇다. '로맨틱 한시'라고 적혀있지만, 로맨틱한 시라고 잘못 읽어버리면 조금은 다른 시집이 되어버린다. 로맨틱한 시를 모아놓은 것은 맞지만,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모두 한국 고전 한시들이다.

 

  지금까지 조상들은 거의 임금이나 부모 또는 자신의 이상향에 대한 시만 지었고, 가끔 여류 문인들만이 남녀 간의 사랑을 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헐? 여기에 실린 시들을 보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 비록 한자를 잘 몰라서 한글로 해석된 것을 봐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음을 간질이는 시들이 많았다. 읽으면서 '어쩌면 이렇게 귀엽고 달달한 내용이 다 있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마음이 절절하고 아픈 내용도 있었다.

 

  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일곱 단계에 맞춰서 분류가 되어 있었다.



 

  우선 『첫사랑 初戀之情』에서는 처음 만난 상대에 대한 설레임과 숨길 수 없는 두근거림을 담은 시들이 실렸다. 밝은 달밤에 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잠을 이룰 수 없는, 혼자 몰래 상대의 이름을 써보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뒤이은 『사랑의 기쁨 歡喜之愛』에서는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연인의 마음이 드러나 있다. 서로의 민낯을 보아도 행복하고, 사랑이 오래가길 바라는 마음이 나타나있다. 특히 '그대의 뺨에 나의 향기 남아'를 읽는 순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너무 귀여운 소녀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었다. 물론 일상생활 불가능한 나는 '도대체 얘들이 밤에 뭘 했기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리고 『변심 歡喜之愛』은 상대의 사랑이 식어가는 것을 느낀 불안감과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기세를 몰아 『그대를 원하고 원망해요 願恁怨恁』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에 대한 원망이 듬뿍 담겨 있는 시들로만 엮였다. 하지만 원망해도 욕은 하지 않았다. 조상님들, 고상하시다. 나 같으면 온갖 욕에 저주를 퍼부었을 텐데……. 기껏 한다는 저주가 다음 생에 당신과 내가 바뀌어 태어나 지금 내가 겪는 아픔을 느끼게 해보고 싶다 정도였다. 아, 너무 우아하잖아.

 

  그 우아함은 『이별 후에도 사랑은 끝나지 않아 離別後愛』를 지나 『사랑의 슬픔 悲哀之戀』과 『사랑을 추억하다 追憶之愛』를 거치면서 완성이 되었다. 처음에는 떠나버린 임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그 사람은 오지 않았다. 남겨진 사람은 이별의 슬픔을 승화시켜 자신이 살아갈 양분으로 만들었다. 우아하고 고상한 이별 과정을 보는 기분이었다.

 



  한시 한 편이 소개된 다음에, 그 시를 쓴 저자나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 이 시집을 기획한 시인의 개인적인 감상과 추억, 그리고 한시의 분위기와 적절하게 어울리는 그림까지 곁들여져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자와 별로 친하지 않아서 나중에 시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도, 그 분위기는 남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가끔 배경에 그려진 삽화와 글자색이 맞지 않아서 시를 읽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좀 아쉬웠다. 검은색과 노란색이 보색관계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전혀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글자가 너무 작아서가 아니었을까? 다 좋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좀 아쉬웠다.

 

  아! 제일 어이없는 시를 고르자면, '사랑의 기쁨'에 실린 임제의 것을 뽑겠다. 불륜을 하고도 시 하나 잘 써서 살아남았다니……. 불륜이라기보다는 원나잇인 것 같은데, 그것도 사랑의 기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육체의 기쁨이 더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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