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이 된 과학자들 - 전염병의 비밀을 푸는 열쇠, 페이션트 제로를 찾아라
마릴리 피터스 지음, 지여울 옮김, 이현숙 감수 / 다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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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atient Zero, 2014

  저자 - 마릴리 피터스






  이 책은 치명적인 전염병에 대해 인간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쓰고 있다. 특히 그 질병에 대해 처음 인지하고, 원인과 전염 경로 그리고 대처법을 연구했던 사람들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그 중에는 다른 이들이 하지 않은 독특한 방법을 쓰거나, 다른 이들로부터 헛수고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좌절하지 않은 사람도 포함된다. 여기서는 1665년 런던을 휩쓴 ‘페스트’, 1854년 소호에 퍼졌던 ‘콜레라’, 1900년 쿠바의 ‘황열병’, 1906년 뉴욕을 공포에 빠트린 ‘장티푸스’, 1918년 전 세계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 1976년 모두를 경악시킨 ‘에볼라’ 그리고 1980년 ‘에이즈’까지, 총 일곱 개의 전염병을 다루고 있다.



  책은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수월했다. 게다가 꽤 많은 부연 설명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이나 연관된 사항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맨 뒤쪽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서에 기록된 한국의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도 간략하게 실려 있었다. 문득 서양과 우리나라의 질병에 대한 관련성이 궁금해졌다. 요즘은 외국에서 어떤 병이 유행한다싶으면, 몇 주내에 한국에서도 발병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몇 년 정도 걸렸을 것이다. 그런 걸 얘기해주는 책은 없는지 찾아봐야겠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서, ‘탐정이 된 과학자들’이라는 제목이 참 절묘했다. 최초로 페스트에 대한 기록을 작성한 ‘그랜트’나 콜레라의 발병 원인을 알기 위해 소호를 샅샅이 수색한 ‘존 스노’의 연구 방법은 그야말로 발로 뛰고, 자료를 표로 정리하며,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추론을 거듭하는 것이 마치 탐정이 사건 수사를 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 존 스노의 ‘가죽 구두 전염병학’ 방법을 바탕으로 ‘소퍼’는 어째서 그나마 위생적으로 깨끗했던 뉴욕에서 장티푸스가 발병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인간은 전염병에 대처해왔다. 그 와중에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병에 걸린 의사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대단한 열정이고 책임감이며 자신에 대한 확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희생과 도전이 있어서 우리가 지금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음, 저 문장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아직도 우리는 여러 가지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마다 돼지와 닭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그건 자연이 주는 시련인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언제쯤이면 돼지와 닭이 땅에 파묻히지 않을까?



  뉴욕의 장티푸스 편을 읽으면서, 개인의 위생 의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보균자라는 사실을 몰랐을 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알고 난 뒤에는 조심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이 좀 더 신중히 행동했다면 그 정도로 퍼지지는 않았을 텐데……. 어쩌면 복수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하는 추측도 해보았다. 어떤 미국 드라마에서 그런 비슷한 내용을 본 것 같다. 자신에게 병원균을 주사하고,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이나 버스 손잡이를 일부로 잡고 다니는 장면이 기억난다. 어째서 모든 이야기가 다 범죄물로 이어지는지 잘 모르겠다. 나란 사람은 뼛속까지 추리호러스릴러인가!



  하지만 좀 이건 아니라는 부분도 있었다. 추가 설명 부분이 파란 박스 안에 들어 첨부가 되는데, 어떤 페이지에서는 그게 내용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있었다. 다음 페이지로 문장이 이어지는데 그 밑에 떡하니 박스가 자리 잡고 있으면,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나 아니면 추가 설명을 읽고 넘어가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혹시라도 개정판이 나오게 된다면, 그런 부분에 좀 신경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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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5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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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이영숙






  지난달에 여름방학을 맞은 막내조카는 불만이 많았다. 3주 조금 넘는 기간밖에 안 되는 방학인데, 과목별로 숙제가 있는데 못마땅한 모양이다. 게다가 그 중 몇 개는 2학기 수행평가에 반영된다고 하니, 초등학교 때처럼 그냥 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수행평가에 반영되지도 않는데, 굳이 해야 한다고 열의를 불태운 과제가 있었다. 바로 역사 교과 숙제로, 책을 읽고 마인드맵 형식으로 감상문을 써오는 것이었다. 흐음, 역사가 어렵고 싫어하는 마음보다 선생을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던 모양이다. 하여간 그래서 나도 같이 읽어보기로 했다.



  책은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먹거리를 통해, 그로 인해 발생했던 사건이나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생각했던, 이 음식은 몇 세기에 어디서 처음 재배되어 어떻게 전파되었다고 얘기하는 형식과는 좀 달랐다. 물론 언제 어디서 재배되었는지는 조금 나오지만, 그것보다 그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았다.




  그래서 돼지고기에 대한 부분에서는 중국의 마오쩌뚱과 그가 한 일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었고, 옥수수 파트에서는 흐루시초프에 대한 얘기, 그리고 바나나 항목에서는 중남미 나라들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또한 차에 대한 부분에서는 청과 영국의 대립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다.



  책을 다 읽은 느낌은, 있는 놈들이 더하다는 것이었다. 이미 그 당시 강대국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대기업들이 얼마나 악랄하게 약소국을 약탈하고 착취하는지 잘 드러나 있었다.



  오죽했으면, 감자 파트에서 아일랜드 대기근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조카가 ‘일본이나 영국이나 다 못된 놈들이네.’라고 할 정도였다. 한국사에서 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해 배워서 일본이 세상에서 제일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영국도 만만찮다는 걸 안 모양이다. 하긴 감자와 소금, 그리고 차 부분을 읽으면 영국이 무슨 악의 축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그래놓고 신사의 나라 어쩌구 하다니, 좀 많이 웃긴다.




  사실 나도 읽으면서 놀란 부분이 있었다. 바로 바나나에 관한 얘기였는데, 기업에서 농약을 너무 많이 뿌려 재배 농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병에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아, 내가 먹는 바나나 때문에 사람들이 병에 걸리고, 자국의 군인들에 의해 살해까지 당하다니…….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나저나 옛날 프랑스에서는 가난한 국민을 위해 일요일은 닭 한 마리를 먹을 수 있는 걸 목표로 삼았다는데, 우리는……. AI나 돼지 구제역 병이 돌면 닭이나 돼지고기는 못 먹고, 지금은 살충제 달걀 때문에 달걀도 못 먹는 상황이다. 음, 우리가 옛날 프랑스보다 더 어려운 때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이상한 상황이긴 하다. 우리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다고 해야 하나? 특히 요 며칠 생리대 화학 물질에 관한 기사를 보면 이건 뭐, 알아서 망해가는 것 같다. 어쩐지 나중에 후손들이 ‘우리 조상들은 대단해!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다니!’라고 감탄할 것 같다. 물론 후손들이 남아있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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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독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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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絶望讀書――苦惱の時期、私を救った本, 2016

  부제 - 마음이 바닥에 떨어질 때, 곁에 다가온 문장들

  저자 - 가시라기 히로키







  조선 시대 때 우리 조상들은 부모가 사망하면 무덤 근처에서 3년 동안 상을 치렀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상을 치르기 위해 관직에서 사퇴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그게 잠시 벼슬길에서 떠나있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진짜 가족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 어떤 사람은 3년 내내 슬퍼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금방 비통함에서 벗어났지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3년을 채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14년에 배 한 척이 바다로 가라앉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사망자 중에는 수학여행을 가던 어린 학생들이 많았다. 그 부모들이 어째서 배가 가라앉았는지, 왜 구조를 하지 않았는지 정부에 진실을 말해달라고 시위를 하는데, 몇몇 사람들이 그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언제까지 자식이 죽은 슬픔에 잠겨서 이럴 것이냐고, 이제 그만 털고 그만둬야하는 게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는 위로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비아냥거리는 어조였다.



  부모와 자식을 비교하는 것에 이견을 표할 수도 있겠지만, 위 두 가지 경우를 보면 예전에는 비통함을 달랠 시간을 넉넉히 주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3년으로도 그 슬픔을 이겨낼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책, ‘절망 독서’를 읽으면서 문득 위의 두 가지 경우가 떠올랐다. 저자는 대학에 다니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던 중 난치병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10년이 넘는 투병 생활을 겪으면서, 저자는 절망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그 우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는, 책이었다. 그런데 특이하게 그가 읽은 책들은 아기자기하게 밝고 희망찬 내용이 아니라, 음울하고 비탄에 젖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종류들이었다.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라는 말이 있다. 책을 읽다가 이 문장이 생각났다. 난 우울한데 주위에서는 좋다고 떠들고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는커녕 ‘쟤들은 뭐가 그리 좋을까, 난 왜 이 모양일까’라면서 더 우울해질 때가 있다. 심지어 난 이런 불운한 운명을 타고 난 걸까라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저자가 절망에 빠졌을 때, 우울한 책을 읽은 것은 그런 이유였다. 아주 그냥 슬픔과 우울의 바다에 푹 빠져서 더 이상 슬퍼할 수 없을 때까지 슬퍼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책의 반 정도 되는 분량동안, 왜 절망에 온전히 나를 맡기고 더 암울한 작품을 접해야하는지 얘기했다. 사람마다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디어를 원할 때는 나와 다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의 조언이 무척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절망에 빠지거나 우울해할 때는 그런 사람의 위로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제 그만’이겠지만, 나에게는 ‘아직’일 수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충분히 슬퍼하고 비탄에 빠질 시간을 줘야한다고 얘기한다. 내 상식과 기준으로 남의 슬픔을 마음대로 끝내라고 오지랖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다. 그건 위로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위에서 얘기한 어린 학생들의 부모에게 사람들이 가한 것이 위로가 아니라 비아냥과 조롱이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자신이 보기 싫다고 남의 감정을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책의 띠지에 적힌 것처럼 폭력이다. 요즘 포털 사이트나 SNS를 보면 그런 짓을 하면서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예전에는 3년이라는 넉넉한 기간 동안 슬퍼할 수 있게 배려해줬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공감이 많이 가는 책을 읽는 건 기쁜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지금까지 난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우울한 분위기의 책을 피해왔다. 내가 우울하고 슬픈데, 굳이 그런 내용의 작품까지 읽어야하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절망에 빠진 나는 ‘다른 나’라는 생각으로 외면해왔던 것 같다. 이제는 외면하지 말고, 차분히 응시해봐야겠다.



  저자가 소개한 책을 보니, 도스토예프스키나 카프카를 제외하고는 일본 작품이 많았다. 흐음, 일본 사람이니까 당연한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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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한국의 과학기술
그레고리 포코니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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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그레고리 포코니, 린 일란, 조중행, 토비아스 C. 힌세







  이 책은 네 명의 저자가 각각 한 파트씩 나누어, 한국의 과학 기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한국에 대해 얘기하는데 외국 사람이 세 명이나 된다. 그러니까 외국 과학자의 시선에서 본 한국 과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장은 천문학에 대해 얘기한다. 농사를 주로 짓는 나라였기에, 태음력과 24절기를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하늘을 관찰해야했다. 그래서 중국의 역법이 아닌, 한국의 지형에 맞는 자체적인 역법 ‘칠정산’을 만들어 외편과 내편, 두 가지 역법을 사용해왔다. 별자리를 관찰하여, 이를 응용한 놀이인 ‘윷놀이’를 즐겼다. 특히 ‘천상열자분야지도’는 고구려 때부터 내려온 한국 천문학 기술의 집대성이라 일컬어진다고 한다.



  2장은 의학을 짚어본다. 장기려 박사와 이호왕 박사에 대한 얘기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현대 의학이 어떻게 자리 잡고 발전하고 있나 설명하고 있다. 한국엔 뇌사자가 장기기증을 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보다 적다고 한다. 아마 유교의 영향 때문 일 것이다. 그런데 그 때문에 생체 간이식 기술이 발전했다는 건, 좀 놀라웠다. 그 외에도 로봇을 이용한 수술기법이라든지 정밀 의료 분야에서 한국이 꽤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도 신기했다.



  3장은 정보통신기술을 다룬다. 한국의 인터넷 속도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하긴 자주 가는 포털 카페에서 외국에 나갔을 때 제일 답답한 것이 느린 인터넷이라는 경험담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여간 저자는 한국의 인터넷과 IT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왜 문득 이 파트에서 매번 뭔가 설치하라고 하고, 익스플로러에서 작동하는 주제에 걸핏하면 익스플로러를 끄라고 명령하는 액티브액스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4장은 지식정보에 대한 부분이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분야인 것 같다.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이제 인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자는 그런 부분에서 한국이 빠른 정보통신기술을 갖고 있어서 주목하게 된 모양이다. 특이하게 이 파트의 저자는 한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미국과 달리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화하지 않으려는 풍조를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음, 그건 실패하면 그걸로 끝이기라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데, 저자는 잘 몰랐던 모양이다.



  우리가 몰랐던 조상들의 업적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또한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하면, 어깨가 절로 으쓱거린다. 하지만 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문장을 보았다.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과연 그러한가? 어쩌면 저자가 만난 사람들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많이 다른 모양이다. 하긴 누군가에게는 해피한국이겠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헬조선일테니 말이다. ‘국뽕’이라는 비속어가 있다. 국가와 필로폰(히로뽕)을 결합한 것으로, 무조건적으로 한국을 찬양하고 다른 나라는 비하하는 태도를 비꼬는 말이다.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이다. 저 문장들을 보는 순간, 국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외국인의 입을 빌어, 그것도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 사람을 통해, 무조건적으로 ‘한국 좋아요! 김치 맛있어요! 강남 스타일 알아요!’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상당히 고무적인 내용들인데 말이다. 우리는 잘 몰랐지만, 여러 분야에서 한국은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왜 굳이 저런 말을 집어넣은 걸까? 어쩌면 저자들이 한국의 과학 기술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그 외에는 몰랐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위에서 말했지만, 그들이 만난 사람들과 내가 만난 사람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부분만 제외하면, 꽤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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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염병 - 세균과 바이러스에 맞선 인간의 생존 투쟁 세계사 가로지르기 14
예병일 지음 / 다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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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세균과 바이러스에 맞선 인간의 생존 투쟁

  저자 - 예병일







  바이러스, 그리고 전염병. 말만 들어도 온갖 무시무시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디스토피아적 지구 멸망을 다룬 작품의 주요 소재 중의 하나이다. 다른 흔한 소재로는 혜성 충돌,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나 혹한의 도래, 그리고 핵전쟁 등이 있다. 이 책은, 거의 인류의 존재를 위협했던 과거의 전염병과 그에 대한 인간의 반격,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1장에서는 전염병이란 무엇인지, 세균과 바이러스 그리고 미생물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어떻게 세균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현재에 이르렀는지 대략 보여준다.



  2장은 과거에 퍼졌던 여러 전염병들에 대해 시간 순으로 서술한다. 로마 시대에 퍼졌던 두창(천연두)와 말라리아, 중세에 세계 인구수를 팍 줄인 페스트, 잉카와 아즈텍 문명을 멸망시킨 두창 등등. 비록 효과는 미미했지만, 나름 병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의 모습도 그림으로 곁들여서 보여준다.




  3장은 드디어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반격에 나서는 과정을 말한다. ‘백신’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때이기도 하다. 종두법부터 시작해서 페니실린과 여러 항생제의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맞는 여러 예방 접종이 어떤 고비를 거쳐 발달했는지 잘 알 수 있다.



  4장은 이러한 전염병의 존재와 함께 변화된 인류의 생활 방식에 대해 얘기한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손 씻기’이다. 저자는 이러한 개인의 위생뿐만 아니라, 병원의 위생이 어떻게 사망자의 수를 감소시켰는지도 말한다. 그렇다. ‘나이팅게일’이 여기서 등장한다. 그나저나 이미 오래 전에 습관화가 되어 굳이 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손 씻기’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다. 설마 인류는 진화하는 게 아니라 퇴보하는 건가?



  5장은 현대의 전염병을 다루고 있다. 어떤 전염병은 이미 멸종되었지만, 약에 내성이 생긴 새로운 변종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너무 깨끗해서 생기는 병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흐음, 너무 더러워도 문제고 너무 깨끗해도 문제다. 중용이라는 건, 단지 정신 수양에만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역시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가보다. 하지만 역시 더러운 것보다는 깨끗한 게 좋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세균이 없는 건 아니니까. 결벽증에 걸리지 않을 정도만 유지하면 되겠지, 뭐.




  사실 인간이 질병을 정복했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인간이 이 세상에 나타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그 오랜 시간동안 살아남은 비법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 나태해지는 순간, 이미 멸종되었다고 선포된 병들이 다시 활동을 재개할 지도 모르겠다. 기후 변화로 말라리아가 다시 나타난 것처럼 말이다. 우선은 나부터라도 개인위생에 소홀히 하면 안 되겠다. 가장 기본인 손 씻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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