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
KBS 요리인류 키친 이욱정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저자 - 이욱정

 

 

 

 

  저자가 만들었다는 다큐멘터리 '누들 로드', 비록 본적은 없지만 몇몇 장면들을 캡처한 사진이나 움짤들은 봤었다. 음식에 관련된 방송을 잘 안 보려는 편인데, 밤에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야식 배달 가게의 전화번호를 찾기 때문이다. 실수라도 그런 방송을 보게 되면, 아아……. 잘 때까지, 가끔은 자면서도 '배고파'를 연발하기 때문이다.

 

  대신 책은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진이었다. 이 책에 들어있는 음식 사진은 어쩌면 그리도 먹음직스럽게 보이는지, 낮 시간이나 배부른 상태에서는 유혹을 이겨낼 것 같았지만…….



 

  책은 저자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다닌 각국의 대표적인 음식 내지는 그 지방의 명물 요리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이 요리의 기원이나 발전과정에 대한 부분을 세세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대신 간단하게 그 지방에 갔을 때의 상황, 그 요리를 만드는 사람과의 만남 또는 요리사의 이야기가 짧게 곁들여져 있었다. 물론 요리에 얽힌 배경이나 재료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네다섯 줄로 간략하게, 거부감 없는 양념마냥 살짝 뿌려져 있었다. 거기에 요리의 완성 사진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 내지는 요리사와 저자의 사진이 들어있다. 그런 식으로 한 요리 당 서너 장씩, 총 31가지의 요리 이야기가 펼쳐져있었다.



 

  각 나라의 대표음식이라고 하지만, 어떤 요리는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치킨 티카 마살라'라는 음식은 인도 커리와 결합한 것이고, 일본의 '카레 우동' 역시 이름에서부터 커리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했을 때 커리라는 요리를 처음 만나 자기들 입맛에 맞게 변형시켰고, 일본이 영국과 교류를 맺었을 때 카레를 받아들여 역시 자국민들의 취향에 맞게 바뀌게 된 것이다.

 

  또한 한 나라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요리도 있었다. 스리랑카의 '스리랑카 게 커리'나 인도네시아의 '문어 삼발 고렝'같은 음식은 향신료를 듬뿍 사용하는데, 그 향신료를 얻기 위해 그 나라들이 강대국의 침략을 받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향신료를 재배하고 수확하고 만드는 노예로 살아가야했던 그 나라 사람들의 사연은 마음이 아팠다. 식욕이 인간의 기본 욕구라지만, 그걸 위해 한 나라를 침략하고 사람을 노예로 부리다니……. 인간의 욕구 충족을 위한 집념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했다.



 

  인간이 남긴 모든 흔적은 역사가 된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진 음식은 그 나라가 과거에 어떤 교류를 맺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그 나라에만 있는 독자적인 요리는 그 곳의 풍습이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해 간단하고 쉬운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요리책으로 볼 수도 있고, 요리를 주제로 한 문화 입문서라고도 볼 수 있었다.

 

  문득 책을 읽다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저자의 사진 찍는 자세는 언제 어디서든지 다 똑같았다. 컨셉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