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원제 - 前進する日もしない日も, 2011

  작가 -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가 30대 후반부터 40세초까지 쓴 에세이집이다. 그녀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일상 속의 사소한 일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일들이 아주 솔직담백한 글로 담겨있다.

 

  책을 읽으면서 ‘뭐, 이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고 있냐?’부터 시작해서 ‘이런 세심함을 갖고 있는 감수성이라서 이런 글을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까지 다양하게 들었다. 너무 소소해서 다른 사람들은 지나칠 법한 지점을 저자는 놓치지 않고, 그것을 들여다보면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다음 자기만의 평범하면서 소박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 때문일까? 읽으면서 ‘맞아, 맞아’라는 감탄사와 함께 공감되기도 하고, ‘아, 그렇게 볼 수 있구나!’라며 놀라는 부분들이 꽤 많았다.

 

  중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젊고, 그렇다고 젊은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나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 결혼해서 가정에서만 지내다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에 벅차다는 느낌이 간혹 들기도 한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만나는 친구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 때이다. 또는 기혼자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 대화에 잘 끼지 못할 때도 있다. 또한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감상이라든지 이웃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일들, 친구들과 여행을 하면서 보고 겪은 일, 가족과 자신에 대한 일, 그리고 어떻게 늙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들어있었다.

 

  저자는 그 나이대의 미혼 여성들이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 예를 들면 불안이라든지 소망, 슬픔, 기쁨 같은 것들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래서 나만 그런 슬픔이나 고민이 있는 게 아니라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고, 저자가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면서 격려를 받기도 하고, 혹시 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좋겠다는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힐링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던 문장을 적어보려고 책을 펼친 순간, 이상했다.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이랑 지금 다시 볼 때의 느낌이 달라진 것이다. 그 때는 이 문장이 참 좋았는데, 지금은 저 문장이 더 와 닿았다. 재미있다. 어쩌면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따라 공감되는 부분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문장을 적어보려던 건 패스.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만화는 만화대로, 에세이는 에세이대로 각각 느낌이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마치 보슬비처럼 서서히 젖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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