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처럼 나남신서 1834
김병일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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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병일

 

 

 

 

 

  언제부턴가 '선비'라는 말이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온라인에서 진지하게 댓글을 달거나 참견하는 사람을 지칭하며, 괜히 분위기 깬다고 비난하는 뉘앙스로 쓰고 있다. 그냥 선비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씹선비'라고 하며 비하하고 놀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진지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벌레라는 '충'자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좋게 볼 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고고하고 학식이 높은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였던 '선비'가 왜 이렇게 변질되어버렸을까?

 

  이유야 많을 것이다. 우선은 그 단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에게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자녀수가 적어서 맹목적인 애정을 받기에, 남을 배려한다기보다는 자기만 아는 성향으로 자라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학교를 줄 세우는 성적 우월주의 때문에, 은연중에 아이들끼리 성적으로 친구를 나누고 계급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물론 성적뿐만 아니라, 집안의 재산 유무에 따라 자연스레 정해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환경아래,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들의 수는 늘고 있다. 심지어 또래 친구건 연장자건, 얼굴을 알건 모르건, 익명이건 실명이건, 그냥 자기에게 싫은 소리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씹선비'라고 대꾸하며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요즘을 안타깝게 여긴 것은 저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저자는 문제가 많은 요즘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해결책으로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학 기술의 발달을 뿌리치고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과 선진화의 바람에 밀려 뒤로 밀려난 우리의 전통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전에 좋았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을 되찾고 활용하자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위에서 언급한 아이들의 문제점 중의 대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은 대개 맞벌이 가정이 많고 자녀수가 적어서 아이들이 이기적으로 자랄 수 있지만, 대가족 중심이었던 예전의 생활 방식을 이용하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남을 배려하는 성격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전처럼 몇 대가 모여 살 수는 없지만, 조부모와 같이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여기에 저자는 선비들의 생활과 교육 방식을 받아들이자고 얘기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변질되고 비하하는 의미가 부가되었지만, 진짜 조상들의 선비 정신은 그런 것이 아니라 말한다. 자기 자신을 수련하여 남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지향하는 자세가 현 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탓하기보다 어른들부터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맞는 말 같았다. 모두가 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부정부패나 범죄를 저지르고 큰소리를 치며 고개를 들고 다닐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공감도 가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도 있었다.

 

  저자는 마치 선비 정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저자도 밝혀놓았지만, 선비 정신에도 분명히 단점이 있다. 계급주의라든지 편 가르기, 문 이외의 다른 직업군 무시하기 등등의 문제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저자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대충 얼버무리고, 무조건 선비 정신으로 교육하고 생활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진다는 뉘앙스로 얘기하고 있다. 이거 하나만 먹으면 다 좋아진다는 건, 시장에서 약 파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 아니었나? 거기다 같은 내용의 말을 표현만 달리해서 계속 반복하고 있다. 처음에는 '오오!'하면서 읽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결국 앞과 다르지 않은 내용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차라리 단점을 어떻게 극복해서 현대 교육에 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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