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이다혜 지음 / 현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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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부제 -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저자 - 이다혜







  이 작품은 기자인 저자가 지금까지 읽은 책이나 본 영화 그리고 살면서 겪었던 일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놓은 책이다. 그러면 그냥 감상문 모음 내지 에세이일까? 그런데 책을 찬찬히 읽어보니, 어쩐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작품을 보는 다른 시각을 알게 해줬다고 해야 할까? 아니, 예전에 이런저런 작품을 접하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이상한 감정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알려줬다고 할까?



  그래, 그랬다. 예전에 부모님이 사다주신 고전 명작을 읽으면서 ‘왜?’라는 의문이 생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왜 주인공은 다 남자야? 왜 주인공이 정신을 차리려면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납치되거나 살해당해야 해? 그런 의문은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봐도 계속해서 들었다. 왜 맨날 대장은 남자야? 여자애는 왜 맨날 분홍색 옷만 입어야 해? 하지만 그런 의문은 원래 그런 거라는 말에 싹이 채 자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렸다. 그 시대에는 원래 그랬고, 그래야 스토리 진행이 되는 거였고, 원래 분홍색은 여자색이고, 주위를 봐도 회사 사장이나 대통령 같은 건 다 남자가 하는 거니까 당연히 대장은 남자가 하는 거였다.



  원래 그런 거였다. 그런 의문을 갖는 내가 이상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문을 품는 게 나 혼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난 그 이후 원래 그런 거라는 말에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고, 저자는 계속해서 왜라고 의문을 품어왔지만 말이다.



  ‘왜’라는 말은 중요하다. 왜라는 의문을 갖기 때문에 생각을 해보고, 나만의 생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의 이견을 존중하면서 발전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래 그렇다’는 말은 의문을 품지 말고 생각을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원래 그런 거야. 예전부터 원래 그래왔으니까, 아무 것도 바꾸려고 하지 말라는 의미다. 원래 주인공은 남자이고, 그를 각성시키는 제일 좋은 설정은 사랑하는 사람을 처참하게 굴리는 거야. 강간당하거나 살해당하거나, 여자가 처참하게 당할수록 남자 주인공의 분노는 커지고 정당화되며 그의 순정은 빛을 발하지. 여자는 딱 그런 존재야. 그 이상은 넘보면 안 돼. 원래 그래왔으니까. 옛날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예전부터 드라마나 책을 읽으면서 뭔가 거슬리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저자의 말처럼, 독자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작품을 대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인공의 대다수는 남자였다. 따라서 난 여자이지만, 남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교육되어왔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꺼림칙하게 여겼던 지점이었다. 원인을 알고 나니 속이 시원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답답했다. 지금까지 내가 접한 여러 작품들이 떠오르면서, 무심코 넘겼던 여러 지점들이 생각났다.



  이 책은 내가 잊고 있었던 ‘왜’라는 질문을 일깨워주었다. 아마 앞으로 작품을 볼 때마다 혼란스러워질 것 같다. ‘왜?’라는 의문이 드는 것과 동시에 예전처럼 받아들이는 일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아마 ‘왜’보다는 ‘원래 그런 거구나’라면서 넘어가는 일이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몇 십년동안 갖고 있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어떤 사실을 알게 되면, 그걸 몰랐던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아마 조금씩 조금씩 ‘원래 그런 거야’보다 ‘왜’라는 질문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예전에 시들었던 싹이 튼튼하게 자라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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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Love Book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퍼엉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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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퍼엉






  자주 가는 포털 사이트에 가끔 유명 작가나 신인 작가의 일러스트가 올라온 적이 있다. 주로 외국 작가의 작품들이 많은데, 가끔 한국 작가의 것도 게시될 때가 있다. 그 중에서 특히 꿀 떨어지는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커플을 소재로 한 그림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온라인에서는 모두가 솔로이기에, 그 게시물에 달린 댓글은 ‘판타지네요.’ 내지는 ‘우리에게 저런 건 있을 수 없어!’라는 내용이 꽤 있었다. 물론 모두가 다 장난이라는 걸 안다. 사실 커플 그림을 주로 그리는 어떤 작가는 아예 대놓고 자기가 직접 ‘과학상상만화’ 내지는 ‘도시 괴담’이라는 제목으로 게시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모두가 ‘커플 지옥 솔로 천국’인 모양이다.



  하여간 책을 받아서 펼치는 순간, 예전에 본 그림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위에서 언급한 꿀 떨어지는 시선으로 서로를 보던, 바로 그 그림이었다. 몇 장 안 되는 분량이었지만, 무척 인상 깊어서 기억이 났다. 따뜻한 색감에 세밀한 배경, 동글동글한 얼굴형이지만 팔다리는 길쭉한 캐릭터 그리고 둘의 애정이 확연히 느껴지는 분위기가 인상적인 일러스트였다. 모니터로 몇 장 볼 때보다, 책으로 찬찬히 살펴보니 어쩐지 가슴 한편이 간질간질하면서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한 쪽은 그림이고 다른 쪽은 메모를 할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림은 연인들이 사귀면서 같이 경험했던 일이나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러면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이었는지 적을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그래서 띠지에 ‘우리만의 책으로 꾸며요!’라고 적혀 있었던 모양이다. 커플이 책을 보면서, 같이 생각하고 얘기하면서 빈 칸을 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인님과 어제 만났을 때, 이 책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빈 칸을 채우는 거래. 우리 만날 때마다 한두 장씩 써볼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애인님이 ‘그러면 서평 마감기한을 못 지킬 텐데?’라고 대답했다. 순진하긴. 리뷰에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것만 쓰는 거지. 설마 이 글을 읽을 불특정다수에게 우리만의 얘기를 보여줄 거라 생각한 건가?




  빈칸을 채워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과 대화를 나누게 될 것 같다. 아직까지도 상대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 혼자 오해하거나 뾰루퉁해있던 사항을 풀어내거나, 그동안 서로 외면했던 문제에 대해 얘기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아마 그 와중에 약간 ‘헐!’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미안해하거나 ‘오구오구 그래쪄요?’라면서 토닥거리기도 하고 그럴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더 풍부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책을 다 채울 때까지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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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인격이다 - 당신의 품격을 좌우하는 단어 활용 기술
배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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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당신의 품격을 좌우하는 단어 활용 기술

  저자 - 배상복







  우리 옛 속담에는 ‘말’과 관련된 것들이 꽤 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으로도,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한다.’라든지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또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등이 있다. 그리고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의미라는 얘기도 있고 말이다. 관련된 명언이나 속담이 한두 개가 아닐 정도로, 말하는 것에 대해 예전부터 조심하고 신중하라고 강조를 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을. 그래서 몇 백 년 전부터 조심하고 신중하고 또 주의하라고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말 때문에 오해하고 다투고 상처받고 있다.



  똑같은 의미의 말을 해도 어떤 사람은 참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단어를 쓰는가 하면, 누구는 참 저열하다는 느낌을 풍기는 어휘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기분이 안 좋다는 말을 할 때, 누구는 ‘속상해, 기분 나빠.’라는 무난한 말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아, 기분 존나 구려.’라는 듣는 사람이 눈살을 찌푸릴 말을 내뱉기도 한다. 이왕 말을 할 거면, 나를 돋보이게 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 책은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주의하면 좋을 단어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차별적인 의미를 갖고 있거나 어원을 알면 낯 뜨거워지는 단어, 직장 생활에서 무심코 실수하기 쉬운 단어, 그리고 SNS에서 흔히 틀리기 쉬운 단어들을 알려준다. 읽으면서 어쩐지 부끄럽기도 하고, ‘이런 말까지?’라고 놀라기도 했다. 그 정도로 나 역시 옳지 않은 언어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승에서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이렇게 사용되라고 한글을 만들었나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제일 많이 뜨끔했던 대목은 『1장 차별에 관한 단어들』에서였다. 최근 들어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아 나름 고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나온 단어들을 보니 아직까지 멀었다. ‘촌스럽다’라는 말이 차별적인 단어였다니, 헐…….



  그리고 다시 읽어봐도 잘 모르겠는 건, 『5장 상황에 따라 바꿔써야하는 단어』였다. 원래 단어도 제대로 못 쓰는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니! ‘한글 너무 어려워요!’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계발’이나 ‘개발’의 차이, ‘되요’와 ‘돼요’의 옳은 사용법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음, 잘못해서 틀리느니 비슷한 뜻을 가진 다른 단어로 바꿔 쓸까? 아, 그래서 어휘를 많이 알고 있으라는 거구나!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너무 억지스러운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라는 단어에 대해서 얘기할 때였다. 이미 너무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고, 대체할만한 마땅한 말이 없으니 그냥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공감된 부분은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 몇 개를 골라보자면 ‘~같아요’와 ‘너가’,와 ‘니가’의 지적은 무척 공감했다. 요즘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너가’라든지 ‘니가’라고 쓰는데, 바로 잡아줘야 한다. 드라마나 노래 가사에서 저런 식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저 표현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같아요.’라는 말도 너무 싫다. 좋으면 좋은 거지, 좋은 것 같은 건 뭐람? 오늘부터 나라도 올바른 단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



  한 번 읽고 휙 책장에 꽂아만 두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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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 것 같아요.”와 같은 이도저도 아닌 어법에 대해
    from 마음―몸―시공간 Mind―Body―Spacetime 2017-04-17 17:53 
    “~인 것 같아요.” 같은 경우, 저도 처음에는 좀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는데요.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체로 저 표현에 대한 비판자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고 봅니다. ① 표현 주체의 생각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② 자기 의견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얼버무리는 어법은 역비판을 두려워해 그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책략적 언술이 반영된 것이다. ③ 즉 명확한 자기 의견 제시에 뒤따르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교묘한 언술 행위다. ④ 줏대
 
 
 
대화로 풀고 세기로 엮은 대세 세계사 1 - 인류 탄생부터 13세기까지 대세 세계사 1
김용남 지음, 최준석 그림 / 로고폴리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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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인류 탄생부터 13세기까지

  저자 - 김용남

  그림 - 최준석






  요즘 ‘대세’라는 말이 유행이다. 좋게 말하면 대다수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뜻이고, 달리 보면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세 세계사라는 건 뭘까? 책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들었다.


  목차를 보고 첫 장을 읽고 나서, 그 의미를 알았다. 지금까지 내가 배우고 읽은 세계사 책은 대개 나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이 책은 좀 달랐다. 나라 중심이 아니라, 시간대 별로 나누면서 동시에 그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제목 그대로, 그 시간대에 어떤 사건이 대세였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 각 챕터의 제목이 바로 그 때의 대세를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챕터는 ‘인류 탄생부터 B.C.E. 1만년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제목이 ‘인류의 진화’이다. 이 시대에는 인류가 처음으로 등장해서 나름 무리를 이루면서 살기 시작한 때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챕터 10은 ‘C.E. 3세기’가 배경인데, 제목은 ‘군인의 시대’이다. 그럼 뭐가 떠오르는가? 전 세계적으로 무력이 흥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때 중국은 조조와 유비가 등장해서 한창 싸웠고, 로마 제국은 군인 황제 시대가 이어지며 위태로웠다. 챕터 14는 ‘C.E. 7세기’를 다루고, 제목은 ‘새로운 제국의 등장’이다. 그렇다. 여기서는 앞 챕터에서 다뤘던 혼란기가 안정화가 되면서 나름 전성기를 누림을 추측할 수 있다. 이 당시 중국은 당나라가 들어서면서 번영을 누렸고, 일본이나 인도 역시 나름 안정화되어갔다.


  나라 중심으로 배울 때는 그 시대에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연결시키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은 각각의 나라를 비교하면서 시간대를 연결시키기 쉬웠다. 한 나라가 발전하고 변화하는데, 온전히 자기들의 힘만으로 이루는 것을 불가능하다.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해왔다. 그 때문에 한 나라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도 역시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동서로마가 분열된 데에는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지구가 추워져서 가뭄이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동아시아와의 육상 교역로가 끊긴 요인도 거들었다. 또한 중국에서 유비가 등장하여 삼국으로 나뉜 것은 왕실의 힘이 약해진 이유도 있지만, 철제 무기가 보급된 영향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책은 종합적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특히 마음에 든 부분은 중국이나 유럽 같은 나라들만 얘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그리고 서남아시아까지 다루면서, 어떻게 세계가 연결되어 왔는지 알려준다.


  게다가 이 책은 단순히 사실과 설명의 나열이 아니라, 사회자와 세 명의 전문가가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이정치, 박문화, 그리고 김경제라는 이름의 전문가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그 시대, 그 지역에 어떤 문화가 발달하고, 경제는 어떤 식으로 성장하거나 쇠퇴하였으며, 정치는 어떠했는지 글자 그대로 얘기해주었다.




  정치와 문화 그리고 경제는 하나만 따로 떼어서 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같이 봐야 한다. 어떤 정권이 어떤 정책을 펼치는가에 따라 문화 주류가 바뀌고 경제 정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어떤 대통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문화계에 자유가 보장되거나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도 보여준다. 기존의 역사서에서 배제되거나 한 가지 이미지만 부여되었던 인물들에 대해 다루었다. 악녀로 평가받던 여성들에 대한 다른 견해를 알려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많은 사진과 삽화, 도표들과 함께 들려주는 네 사람의 대화를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책이 650쪽에 달하는 두툼한 두께였는데, 보기보다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많은 나라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어쩐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망하는 나라의 사례를 보면 그 원인들이 대개 비슷했고, 흥하는 나라 역시 그 성장 패턴이 흡사했다. 문득 우리나라가 걱정되었다. 아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 세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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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
주쯔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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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

  저자 - 주쯔이








  어릴 적에 ‘금서’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건 읽는 것만으로 법에 저촉되어 잡혀가고 나쁜 아이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생각을 했다. 나쁜 이야기가 적혀있기에, 당연히 읽지 말라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조금 머리가 크자, 그러니까 책장을 펼치자마자 사이렌이 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나이가 되면서, 몰래 읽는 스릴을 즐기기도 했다. 그 중의 어떤 책들은 이미 금서가 아니게 된 것도 있었는데, 읽으면서 ‘이게 왜 금서였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영화 제목을 인용하자면,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기 때문일까? 그럼 대체 과거와 현재, 뭐가 달라졌기에 틀렸던 것이 맞게 된 걸까?



  이 책은 역사적으로 금서로 정해졌던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왜 금서가 되었는지 이유를 알려주고 있다. 1장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 말라』로, 사회 비판과 대중 선동으로 금서가 된 작품들을 얘기하고 있다. 2장은 『감히 권위에 맞서지 말라』는 제목으로 권력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 금서가 된 책들을, 3장은 『다른 생각은 용납할 수 없다』로 자유로운 사상에 대한 통제로 금서가 된 경우, 이어 4장은 『더러운 욕망으로 사회를 어지럽히지 말라』로 풍기문란이라는 누명을 쓰고 금서가 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5장은 『어떤 언어로도 출판할 수 없다』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으로 금서 역사에서의 주요 작가들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1장의 사회 비판에 대한 책들은 주로 동구권, 특히 러시아에서 출판된 경우가 많았다. 독재 정권 아래서 권력을 비판하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개인 삶의 향상을 위한 내용조차 제재 대상이었다는 부분에서는 좀 놀랐다. 하지만 개인 삶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전체주의에 위배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납득이 되기도 했다.



  2장 권력층에 대한 풍자 부분에서는 종교에 대한 책이 대거 등장했다. 현상금까지 걸렸던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가 빠질 리가 없다. 가족 간이라도 종교나 정치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을 정도니, 대놓고 정치종교 지도자를 풍자하고 희화하면 큰일 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최근까지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그렸다고 잡혀간 적이 있었다. 특이하게 여기에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포함되어있다. 그냥 야한 얘기만 담은 책이라고만 들었는데, 그 19금 행위를 하는 주체가 성직자와 귀족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음, 그럼 한국의 몇몇 개신교 목사들이 성스캔들을 일으키는 건 전통을 지키기 위한 건가…….



  3장 자유로운 사상을 표현했다가 금서가 된 책들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든지 ‘몽테뉴’의 ‘수상록’이 들어있었다. 으잉? 왜 저 책들이? 도대체 옛날 사람들은 얼마나 유리 멘탈이기에 저런 책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걸까? 타인과 다른 생각을 한다고 부들부들 떨면서 ‘너 금서!’이러다니. 얼마나 사람들의 사상을 통제하고 싶었으면 그런 짓을 한 걸까?



  4장 풍기문란이라는 평을 받은 책 목록은 보자마자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코프’의 ‘롤리타’라든지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등이 들어있었다. 로리타를 제외하고는, 주로 여성의 성적 해방이나 직업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었다. 여성의 성이란, 예전이나 지금이나 억압의 대상인 모양이다.



  5장은 책을 내놓을때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드’라든지 ‘푸쉬킨’ 그리고 ‘위고’가 있다. 어떻게 보면 그 시대에 제일 핫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저 책들이 금서에서 풀렸기에, 아무런 제약 없이 읽을 수 있다. 그 때문에 옛날 사람들을 유리 멘탈이라며 근본 없는 조상공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판매 중지가 된다거나 조직에서 조직원들에게 읽으면 안 된다고 지정한 금서들이 있다. 특히 권력층에 대한 풍자는 지금도 재판에 회부될 사안이기도 하다. 관대한 지도자라면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고 넘길 것이고, 벤댕이 속같은 권력자라면 개인 메일까지 뒤져서 잡아갈 수도 있다. 또한 19금 소설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목록에 있는 소설들의 수위가 별로 높지 않아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웹소설들 중에서 19금을 달고 있는 경우에는 그 수위가 장난이 아니다. 옛날 사람들이 보면 뒤로 나자빠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은 책보다는 영상물을 금지시키고 있는 추세다.



  그러니까 금서라는 것은, 그 시대의 권력자들의 입맛에 얼마나 맞느냐 맞지 않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라 볼 수 있다. 이건 나이 대에 알맞은 책을 골라주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읽을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니까.



  문득 트위터에서 본 사진이 떠올랐다. 아, 그래서 다들 권력을 잡으려고 그렇게 애쓰는 거구나. 타인의 생각과 사상, 성까지 제어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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