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홍의 황금시대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추이칭 지음, 정영선 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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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제 - 긴 사랑의 여정을 떠나다

  저자 - 추이칭

 

 

 

 

 

  중국 문학은 ‘서유기’와 ‘삼국지’ 정도에서 멈춰있기에, 역시 이 책의 주인공인 샤오홍이라는 이름은 낯설기만 하다. 샤오홍은 1930년대에 활동을 한 여류작가로 본격적으로 집필한 10년 동안 10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다가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홍콩에서 결핵으로 사망했다. 이 책은 짧지만 강렬한 삶을 살다간 샤오홍의 일생을 그린 이야기이다.

 

  부제와 어울리게, 이 책은 그녀가 일생동안 만나고 사랑했던 일곱 명의 남자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우선은 그녀의 어린 시절, 어린 손녀를 사랑하고 지켜줬던 ‘할아버지’. 그와 함께 성장하면서 샤오홍은 여러 가지 추억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추억들은 후일 그녀의 작품에서 배경으로 살아난다. 그리고 학창 시절 첫사랑이었던 ‘루쩐쑨’. 집안에서 정해주는 남자가 아닌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 사랑의 도피까지 했지만,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둘 사이는 끝이 난다. 할아버지는 그녀의 정신적인 고향이었고 아련함과 추억이라면, 루쩐쑨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 대해 뼈저리게 깨우쳐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두 번이나 약혼을 파기하고 도망간 샤오홍을 돌봐줬던 ‘왕언지아’. 솔직히 내가 그의 입장이라면, 결혼을 앞두고 두 번이나 도망갔던 여자가 길거리에서 고생하고 있으면 속으로 고소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외면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짧은 동거 생활 역시 끝이 난다. 돈을 빌리러 집으로 갔던 그에게서 소식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임신한 몸으로 혼자 여관에 남게 된 샤오홍.

 

  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남자는 신문사에서 일하는 ‘샤오쥔’이었다. 그녀가 보낸 칼럼을 읽고 문학적 재능을 알아준 사람이었다. 그와 지내면서 샤오홍은 본격적인 문학가로 활동하고, 다양한 문인들과 친분을 맺는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는다. 샤오쥔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어쩌면 작가로 명함도 못 내밀어보고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있어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수 있는 계기를 이끌어준 존재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다보니, 알게 모르게 경쟁을 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마초 정신이 강한 남자라면, 자기가 여자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거기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심지어 샤오쥔은 샤오홍에게 손찌검을 할 때도 있었다. 이런 나쁜 XX! 여자를 때리다니!

 

  이때 샤오홍에서 나타난 남자가 있었으니, 문학청년을 꿈꾸는 ‘두안무홍량’이었다. 이 둘의 만남은, 지인들에게서 지탄을 받게 된다. 샤오홍은 샤오쥔의 여자였기에, 두안무가 사이에 끼어들어 선배의 여자를 빼앗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안무는 샤오홍과 결혼을 하고, 그녀가 글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샤오홍이 결핵에 걸려 병원에 있는 동안, 그는 돈을 벌어야 했다. 혼자 병실에 누운 샤오홍은 외로워했다.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는 건 머리로 알고 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그녀를 위로해준 것은, 동생의 추천으로 알게 된 후배 작가 ‘뤄빈지’였다. 그는 병상에 누운 그녀를 간호해주면서, 그녀의 마지막을 지켰다. 물론 이 때 샤오홍은 두안무와 혼인 상태였다. 불륜인가……. 아니면 바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남자는 ‘루쉰’이었다. 그와 샤오홍의 관계는 보통 선후배 작가 사이라기보다는 아빠와 딸 같은 관계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의 재능을 처음 알아본 것이 샤오쥔이었다면, 그 재능에 양분을 부어주고 싹이 자랄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루쉰이었다. 언제나 그녀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그녀의 작품에 추천사를 써주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시켰다.

 

  작가라는 것을 빼고 보면, 참 남성 편력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삶이었다.

 

  생각해보자, 한 여자아이가 있다. 어린 시절 집안에서 정한 남자가 싫다고 학교에서 만난 선배랑 눈 맞아 도망갔다가 먹고살 길이 막막하니 다시 집으로 기어들어오고, 다시 결혼할 생각하니 싫어서 도망치고. 그러다가 파혼한 약혼자를 만났는데 사람이 알고 보니 괜찮아서 살다가, 남자가 행방불명. 만삭의 몸으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한 남자를 만나서 동거 시작. 그런데 그 남자가 좀 고집이 세고 걸핏하면 여자를 무시하고 폭력을 써서 정떨어지고 있을 때 쯤, 다정다감한 남자가 나타나 따뜻하게 대해주니 홀랑 마음이 가버린다. 그 사람과 결혼까지 해서 잘 사나 싶었는데, 전쟁 중 집안이 기울면서 설상가상 그녀는 병원에 입원. 남자가 병원비 마련한다고 잘 와보지도 않으니까 또 마음이 흔들린다. 마침 동생이 소개한 후배가 ‘선배 아프지 마요.’라고 다가와 잘 해주니까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 그녀가 낸 결론은 이거다. ‘사랑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두 사람이 함께 있으면서 상대방에게 따뜻한 위로와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면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가.’ 나쁘게 말하면 돈 벌어오는 남자 따로, 옆에서 챙겨주는 남자 따로……. 아침 드라마 소재로 딱인 것 같다. 이 때 후배가 재벌집 후계자로 실장님이면 금상첨화.

 

  어쩌면 그녀는 일처다부제를 꿈꾸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은 돈 벌어오고, 한 명은 옆에서 다독여주고, 한 명은 문학적 조언을 해주고 등등. 저자는 그녀가 아버지나 새어머니에게서 제대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서, 사랑하는 법도 사랑받는 법도 몰라 애정 결핍에 걸려서 그렇다는 식으로 서술을 해놓는데, 흐음.

 

  결국 그녀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오직 자기 자신만 사랑했을 뿐이다. 단지 그녀에게 잘 해주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이면 아무나 다 좋은 것이었다. 어리광쟁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의 글을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성숙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과 애정, 보살핌을 갈구하여 그것을 주는 사람을 따르지만, 한편으로는 인정받고 싶고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가 고향에서 가족들에게 말했던 ‘평생 남의 말을 들으면서 살 수 없고,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가고 싶은 길을 가며,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결국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 주위 사람들은 남자들이었다. 그렇게 얽매이고 싶지 않아 도망쳤던 남자라는 존재의 도움으로만 살 수 있었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그녀가 원하는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음, 그러니까 놀고먹으면서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거였을까?

 

  아! 그리고 저자의 지나친 감정 이입 강요가 조금은 역효과가 난 것 같다. 읽으면서 '그건 저자님 마음이죠'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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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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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양 양

 

 

 

 


  제목과 이리도 일치하는 책은 오랜만이다.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 저자 쓸쓸하고 외로운 사람이구나라는 거였다. 하지만 그 외로움과 쓸쓸함을 꽁꽁 끌어안고 불쌍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분출시키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이 저자 같은 경우에는 그 대상이 노래와 글인 것 같다.

 


  저자가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것에 대한 짧은 생각이나 감상을 적은 에세이집인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마치 가을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다. 그것도 단풍이 울긋불긋 든 화려한 가을이 아니라, 길게 뻗은 가로수길이 전부 다 노란색이나 빨간 색으로 물들었고, 길 위에는 낙엽들이 쌓였거나 바람에 흩날리는 그런 가을이 떠올랐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이런저런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그려질 때가 있다. 어떤 책은 기차 화통을 삶아 드신 분이 큰소리로 떠드는 것처럼 읽힐 때가 있고, 또 어떤 책은 수다스런 아주머니가 마주 앉아서 연신 얘기하는 상상이 들 때도 있다. 또 다른 책은 안경을 낀 차가운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또박또박 정중한 목소리로 말하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간혹 개구쟁이 꼬꼬마가 두서없이 재잘대는 그림이 그려질 때도 있고 말이다.

 


  이 책은 위에서 느껴지는 가을 분위기 때문인지 몰라도, 조용한 공원 벤치에서 누군가 옆에 앉아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내면 낙엽들이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동물들이 놀랄까봐 가능하면 작은 소리로 말하는 그런 느낌. 불면증에 걸려 밤을 꼬박 새면서 본 바깥의 풍경이라든지, 중국을 여행할 때 37시간동안 기차를 타면서 경험한 일들, 불운의 연속에서 겨우 행복을 잡은 친구 이야기,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지는 과정 등등이 그런 인상을 더해주었다.

 


  우리 사회는 간혹 혼자 뭘 하는 사람을 불쌍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그런 불쌍한 시선의 대상이 되는 것을 못견뎌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 그런 이유로 혼자서 뭔가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걸 어색해하고, 카페나 영화관에 혼자 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어릴 때는 ‘혼자서도 잘 할 거야!’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막상 성인이 되어서는 그렇게 못하는 걸까?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활동을 혼자 하는 게 그리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자는 혼자 여행도 하고 카페에도 가서,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자기만의 감정을 느낀다. 마치 물고기가 물속에서 숨을 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혼자 있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한다.

 


  어쩌면 책 제목인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니까 말이다.

 

 


  허름한 것이 좋다.

  허름하다는 것은 반짝반짝 새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헌것, 낡은 것, 오래되고 가난한 것은 그 시절에 더 뜨겁고 정답고 치열했을 것이다. (중략)

  겹겹이 쌓인 먼지의 시간만큼 사랑하였을 것이다 -p.37

 

 


  난 허름한 식당은 비위생적이라고 꺼리는데, 저자는 간혹 찾아가기도 한다. 아, 이런 부분이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찾고 찾고 찾고 찾고 찾고 또 찾아보아도 내가 찾는 게 무언지도 모르겠는 밤이 있다.

  그게 인생일 테지.

  그것만은 어찌해도 알겠는 밤에는, 우리, 별이나 보자. -p.195

 

 


  어쩐지 쓸쓸함이 더 느껴지는 이 가을날에 딱 어울리는, 쓸쓸함과 외로움 그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저자의 생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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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holic 2014-11-25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양양님 검색하다가 포스팅 발견했어요.
12월 7일 양양님 단독 콘서트가 있어서 포스팅에
살포시 댓글남겨봅니당
(혹시 광고라고 생각되시면 과감히 삭제해주셔도 되요 ㅜㅜ)
책이랑 같은 이름의 앨범 발매기념 콘서트입니다.
양양님 홈페이지에 공연소식 있어요 ^^
http://www.yangyangstory.com/

바다별 2014-11-27 00:02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비독 소사이어티 - 82명의 살인 사건 전문가
마이클 카프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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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Murder Room, 2010

  저자 - 마이클 카프초

 

 

 

 

  이 책은 그러니까, 경찰이나 검찰, FBI 쪽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민간 범죄 수사 기구인 ‘비독 소사이어티’라는 모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다들 자기들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능력자들이었기에, 그 재능을 썩히기 싫기도 하고 정보 교류 등을 위해 매년 네 번씩 모여서 사건을 얘기하고 친목을 다진다고 한다. 저자는 특히 모임의 주춧돌인 세 사람, 프랭크, 리처드 그리고 윌리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딱딱한 설명문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소설 형식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이런 유의 책으로는 예전에 나온 ‘마음의 사냥꾼 Mindhunter, 1995’나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a.k.a. FBI 심리 분석관 Whoever Fights Monsters, 1992’과 비슷하다. 다른 점을 고르자면 위에 언급한 두 책은 FBI 요원들이 자기들이 면담하거나 참여했던 범죄에 대해 자서전 형식으로 서술했고, 이 책은 민간 요원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이 개입한 사건을 소설형식으로 적고 있다.

 

  그래서일까? 위의 두 책은 보면서 자기 자랑이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그냥 덤덤하게 사람 사는 얘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그 사람들은 나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아닌, 괴물 같은 범죄자들의 세계에 몸을 반 정도 담고 있는 게 달랐다.

 

  그 때문에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했다. 법의학 예술가인 프랭크는 변사체의 얼굴 복원 일인자인데 영감을 주는 뮤즈를 찾아 헤맸다. 그의 다양한 여성 편력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또한 범죄 심리학자인 리처드는 타인과의 교류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 이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정반대 성격의 두 사람이지만, 범죄를 앞에 두고는 의기투합한다. 두 사람은 모든 것이 다르지만, 단 한 가지는 일치했다. 범죄자가 죗값을 치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용납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가 저술한 사건들 중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루었던 것도 있고, 처음 접하는 경우도 있었다. 범행 수법은 예전에 FBI 요원들이 쓴 책에서 다룬 사건들보다 더 잔인하거나 마음이 아픈 경우도 있었다. 아마 몇몇 경우에는 범인의 체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 가족의 아픔까지 아우르는 요원들의 인간적인 면까지 같이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탈을 쓴 짐승만도 못한 것이 많은 세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잡아가두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물론 제일 좋은 건, 그런 것들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것이지만.

 

  하지만 한편으로 무척이나 아쉬움이 많은 책이었다. 특히 교정 부분에서 그러했다. 비문은 그렇다고 쳐도, 오탈자는 물론이거니와 맞춤법 부분에서 한숨이 나왔다. 가격에 비해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편집/구성면에서 별점을 좋게 줄 수가 없었다.

 

  아래의 문장들은 중간에 글자가 빠져있는 경우이다.

 

 

  2주 내에 체포하 머리를 이렇게 금색으로 물들였을 겁니다. -p.129 (체포한다면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

  당신이 아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애가 타니까 신을 의심하지 않도록 -p.265 (당신을)

  레이샤는 스미스를 유혹해서 범행을 돋게 한 후 그를 차버렸다고 그리고 이어서 동네 레스토랑 -p.306 (차버렸다고 한다. 가 어울릴 듯)

  위리엄은 충동적으로 프랭크를 와락 잡아당겨서 안았다. -p.520 (윌리엄이다)

  미국 제 1세대 범죄 프로파일러이자 리처드 월터의 동료인 이 뛰어난 비독 소사이어티 회원들은 -p.557 (누군가의 이름이 생략되었다.)

 

 

  다음에 이어질 문장들은 주어와 술어의 호응이 맞지 않는, 비문이라고 불릴 수 있는 문장들이다. 수식문장이 길 경우에 굳이 영어 원문처럼 하나로 잇기 보다는 끊어서 두세 개의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의미 파악을 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짐이 이야기하는 동안 리처드의 작고 파란 눈으로 냉정하게 이야기를 쫓아가며 관심을 보이다가 끝내는 부드럽게 인내심을 발휘하며 듣게 되었다. -p.258 (누가 이야기를 들은 것인가? 리처드는 이라고 썼어야 할 듯)

  프리드는 77세로 ‘유아 돌연사 연구의 할머니’이자 메리 노의 다섯 번째 아이인 콘스탄스를 1958년 부검한 마리 발데스 데프나 박사를 인터뷰했다. -p.353 (d;거 잘못 읽으면, 콘스탄스가 연구의 할머니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는 독실한 복음주의자 신자인 스미스가 레이셔가 스콧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20년형을 선고받은 지 1년이 지난 후에 레이샤의 공범으로 스콧의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을 지켜봤다. -p.385 (읽으면서 욕 나왔던 문장. 스미스와 레이셔가 20년 형 받았다고 오해할 뻔 했다. 첫 줄의 ‘스미스가’를 1년이 지난 후에 다음에 넣어야 의미 전달이 확실해진다.)

 

 

  본문에도 나와 있지만, 비독 소사이어티의 회원들이 논문이나 저술을 발표하면 그것을 꾸준히 읽는 사람 중의 일부는 범죄자라고 한다. 아마 잡힌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서 완전 범죄를 완성할 방법을 궁리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책이나 논문은 범죄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의문이 들었다. 이런 유의 책이 꾸준히 나오는 것이 득일까 아니면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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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룰에 의문을 던져라 - 틀을 깼을 때 만나는 유쾌한 일상
리처드 템플러 지음, 조혜란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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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틀을 깼을 때 만나는 유쾌한 일상

  원제 - The Rules To Break, 2013년

  저자 - 리처드 템플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엔 알게 모르게 지켜야할 것들이 많다. 활자화된 공식적인 규칙이나 법이 있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은연중에 이래야한다고 퍼져있는 것도 있다. 그래서 혹시 그걸 못 지키면, ‘그런 건 상식으로 알고 지켜야 하는 거 아냐?’라는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은 때로 너무 고지식하다거나 요즘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그런 것들을 룰이라고 부르며, 과거와 달리 새롭게 재해석이 되어야할 룰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잠언이라고 소개글에는 적혀있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서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에는 모두 93개의 새로운 룰이 소개되어 있다. 읽으면서 ‘아, 그래. 맞아. 이렇게 생각해야지’라고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고, ‘이건 좀…….’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대목도 있었다. 저자의 말이 진리는 아니니까 찬찬히 읽으면서 취할 부분은 취하고, 아닌 부분은 그냥 참고만 해도 좋을 것이다.

 

  인상 깊은 몇 가지를 들어보면, 우선은 73번 ‘계획한 일을 제대로 한다.’를 들 수 있다. 저자는 룰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룰을 바꾸었다. ‘섣불리 큰일에 뛰어들지 않는다.’ 저자는 차근차근 목표한 것을 놓치지 않고 때로는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무모하게 일을 벌이는 것보다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보다는, 나에게 알맞은 속도로 일을 진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또한 78번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한다.’라는 룰을 저자는 ‘당장 원하는 바를 알지 못해도 좋다.’라고 재해석했다. 하지만 여기엔 단서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기보다는 무엇이라도 실질적인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겪어보라는 것이다. 생계를 유지시켜주지 못해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라고 한다.

 

  20번의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룰도 역시 ‘상대방을 바꾸려고 애쓰지 않는다.’로 바꾸었다. 95%의 장점을 가진 사람을 5%의 단점 때문에 바꾸려고 한다면, 그건 비현실적이라 말하며 차라리 그 5%를 받아들이도록 자신의 생각을 바꾸라고 말한다. 이건 나중에 나오는 뉴 룰 65번 ‘다른 사람의 감정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와 연결이 되는 것 같다.

 

  저자는 자신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움직이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적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건강관리에 대해 언급한다. 신기했다. 이걸 말하는 책은 기억에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성묘를 갔을 때, 운동을 꾸준히 한 올케들은 쌩쌩한 반면 그렇지 않은 나는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종종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줄 알고, ‘난 이상한 사람인가 봐.’라고 침울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다른 것이지 틀린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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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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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저자 - 마스다 미리

 

 

 

  지금까지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만화만 보았는데, 이번엔 특이하게 여행 에세이다. 여행이라,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단어이다. 물론 책 세계 여행이나 음악과 함께 하는 상상의 세계 여행 같은 건 친근하지만, 물리적인 거리를 이동하는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가지 못하는 곳엘 갔다 온 그녀의 감상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제처럼, 저자는 혼자서 길을 떠나기도 하고, 어머니나 남자친구 또는 여러 명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같이 가면 같이 가서 좋고, 혼자 가면 혼자 가서 좋은 경험을 느끼고 온 것 같다. 헐, 난 혼자서는 서울도 잘 못 벗어나는데……. 애인님 만나러 갈 때 빼고는. 그건 여행이 아니라 데이트니까. 기차타면 금방 가니까. 음, 정정해야할까? 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매일 정해진 곳 이외의 장소에 가는 걸 즐기지 않는 것 같다.

 

  하여간 2010년 4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저자가 다녀온 여행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이 들어있다. 초반에는 누군가와 같이 간 여행이 많았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혼자 떠난 횟수가 늘었다. 심지어 헬싱키까지 혼자서 다녀왔다! 아마 처음에는 익숙해지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다니다가, 나중에 용기를 얻고 혼자 모험을 떠나본 모양이다.

 

  여행기를 읽어보면 그냥 맛집을 돌아다니다가 온 여행지도 있고, 이런저런 구경을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 특유의 감성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한 여행이서는 '더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나란히 작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p.38)라며 아쉬움과 바람을 토로한다거나, 줄을 서서 지방의 명물 요리를 사먹으려고 기다리면서 '타인과 여행을 할 때, 줄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싫어하는 사람인가 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여행도 순조로울 것 같다.'(p.29)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다양한 생물이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는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러니까 그런 복잡 다양한 여러 감정이 녹아있는 책을 쓸 수 있는 거겠지.

 

  나라 여행에서, 그녀는 수학여행을 온 중학생 무리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어느 그룹에도 섞이지 못하고 혼자 있는 아이를 보면서,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한다.

 

  빨리 '어른'이라는 장소로 도망쳐 오렴. 어른이 되면 좀 자유롭단다. 혼자 여행을 떠나도 괜찮아.-p.186

 

  의문이 들었다. 진짜 어른이 되면 그럴까? 그러면 어른인 난 지금 자유로운가? 혼자 여행을 떠나도 괜찮은가? 하지만 난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에 엄청난 부담감과 두려움, 그에 맞먹는 귀찮음을 느끼고 있는데, 그러면 난 어른이 아니라는 걸까?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여행이 단지 물리적인 거리를 떠나는 여행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집밖으로 한발자국은 너무 심하고, 차를 타고 한두 정거장만 떠난다고 해도, 그곳에서 평소와 다른 뭔가를 발견한다면 여행이 아닐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에게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먼 곳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장소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즘 사회가 워낙에 흉흉하니까 생각에서 그칠 수도 있지만…….

 

  덧붙여서 요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 타기 1분만해도 어찌나 땀이 나오는지, 런닝 머신을 하는데 걷는 속도가 제일 느린 주제에 얼굴은 혼자 새빨갛다. 오죽했으면 트레이너분이 너무 무리하지 하지 말라고 걱정을 하신다. 하지만 내 걷는 속도는……. 이놈의 저질 체력을 극복해야 어딜 가든지 할 테니까. 게다가 예쁜 옷을 입고 애인님을 만나서 쓰다듬도 받고 싶고. 내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썼는데 다음에 만날 때 쓰다듬 안 해주기만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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