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답게 살아갈 용기 - 말 못 할 콤플렉스와 우울로 인생이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자존감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세진 옮김, 뮈조 그림 / 더퀘스트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부제 - 말 못 할 콤플렉스와 우울로 인생이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자존감의 심리학
원제 - Je Depasse Mes complexes et mes deprimes, 2010
저자 - 크리스토프 앙드레
그림 - 뮈조
드라마를 보면 간혹 이런 장면이 있다. 여자가 화를 내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남자가 뒤따라간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붙잡으며 꼭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너 답지 않게 왜 이래?” 그러면 거의 100% 여자가 소리친다. “나다운 게 뭔데?”
가끔 이런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나를 슬쩍 보고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눈썹이 비뚤어졌나? 땀 때문에 화장이 얼룩졌나? 이 상의랑 바지가 안 어울리나? 입술색이 너무 튀나? 옷이 너무 꽉 끼어서 뚱뚱해 보이나?’ 한참동안 뭐가 문제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첫 번째 장면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저 남자는 여자를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판단하는 걸까? 이런 모습도 저 여자고 저런 모습도 저 여자이건만, 자기가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저 난리인거야? 그러면 저 여자는 그동안 저 남자 앞에서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줬다는 걸까? 왜 저 여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듣고 싶어 하는 거지?
두 번째 예 같은 상황에서는 한참 고민을 하지만 이미 집을 나온 이상, 더 이상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한다.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 나중에 화장이나 고쳐야지. 물론 이런 얘기를 애인님에게 하면 ‘자기야가 너무 예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애인님한테만 예뻐 보인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지만, 기분은 좋다.
위의 두 예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은근히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은 나를 보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본다고 해도, 나를 판단하거나 감정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냥 시선이 닿은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두리번거리면서 길을 걷다가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 남이 보기에 나에게 뭔가 잘못된 점이 있는 것인지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 알고 싶어 하고, 그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모습에 맞춰가려고 애쓰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타인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줏대 없이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것이 너무 심하면, 가끔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또한 그렇게 쌓은 인간관계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내가 지금까지 뭘 위해 살았는지 허탈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첫 번째 장면의 여자처럼 자신의 본모습이 뭐냐고 물어보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저런 상황에 처하면, 슬퍼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급기야는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이 책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 자존심과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 지나치게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 외모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들, 그리고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이 겪기 쉬운 상황과 그것에서 헤어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만화와 설명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읽으면서 뜨끔하는 대목도 있고, ‘난 아직까지 이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다’라고 안심하는 부분도 있었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살아가는 삶이기에,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조언이나 충고를 가장한 오지랖이라든지 차별적인 발언을 여러 번 듣게 되면, 없던 콤플렉스가 생기고 있던 자존감마저 사라질 것이다. 그것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도 좋겠다.
표지 아랫부분에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누구의 마음에도 들지 않을 용기, 당신에겐 있는가?’
난 아직은 없다. 이런 용기 없는 인간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