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고수리 지음 / 첫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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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고수리

 

 

 




 

  제목이 무척이나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니, 어쩐지 밤안개가 옅게 깔린 밤길을 달빛에 의지해 걷는 장면이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상상이 이어질 수 있는 상상이지만,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면 외로우면서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홀로 걷는 길은 외롭지만, 안개가 따뜻하게 품어주는 그런 느낌? 거기에 달빛이 길을 비춰주니, 안심하고 갈 수 있다.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였다.

 

 

  책은 저자가 자신의 지난날을 차분한 어조로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가 술을 드실 때마다 주사를 피해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집을 나왔던 기억,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했던 어린 시절, 혼자서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던 때, 너무 어렸기에 상처만 남겼던 첫사랑, 고시원에 살면서 회사를 다니던 시기, 방송국 작가로 들어와 겪었던 여러 가지 일 그리고 현재의 남편을 만난 일 등등. 어떻게 보면 아픈 기억일 수도 있는 얘기들을 담담하게 꺼내 풀어놓았다. 너무 담담해서, 애써 꾹 참던 눈물 한 방울이 글 속에 스며든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 당시에는 최악의 상황인 것 같은데, 어떻게 겨우 지내고 보면 별거 아니었다고 회상하게 되는 일들이 간혹 있다. 상황이 갈수록 더 나빠지기만 했기에 ‘예전엔 별거 아니었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걸 원동력으로 더 나은 현재를 만들었기에 힘들지만 좋은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과거를 발판으로 삼았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저자가 다른 사람의 삶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고, 평범해 보이는 것들을 무심히 넘기지 않게 된 것은 그 빵을 먹어봤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의 어머니가 하셨다는 ‘매화는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아.’라는 말을 읽으면서, 이유는 모르지만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아마 한동안 기억될 문장 같다.

 

 

  책 중간에 들어있는 사진의 분위기와 책의 느낌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래서 쓸쓸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성적이라는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마음에 ‘푸욱’하고 와 닿는 문장과 저자의 따뜻한 감성, 그리고 덤덤한 어조가 어우러져 여운을 남겼다. ‘언젠가 나도 지금을 떠올리면 힘들었지만 잊을 수 없는 때였다고 떠올릴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아쉬운 점은 글자가 너무 작았다. 눈 나쁜 나에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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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따위 이겨주마 - 시각장애인인 내가 변호사가 된 이유
오고다 마코토 지음, 오시연 옮김 / 꼼지락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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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全盲の僕が弁護士になった理由

  부제 - 시각장애인인 내가 변호사가 된 이유

  저자 - 오고다 마코토

 

 

 

 

 




 

   부제를 보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시각장애를 가진 저자가 비장애인도 하기 어렵다는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고 예상할 수 있다.

 

 

  저자는 어릴 때 '선천성 녹내장'으로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보다 세 살 어린 남동생 역시 같은 병으로 시력을 잃어버린다. 태어나서 육 개월 만에 선천성 녹내장을 판정받은 두 아들을 앞에 두고,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좌절할까 아니면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까? 저자의 부모는 두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심을 길러주었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헤쳐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책을 읽다가 '약점을 극복하고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남의 도움을 잘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가 알아서 자기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긴 했지만, 혼자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 교과서를 점자책이나 CD로 만들어준 사람도 필요했고, 변호사 생활을 하는 현재도 옆에서 사무를 도와주는 조수가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핑계 삼아 무조건 남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별해 도움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한 것이다. 그 사실을 구별하여 적절하게 사용한 결과, 그는 남들보다 좀 힘들긴 했지만 변호사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고 합격 통지를 거머쥘 수 있었다.

 

 

  저자는 현재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만난 부인과 딸을 하나 얻었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의 부모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만큼 딸에게 베풀어주지 못할까봐, 자신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딸이 상처를 받을까봐 두렵다고 그는 얘기한다. 부부가 둘 다 시각장애인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읽으면서 나도 '어떡하나'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는 남의 도움을 현명하게 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육아에서도 그는 주위 사람들과 협동하여 잘 대처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처럼 장애를 가졌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변호사가 되었다고 밝혔다. 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에,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정심으로 시혜를 베푸는 듯한 도움이 아니라 진짜로 필요한 때에 적절한 도움을 받았기에, 그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희망과 용기, 그리고 의지로 가득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두 아들을 둔 부모의 한숨이나 시각장애인이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어조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저자의 표현을 빌면 '보이지 않으니 포기하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도전으로 가득했다.

 

 

  읽다보니 나까지도 '할 수 있다'는 도전의식과 용기가 생기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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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미술관 - 서양미술, 숨은 이야기 찾기
최연욱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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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서양미술, 숨은 이야기 찾기

  저자 - 최연욱

 

 



 

 

 

  사람의 심리란 묘해서 하지 말라면 하고 싶고, 말하지 말라면 더 말하고 싶으며, 알지 말라고 하면 기를 쓰고 알아내고 싶어진다. 그러기에 뒷담화가 유행하고 소문이 퍼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정사 正史보다 야사 野史가 더 재미있는 것도 어쩌면 그런 영향일 수도 있고 말이다.

 


  이 책은 서양 미술에 얽힌 비밀을 몰래 얘기하고 있다. 물론 어떤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더 이상 비밀이라고 하기 어려운 예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것들은 비밀이라고 해도 좋을 이야기들이었다.

 


  천재라 불린 화가가 앓았던 여러 질병이라든지 그 당시 예술가들이 즐겨 마셨던 술의 위험한 부작용은 안타깝기만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이 저가의 술을 마셔야 했는데, 그 술이 화가들에게 악영향을 줬다니……. 그때나 요즘이나 돈이 문제다. 게다가 고흐의 질병 목록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 병을 줄줄이 달고 살아 움직였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반면에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 속에 숨겨두었던 암호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특히 페테르 브뤼헐이라는 화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의 거의 모든 그림 한구석에는 반드시 용변을 보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아니 왜 그런 그림을? 저자의 설명을 읽고 그림을 찬찬히 찾아보니 진짜로 있었다. 어떤 그림은 심지어 설사까지 하고 있었다. 이미 고인이 된 화가이기에 왜 그랬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예술가들의 연애 이야기는 그야말로 막장 중의 막장만 골라 수록한 느낌이다. 특히 마네 집안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예전에 ‘고양이네 박물관’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마네 동생 부부의 외동딸인 줄리 마네가 주인공이었다. 이 책에서도 그 소녀가 언급되긴 하는데,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소녀의 엄마와 시아주버니 모네의 불륜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 외에 자신의 작품으로 소심한 앙갚음을 한 예술가들의 이야기 역시 흥미 있었다. 미켈란젤로와 추기경의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고흐의 그림을 성경적으로 해석한다거나 디에고 리베라가 록펠러에게 자신의 작품을 훼손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복수했는지에 대한 일화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미술관에 가면 느낌이 색다를 것 같다. 지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읽고 전시회를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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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1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퍽 귀여운 심술이네요!^^
 
나답게 살아갈 용기 - 말 못 할 콤플렉스와 우울로 인생이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자존감의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이세진 옮김, 뮈조 그림 / 더퀘스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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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말 못 할 콤플렉스와 우울로 인생이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자존감의 심리학

  원제 - Je Depasse Mes complexes et mes deprimes, 2010

  저자 - 크리스토프 앙드레

  그림 - 뮈조

 

 

 

 

 

 

  드라마를 보면 간혹 이런 장면이 있다. 여자가 화를 내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남자가 뒤따라간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붙잡으며 꼭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너 답지 않게 왜 이래?” 그러면 거의 100% 여자가 소리친다. “나다운 게 뭔데?”

 

  가끔 이런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나를 슬쩍 보고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눈썹이 비뚤어졌나? 땀 때문에 화장이 얼룩졌나? 이 상의랑 바지가 안 어울리나? 입술색이 너무 튀나? 옷이 너무 꽉 끼어서 뚱뚱해 보이나?’ 한참동안 뭐가 문제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첫 번째 장면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저 남자는 여자를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판단하는 걸까? 이런 모습도 저 여자고 저런 모습도 저 여자이건만, 자기가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저 난리인거야? 그러면 저 여자는 그동안 저 남자 앞에서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줬다는 걸까? 왜 저 여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듣고 싶어 하는 거지?

 

  두 번째 예 같은 상황에서는 한참 고민을 하지만 이미 집을 나온 이상, 더 이상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한다.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 나중에 화장이나 고쳐야지. 물론 이런 얘기를 애인님에게 하면 ‘자기야가 너무 예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애인님한테만 예뻐 보인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지만, 기분은 좋다.

 

  위의 두 예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은근히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은 나를 보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본다고 해도, 나를 판단하거나 감정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냥 시선이 닿은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두리번거리면서 길을 걷다가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 남이 보기에 나에게 뭔가 잘못된 점이 있는 것인지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 알고 싶어 하고, 그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모습에 맞춰가려고 애쓰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타인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줏대 없이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것이 너무 심하면, 가끔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또한 그렇게 쌓은 인간관계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내가 지금까지 뭘 위해 살았는지 허탈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첫 번째 장면의 여자처럼 자신의 본모습이 뭐냐고 물어보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저런 상황에 처하면, 슬퍼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급기야는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이 책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 자존심과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 지나치게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 외모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들, 그리고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이 겪기 쉬운 상황과 그것에서 헤어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만화와 설명이 잘 어우러져 있다.

 

  읽으면서 뜨끔하는 대목도 있고, ‘난 아직까지 이 정도는 아니라 다행이다’라고 안심하는 부분도 있었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살아가는 삶이기에,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조언이나 충고를 가장한 오지랖이라든지 차별적인 발언을 여러 번 듣게 되면, 없던 콤플렉스가 생기고 있던 자존감마저 사라질 것이다. 그것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것도 좋겠다.

 

  표지 아랫부분에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누구의 마음에도 들지 않을 용기, 당신에겐 있는가?’

 

  난 아직은 없다. 이런 용기 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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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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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저자 - 정희진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유명 비평가가 쓴 리뷰의 모음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저자의 약력을 보니 으음? 여성학 연구자? 순간 여기저기서 들은 몇몇 한국형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래서 잠시 책을 들었다 놨다 했다. 하지만 내가 들은 그런 류의 사람이라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조목조목 짚으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모르던 부분을 알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을 했다.

 

  책의 인상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강렬했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짜릿짜릿한 것이 번개를 맞은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송곳으로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 어떻게 이 작품을 접하면서 이런 방향으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을까? 아니, 여기서 어떻게 그런 생각과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이 책은, 나에게는 거의 낯선 세계와 같았다. 내가 몰랐던, 아니 어쩌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상에 대해 알고 싶지 않아서 별로 관심도 주지 않았던, 그런 세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책이나 영화의 리뷰였지만, 그것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사회의 모순적인 부분에 대해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건 피상적으로 작품을 겉핥기식으로 접했을 때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또한 자신을 둘러싼 사회에 대해 관찰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접합시킬 수 없는 얘기들이었다.

 

  그래서 왜 부제를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라고 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은 후 사고방식이나 인생관이 변화하는 책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를 말한다.

 

  저자가 접한 작품들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거의 읽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세상은 넓고 책도 다양하다지만,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책들이 이렇게 많다니……. 뉴턴이 바닷가에서 노는 어린아이 얘기를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건 단지 책의 권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독서를 해왔는지에 대한 자각이었다. 어쩌면 난 쉬운 책들만 읽으면서, 이만큼 읽었다고 자랑하는 재미로 서평을 써왔던 건 아닐까? 책을 읽고 나서 단지 ‘이건 재미있어, 저건 재미없어.’라는 이분법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던 건 아닐까?

 

  책을 읽다가도 마지막 장을 덮은 다음에도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멍하니 바깥만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에서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다음 장에서는 또 어떤 놀라움과 다른 시각을 보여줄까 기대하는 마음이 더 이상의 충격은 거부한다는 마음을 이겼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한 작품들을 내가 읽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내가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몇몇 문장들을 적어보겠다.

 

  우리를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책은 피사체를 내가 모르는 위치에서 찍은 것이다. 하늘 위에서가 아니라 건물 옆에서, 지하에서, 건물 뒤에서, 아주 멀리서, 혹은 나와 완전히 다른 배역에 있는 사람이 찍은 것이다. 건물 안에서는 건물을 볼 수 없다. 즉 피사체, 문제 대상(사회)을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그 안에 있으면 자신을 알 수 없다. -.p.23

 

  남성들에게 집은 쉼터지만 여성에게는 노동의 공간이다. -p.142

 

  이해는 난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영역이다. (중략) 이해는 사랑과 지식을 아우른다. 사랑은 수용이다. 상대를 수용할 때 이해는 따라온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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