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명 따위 이겨주마 - 시각장애인인 내가 변호사가 된 이유
오고다 마코토 지음, 오시연 옮김 / 꼼지락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원제 - 全盲の僕が弁護士になった理由
부제 - 시각장애인인 내가 변호사가 된
이유
저자 - 오고다
마코토
부제를
보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시각장애를 가진 저자가 비장애인도 하기 어렵다는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고
예상할 수 있다.
저자는 어릴 때 '선천성 녹내장'으로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그보다 세 살 어린 남동생 역시 같은 병으로 시력을 잃어버린다. 태어나서 육 개월 만에
선천성 녹내장을 판정받은 두 아들을 앞에 두고,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좌절할까 아니면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까? 저자의
부모는 두 아들이 앞을 보지 못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심을 길러주었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헤쳐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책을 읽다가 '약점을 극복하고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남의 도움을 잘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는 문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가 알아서 자기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긴
했지만, 혼자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 교과서를 점자책이나 CD로 만들어준 사람도 필요했고, 변호사 생활을 하는 현재도
옆에서 사무를 도와주는 조수가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핑계 삼아
무조건 남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별해 도움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한 것이다. 그 사실을 구별하여 적절하게 사용한 결과, 그는 남들보다 좀 힘들긴 했지만 변호사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고 합격 통지를 거머쥘 수
있었다.
저자는 현재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만난 부인과
딸을 하나 얻었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자신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의 부모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만큼 딸에게
베풀어주지 못할까봐, 자신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딸이 상처를 받을까봐 두렵다고 그는 얘기한다. 부부가 둘 다 시각장애인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읽으면서 나도 '어떡하나'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는 남의 도움을 현명하게 구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육아에서도 그는 주위 사람들과 협동하여 잘 대처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처럼 장애를 가졌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변호사가 되었다고 밝혔다. 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에,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정심으로 시혜를 베푸는
듯한 도움이 아니라 진짜로 필요한 때에 적절한 도움을 받았기에, 그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희망과 용기, 그리고 의지로
가득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두 아들을 둔 부모의 한숨이나 시각장애인이 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어조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저자의 표현을
빌면 '보이지 않으니 포기하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도전으로 가득했다.
읽다보니 나까지도 '할 수 있다'는
도전의식과 용기가 생기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