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에 기고한 지 1년이 넘었다. 글을 쓸 때마다 글감을 찾기 어려워서 1년만 기고하고 끝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1월에 신문사 측에서 ‘1년간 연장’이라는 통보가 오니 생각이 바뀌었다. 앞으로 1년 더 기고하기로 했다. 


글감을 찾기 위해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가 다음 글을 읽게 되었다. 음미할 만한 글인 것 같아 옮겨 쓰고 그것에 대한 단상을 써 봤다. 



사랑의 의미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사랑으로써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과 개성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실현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를 깨닫게 함으로써 잠재 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167쪽)


⇨ 서로 좋아하는 연인들이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에 서로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어서 인간을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멀어 상대를 가장 모르는 게 연인일 수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부모가 자식에 대해 모르듯이, 상대에 대해서 남들은 다 아는 것을 연인만 모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상대의 어떤 점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만 다른 점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더 모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기도 하고, 모든 측면에서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에 본인은 없고 친구들만 있는 자리에서 연인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A 씨가 기분이 상했다고 하자.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저렇게 즐거워하다니’ 하면서 말이다. A 씨가 상대를 사랑한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일까? 내가 알기로는 사랑하면 상대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A 씨를 기분 좋게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차원 높은 사랑을 할 수는 없을까. 


연인이나 배우자는 어떤 사람이면 좋을까? 상대방에 집착하고 사랑을 심하게 갈구하는 사람보다는 상대방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 상대방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낫다고 생각한다. 내 딸이 만날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사랑의 의미
사랑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의 본질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사랑으로써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과 개성을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실현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사랑의 힘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를 깨닫게 함으로써 잠재 능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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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2-07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해요!
원래 글이란 게 쓸거리를 쟁여두고 쓰게 되지는 않더군요.
다 좌짜가면서 쓰는 거지. 그러다 어느 날 팍 자라있음을 발견하는 거잖아요.
올해 또 의미있는 씨름을 하게 되었군요. 응원합니다. 홧팅!!

2023-02-07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02-07 18:57   좋아요 1 | URL
홧팅, 고맙습니다.
남들은 쓸 글이 넘쳐 나는 것 같은데 저는 고갈된 상태이니 걱정입니다. 정 안 되겠다 싶을 땐
6개월 정도만 하고 기권, 해야죠 뭐. 그럴 땐 필자를 구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알려야겠지요.
제가 언제까지 쓸 수 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2023-02-07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7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07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감 2023-02-07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보드 누를 힘이 없어질 그 날까지, 페크님의 칼럼은 영원하라~~

페크pek0501 2023-02-07 19:08   좋아요 1 | URL
푸하하~~~ 물감 님이 저를 웃겼어요.
물감 님도 키보드 누를 힘이 없어질 그날까지 영원히 글 쓰십시오. 제가 딱 지켜보겠습니당~~~

blanca 2023-02-07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근사합니다. 페크님이 그만큼 독자들과 신문사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얘기이겠지요.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23-02-07 20:22   좋아요 0 | URL
아, 아닙니다 blanca 님. 그런 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ㅋㅋ
오랜만에 방문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응원은 감사하게 접수합니당~~

기억의집 2023-02-07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글감 찾는 거 쉽지 않지만 글쓰기 위해 세상을 더 넓게 보려고 하시잖아요. 페크님 올 한 해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3-02-08 15: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글감을 찾기 위해 이 책 저 책 찾게 되고 또 글 쓰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 세상을 더 넓게 보게
되기는 합니다. 그래도 우물 안의 개구리일 테지만 글 쓰기 전에 비하면 조금이라도 넓어졌겠죠.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3-02-08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크님!
글 쓰는게 쉽지 않은데 그것도 신문에 칼럼 을 계속 연재하시니 정말 대단하세요~~
응원합니다
건강도 유의하시고요^^

페크pek0501 2023-02-08 15:46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 감사합니다.
그 대단한? 일을 처음 하니 많이 떤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하고 싶은 걸 어쩌겠어요.
글 쓰는 사람들은 일부러 편한 길을 놔 두고 스스로 힘든 길을 택해 걷는 자들입니다. 누가 말리겠어요...
님도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하루하루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독서괭 2023-02-08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대단하세요. 꼬박꼬박 기고하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그래도 보람도 많이 느끼실 것 같습니다. 저도 제 딸이 그런 사람 만나면 좋겠어요^^

페크pek0501 2023-02-09 13:58   좋아요 1 | URL
집착형은 상대도 자신에게 집착하길 바라고 그 기대에 어긋나면 화를 낼 거예요. 만나자고 하는데 쉬고 싶어서
안 만나 주면 삐지고 그러면 또 그 마음을 풀어 주려고 노력해야 하고... 참 피로한 일입니다.
딸 가진 부모라면 딸이 너그러운 남자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 같을 것 같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가필드 2023-02-09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크님 계속해서 연장도 응원드립니다 🥳

페크pek0501 2023-02-10 13:2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 또한 가필드 님을 응원하겠습니다.🥳

yamoo 2023-02-11 1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단락 읽으면서 빵터졌습니다..ㅋㅋㅋㅋ
페크 님두 유혹에는 어쩔 수 없구나...ㅎㅎ

사랑의 의미...모든 사랑의 의미에 대한 썰을 많이 봐왔지만..개인적으로 인용하신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에리히 프롬의 짧은 언명을 아주 좋아합니다.
˝사랑은 인간실존 문제에 대한 해답˝
<사랑의 기술> 부제였죠. 사랑의 의미에 이만한 대답도 없다고 봅니다만..^^;;

페크pek0501 2023-02-12 15:58   좋아요 0 | URL
후훗~~~ 제 마음을 꿰뚫으셨나 봅니다. 잘 쓸 자신도 없으면서 유혹엔 약하지요...ㅋㅋ
사랑의 기술을 정독했습니다만, 부제는 기억하지 못했어요. 훌륭하십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2-11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올해 1년 더 연장하시는군요.
칼럼을 연재하는 건 시간이 많이 들고 부담되는 일이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지면이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 같아요.
올해도 좋은 글 많이 쓰시고, 그리고 좋은 책도 많이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않아서 좋은 주말입니다.
편안한 오후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2-12 16:01   좋아요 1 | URL
그게 그렇게 됐어요. 연재는 정말 부담스런 일이에요. 마감은 다가오는데 적당한 글감을 못 찾을 땐 속이 타지요.
그걸 알면서도 뿌리치지 못했어요. ㅋㅋ
서니데이 님도 책과 함께 행복하기를요..
미세먼지가 없으면 춥고 따뜻해서 좋다 싶으면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말썽이더라고요.
편안한 오후 보내세요.^^

희선 2023-02-13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한해 더 하시게 되다니... 페크 님이 쓰신 글이 좋아서겠습니다 이번에도 잘 쓰시면 다음해에도... 다음보다 2023년만 생각하고 쓰시면 괜찮을 거예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2-13 12:09   좋아요 0 | URL
연재를 맡으면 한 해가 금방 가는 것 같아요.
더 나은 글을 써야 할 텐데, 하며 걱정이 되기도 한답니다.
2023년도 희선 님도 저도 열심히 읽고 써야겠지요.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은빛 2023-02-24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해 전에 지역 신문에 글 연재할 때 글감을 구하지 못해 난감했던 경우가 많았어요.
마감이 닥치면 어떻게든 글감을 구해보려고 별의 별 생각들을 다 해보곤 했었어요.
꾸준히 좋은 글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
덕분에 1년 더 멋진 글들을 읽을 수 있겠네요.

페크pek0501 2023-02-24 12:08   좋아요 0 | URL
경험해 보셔서 잘 아시겠네요. 연재하는 일이 즐겁지만은 않은 것을...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글을 쓰는 걸까요... 이것도 중독인듯...
저 역시 마감이 닥치면 어떻게든 글 하나 완성이 됩니다. 쓰면서, 이번엔 망했다, 이러죠.
감은빛 님이 멋진 글이라 말씀해 주시니 황송합니다.
연재 맡으면 딱 하나 좋은 점 있어요. 글 하나 완성한다는 거요. 연재하지 않으면 글감이 없네, 하면서
글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면 글도 늘지 않을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