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몽테뉴
몽테뉴가 저술한 것으로 우리에게는 ‘수상록’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책이 에세 1, 에세 2, 에세 3으로 나누어져 출간된 게 지난 6월이었다. 완역본이고 전 3권으로 구성된 이 책을 구매하려고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아 놨다가 이제야 구매했다. 구매할 때부터 이 세 권의 책이 내가 글을 쓰는 데 무척 유익한 책이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이 예상이 어긋나지 않아 기뻤다. 목차를 살펴보고 에세 1의 14장 ‘좋고 나쁜 것은 우리 견해에 달려 있다’(110쪽부터 139쪽까지)를 읽자마자 이 책에 반해 버렸으니까.
책을 많이 사 봤지만 유독 이 책 세트가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책의 두께 때문이다. 세 권을 합하면 무려 1988페이지에 달한다.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2. 좋고 나쁜 것은 우리 견해에 달려 있다(에세 1, 110쪽)
‘좋고 나쁜 것은 우리 견해에 달려 있다’를 ‘모든 것은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겠다.
인간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격언이 말하기를) 사물 자체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견해 때문에 번뇌에 빠진다.(에세 1, 110쪽)
우리가 불행 또는 고통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자체로서 불행이나 고통이 아니고, 단지 우리 생각이 그 사물에 그런 성질을 부여한 것이라면 그것을 바꾸는 것도 우리에게 달려 있다.(에세 1, 110쪽)
⇨ 대입 시험에 낙방하면 인생이 망했다고 여기는 학생들이 있다. 견해를 바꾸어 보자. 시험에 실패했을 뿐이지 인생이 망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다음 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된다. 모든 것은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
우리가 달아나면 적이 더 사나워지는 것과 똑같이, 두려워 떠는 것을 보면 고통은 더 오만해진다. 당당히 맞서는 이에게 고통은 훨씬 얌전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팽팽히 긴장하고 그것에 대항해야 한다. 밀려 뒷걸음치면 우리를 위협하는 파국을 지레 불러들일 것이다. 몸을 꼿꼿이 가누면 더 든든히 짐을 질 수 있듯, 마음 또한 그러하다.(에세 1, 123쪽)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한다. “고통에 몰두하면 할수록 고통을 더 많이 느낀다.” 치열한 전투에서 열 번 칼에 찔리는 것보다 외과의사의 면도날에 한 번 베이는 것이 더 아프다.(에세 1, 123쪽)
⇨ 내 경험에 의하면 병원에서 주사를 맞기 전에 얼마나 아플까 하고 겁을 먹으면 정말 아픈 주사로 느껴지고, 주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딴 생각을 하고 있으면 따끔한 주사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
실제로 여성들은 사람이 많은 길 한복판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칠 경우 창피해서 아픈 줄 모른다고 한다. 창피하다는 사실에 집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은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
....................추가)
1) “좋고 나쁜 것은 우리 견해에 달려 있다.”라고 1533년에 태어난 몽테뉴가 이미 글로 써 놨다는 것이 경이롭다.
2) 어디에서 내가 본 것인지 모르겠는데 유명한 대사로 생각되는 말이 이 책 속에 있다는 게 놀라웠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왜 하필 그를 사랑하나요?” 하고 물으니 “그가 그였기 때문에, 내가 나였기 때문에.”라고 상대가 대답하는 것.
누가 나더러 왜 그를 사랑했는지 말하라고 조르면 나는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가 그였기 때문에, 내가 나였기 때문에”라고 밖에는.(에세 1, 344쪽)
“그가 그였기 때문에, 내가 나였기 때문에.”라는 대사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아시는 분은 좀 알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