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인에 대해 잘 모른다 :
우리는 타인에 대해 잘 모른다. 가령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내 글을 자주 본 이들은 나의 어떤 면만을 안다. 가령 내가 젊지 않은 여성이라는 것, 글쓰기와 독서를 좋아함, 칼럼을 잘 쓰고 싶어 함, 발레를 배우고 걷기 운동을 함, 마른 몸에 키는 큰 편(내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따위를 알 뿐이다. 내가 가장 화가 날 때는 언제인지, 내가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은 무엇인지,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잠을 자는지, 나쁜 버릇은 무엇인지, 어떤 성향의 사람들을 싫어하는지 등등은 모른다. 단지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나의 일부만을 알 뿐이다.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도 다를 게 없다. 나에 대해 겉으로 보여지는 것 외에는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누구나 한 치의 오차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 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자신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 때가 있다.
도대체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안다는 게 가능할까? 당사자와 똑같은 처지에 있지 않고 똑같은 삶을 살지 않았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그러니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에는 오해나 착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정확히 아는 게 아니다.
문제는 대상의 일부만 알고 그 나머지는 모르면서도 마치 전체를 알고 있다고 여기는 점이다. 그래서 많은 오류를 범한다.
(참고로 나는 화가 많은 사람을 싫어한다. 아니 싫어한다기보다 그런 사람을 피하고 싶어 한다. 언젠가는 내게 마구 화를 낼 것 같아서다. 화를 참을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2. 책 욕심 :
남들이 읽은 책이라면 당연히 읽어야 하고, 남들이 읽은 책만 읽어서는 안 되고 그 이상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책을 많이 사게 된다.
책을 많이 사긴 했으나 산 책 중에서 읽지 않은 책이 많다. 책에 욕심이 많을 뿐이니 난 독서광이 아니라 책광인 듯.
3. 글로 성공하려면 :
글로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스승, 라이벌, 열정 등이다. 이에 대해 내가 설명을 붙이면 다음과 같다. 자신을 키워 줄 스승, 이기고 싶은 라이벌, 글에 대한 열정. 이 세 가지 중에서 열정만 있는 나는 성공을 할 수 없는 건가. 성공을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부러운 건 사실이다. 예를 들면 며칠 전 오마이뉴스에서 공감 수가 3백 개가 넘고 댓글이 2백 개가 넘은, 어떤 글을 보고 부러웠다. 내가 봐도 잘 쓴 글이었다. 그 글이 하루아침에 이룬 성과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 글쓴이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4.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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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부터 몸을 피할 수는 없다. 개들은 전부 엉덩이의 항문까지 흠뻑 젖어서 어떤 개는 발자크 소설에 나오는 수달처럼 보였고 어떤 개는 생각하는 승려처럼 보였다.
- 《1973년의 핀볼》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완전히 저물어 투르게네프 · 스탕달적인 어둠이 내 주위에 낮게 드리웠다.
-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제15장
벌써 4월이다. 4월의 시작. 트루먼 카포티의 문장처럼 섬세하고 변하기 쉽고 다치기 쉽고 아름다운 4월 초순의 날들.
- 《댄스 댄스 댄스》 제20장
- 나카무라 구니오,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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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표현 같아 밑줄을 그었다. 나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