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상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적이 몇 번 있다. 병원에 갈 때면 이제까지 큰 병 없이 살아온 내 인생에 감사하게 된다. 건강함 이외의 딴 욕심이 생기지 않는 것도 이때다.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의사와 마주 앉았을 때, 기록철을 들여다보는 의사의 표정이 밝지 않으면 긴장되고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 순간 내게 큰 병이 없기를 바랄 뿐이고 다른 바람은 없다. 



그러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나는 감사할 줄 모른다. 평범하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어느 날 내가 평범하지 못한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음도 까맣게 잊고 욕망과 불만이 생긴다. 욕망과 불만이란 이런 것이다. 나는 발전을 지향하는 삶을 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 봐야 한다. 그런데 많이 읽거나 많이 쓰면 몸살이 나서 며칠을 앓게 된다. 몸이 약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불만이 생긴다. 



최근 또 정밀 검사를 받을 일이 생겨서 병원 예약을 해 두었다. 난 다시 큰 병 없이 평범하게 살고 싶은 바람을 갖는다. 그동안 내가 불만을 가진 건 내가 누리는 이 자유와 평범함이 당연하게 느껴져서임을 반성한다.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음으로 느껴질 때 즉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깨달을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될 터인데. 






2. 사기열전















....................

송나라에 어떤 부자가 있는데 집의 담장이 비에 무너져 내렸다. 그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담장을 다시) 쌓지 않으면 도둑이 들 것입니다.” 그 이웃집 주인도 아들과 똑같이 말하였다. 날이 저물자 정말 많은 재물을 잃었다. 부자는 자기 아들은 매우 똑똑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이웃집 주인을 의심했다. 

- 사마천, <사기열전 1>, 106쪽.

....................



⇨ 말한 내용은 똑같으나 말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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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12-06 1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들이 왜그리 많은지 그제서야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안도하게 됩니다.
페크님, 항상 건강하시길 바래요^^

페크pek0501 2021-12-07 12:10   좋아요 3 | URL
저도 잊고 살 때가 많아요. 병원에 가서 환자복을 입고 있는 이들을 봐야 건강함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페넬로페 님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미미 2021-12-06 14: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검진 받을때마다 두렵고 걱정하면서 ‘문제없다는 결과 나오면 정말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하곤 본래대로 쓱 돌아갑니다ㅋㅋㅋㅋ

페크pek0501 2021-12-07 12:12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저도 건강 검진을 받을 때엔 건강하기만 하다면 다른 바람이 없게 되고
아무 이상이 없으면 도루묵 됩니다...ㅋㅋ

moonnight 2021-12-06 14: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건강검진 받기 일주일 전부터 전전긍긍하다가 검진 끝나면 바로 한 잔 합니다. 결과 나올 때까지 또 전전긍긍하면서-_- 페크님 건강 기원합니다.

페크pek0501 2021-12-07 12:14   좋아요 1 | URL
달밤 님도 그러시는군요. 결과에 안심되면 한 잔 할 만하죠.
달밤 님도 건강 기원합니다. ^*^

새파랑 2021-12-06 14: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당연한건 없는거 같아요. 살면서 잊는게 문제이지만. 깨닫고 잊고의 반복 ㅎㅎ
그래도 아예 모르는것보다는 소중함을 한번씩 생각하는것도 대단한거 같아요 ^^

페크pek0501 2021-12-07 12:16   좋아요 3 | URL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데 불운을 당하면 왜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나, 하지요. 나라고 해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건데 말이죠.
저도 깨닫고 잊고의 반복. 잘못 저지름과 반성의 반복... 그렇습니다.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 번씩 병원에 가서 긴장하는 것도 좋은 경험 같아요.

프레이야 2021-12-06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검사결과 두근거리겠지만 아무 일 없이 건강하시길요^^

페크pek0501 2021-12-07 12:16   좋아요 2 | URL
예. 건강하길 바랄 뿐이에요. 욕심은 좀 내려 놓고 말이죠.
프레이야 님도 건강하시길요.^^

서니데이 2021-12-06 20: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밀검사 하시는군요.
별일 없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심하면 좋은 거라고 생각해도 긴장되는 시간 같아요.
좋은 결과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페크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2-07 13:07   좋아요 2 | URL
건강 검진을 받으면 재검 받으라고 하는 게 생기더라고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 몇 년 전부터 그러더라고요. 재검 받으면 괜찮고요. 하지만 재검 받으러 갈 때 떨리지요.
서니데이 님도 건강한 날들 속에 행복하시기를요. ^^


이하라 2021-12-06 2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검사결과가 좋은 방향으로 나오길 기원합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1-12-07 13:08   좋아요 1 | URL
이하라 님.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이하라 님도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mini74 2021-12-06 23: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엄마랑 병원을 자주 가게 되는데 병원 간다는 거 자체가 정신적으로 좀 힘든일 같아요. 별 탈 없다 괜찮다하면 엄마랑 넘 좋아하며 떡볶이랑 순대 사서 집에 오곤 합니다. 페크님도 아무 이상 없으시길 ~

페크pek0501 2021-12-07 13:09   좋아요 1 | URL
저도 친정어머니 모시고 병원 갈 때가 많아요. 정기적으로 약을 탈 게 많거든요.
병원 갔다 오면 좀 피로하긴 해요. 저희는 집 오는 길에 왕만두 사 옵니다. ㅋㅋ
미니 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희선 2021-12-07 0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건강검진, 별일 없기를 바랍니다 큰 병 없이 사는 것도 복이겠습니다 아무 일 없을 때는 그런 걸 몰라도 어딘가 안 좋으면 그때서야 그걸 알기도 하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1-12-07 13:10   좋아요 2 | URL
큰 병 없이 사는 게 복이고 말고요. 그걸 잊고 살다가 병원에 갈 일 생기면 깨닫곤 한답니다.
희선 님도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하시길... 감사합니다. ^^

2021-12-07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8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