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잘 읽었다며 지인이 강좌를 맡아 달라는 제의를 해 왔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주 1회로 강의하는 글쓰기 교실이란다. 나는 14년 동안 학생들에게 글쓰기나 논술을 가르쳤지만 성인을 가르쳐 본 적은 없다. 그래서 난 글쓰기 강좌를 맡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정중히 거절하였다. 자격이 없는데다 하루는 수업 준비로, 하루는 강의로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싫었다.

 


거절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책 읽고 글 쓸 시간이 부족해서 지금은 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 삼사 년 뒤에 주 1회로 그런 강의를 한다면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내게 필요한 건 글쓰기에 관한 공부일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뒤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고 요약정리를 해 보고 싶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나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서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기로 했다. 그리하여 찾은 책이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글을 쓰는 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있으되 실천하지 않는 게 있을 것이니,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읽는다면 좋겠다.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를 처음부터 44쪽까지 읽고 다음과 같이 요약정리를 하였다. 



1. 매일 조금씩 글을 써라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 이것이 글쓰기의 세 가지 원칙이다.(19쪽)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글을 쓰면 글을 짓는 능력이 향상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하루에 글을 많이 쓰게 되면 그 다음날에 피로감을 느껴 글쓰기를 생략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매일 글을 쓰기 위해서는 조금씩 쓰는 게 중요하다.   







2.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중복적인 낱말을 과감히 생략하라


나의 경우 글을 쓰고 나서 읽어 보고 같거나 비슷한 내용이 두 문단에 각각 들어가 있으면 두 문단을 합쳐 하나의 문단으로 만든다. 중복적인 문단을 없애기 위해서다. 여기서는 중복적인 낱말을 생략하는 것에 대해 공부하기로 한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우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혀 있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있다. 한 청년이 디카로 이 장면을 찍고 있다.(26쪽) 



이 글에는 ‘있다’라는 단어가 많다. 이것들을 다 없애버리면 다음과 같이 간결해진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싸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한다. 그래서 길이 꽉 막혔다. 신경질이 난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댄다. 한 청년이 디카로 이 장면을 촬영한다.(26쪽) 







3. 외래종 표현 ‘3적(三敵)’을 솎아 내라 


‘있다’와 ‘것’과 더불어 단어 ‘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글쓰기에서 ‘3적(三敵)’으로 꼽힌다.(31쪽)



나도 ‘것’을 많이 쓰는 편이라서 글을 다 쓰고 나서 퇴고할 때 ‘것’을 다른 단어로 대체하거나 문장 전체를 새로 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몸에 좋은 이 시장에서 잘 팔린다는 은 세상이 다 아는 이다.”라는 문장에서는 ‘것’을 다른 단어로 바꿔 넣는 차원에서 머무르지 말고, “몸에 좋다 하면 무엇이나 다 잘 팔린다.”라고 문장 전체를 아예 새로 쓰라는 뜻이다.(30쪽)



화재나 질병 따위 사고와 재난에 관한 보도에서 “누전을 일으킬 도 있습니다.”라거나 “광우병에 걸릴 도 있습니다.”라거나, 유대가 깨져 파탄을 가져올 도 있습니다.“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영어에 중독된 귀에 자칫 ‘can(be)’으로 들리는 이런 표현은 ”누전을 일으키기도 합니다.“라거나 ”광우병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또는 ”파탄을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다양화하면, 우리말 같지 않은 어색함이 사라지고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

나는 이러한 영어식 표현을 ‘외래종’으로 분류한다.(31쪽)



자기가 쓴 글에서 당장 ‘것’과 ‘수’를 찾아보고 밑줄을 그어 보자. 만약 그 수가 많다면 고치는 노력을 해 보자. 글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반복되는 단어를 찾을 땐 파일에서 ‘찾기’를 클릭하여 찾는 방법이 간편하다.) 







4. 되도록 접속사를 쓰지 말라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접속사를 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학교로 갔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러고는 우리들은 같이 어울려 영화 얘기를 했다. 그런 얘기가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두 시간 동안이나 영화 얘기를 했고, 그러다 보니 한두 명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까닭에 자리를 떴다. 그래서 나머지 우리들만 빵집으로 가서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43쪽)


 

이제는 밑줄을 그은 부분을 무작정 잘라보자. 앞뒤를 살피거나 인정사정 볼 필요가 없이, 무자비하게 목을 쳐야 한다.

그러면 이런 글이 남는다.(43쪽)



나는 학교로 갔다. 아이들을 만났다. 우리들은 같이 어울려 영화 얘기를 했다. 너무나 재미있어 우리들은 두 시간 동안이나 영화 얘기를 했고, 한두 명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자리를 떴다. 나머지 몇 사람만 빵집으로 가서 얘기를 계속했다.(44쪽)






오늘은 요기까지...


...................


내가 위와 같은 글을 얼마나 연재할 수 있을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한 달에 3~4번쯤 글을 연재할 계획을 세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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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19 13: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단히 인식하고 고쳐야 하는 부분이죠 ^^
인식 자체를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수정해 드려도 다음엔 똑 같고. 중의적 표현도 신경 써야겠더라구요. 쉽지 않지만 훨씬 깔끔하게 문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재 기대할게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1-11-19 13:41   좋아요 3 | URL
퇴고를 4백 번 했다는 헤밍웨이의 일화는 좀 심하지만... 그래도 퇴고 또 퇴고를 반복해야 글이 나아지는 건 확실해요. 글을 매만지는 시간이 길수록 완성도 높은 글이 탄생할 거라는 생각을 갖기로 했어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요.

연재, 라고 하면 거창해 보여 쑥스럽지만 연재라고 해야 제가 부담을 갖고 저 책을 꼼꼼히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연재, 라는 단어를 써 봤어요. 인간에게는 이런 장치가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방문자들과의 약속 같은 것이죠.푸훗...
좋은 날 보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21-11-19 17:07   좋아요 4 | URL
페크 님 덕분에 이 책 알게 되어 당장 구매했어요 ^^

페크pek0501 2021-11-20 12:2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님, 탁월한 구매를 하셨습니다. 오늘 이 책을 받게 될 수 있겠네요? 오!!! 기쁘시겠어요. 주문한 책을 받는 날이 참 좋지요. 우리 함께 공부해요. ^^

새파랑 2021-11-19 1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크님이 안좋다고 하는 것들을 다 하고 있는거 같아요 😅 글을 잘쓰는것도 역시 연습이 필요한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1-11-19 14:19   좋아요 3 | URL
연습과 훈련이 키 포인트인 거죠.
저는 ‘것, 것이다, 때문이다, 의, 같다, 자신, 자기, 생각 등을 많이 쓰는지라 꼭 점검합니다. 제가 많이 쓰는 단어를 기록해 봤더니 20개가량이 나오더라고요. 글을 완성하기 전에 꼭 그 20개를 다 점검합니다. 그래도 간혹 실수를 하죠. 푸훗...

2021-11-19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19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1-11-19 14: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가르침 잘 새기겠습니다.
정말 저의 글쓰기도 안좋은 글쓰기의 모범답안같아 뼛속까지 아픕니다 ㅠㅠ
저도 것과 수를 많이 쓰고 있어요^^

페크pek0501 2021-11-19 14:25   좋아요 3 | URL
가르침이라니요? 글쓰기 책을 요약하는 수준인 걸요. 이 연재로 제가 글쓰기 공부가 제대로 되겠단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을 끝내고 나면 다음 책으로 강원국 님의 책으로 뽑아 놨어요. 둘 다 갖고 있는 책이라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도 ‘것‘을 무척 좋아해서 글 한 편에 열 개 넘게 나올 때도 있답니다. 냉정하게 빼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바람돌이 2021-11-19 14: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외래종 표현 3적 진짜 공감입니다. 제가 쓰는 글에도 얼마나 많을지.... 페크님의 이런 유용한 강의 기대하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21-11-19 15:32   좋아요 2 | URL
제가 쓰는 글에도 많답니다.

저도 바람돌이 님의 응원을 기대하겠습니다. ^^

베텔게우스 2021-11-19 15: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험생 때 잠시 논술 학원을 다녔는데 그때 이런 내용들을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말씀대로 실천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1번이요. 일기를 매일 쓰려고 했는데 기분 내킬 때에만 쓰게 됩니다.
유익한 내용을 요약해 주셔서 글쓰기 습관을 점검해 볼 수 있었습니다. (__)

페크pek0501 2021-11-20 12:27   좋아요 2 | URL
저도 논술 학원을 다녔다면 지금 글을 더 잘 쓸 텐데, 저는 그런 혜택을 못 받고 자랐어요.
일기는 저도 매일 쓰지 못합니다만, 노트북에 낙서처럼 몇 줄씩은 끼적이고 있어요.
유익하셨다니 기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tella.K 2021-11-19 16: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잘 하셨습니다.
저 안정효의 저 책 가지고 있어요.
좋은 책이란 건 알겠는데 읽다가 다른 책을 보는 바람에
완독을 못하고 있는 책이죠. 좀 참고서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덕분에 언니 글 읽고 나중에 읽으면 머리에 잘 남겠어요.
응원합니다. 홧팅!!

페크pek0501 2021-11-20 12:24   좋아요 2 | URL
스텔라 님이 그 책을 사셨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아요. 두껍기도 해서 혼자 완독하는 게 쉽지 않지요. 저도 대충 훑어봤던 이 책을 꼼꼼히 읽으며 연재해 보려 합니다.
이런 참고서 같은 책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배움이 있는 책은 다 좋아하는지라...
제 연재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도 파이팅!!!

mini74 2021-11-19 19: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데 제 손이 거부하네요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어요 페크님 *^^*

페크pek0501 2021-11-20 12:25   좋아요 2 | URL
저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긴 하는데 그걸 제대로 실천하며 글을 쓸지는 미지수예요. 워낙 습관의 힘은 세서 말이죠.
그래도 노력하는 자에게 행운이 따르노니,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 보려고 합니다.
좋은 댓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21-11-21 2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간결하게 글을 쓰면 내용이 압축된 느낌이 있어요.
문장을 소리내서 읽었을 때 자연스러운 것도 좋다고 하지만,
쉽게 쓰고 간결하게 쓰는 것은 어떤 방식이든 쉽진 않을 거예요.
잘읽었습니다.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1-11-22 23:11   좋아요 2 | URL
글쓰기는 갈수록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도무지 쉬워지질 않네요.
어려워서 재밌나 봅니다. 킥킥...
서니데이 님도 좋은 한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2021-11-22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11-23 0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쓰기 마음 써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네요 나름대로 생각하지만 그저 제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강의 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1-11-23 20:12   좋아요 2 | URL
글을 완전하게 쓴다는 건 누구나 쉽지 않아요. 설령 작가라 하더라도 쉽다고 하지 않을 거예요.
강의, 라고 하니 어색하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1-11-23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 11월이라서 가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부터 눈이 오면서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추워질 때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눈이 내리니까 겨울 같아요.
따뜻하게 입고 감기 조심하세요.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1-24 12:35   좋아요 1 | URL
눈 온 것 보셨군요. 저도 그저께 밖에 있었는데 잠깐 눈이 날리더군요. 아주 조금요.
정말 겨울 같아요. 패딩을 입고 나갔는데 갑갑하지 않은 걸로 보아 겨울인 것 같아요.
서니데이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날들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1-24 1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퇴고할 때마다 비문이 보이고 맞춤법도 틀리고... 여러번 할 필요 절감합니다.ㅋ

페크pek0501 2021-11-24 12:37   좋아요 1 | URL
그렇다마다요. 저도 읽을 적마다 고칠 게 있어서 아주 많답니다.
그래도 그런 게 보여서 다행이지 않습니까. 어떤 건 안 보이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보이더군요. 아예 모르는 것도 있을 거예요. ㅋㅋ

얄라알라 2021-11-23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래 노랑 단풍에 이 포스팅 붉은 단풍에 눈이 즐겁습니다!
˝있습니다˝ ˝수˝!! 옙! 명심하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1-11-24 12:38   좋아요 1 | URL
저도 조금 전 수, 를 다른 걸로 고쳤어요. 수, 것, 을 애용하고 있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