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애초에 이해가 불가능(?)한 책이었다.

하지만 블랑쇼라는 사람과 그의 글을 처음 접하고 받은 인상을 

남기는 정도로 시작해볼까 한다.

훗날 오늘 쓴 글이 엉터리(?)였음을 확실히 알게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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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글을 남기는 것,

텍스트 '바깥'의 모호함이 바로 '카오스', '재난'이다.


그 가운데 언어를 붙드는 행위, 텍스트와 씨름하기.

이 텍스트와 나와의 상호작용이 곧 '내 안의 어린 아이',

'결코 죽지 않는 생명력'을 끊임없이 살해하는 행위가 아닐까.

이건 재난에 대한 부단한 긍정, 깨어있기다.


그러므로 언어를 붙드는 자, 작가는 고통 속에서 결코 잠들 수 없는자,

"한낮에 불면증에 걸린 자."(204)다.


작가를 포함한 예술가의 참모습.




"작가, 한낮에 불면증에 걸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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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란공 2022-01-28 10:06   좋아요 3 | URL
저는 아무래도 이 책 때문에 대상포진이 온 것 같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라던데요.... ㅜㅜ 그러니 지난 두 주간 피로에 쩔어 있는데 누우면 따가워서 잠이 잘 안오고 ㅋㅋ ㅜㅜ 작가는 아니지만 불면의 고통이 이 책 때문인듯 합니다 ㅋㅋ

stella.K 2022-01-28 10:10   좋아요 3 | URL
앗, 그렇군요. 이제부턴 재밌고 즐거운 책을 읽으십시오. 다시 건강해지실 겁니다.😄

초란공 2022-01-28 10:15   좋아요 3 | URL
네. 그래야겠어요^^
그런데 이 책은 덮고 나면 묘하게 다시 생각나는 매력이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신기하지요. ㅋ
stella님도 건강 유의하시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stella.K 2022-01-28 10:26   좋아요 2 | URL
ㅎㅎ 그런 지뢰가 있었네요. 앞으로 초란공님 말씀은 끝까지 잘 듣고 24시간 숙성 시간을 거친 다음 말씀 드려야겠군요.🤣
네, 초란공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

얄라알라 2022-01-28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어를 붙들다˝ 뭔 말이 이렇게 멋진가? 감탄하다가 댓글을 읽다보니 초란공님, 최근 대상포진을 앓으셨나봅니다. 후유증도 생길 수 있는 힘든 병이라고 들었는데 쾌유하셔서 컨디션 좋아지시기를 바랍니다.

초란공 2022-01-29 07:59   좋아요 1 | URL
네 ㅜㅜ 이제 다 나아갑니다. 그나마 통증은 약한 상황이라 다행입니다^^;; 주말에는 <환각> 정리해야겠어요. ㅋ
 
최초의 역사 수메르 - 국내 최초 수메르어 점토판 해독본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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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역사 수메르

: 국내 최초 수메르어 점토판 해독본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

 



한 역사학자가 오롯이 담긴 최초 문명의 역사

 


지금부터 약 150년 전, 32세의 한 영국 청년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사실을 발표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대홍수보다 2000년 이상 앞서 발생했던 대홍수에 관한 역사를 공개했던 것이다. 조지 스미스라는 이름의 청년은 서구인에게 진리의 기준이 되었던 성서의 기록에 정면으로 맞섰다. 그가 발표한 길가메쉬 서사시로부터 최초의 문명국 수메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에 알려져 있던 고대의 셈족보다 앞섰던 수메르족의 존재, 최소한 4000년 전에 묻혀버렸던 진실이 부활했다. 우리가 설형문자, 쐐기문자 등 이름을 들어본 적 있던 수메르의 점토판들을 해독하여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한 것이다. 19세기는 인류의 지성사에서 격변의 시대였을 것이라 상상해본다. 진화론이 등장하여 지구의 생명체에 관한 역사뿐만 아니라 인간의 위치에 대해 달리 바라보도록 화두를 던졌고, 고대의 셈족보다 먼저 존재했던 수메르족의 존재를 밝힌 일은 기독교적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한 일이었다.


 

오늘 읽은 최초의 역사 수메르는 국내 연구자가 직접 수메르 점토판을 해독하여 써내려간 역사책이다. 무엇보다 승자가 된 한 왕국의 필경사들에 의해 역사가 왜곡되고 사라져버린 고대 왕국을 되찾은 과정이 담겨있다. 저자는 문명의 본향인 수메르의 잃어버린 역사를 되돌려 놓았다. 그는 이 최초의 역사가 왜곡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노라 말한다. 이 책의 서술방식이 독특한 이유는 역사책에 역사가가 적극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구 중에 알아낸 일들에 대해 벅찬 감격을 느끼기도 하고 이를 역사책에 기록했다.


 

수메르 최초의 황제로 밝혀진 에안나툼은 라가쉬라는 도시 국가의 지배자였으며, 보기 드문 성군이었다고 한다. 가난한 백성의 빚을 탕감하여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었다. 최초로 노예해방을 선언하여 노예로 살아야 했던 아들, 혹은 어머니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예를 들면, ‘자유를 의미하는 설형문자 아마-를 설명한 대목이 나온다. ‘아마어머니를 가리키고, ‘돌아가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니까 에안나툼의 노예해방선언으로 노예였던 자식이 어머니에게 돌아가다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폭정과 수탈로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던 힘없는 고대 수메르인들에게는 얽매인 신분에서 벗어나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 바로 이들에게 절실했던 자유의 정의였단다. 저자는 최초의 역사 이야기에서 가장 가슴이 벅찬 순간”(225)이었다고 고백했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느꼈을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수메르의 역사를 읽으면서 신기하고 놀랐던 것은 5000년 전의 고대 세계와 지금의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수메르는 문자를 통해 기록이 남아있는 최초의 문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5500년 전에 수메르의 상형문자가 등장했다. 하지만 적어도’ 8500년 전에 수메르의 남부 지역에서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들 문명은 기본적으로 농경문명이었다. 농사를 짓기 위한 물이 중요했다는 의미다. 물을 확보하기 위해 이 고대 국가들은 운하를 만들고 관개시설을 마련했다. 또 새로 왕이 즉위할 때면 국론을 모으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의 중앙에 언제나 신전을 짓거나 개축했다. 운하든 신전이든 이를 건설하는데 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필요했다. 사람들을 부리고 통제하기 위해서 중앙집권적인 지배자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렇게 수메르의 농경문명은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의 기본적인 요건을 이미 모두 갖추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도시가 발달하고, 그에 따른 필요가 증가했다. 이는 곧 자본과 자원이 도시로 모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특히 수메르 지역의 남부는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의 하류가 있는 비옥토 지역이었기에, 곡식을 비롯한 농산물로 풍요로웠다. 이 지역이 바로 성경에서 신화로 여겨졌던 에덴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잉여 산물이 생겨나 물물교환을 비롯한 교역이 성행하고, 수메르 남부에서는 아라비아 만을 통한 해상무역도 발달했다. 작은 도시 마을에 인구가 증가하고 자원이 부족해지면 전쟁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는 등 도시 사이에 끊임없이 경쟁과 전쟁이 벌어지던 곳. 수메르는 만인의 만인을 위한 투쟁이 쉬지 않고 벌어졌던 역동적인 국가였다. 또 지금과 다름없이 권력을 향한 암투가 극심하여 위정자들은 심심치 않게 급사를 했다. 이는 자국의 신하들 혹은 가족들에 의해 살해당했던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수메르의 왕들이 급사하는 경우 대부분은 지병 때문이 아니라 암살당했기 때문인 것 같다.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지배자가 사망한 대다수의 경우는 자국 내에서 암살당한 사례가 더 많아 보였다.


 

저자는 5000년 전 고대인들의 삶을 해독하면서 우리의 삶을 통찰한다. 수많은 영웅들이 일어났지만, 대개 한 세대를 지나면 사라져갔다. 필멸자, 유한한 생이 주어진 인간의 운명 앞에, 나타났다 사라져간 선조의 모습이 기록되어 5000년이란 시간을 건넜다. 탐욕과 어리석음을 이토록 지독하게 반복하는 동물들이라니! 앞서 언급한 수메르 최초의 황제이자 성군이었던 에안나툼 역시 뒤를 이은 후손들이 잠깐의 틈을 보인 사이 주변 국가가 침략하고 신하가 배신을 했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호기심과 흥분을 느꼈다. 반면 오랜 역사를 통해 변하지 않는 인간의 면모를 고대의 기록에서 재확인하는 것만 같아서 안타까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토록 영원히 어리석음과 이기적인 행동을 반복하고 사라져간 인간들의 운명이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었다. 구체적인 삶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해도, 본질적인 인류의 습성과 행동방식이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이 환경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인간의 구체적인 살림살이는 조금씩 다를지 모르지만, 인간의 역사는 결국 비슷한 모양으로 되풀이 되고 있었다. 수많은 영웅들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권력과 재화를 탐냈다. 전쟁을 일으키고 약탈하여 전리품을 챙겼다. 뺏고 뺏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영상을 빠른 속도로 재생한 것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대의 필경사이자 역사가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밝히고 이를 바로 잡고자 했다. 잃어버린 최초 문명의 역사를 되찾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에 5000년 동안 반복되어온 인간의 모순과 어리석음을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도 발견하고 안타까워했다. 고대의 수메르 지역은 현재 이란과 이라크 지역에 해당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고대와 현대의 역사를 연결 지으면서 자신이 일생의 연구를 통해 얻은 결실을 마무리한다.


 

고대의 이란-이라크 전쟁은 이란의 승리로 끝났다. 고대 이란인이 수메르의 황금 들판에덴의 자본을 차지했다. 그러나 종국에 가서는 고대 셈족이 에덴을 빼앗았다. 오늘날에도 이란과 이라크에서 전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이 두 나라 사이에서 제국의 검은 손을 줄곧 뻗고 있다. 작금의 유일한 제국800개의 해외기지를 세웠다. 지구는 제국의 놀이터로 변했다.”(445)


 

과거에는 귀금속, 목재, 농산물 등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면, 현대에는 석유, 천연가스 등을 비롯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벌였다는 정도가 다를까. 저자를 비롯한 우리가 그 밖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후손에게 어떤 역사를 남겨줄 것인가를 독자에게 물었다. 그는 제국, 전쟁, 국경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이 저자의 유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년(2021)에 원고를 마지막으로 출판사에 넘기고 몇 달이 지나 작고했다고 한다. 책이 나온 후 저자가 직접 수메르와 설형 문자에 대해 설명해주는 강연은 없을까 기대했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수메르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느꼈을 저자의 감동을 나도 느끼길 바랐다. 그래서 그가 책의 마지막에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역사를 남겨줄 것인가,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는가라는 문구가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저자가 30년 넘게 연구하는 동안 여러 번의 병치레를 겪으며 남긴 역작이다. 고대의 점토판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해독하면서 역사를 바로잡고, 이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역사가의 사명이 담긴 결과물이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독특한 서술방식을 따라가는 동안 나는 그의 역사 서술이 절박함과 간절함을 담은 서사시처럼 읽혔다. 개인적으로는 수메르 최초의 황제 에안나툼이 국가의 평화를 갈망하며 평화의 전령인 야생비둘기를 날려 보냈다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노예를 해방했던 수메르 황제에 대한 기록을 읽으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을 저자의 모습도 상상해본다. 저자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그가 자유’, ‘평화’, ‘비둘기를 의미하는 설형문자를 소개한 부분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글을 마칠까한다.




 

*수메르의 설형문자 '자유', '평화', '비둘기'

*비둘기는 수메르 최초의 황제 에안나툼의 평화 기원 메시지를 수메르 최고의 신 '엔릴'에게 전했던 전령이었다.

 


[1] "우루크에서 문자가 출현했고, 문명이 탄생했다. 우루크 문화가 기어이 문명을 일으켰다. 수메르는 최초의 문명국이었다. 우루크는 최초의 문명도시였고, 문명의 도가니였다." (68)

"문명의 본향은 수메르였다." (69)

[2] "에덴을 끼고 있는 라가쉬와 움마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의 적수였다. 에덴전쟁은 물전쟁이었고 식량전쟁이었으며, 영토전쟁이었다. 수메르에서 벌어진 ‘자본전쟁의 시작’이었다." (110)

[3] "에안나툼은 평화를 갈구하는 자신의 마음을 엔릴에게 전하고 싶었다. 왕이 선택한 ‘평화의 전령’은 야생비둘기였다. (...) 왕은 비둘기를 눈화장과 삼나무 진액으로 치장했다. 삼나무는 수메르에서 구할 수 없는 값비싼 ‘신의 나무’였다." (174-175)

[4] "‘자유’를 의미하는 설형문자는 ‘아마-기(ama-gi4)’이다. ‘아마(ama)‘는 ‘어머니’이며, ‘기(gi4)‘는 ‘돌아가다’라는 뜻이다. 엔메테나가 세상에 내놓은 자유는 ‘어머니에게 돌아가다’에서 탄생한 철학적인 수메르어이다. 수메르어 ‘아마’의 악카드어는 ‘움무(ummu)‘이다. 여기서 영어의 ‘마마(mama)’나 한국어의 ‘엄마’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은 ‘아마, 움무, 마마, 엄마’의 품에 안길 때 가장 평온하다. 이때가 고달픈 삶의 무게에서 해방되는 자유로운 순간이다. "32행: 어머니를 자식에게 돌려보냈고, 33행: 자식을 어머니에게 돌려보냈다." 최초의 역사 이야기에서 가장 가슴이 벅찬 순간이었다." (225)

[5] "수메르는 ‘적어도’ 8,500년 전에 ‘(수메르) 남부의 남쪽’ 오우에일리에서 출발했다. 4,000여 년 도안 이어져온 수메르의 역사는 수메르인의 몫이었다. 그러나 수메르는 악카드인 사르곤에게 국권을 넘겨주었다." (301)

[6] "이씬의 《수메르 왕명록》은 악카드인을 위한 역사 기록이었고, 악카드인에 의한 역사 기록이었다. 어느 역사가라도 조국의 정체성·정당성·정통성에만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몰입한다면 역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누르-닌슈부르의 "애국심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었다." (428)
- ‘애국심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란 말은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

[7] "1064년에 세상을 떠난 에스파냐학자 이븐 하즘(Ibn Hazm)이 가장 처음 사용한 ‘셈, 셈어, 셈족’이라는 신조어가 1781년 독일의 역사학자 루트비히 폰 슐뢰처에 의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 서구인이 가지고 있던 최초의 기억은 진실이 아니었다." (439)


[8] "라가쉬의 필경사들이 4,600년 전부터 가열된 에덴쟁탈전의 실제 상황을 기록했다. (...) 그 당시 라가쉬와 에덴은 수메르 역사의 중심이었다. (...) 수메르는 우르 3왕조를 마지막으로 역사에서 사라졌다. 3,840년 전쯤(B.C.E. 1817) 이씬의 필경사 누르-닌슈부르가 수메르 역사를 ‘크게’ 왜곡했다."

"그로부터 약 1,200여 년 후 히브리인은 ‘수메르의 비옥토 에덴’을 ‘에덴동산’으로 바꾸었다. 수메르에 실재했던 ‘황금 들판’ 에덴은 신화 속으로 들어갔다. (...) ‘구약성서’와 ‘에덴동산 신화’를 쓴 역사가들은 누르-닌슈부르보다 훨씬 더 ‘적나라하게’ 수메르와 최초의 역사를 지웠다." (440)

[9] "에덴전쟁사와 라가쉬가 없는 《수메르 왕명록》은 거짓되고 망령된 역사이다! 이는 필자가 대한민국 산방에 홀로 앉아 세상에 던지는 화두이다. 약 3,840년 동안 잃어버린 ‘최초의 역사’를 되찾아 한없이 기쁘다." (443)

[10] "잊지 못할 전쟁이 있다. 1990년에 시작되어 2011년에 끝난 미국 대통령 부자(父子)가 일으킨 전쟁이다. 부시 부자는 수메르의 옛 땅을 ‘부수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숱한 수메르 유적지와 유물이 사라졌다. ‘희대의 제국’ 미국의 광기였다." (444)

[11] "역사는 거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이다" (447)
- 미국 저널리스트, 평화운동가 노먼 커즌스의 말

[12] "나는 제국 없는 세상을 꿈꾼다.
나는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꾼다.
나는 국경 없는 세상을 꿈꾼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는가."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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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9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란공 2022-01-19 19:22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

2022-01-20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0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역사에 없는 사람들의 미국사


(A Different Mirror For Young People)

로널드 다카키 지음 | 레베카 스테포프 엮음 | [갈라파고스] | (2021)

 



이민자의 관점에서 역사 새로 쓰기

 



노파심인지도 모르겠지만, 소위 빅 히스토리라는 관점이 유행하는 현상을 다소 우려하면서 바라보는 이유가 있다. ‘빅 히스토리관점에서는 우주의 역사나 지구의 역사, 혹은 각 나라의 역사에 관한 서술을 하나의 거대한 시간성 속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흐름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우려하거나 문제될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이런 관점이 여러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의미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화된 지식과 판단에 접하게 되는 경우다. 독자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때 인간에 대한 관심이 희석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 결국 나만의 노파심일까.


 

예를 들면 미국은 북미 원주민이 살던 땅에 유럽인이 유입되어 형성된 이민자들의 나라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역사를 설명할 때 일반화된 핵심 개념과 설명만으로는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현실이 은폐되기 쉬울 것이란 생각이다. 이런 문제는 이미 많은 역사학자들이 부지런히 고민하고 기록을 남기고 있을 것이므로 나만의 노파심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행처럼 느껴지는 빅 히스토리의 관점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일도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자칫하면 역사적 설명뒤에 정작 사람이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내가 독자들의 지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까.


 

에르난도 코르테스는 1519년에 16명의 기병과 600명의 보병을 이끌고 멕시코 해안에 상륙했다. 그가 다녀간 후 50년 만에 멕시코 중부 지역의 아메리카 원주민수가 300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천연두와 같이 유럽에서 들어온 질병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을 테지만, 그렇다고 아즈텍 문명을 몰락하게 만든 유럽인들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빅 히스토리의 관점에서는 16세기 멕시코 지역의 역사를 ‘16세기에 멕시코 중부 지역의 인구가 유럽인의 유입과 질병으로 90% 감소했다라고 간결하게 정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만을 역사책에서 접했을 때, 후대의 독자들은 과거의 선조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인간의 역사가 인구, 그리고 숫자로만 기록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닐까. 역사책을 읽을 때 직관적이고 깔끔하게 정리된 빅 히스토리책들을 보면 내가 이따금씩 우려감을 느끼는 이유다.


 

역사에 없는 사람들의 미국사는 이런 개인적인 우려를 상당히 불식시켜주는 책이다. 미국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에서 주목하고자 했던 노력들의 계보를 잇는 책이 아닐까 싶다. 하워드 진은 이 유명한 미국사의 첫 장부터 아메리카 원주민의 수난사로 시작했다. 그의 저술을 처음 접했을 때, 신선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워드 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에 복무하면서 폭격기에 올라 폭탄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책에서 내가 무슨 일을 했던가를 솔직하게 고백했던 부분도 기억난다.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높은 상공에서 무감각하게 폭탄을 떨어뜨렸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폭격 받은 도시 현장을 지상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가 받았을 충격을 상상해본다. 내게는 빅 히스토리의 관점에서만 역사를 바라보는 경우는 폭격기에서 무심히 풍경을 바라보는 폭격수의 입장과 비슷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로널드 다카키가 쓰고, 이를 논픽션 작가 레페카 스테포프가 청소년용으로 다듬고 엮은 이 책은 폭격을 받은 현장을 지상에서 바라보는 일이 될 것이다. 내가 이 책에 특히 주목하게 된 이유다.


파도가 좋아 서퍼가 되려 했던청년 다카키는 하와이로 이주한 일본인 후손의 3세대다. 그의 할아버지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던 노동자였다. 저자가 살았던 마을은 일본인을 비롯하여 한국, 중국, 포르투갈, 하와이 혈통의 노동자들이 모인 다문화 공동체였다. 특히 그가 저술한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From the Land of Morning Calm다른 해변에서 온 이방인들 Strangers from a Different Shore(1998)은 구한말부터 시작된 한인 이주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라고 한다. 언젠가는 이 책들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을까한다. 이 책을 엮은 레베카 스테포프 역시 인문분야의 논픽션 도서들을 선보인 작가다. 특히 청소년을 위해 하워드 진, 제레드 다이아몬드, 다윈, 찰스 만의 저서들을 편집하여 새롭게 발표한 시리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역자의 설명에 따르면 원저자 다카키 교수가 평생 붙들었던 관심사는 이민자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역사에 없는 사람들의 미국사에서는 저자의 그런 의도가 개별 인구 집단에 적용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 흑인 노예의 삶, 아일랜드인들의 이민, 중국인들의 역사, 러시아를 탈출하여 미국에 정착한 유대인들 등에 관해 서술되어 있다. 허먼 멜빌의 장편소설 모비 딕(1851)에 등장하는 포경선 피쿼드호가 백인들에 의해 멸종한 원주민 부족의 이름인 것, 그리고 이 배에 10여 개국에서 온 선원들이 있던 설정은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은 한 국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미국의 족보이기도 하다. 이처럼 미국은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들이 유입되어 이루어졌다. 미국인들은 각자 자신에게 익숙했던 영역의 경계를 넘어온 이들이었다. 미국이야말로 다양한 경계인들의 나라였다. 하지만 백인 남성 위주의 성채를 세우고 이를 지키려고 했던 행보는 미국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분열과 충돌의 씨앗을 심어놓았다. 2021년에 백인 인구가 사상 최초로 감소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는 이 백인들의 우려와 불안감을 투명하고 절박하게 비춰주는 듯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국경의 담장을 높이려 했던 시도 역시 그런 백인들의 두려움을 짐작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최근의 뉴스보도에 근거한 역자의 설명 따르면, 국내 전체 학생 중에서 한명 이상의 외국계 혈통 부모를 가진 다문화 가정의 학생이 3% 넘게 차지한다. 비록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다문화가정의 비율은 당분간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의 인구 구성도 지속적으로 다양화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둘 때, 다카키 교수가 서문에서 밝힌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개별 집단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이것들이 모두 모여 세계 시민국가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11) 대한민국도 결국 현대사를 새로 써야 하지 않을까싶다. 각 다문화가정의 후손들 역시 언젠간 자신이 속한 역사를 새롭게 써야하고, 누군가는 결국 다시 쓰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점차 다양해지는 집단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다시 새롭게 기술되어야 할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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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1-14 0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초란공님 미국사 시작하시는 건가요?!

초란공 2022-01-14 01:24   좋아요 2 | URL
아주 느리게 읽을 듯합니다^^;; 이 책은 특히 흥미롭네요. 미국에서는 아주 소수파에 속했던 역사학자인 듯 하고요. 지금은 돌아가신 듯하여 아쉽네요.

mini74 2022-01-14 1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 민중사가 있군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

stella.K 2022-01-14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란공님도 벽돌책을 좋아하시는군요.
저 하워드 진은 읽어보고 싶은데
아마 평생 못 읽지 싶어요.ㅠㅋ

2022-01-16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6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빌 어거스트 감독, 제레미 아이언스 외 출연 / 에이스미디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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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2014)

우리는 이따금 자신과 작별하는 여행이 필요하다


 


페터 비에리라는 이름의 철학자는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이름으로 소설가가 되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존엄성, 자유와 예속 등의 문제를 다룬 철학교양서로 국내에도 알려진 그는 장편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자기 존중의 문제를 다루었다. 소설은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의 생각과 동선을 따라간다. 57세인 그는 교사이자 고전문헌학자다. 제자였던 부인과 5 만에 이혼한 , 17년간 과거의 침묵 속에 은둔하며 살았던 남자다. 심한 근시인데다 불면증에 시달린다. 머리카락이 가닥 남아 있지 않은 상태 언제나 낡은 재킷과 자라목 스웨터를 걸치고, 무릎이 튀어나온 코듀로이 바지를 입고 다니는 남자. 하지만 그는 학생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자신이 가르치는 고전어처럼 확고부동한 그의 일상을 뒤흔든 것은 한 여자의 자살기도 사건이었다. 비 오는 날 출근하던 길에 다리 위에서 마주한 우연한 사건으로 그의 세계에는 균열이 생겨났다. 좀처럼 실수하지 않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는 붉은 가죽 외투를 입은 여자가 남긴 포르투게스라는 발음의 여운을 기억하며 헌책방에서 한권을 집어 들었다. 아마데우 이나시오 알메이다 프라두라는 포르투갈 의사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이었다. 그레고리우스는 책방 주인이 읽어주는 문장에 이끌려 책을 구입했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28)

 


이 문장을 시작으로 그레고리우스의 삶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 포르투갈어를 독학하기 시작했고, 포르투갈어 CD 들으며 고전어에서 느끼지 못했던 해방감 느꼈다. 그는 작은 일탈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했다. 유럽 지도를 꺼내 리스본으로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 망설임 없이 직장을 떠나면서 사직서를 겸한 편지를 교장에게 보냈다. 편지에는 자신이 떠나는 구체적인 이유를 대신하여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 철학자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대목을 인용했다.


 

영혼아, 죄를 범하라. 스스로에게 죄를 범하고 폭력을 가하라. 그러나 네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중에 자신을 존중하고 존경할 시간은 없을 것이다.(44)


 

여기에 인용한 문장은 소설 전반의 주제와 비교할 때 모호하게 다가온다. 죄를 지으라고 부추기면서 동시에 건너 불구경하듯 거리를 두고 이들을 비난하는 모양새다. 표현에 주목한 이유는 그레고리우스가 감행한 일탈의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대목 천병희 교수의 번역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보다 드러난다.


 

영혼이여, 너는 학대하고 있구나, 자신을 학대하고 있구나. 그러면 너는 자신을 존중할 기회를 다시는 갖지 못할 것이다. 우리 인생은 짧고, 인생도 거의 끝나간다. 하거늘 너는 아직도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타인들의 영혼에서 행복을 찾는구나!(명상록 천병희 옮김, , 2005, 34p)


 

문장은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도덕적 의무감과 사회적 역할에 매몰되어 짧은 인생동안 끌려 다니는 인간의 모습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소설에 제시된 역자의 번역보다는 천병희 교수의 번역이 소설의 주제와 잘 어울린다. 아우렐리우스의 인용문은 타인과 사회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실마리를, 그리고 예속 상태에서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의 미망을 깨달으라는 외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레고리우스가 불시의 일탈을 감행하게 하는 불가피하고 절박한 이유일 있다.



 

삶의 다양한 양태를 보여주는 도시 이야기


이제 소설의 장면은 그레고리우스를 따라 리스본과 베른을 오간다.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만 해도 기차로 26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레고리우스는 포르투갈 의사가 남긴 책을 지치지 않고 번역하며 저자의 생각을 탐험했다. 동시에 의사의 지인들을 만나면서 남자의 속으로 파고들었다. 따라서 소설은 리스본과 베른이라는 도시 대표되는, 서로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그레고리우스의 집과 직장이 있는 베른은 알프스 산맥에 인접한 스위스 내륙의 도시다. 그에게 익숙함과 확실성, 안정감을 주는 도시다. 자신이 가르치는 고전어처럼 느리고 완만하며, 확고한 이성의 통제를 받는 세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레고리우스가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조망되던 (127) 누리던 도시였다. 언제든 고전어 및 고전문학에서 학생들의 인정을 받으며 만족스러운 삶을 있었던 장소였다.

 


반면 리스본은 그레고리우스가 익숙한 삶으로부터 벗어나 도달한 도시다. 그에겐 삶에서 예기치 않게 마주하는 낯설음과 불확실성, 불안감이 느껴지는 미지의 세계다. 과거에 도시를 강타했던 대지진과 흑사병처럼 말이다. 중세 시대까지 이 도시는 광대한 대서양을 마주한 세상의 , 인식의 경계에 자리 잡은 곳이기도 했. 한편 다리에서 만난 여인의 입에서 나온 단어처럼 빠르고 경쾌하며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 감정과 호기심에 이끌리는 삶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응한다.


 

여행이란 불확실성으로 떠나는 모험이다. 그레고리우스처럼 마디의 단어에 이끌리거나, 리스본의 의사가 남긴 글에 매혹되어 감행하는 한순간의 일탈이기도 하다. 2000 전의 아우렐리우스가 보았던 것처럼, 소설은 현실의 질곡에 매여 자기를 잃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비춘다. 프라두의 부모가 그랬고, 그 역시 이런 환경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기차여행에 대한 열망을 지녔지만, 출발지에서 멀어질수록 강한 향수병을 느꼈던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확고하고 익숙한 습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으나 두려움으로 길을 잃고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독자는 인생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험해보지 못한 채 익숙함과 관성에 머물고 마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있다. 사람들은 도덕과 의무감에 매여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삶을 살아가곤 한다.



죽음이 잉태한 판타지, , 상상력의


그렇다면 우리가 예속을 벗어나 자유로워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우렐리우스의 말을 염두에 두면, 문제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문제로도 읽힌다. 자신을 존중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으로부터 소외되어 부유하지 않는 일이며,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일이다. 이는 자신의 생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단단히 발을 내딛는 이기도 하다. 때론 현실의 벽이 두껍고 높기만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의 벽을 뛰어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한다. 떠나고자 하는 열망과 향수병 사이의 어딘가에 머무는 것이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었던 갈망을 평생 품고 살았지만, 제대로 시도해보지 않았던 약사 조르지 오켈리처럼 말이다. 삶에서 자유를 찾은 이들은 일탈을 꾀하여 소외되고 부유하는 자신의 상황 전체를 뒤흔들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레고리우스는 뚜렷한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불가피한 일탈을 감행했다. 책방에서 구한 책의 저자가 살았던 도시로 떠났던 것이다. 그가 리스본과 여러 도시에서 프라두의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는 행위는 결국 자신의 삶과 존재에 대한 의미 찾기였다. 폐교가 된 프라두의 학교에서 그레고리우스는 오래 전에 꿈꾸었 도시 이스파한 기억해냈다. 그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무수한 가능성이 놓여 있었음을 깨달았다. 현재의 모습은 과거에 자신이 내린 결정이 모여 도달한 결과였다. 프라두는 가능성을 탐색하고 과감한 일탈을 감행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상상력임을 깨달았고, 상상력이 발휘할 있게 해주는 힘을 ()에서 찾았다.

 


삶의 관성을 뒤흔드는 계획을 실행에 옮길 , 시적 상상력은 우리가 판타지의 세계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할 있게 한다. 인생은 번뿐이고 모든 가능성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시적 상상력은 우리가 실패했을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있는 힘도 키워준다. 시적 상상력은 프라두와 그레고리우스의 삶이 모두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과 함께, 두 사람 긴밀히 이어주는 연결고리이기도 . 프라두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267)라고 썼다. 인간이 평생토록 두려워하는 죽음의 실체란 살아 있을 자신을 둘러싼 경계를 넘지 못한다는 공포가 아닐까. 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실패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실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도 시적 상상력이 필요함을 말한다.

 


여행 중에 그레고리우스는 자주 현기증을 느꼈다. 프라두는 자신의 글에서 경고는 바깥으로 향하는 길을 열고, 우리에게 현재를 일깨워준다’(448)라고 썼다. 현기증은 그레고리우스를 찾아온 경고였다. 그에게 현재를 일깨우고, 시적 상상력이 필요할 때임을 알려주는 장치로서 말이다. 베른으로 돌아와 검진을 한 그가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자, 친구 독시아데스는 나에게 처방전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두려움을 느낀 친구를 존엄한 삶으로 이끌어주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용감한답변이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그레고리우스는 인생은 우리가 산다고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던 프라두의 말도 떠올렸다. 확고하다고 믿었던 삶에는 언제든 불확실한 삶이 찾아올 수 있다. 시적 상상력은 우리가 불확실성에 머물 수 있는 여지와 힘을 마련해주며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제 소설은 당신이 자신의 이스파한을 간직하고 있는지 묻는다. 때론 스스로와 작별하여 일탈을 감행해도 좋다는 메시지와 함께.




[1]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의 삶을 바꾸어놓은 그날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똑같이 시작됐다." (10)
- 소설의 첫 문장

[2]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28)
- 프라두의 글

[3] "무엇인가와 작별을 할 수 있으려면 내적인 거리두기가 선행되어야 했다." (46)

[4] "독재가 하나의 현실이라면, 혁명은 하나의 의무다." (93)
- 프라두의 묘비명

[5] "내 마음의 강물이 방향을 바꿀 정도로 다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177)

[6] "우리가 영원토록 우리여야 한다면 어떨까? 우리가 우리인 이 강요된 상황에서 언젠가 벗어난다는 위안은 결코 없다는 뜻인가? 우린 여기에 대한 답을 알지 못하며 또 영원히 알 수 없을 터인데, 이런 무지는 축복이다. 불멸이라는 이 낙원은 바로 지옥임을, 그 한 가지 사실은 알고 있으므로." (220)

[7] "죽음에 대한 공포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267)

[8] "실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엇을 기대하고 원했는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으랴? (...) 우린 실망을 찾고 추적하며 수집해야 한다. (...) 자신에 대해 정말 알고 싶은 사람은, 쉬지 말고 광신적으로 실망을 수집해야 한다." (292)

[9] "타인은 너의 법정이다." (357)
- 프라두의 편지글

[10] "외관상 음울해 보이는 경고(memento)가 눈 덮인 수도원의 뜰에 우리를 가두어두지는 않는다. 경고는 바깥으로 향하는 길을 열고, 우리에게 현재를 일깨워준다." (448)

[11] "상상력은 우리의 마지막 성소다." (462)
- 프라두가 늘 했다는 말

[12] "존엄하게 죽는 것이란 그게 종말임을 인정하는 거야. 불멸에 관한 온갖 유치함을 극복하는 것이지." (481)
- 주앙 에사가 전하는 프라두의 말

[13] "말은 시(詩)가 되고 나서야 진정으로 사물에 빛을 비출 수가 있어." (529)
- 실업가 실우베이라에게 그레고리우스가 하는 말

[14] "그때 읽은 신문에서 유일하게 아직 기억하는 단어. 신기루, 환영, 우리 인생은 바람이 만들었다가 다음 바람이 쓸어갈 덧없는 모래알, 완전히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지는 헛된 형상." (537)

[15] "시적 진지함보다 더 진지한 진지함도 있을까? (...) 이것이 프라두와 그를 묶어주는 고리, 아마 가장 강한 연결 고리였다." (544)

[16]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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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13 00: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초란공님. 영화도 분위기 있었고 ~ 초란공님 리뷰 읽으니 아 맞아 하며 감동이 ㅎㅎ 잘 읽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

초란공 2022-01-13 00:53   좋아요 4 | URL
아 이렇게 반가울수가요! ㅋ 오래전에 영화로 먼저 봤을 땐 이게 뭔 영화여...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책을 보니 좀 이해가 왔어요. 굿밤되시길요!

새파랑 2022-01-13 08: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초란공님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군요~!! 제2의 인생과도 같은 여행이 재미있고, 결말도 너무 좋더라구요~!!

초란공 2022-01-13 12:36   좋아요 3 | URL
네. 속도감이 나진 않았지만 정교하게 구성된 철학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까 제가 책 정보를 연동한 것이 아니라 영화 정보를 연동해놨네요. 그런데 수정이 안됩니다. ㅜㅜ

scott 2022-01-20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스본행 야간열차!
가 아닌
리스본의 노랑색 트램! ㅎㅎ

작년에 대 유행 했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보다
이 책이 주는 삶의 교훈과 철학이 깊은 것 같습니다 ^ㅅ^

초란공 2022-01-20 08:34   좋아요 1 | URL
네~ 기대이상이었습니다^^ 영화에는 정작 중요한 글들이 거의 다 빠져있더라고요.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 병원균은 어떻게 인간의 역사를 만들었는가
도로시 크로퍼드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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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 Deadly Companions

도로시 크로퍼드(Dorothy H. Crawford) 지음 | 강병철 옮김

[김영사] | (2021)

 



미생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본다면

 


새해가 시작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를 찾아온 지 2년이 넘었다. 마스크를 하고 다니고 예전 보다 손 씻기를 자주 해서 그런지 대신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량을 형성한다고 한다. 적어도 40억 년 전부터 이들은 이어져오고 있으니,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미생물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지구의 역사에서 단지 뒤늦게 등장하여 조금 튀는 존재들일 뿐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바이러스학 분야 전문가 도로시 코로퍼드의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은 어쩌면 당연한 진리를 인류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지구의 진정한 주인인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책을 읽으면서 미생물에게는 인간이 매우 탁월한숙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도시라는 공간에서 과밀한 상태로 존재하는 이 동물은 숙주로서 매우 훌륭한 자격을 갖추었다. 게다가 이동 속도와 이동 범위는 전 지구적이기까지 하지 않은가. 확장된 이동성(mobility)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이 동물들은 미생물들이 바다 건너 새로운 세상으로 진출하는데 유일무이한 도움을 준다. 호주와 영국 사이의 거리를 오가는 데 1년 걸리던 인간은 300년이 안 되는 시간동안 이동시간을 하루로 단축해놓았다. 이보다 더 기특한 숙주가 어디 있을까. 뿐만 아니라 개발과 탐험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숲에 제 발로 찾아와 숲을 들쑤시고 미생물을 모셔간다. 각종 야생 동물을 먹거나 밀거래를 위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다니. 인간이라는 숙주는 미생물의 증식과 점유 활동에 이용될 수 있게 끊임없이 초대장을 보내고 있다.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을 읽다보니 인간이 영웅을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를 기술하는 것이 미생물의 관점에서 얼마나 가소로울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마치 인간의 역사는 미생물이 건드리고 조종해온역사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과 페루 잉카 문명은 유럽인들의 침입과 파괴로 몰락했다. 하지만 이 역사적 사건에 가장 크게 기여한 존재는 코르테스와 피사로의 용맹무쌍한 기병과 보병들이 아니라, 이들이 구세계에서 들여온 천연두였다. 1980년에 전 세계에서 천연두의 박멸을 선언했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감염자 3분의 1이 사망하는 무시무시한 질병이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인 사례를 들자면, 나폴레옹에 얽힌 역사를 떠올려볼 수 있다. 카리브해지역의 국가, 특히 아이티는 프랑스인들이 주를 이루는 백인들이 50만 명 이상의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납치하여 데리고 와 이룬 국가나 다름없다. 백인들의 가혹한 폭력과 열악한 환경에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이를 진압하고 흑인 노예 지도자 투생을 체포하여 사망케 한 이는 나폴레옹이다. 하지만 그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은 황열(yellow fever)'였다. 전투에서 사망한 병사보다 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으니까. 병사들은 순식간에 떼죽음을 맞았다. 막대한 전투력 및 재정 손실로 프랑스는 뉴올리언즈를 포기하고 소유하던 루이지애나주를 헐값에 미국에 매각하기에 이른다. 이는 미국 역사에 크나큰 영향을 준 사건이다.


 

나폴레옹의 욕망이 신대륙에서 좌절된 후, 이번에는 유럽 정복에 대한 야망을 새롭게 불태웠다. 유럽 정복을 위해 동진하여 모스크바를 친다는 무모한 계획이 그의 머릿속에 들어선 것이다. 나폴레옹은 50만 명 이상의 병사들과 출정했지만, 모스크바에서 생환한 병력은 겨우 35천 명이었다. 무엇보다 90%가 넘는 병력 손실은 그가 치열한 전투를 해서가 아니라 대개는 발진티푸스때문이었다. 이듬해에 다시 50만 명을 징집하여 독일과 전쟁을 하면서도 결국 유럽 정복을 실패하게 만든 가장 큰 방해요인이 바로 발진티푸스 리케차라는 미생물이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좀 더 높았더라면과 같은 가정이긴 하지만, 나폴레옹이 미생물의 영향 없이 자신의 야망을 이룰 수 있었다면 세계사의 모습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 분명하다.

 


다른 예로 아일랜드 대기근이 있다. 이 사례는 전쟁 상황이 아니더라도 미생물과 인간의 삶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신대륙에서 유입된 감자는 대부분의 기후와 토양에 잘 견뎌내었기에 유럽, 특히 아일랜드에서 매우 중요한 작물이었다고 한다. 1845년에 찾아온 감자잎마름병으로 첫 해에 수확량이 40% 감소하기 시작, 이듬해에는 90%가 감소했다. 이렇게 비극의 연쇄효과는 시작되었다. 농민들은 수입과 먹거리가 줄어 소작료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가족이 굶게 된 상황에서 지주는 수익이 줄어들어 하인과 마부까지 해고했다. 실업자가 양산되었다. 실업자가 많아지면 생산품에 대한 구매력이 급격히 감소한다. 상점이 문을 닫고, 도매상과 대규모 제조업자가 도산하게 되었다. 감자잎마름병은 아일랜드에 3년간의 대기근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아일랜드 인들을 굶주리게 하여 1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다. 살아있던 이들도 130만 명이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으로 이민을 떠나게 했다. 열악한 환경과 위생 불량, 의료 서비스의 부족, 과밀한 인구, 빈부격차와 계급 문제와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 등은 서로가 복잡하고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여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가 바로 미생물이었다.


사태가 이 정도라면 인간이 미생물에 대한 지식을 쌓아 나가면 과연 언젠간 이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분명한 건 인간이 미생물에게 가장 탁월한 숙주라는 점이다. 저자는 인간이 천연두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한 것처럼 다른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박멸이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이 만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등장한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저자는 인간의 어설픈 시도는 미생물이 수십 억 년 동안 형성해온 상호의존적 군락에 형성된 관계를 파괴하고 미세한 환경을 교란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미생물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제 이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도달한다. 따라서 인류가 미생물과 싸운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오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어떻게 미생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와 역자가 한 목소리를 내는 부분은 미생물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는 사실, 곧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은 인간의 모든 삶의 양식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에서 절박하게 나오는 결론이다. 몸은 떨어져도 의식은 모이고 뭉쳐야 살 수 있다. 지금처럼 편협하고 거만한 인간의 시선이 아니라 미생물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라는 숙주가 좀 더 생존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삶을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아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1] "지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화학적 과정은 독립생활을 하는 세균에 의존한다. 세균은 지구의 모든 생명에 필수적인 원소들을 재생 및 순환시킬 뿐 아니라, 식물과 동물과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한 상호의존적 관계, 즉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40)

[2] "기후 변화와 거의 때를 같이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종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었다. (...) 당시 이 대멸종의 이유로 지구온난화와 미생물에 의한 전염병의 대유행을 들기도 하지만, 이런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해도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이 주 원인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각 대륙에서 동물의 멸종이 인간의 정착과 시기적으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100)

[3] "항상 옮겨 다니는 수렵채집 생활에서 정착하는 농경 생활로의 전환은 인류사의 큰 이정표인 동시에 새로운 미생물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05)

[4] "대부분의 역사가는 기근과 궁핍의 시대에 찾아온 흑사병이 사회적 및 경제적 변화를 앞당기고 가속화하여 결국 근대를 열어젖혔다는 데 동의한다. (...) 진실이 어느 쪽이든 살아남은 농도들은 분명 덕을 보았다. 인구가 크게 감소한 후 300년간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사람들은 갑자기 훨씬 많은 땅을 차지하게 되었고, 일거리도 넘쳐났다." (168)

[5] "신대륙에 집단 감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없었던 이유는 명백해 보인다. 구세계에서 이들 미생물은 가축화된 동물에서 사람으로 종간 전파되었지만, 수렵채집인에 의해 야생 동물이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춘 신대륙에는 가축화하기 적합한 동물종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180)

[6] "파스퇴르는 실험실에서 오랫동안 증식시킨 세균은 ‘약화’되며, 약화된 세균은 질병을 일으킬 수 없지만 여전히 면역을 유도하므로 이상적인 백신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277)

[7] "우리가 만들어낸 현재의 상황은 절대로 지속할 수 없다. (...) 현재 전 세계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근원에는 인간의 탐욕과 더불어 끊임없이 팽창하는 인구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인구 과잉은 잠재적인 대재앙의 목록뿐 아니라 신종 병원체의 끊임없는 등장이라는 문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290)

[8] "최근 출현한 신종병원체이 목록을 슬쩍 훑어보기만 해도 대부분 야생 동물에서 유래했음이 분명하다." (290)

[9] "항생제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에서 다제 내성균이 많이 발견된다." (302)

"모기 살충제 내성은 여전히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약제(클로리퀸) 내성 원충이 출현했다는 점이다." (313)

[10] "아직도 우리 곁에는 수많은 치명적인 미생물이 활동하고 있으며, 아직도 우리는 완벽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 (323)

[11] "세계적 차원에서 볼 때 대부분의 병원성 미생물에 대해 그런 목표(슈퍼 항생제 개발)는 달성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326)

"미생물은 다른 미생물이 생산하는 다양한 물질과 수백만 년 간 상호작용을 해왔으므로 우리가 어떤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더라도 견딜 방법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 (327)

[12] "미생물은 국가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으며, 국경을 존중하지도 않는다."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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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처럼 2022-01-05 13: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생물의 세계에 기생하는 주제에 너무 오만방자했지요. 좋은 책이네요. 어느 때보다 미생물의 관점이 절실할 때. 인간이 꼭 배울 수 있기를. . .